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몽매난망(夢寐難忘) - 프롤로그

본문

몽매난망(夢寐難忘) - 꿈에도 그리워 잊기가 힘드네요.. 정말.. 사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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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자, 한잔 하자.”




차갑고도 쓰디쓴 투명한 액체가 나의 식도를 타고 들어간다. 크으.. 역시 소주는 역시 참소주가 최고다. 건배를 하고, 한입에 털어 넣어버린 뒤 피우던 담배를 다시 빨기 시작했다. 한 모금 빨고 천천히 숨을 들이키자 나의 폐가 니코틴 파워로 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후우..”




천천히 담배 연기를 뿜어내자, 상훈이놈이 물어 온다. 임마는 담배 빨고 있을 때는 말을 안 걸어서 좋다.




“야 희수. 니 대학은 어에 됐노?”




“내? 아~ 몰라. 3군데 다 2차 추가까지 갔는데 아직 합격 못했다. 내일3찬데 안되면.. 아 몰라.”




“니 어얄라고?”




“어야긴 뭘 어예. 전문대나 어디 아무데나 가면 되지.”




순간 떠오르는 우리 아부지의 얼굴. 후.. 우리 아부지는 학교 선생님이셔서 내가 좋은 대학에 가는 걸 바라고 계신다. 근데 혹시나 4년제 다 떨어지고, 전문대 갑니다! 그러면 날 죽이실 지도.. 잠시 아부지 생각에 잠겨 있는데 상훈이 놈이 다시 묻는다.




“괜찮겠나?”




“몰라 새끼야. 고만 쳐묻고 술이나 쳐 따라라.”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내가 내민 잔에 소주를 채워주는 놈. 같은 학교에 다녔지만 왠지 성격이 안 맞는 것 같아 멀리 했었는데, 수능을 치고 난 뒤, 동혁이가 불러서 나갔다가 맺은 인연이다.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생각보다 성격도 잘 맞는 것 같았고, 이런 저런 경험이 많은 놈이라 그런지 같이 술을 마시면 지겹지가 않았다. 근데 임마는 대학 어디 간다고 했더라?




“근데 니는 학교 어디 간다고 했노?”




“아. 내? 뭐 내야 몇 군데 붙은데 중에 골라가 가야지. 낸 니처럼 무리해가 서울에 안냈다 아이가.”




“아. 씹새끼야. 내가 거 내고 싶어가 냈나. 고 이야긴 이제 고마꺼내라.”




“아 알따. 새끼 발끈하기는.”




짜증이 솟구쳐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는 소주를 다시 한입에 털어 넣었다. 수능점수도 꼴랑 270점 받았는데, 주변 어른들의 강요로 인 서울 혹은 수도권으로 대학을 내게 되었다. 결과는 역시 지금의 상태지. 가,나,다군 모두 2차 추가 모집에서 떨어진 상태. 대기 등수도 많이 밀려있어서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에이 짜증나는데 오늘은 그냥 죽자. 마시고 죽자. 자빠지면 상훈이 새끼가 집에 업어다 주겠지 머. 그때 상훈이놈이 선수를 친다.




“아, 오늘은 미리 말하는데 먹다 자빠지면 버리고 가뿐다.”




“인정 없는 새끼.”




“뭐가 새끼야. 니 자빠질 때마다 집에 델다 놓기 빡세다.”




“알따. 대충 묵자.”




다시 한 번, 상훈이놈과 건배를 하고 한입에 털어 넣었다. 크으.. 쓰구나. 이런 날은 안 취하는 날인데. 부대찌개를 한 술 떠서 먹었다. 카.. 칼칼하네. 아 맞다. 그러고보니 임마가.. 고백했었지?




“니 맞다. 은진이랑 어에 됐노?”




“...아 시발..”




“아아, 미안타. 술이나 먹자.”




바로 욕이 나오는 게 잘 안된 모양이네.. 쯔쯔.. 마구 들이댈 때 알아봤다. 상훈이놈은 자작을 하더니 술을 들이킨다. 이런 개..




