로맨스야설

사각프레임 - 1부 1장

본문

일기예보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내일 강원도는 맑은 후 흐려져 오후에는 눈이 내리는 곳이 있겠습니다.


국지적으로 많은 눈이 내리는 곳이 있겠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TV에서 흘러나오는 뉴스에 내일 강원도에 눈이 내릴 것이란 예보를 내보내고 있었다.




눈.


강원도에 눈이 내린단다, 눈.... 눈이.....


눈이 내리면 정선에도 설화가 피겠지, 설화가.....




그 날도 나는 어김없이 거실에 앉아 카메라 가방을 주무르고 있었다.


배낭형 카메라 가방, 어깨에 메는 솔더백형 가방, 심지어 서류형 가방까지 모두 꺼내놓고


수선을 떨었다.


그런 나를, 아내는 마치 일상인듯 시큰둥한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배낭형 가방엔 출사에 필요한 장비들이 하나, 둘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645중형 카메라, 슬라이드 필름, D200디지털카메라, 10/20광각렌즈, 35/70 표준줌렌즈,


70/200망원렌즈, 스트로보 등등이 차곡차곡 가방을 채운다.




"여보, 꼭 가야돼?"


"어?, 당신한테 미안한데.... 오랫만이라서 그런지 강원도에 가보고 싶네.


눈도 보고 싶고....."


"주말엔 당신하고 같이 있고 싶었는데....."


아내는 서운한 감정을 그렇게 애둘러 표현하고 있었다.


"미안해 여보, 정선에 가서 멋진 사진 많이 찍어올께" 그러면서 나는 뽀루퉁한 아내를 살포시 안아주었다.


그리고, 나는 품안에 안긴 아내의 콩닥이는 심장 소리를 가슴으로 느끼고 있었다.


"여보, 사랑해....." 아내의 심장은 내게 그렇게 자신의 감정을 전하고......




하늘엔 시커먼 구름이 드리우고, 겨울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시간에 나는 촬영을 떠났다.


미지의 세계.


우리는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세상을 미지의 세계라고 부른다.


그러나 그 곳이 과연 미지의 세계일까?.


정답은 글쎄.....


내겐 미지의 세계인 그 곳이 다른이에게는 이미 식상한 곳일 수도 있겠지....


36번 국도를 따라 길을 재촉한다.


4차선으로 뻥 뚫린 도로.


세상 참 좋아졌다.


예전엔 산을 피해, 물길을 피해 이리저리 구부러져 이어졌던 도로는 문명의 이기인 기술이란 


괴물을 앞세워 무조건 곧게, 곧게 길을 펴놓았다.


빨라서 좋다, 목적지에 쉽게 가서 좋다.


그러나 그 길엔 예전에 느꼈던 낭만이 없다.


한 여름 땡볕에 신작로가에 높이 서있던 미루나무도 없고, 거기에 앉아 목청껏 노래 부르던 매미도 없다.


대신, 까만 아스팔트위에 하얗게 칠해진 차선만이 오직 앞만 보고 달리라고 한다.


하얀 차선은 보이지 않는 장애물이 되어 마치 넘어서는 안될 구역을 만들어 놓고 있다.




영월을 지날 무렵부터 하얀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한다.


"어라?, 기상청이 일기예보를 맞출 때도 있네."


들뜬 마음에 스위치를 켠 카세트에선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와 내 몸을 감쌌다.


느낌이 좋다.


지금것 만나지 못한 아름다운 풍경, 미지의 세상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을 것 같은 좋은 느낌이 든다.




눈발이 점점 거세졌다.


이제 하늘엔 시커먼 구름도 보이지 않고 줄을 맞춰 내리는 눈의 궤작만이 차창에 어린다.


까만 아스팔트 도로위의 하얀 차선도 서서히 사라져 버리고.......




길가에 차룰 세웠다.


그리고 능숙한 손놀림으로 휴대전화 버튼을 눌러 전화를 걸었다.


"뚜뚜뚜...."


몇번의 신호음이 들린 후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네. **리 이장댁입니다."


연세에 비해 아직도 목소리가 고운 이장댁 어머님이셨다.