“야이.. 시발아. 니 내 3년 재수 없으라고 제사지내나. 지금”




“그래 새끼야. 안 그래도 티안낼라카고 있구마 이야기 꺼내고 지랄이고. 죽여뿔라마.”




“와 저지랄. 이제 내가 니한테 여자 이야기 꺼내나 봐라 새끼야.”




말은 이렇게 했지만 앞의 상훈이를 보니 안타깝다. 많이 좋아한 것 같던데.. 속이 많이 쓰린가보네. 그만 자극하자. 슬쩍 눈치를 보니 계속 술을 따라서 자작을 하는 상훈이다. 아.. 이러다가 내가 임마 업고 갈라.




“야야, 대충 나가자 고마. 노래방이나 가고로.”




“아.. 새끼 술 좀 먹을라 케띠. 알따 나가자.”




생각보다는 순순히 일어나는 녀석. 계산서를 보고는 돈을 반반 냈다. 아 시발 내가 천원 더 내야 되네. 어쨌든 우리는 비틀거리는 걸음을 옮겨, 자주 가던 노래방으로 갔다. 사장님께 6천원씩 돈을 내고, 2인실 방으로 들어왔다. 시간이 입력되자마자 리모콘으로 번호를 누르는 녀석. 보자 제목이.. 아 새끼..




“또 이거 부르나 병신아.”




내가 뭐라고 하든지 말든지 녀석이 부르는 노래는 장훈이형의 ‘슬픈 선물’ 이 찐따같은 새끼는 여자한테 차일 때마다 이 노래를 부른다. 하도 들어주다 보니 지친다. 지쳐. 몇 달 사이에 몇 명이냐..




“아직 다 못한 말이 음 천마디도 넘지만 


이제 다신 이제 두 번 다신 생각하지 않을게 


다시 시작할 너에게 혹시 내가 짐이 된다면 


모두다 지워버리면 돼 


어렴풋한 기억하나 남아있지 않도록 


훗날 내 곁에 누군가 우리사일 궁금해 하면 


이젠 다 잊었단 말 대신 처음부터 정말 나는 


너를 모른다고 말해줄게.“ 




마치 자기가 장훈이형인 것 마냥, 목소리를 일부러 갈라지게 하면서 꽥꽥 소리를 질러대는 놈.. 힘드냐? 나도 듣기 힘들다... 난 7033을 눌러 최근 나의 애창곡 ‘고해’를 넣었다. 그리고 상큼하게 눌러버리는 취소버튼.




“자꾸만 눈물이나 음 힘들게도 하지만.. 에? 새끼야 와 끄노.”




“1절 매너 모르나 병신아. 내 차례다.”




얼씨구? 감정 몰입 제대로 했었나보다. 눈에 눈물 까지 맺혀있네, 시커먼 얼굴에 덩치까지 큰 놈이 노래 부르면서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하고 있으니 아이러니다. 상훈이놈은 기분을 잡쳤는지 투덜거리며 자리에 앉아서 노래를 고르기 시작한다. 재범이 형님의 명곡 ‘고해’의 반주가 들려오고, 이윽고 4,3,2,1 노래 시작.




“어찌~~합니까~~. 어떻게~~에 할까요오..”




“아 새끼 졸라 진부하네. 니 또 고해하나.”




“닥쳐라 쫌. 노래 부른다 아이가.”




갑자기 꺼지는 재범형님의 노래. 이런 개..




“야. 시발아.”




“닥쳐라. 고해 듣기 싫다 케따 아이가. 그리고 니 모르나 요새 여자들이 이 노래 싫어하는 거.”




뭐라고? 이런 명곡을.. 고백 송으로는 최고일 텐데?




“아... 개쌔...” 




그러면서 다음 자기 노래를 시작하는 놈..




“야. 오늘 2절까지 다 할라니까 1절 끝나고 끄지마라. 형아야가 쫌 울고싶다.”