"어머니, 안녕하세요?


저 충주에 사는 김작갑니다, 건강하시죠?"


"아니, 김선생이 웬 일이야?"


핸드폰에 들려오는 어머니의 목소리에는 반가움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어머니, 제가 지금 가고 있거든요.


자세한 얘기는 뵙고 말씀드릴게요.


한 시간 후 쯤 도착할것 같으니, 군불 좀 때놓으세요."


그래. 알았네 김선생."


"참, 그리고 어머님.... 저 아직 저녁 못 먹어서 배 고프거든요......"


"걱정말고 조심해서 오시게나, 내가 준비함세."




"어머니, 뭘 이렇게 준비하셨어요?


김장김치에 밥 한 술이면 되는데요....."


나의 말에 어머니는 빙긋이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김선생이 오랫만에 오는데 어찌 대충 차리누?" 


"그런데, 이장님은....."


그제서야 이 집의 주인인 이장님이 보이지 않아 어머님께 물었다.


"아, 우리집 양반?"


"혹시 무슨 일이라도...."


나는 이장님의 안위가 걱정되어 반문을 했다.


"그 양반, 오늘 정선 읍내에 모임이 있어 나가셨는데, 오랫만에 친구들도 만나고 해서


오늘 못 들어오신다는구먼..."


"그러셨군요."


"그나저나 김선생은 그간 어찌 지냈누?"


"어머니, 저야 뭐 항상 그렇죠,


직장 다니고, 사진 찍고......."


"그래서 좋은 사진 많이 찍었는가?"


"하하하...어머님도..., 사진이 어디 찍고 싶다고 해서 찍어지는 건가요?"


"하긴 그렇지...., 마음 먹은대로 찍어진다면 김선생이 우리집에 5년씩이나 찾아올까..."


"어머니, 저 건너가서 장비 정리 좀 하고 쉴께요."


"그러시게, 구들장이 뜨끈뜨끈 할거야.....,


언 몸 녹이고 쉬시게......."


"어머니, 내일 아침은 천천히 먹을께요, 산에 다녀오려면 시간이 꽤 걸리니 어머님은 느즈막히 일어나세요."




고향이다.


군불을 지핀 아랫목엔 두툼한 솜이불이 깔려 있고, 웃목 서까래엔 메주 덩어리가 지푸라기에 기대어 대롱대롱 매달려 


구수한 고향의 내음을 뿜어내고 있다.


매퀘한 냄새를 풍기는 메주가 나를 고향으로 데려가고 있었다.


아랫목에 깔려있는 요를 들추고 발을 밀어넣자, 고향의 온기가 온 몸을 감쌌다.


안채의 어머님은 주무시는듯 백열등 불빛은 사라지고 주의는 온통 칠흑같은 어둠만이 감싸고 있었다.


사락사락.....


마치 어머니의 자장가처럼 눈이 내리는 소리가 귓전에 맴돌고 있었다.




"빠앙, 빵."


무슨 소리가 들렸다.


처음엔 눈을 싣고 온 바람소리려니 했는데 바람소리완 너무나 다른 소리....


도심에서 익히 들은 자동차의 경적음이 흐르는 바람에 따라 흐느적거리며 들려 오고 있었다.


"아니, 이 산중에 웬 자동차?"


나는 잘못 들은 거라 치부하면서 카메라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소리는 내가 잘못 들은 것이 아닌듯 싶었다.


계속해서 들리는 소리..... 빠앙 빠앙 빠앙.....


나는 무의식적으로 랜턴을 들고 방문을 열고 나섰다.


랜턴을 돌리면 보이는 것이라곤 하얗게 내리는 눈송이, 눈송이.......


그 때, 


칠흑같은 어둠 저 너머에서 두 줄기 빛이 허공을 가르고 있었다.


불빛은 한 자리에서 좌우로 마치 레이저 광선처럼 빛을 발하고 있었다. 경적소리와 함께.


그 곳은 이장님댁에 오르는 비탈길이 분명했다.




"이 시간에 웬 차가?"


나는 얼른 등산화를 신고 랜턴에 의지한 채 불빛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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