“지랄한다. 새끼. 1절 매너 모르나?”




“오늘만 2절 하자.”




에라 모르겠다. 죽은 놈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차인 놈 소원정도는 들어주자. 그런 생각을 하며 소파에 앉았다. 에라이 맥주나 마시자. 노래를 부르는 놈을 뒤로 하고 밖으로 나와 사장님께 슬쩍 맥주를 부탁 하니, 방으로 가져다주시겠다고 한다. 오늘은 점마 노래나 들으면서 술이나 빨아야지. 아 일단 담배 한 가치 피고.. 후우..


.


.


.


.


.


아.. 머리야.. 어제도 현수랑 술을 밤새 마셨더니 지끈지끈 거린다.. 목이랑 혀가 다 말랐노. 술 먹고 다음날에는 이게 짜증나. 




머리와 배를 긁적 거리면서 방에서 나와 부엌으로 갔다. 냉장고를 열어 물통을 꺼내 물을 한잔 마신다.




“캬아. 시원하네. 보리차가 최고다.”




“수야. 마지막 대학 확인해봐야지?”




“아. 깜짝야. 엄마. 기척 좀 하라니까네.”




와.. 갑자기 뒤에서 들린 엄마 목소리 때문에 애 떨어질 뻔했네.. 엄마는 만날 조용히 뒤에서 나타나셔서 간 떨어지게 하시는 데 뭐 있다. 아.. 대학.. 시바.. 이거라도 붙어야 재수 안하는데.. 어제 두 번째 대학이 떨어지고 나자 아부지께서 하신 말씀.




“전문대는 절대로 안 되니까 재수할 준비해라.”




하아.. 1년 공부를 언제 또 하지. 안그래도 이번 03‘수능 작년에 2002년 월드컵을 우리나라에서 개최하는 바람에 개 쌌는데.. 아우.. 불안한 마음을 이내 감추고 아부지 서재에 있는 컴퓨터를 켰다. 컴퓨터의 기계음이 들리고 곧 윈도우의 로고가 뜬다. 밑에 지렁이가 지나갈 때마다 나의 마음이 더욱 초조해지는구나.. 




“후우.. 인터넷 익스플로러 켜고..”




떨리는 손으로 네이년의 검색란에 대학 명을 입력하고 잠시 기다리니 대학교의 홈페이지의 바로가기가 나왔다. 클릭을 해보니..




“아, 시발.. 썹다고..”




추가 합격자 발표 때문인지, 홈페이지는 마비 상태였다. 후우.. 떨리는 손으로 어제 입었던 점퍼의 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냈다. 슬리퍼를 신고 집 밖으로 나온다. 




“아.. 시발 이놈의 자전거는 복도로 나갈 때마다 걸그치노..”




집밖에 세워둔 앞집 꼬맹이의 자전거와 내 애마 때문에 중간층으로 가기가 힘들다. 매번 담배 피러 나갈 때마다 말이다. 라이터를 켜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후우.. 아 진짜.. 이번에 저까지 떨어지면 꼼짝마라네. 재수생활이라..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1년을 또 언제 머리 싸매고 앉아있노.”




머리를 한번 절레절레 흔들고는, 다시 집으로 들어왔다. 




“아 시발.. 진짜 자전거 치워버릴까..”




몇 번의 F5 광클질을 했더니 합격자 조회 페이지가 떴다. 후우 떨리는 손으로 나의 수험 번호를 입력한다.


그리고는 모니터를 껐다. 후우.. 붙어라 제발 붙어라. 재수하는 것만 피하자.. 나의 청춘이다.. 속으로 기도를 하고 엔터를 쳤다. 




“아.. 졸라 떨리네..”




책으로 모니터를 가린 뒤, 전원을 켰다. 검은 화면이 점점 밝아지는 것이 보인다. 후우.. 크게 심폐호흡을 하고 책을 치웠.. 아 시발..




“인터넷에 연결할 수 없습니다? 장난치나 늬미.”




그 후로도 수험 번호를 입력하고 몇 번을 쪼았지만, 계속 연결이 안 된다. 나중에는 포기하고 그냥 입력 중이었는데 아..




“뭐고.. 낙이네.. 아...”




모니터를 켜고 엔터를 치자마자 보이는 화면.. 떨어졌구나.. 대학에..


.


.


.


.


.


.


.


눈앞에 보이는 커다란 회색빛 건물.. 간판에는 ‘한샘학원’이라고 크게 적혀있다. 여기가 이제부터 내가 다닐 곳인가?




“야, 병지야. 여 맞재?”




“어, 맞는거 같다.”




나랑 똑같이 모든 대학에 다 떨어진 친구 하병지. 김동혁이도 다 떨어졌지만 그놈은 ‘대성학원’의 학사에 들어가 버려서 따로 있게 됐지. 병지와 나는 부모님들과의 상의를 통해 같은 학원, 그리고 같은 고시원에서 살게 되었다. 하지만 이놈은 이과고 나는 문과여서 뭐.. 학원에서 같은 반이 될 확률은 전혀 없겠지. 들어가서 종합반을 등록했다. 난 10반. 병지는 11반. 역시나 다른 반이네. 




사물함을 배정받고, 반으로 들어갔다. 재수생들의 집합**서 그런지 분위기가 썩 좋진 않네. 빈자리 아무데나 앉으라 했지? 보자.. 뒤로 가야겠네. 




“어?”




눈에 봐둔 자리로 이동 하려 하는데, 발에 무엇인가가 걸린다.




“뭐고 이건.”




몸을 숙여, 바닥의 물건을 주웠다. 해법수학이네. 책을 이리저리 돌려보고 표지를 넘겨보았지만 이름이 적혀있지 않다. 윗면을 보자 ‘최우수♡’ 라고 적혀있다. 최우수? 이반 최우수라는 말인가? 뭐.. 이름은 안 적혀 있지만 주인은 찾아 주어야겠지. 주위를 둘러보자, 아직 수업 시간 전이라 그런지 대부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다. 아.. 이거 미리 들어온 사람들인가? 시작이 늦었네. 드문드문 공부하는 사람도 보이지만 뭐.. 




교실 앞의 단상으로 나가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기요. 이 반에서 최고로 우수한 학생이 누구에요?”




최대한 서울말을 써보려고 했지만, 억양 때문인지 주변에서 쿡쿡 웃는 소리가 들린다. 아.. 다시 말해야되나?




“저기요. 제가 해법수학을 주웠는데, 위에 최우수라고 적혀있다 아입니까. 아니 적혀있네요. 이거 주인 찾아가지요. 아니 찾아가세요.”




아.. 서울말 쓰기 졸라 빡쎄네. 내 표정이 굳어져서 그런가 몰라도 반 사람들이 이제는 대놓고 웃는다. 그때 후다닥 거리는 소리와 함께 나에게 빠르게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다. 어? 여자네?




“저기.. 제가 최우수거든요. 책 주세요..”




얼굴이 새빨개져있는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에? 자기가 직접 최우수라고 말하네. 자신감이 대단한가보다. 난 들고 있던 책을 그녀에게 건네면서 입을 열었다.




“아, 제가 여기 늦게 등록했다 아입.. 등록해서요. 최고로 우수한 학생을 미리 뽑은 지는 몰랐네요.”




새빨갛던 그녀의 얼굴이 이제는 귀까지 붉어져서는 터질 것 같다. 그녀는 책을 받아들면서 거의 울듯한 목소리로 말하면서 자리로 돌아갔다.




“제.. 이름이 최우수라구요.”




하아? 지금 나.. 뭔가 실수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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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t !!를 연재 중인 신인작가 "상디"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히트를 쓰면서 짬짬이 쓰는 글인데..


평범한 로맨스입니다 ^^;;


이글을 올린다고해서 히트가 늦는 일은 없을테니..


즐겁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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