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부부 일기 - 1부 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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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1장 - 아내의 일기 (1)




10월 6일




그렇게 다정다감한 남편이, 남자 망신 혼자 시킨다는 친구들의 타박에도 아랑곳없이 가정에 헌신적이던 남편이 요즘 들어 완전히 딴 사람이 됐다.


오늘도 남편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으로 귀가했다. 적당히 마시라고, 몸 돌볼 나이라고, 딸린 식구들을 생각하라고 타이를수록 남편은 점점 더 술만 찾는다.


죽으려 작정했냐고, 도대체 왜 이렇게 변했는지 아무리 이유를 물어봐도 남편의 입은 요지부동이었다.


침대에 큰 대자로 누워 잠든 남편의 양복을 벗겼다. 와이셔츠 여기저기에 립스틱 자국이 묻어 있다. 결혼 3년 만에 처음으로 손찌검을 당한 며칠 전, 그날 남편의 팬티는 뒤집혀 있었다.










10월 13일




어찌나 우악스럽게 벗기는지 잠옷이 찢겨나갔다. 가벼운, 아주 조금의 애무도 없이 남편은 막무가내였다. 처녀를 상실했을 때보다 깊은 통증이 아랫도리에 번져왔다. 아프다고, 제발 그만하라고, 이건 강간이라고 밀쳐 보았지만, 남편은 점령군처럼 내 육체를 짓밟았다.


[씨발, 애 엄마 젖가슴이 이게 뭐야? 좆만 해 가지고…… 길거리에 나가 봐. 탱탱하고 야들야들한 년들이 얼마나 넘쳐나는지……]


마치 창녀를 대하듯 거침없이 내뱉는 남편의 욕설에 모욕감 따위는 일지 않았다. 다만 침대 밑 이불보에서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두 눈을 말똥거리는 두 살 배기 딸아이가 안쓰러웠을 따름이다.


술기운을 빌어 거세게 요동치던 남편의 허리가 잠잠해졌을 무렵, 따끔거리는 아랫도리를 빼내 욕실로 달려갔다. 뻑뻑하던 질 속에서 남편의 허연 덩어리가 꾸역꾸역 몰려나와 허벅지를 적셨다.


샤워기를 틀어 남편의 흔적을 말끔히 지워내는데, 그제야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실성한 여자처럼 망연자실하게 바닥에 주저앉아 감정의 찌꺼기를 모두 게워냈다. 얕게 코를 고를 남편의 숨결과 퉁퉁 부은 딸아이의 울음소리가 까무룩 정신을 놓아버리고 있는 나를 일으켜 세웠다.










10월 18일




오후부터 콧노래를 흥얼거리던 남편이 웬일인지 할인점에 따라나섰다. 카터기를 사이에 두고 일주일치 찬거리를 고르는 내 옆으로 딸아이를 보듬어 앉은 남편의 모양새가 평온해 보였다. 꼬박 한 달 만에 보는 남편의 예전 모습이었다.


딸 민아를 일찍 재우고, 우리 부부는 실로 오랜만에 정상적인 관계를 가졌다. 남편의 부드러운 손길이 젖가슴을 지나 둔덕을 어루만지고, 나는 남편의 목을 감싸 쥐며 집요하게 입술을 흡입했다.


[아…… 고마워요. 당신! 다시 돌아와 줘서.]


[그 동안 많이 원망했지! 미안해 여보.]


[그래요! 부드럽게, 예전처럼 달콤하게 나를 연주해 주세요.]




토요일 저녁, 은은한 취침용 조명 아래 우리는 신혼부부처럼 서로의 구석구석을 핥아갔다. 보물을 다루듯 더욱 섬세해진 남편의 애무에 온 몸의 세포가 활짝 기지개를 켰다. 삼십 여 분 이상 전희가 계속되고, 나는 벌써 한 차례 절정을 맛보았다.


물기가 번진 계곡을 따라 남편의 혀가 뱀처럼 똬리를 틀고, 꼿꼿하게 일어선 유두 위에도 남편의 손가락이 기분 좋게 꼼지락거린다.


[아흥…… 아…… 미치겠어! 나 좀, 여보…… 흐응……]


[…… 좋아? 이제 시작해도 돼?]


물가에 나온 물고기처럼 흐느적거리는 내 알몸을 바라보며 남편이 삽입 여부를 물어왔다. A컵의 작은 젖가슴이 나의 치명적인 약점이라면, 조루에 가까운 남편의 약한 정력 또한 숨기고 싶은 콤플렉스였다.




연애시절부터 유난히 페팅을 좋아했던 남편…… 그의 다정다감한 성격은, 어쩌면 자신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육체적 결합으로 여자를, 아내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자괴감……


결혼 후에도 내 몸이 충분히 달아오를 때까지 남편의 애무는, 남편의 손과 혀는 잠시도 쉬지 않았다. 설거지와 집안 청소를 도와주고, 휴일이면 야외로 나가 바람을 쐬거나 함께 시장을 보는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일등 신랑감으로 손색이 없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한 번도 남편의 정력에 대하여 불만을 갖지 않았다. 천성적으로 약한 것이 어찌 남편의 탓이란 말인가? 단언컨대 나는 어느 누구보다 남편과의 성생활이 만족스럽다. 일일이 내 상태를 살피며, 한껏 고조되기를 기다려 움직이는 남편의 삽입 운동에 오르가슴을 맛보기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어서, 어서 넣어줘! 당신의 우람한 물건으로 나를 산산이 부셔줘!]




언제나 그렇듯이 나는 적당히 남편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단어를 선택했다. 천박하지 않은, 그렇다고 너무 느슨하지도 않은…… 남편의 기를 곧추 세우면서도 나 스스로 섹스에 몰입할 수 있는 어휘로 폭풍을 유도한다.


조용히 눈을 감고 남편의 리듬을 음미한다. 찰박거리는 물소리와 함께 살과 살이 부딪히는 애틋한 떨림이 느껴진다. 치골을 압박하는 남편의 거센 용두질에 잠시 정신이 혼미해진다. 구름 속에 갇혀 버린 빛의 입자처럼 어딘가 탈출구를 찾는 아우성이 내부를 콕콕 찌른다.


[아, 여보…… 나, 나…… 아흑, 아…… 될 것 같아!]


나는 눈을 치켜뜨고 남편의 등을 휘감는다. 이윽고 손을 내려 씰룩거리는 남편의 엉덩이를 내려누른다.


[아…… 아흥…… 허으…… 허응, 조, 좋아, 너무 좋아……]


[나도…… 이제, 나올 것 같아!]


아마 그 순간, 남편은 혼신의 힘을 다해 사정을 참고 있었으리라. 오르가슴의 여운을 일초라도 더 끌기 위해, 한 번이라도 더 방아를 찧기 위해 젖 먹던 기운 이상으로 분출을 막았으리라!


불과 2분 안팎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와 남편은 침대 시트가 흥건히 젖어들 정도로 뜨거운 사랑을 나누었다.










10월 20일




한 달 가까이 폐인처럼 술을 마시며, 이따금씩 폭력을 휘두르던 남편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아무리 다그쳐 물어봐도 “묵묵히 인내해준 당신이 고마워! 그리고, 진심으로 미안해.”라는 말 밖에 하질 않는다.


그토록 남편과 나를, 우리 가정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던 내막이 무엇인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한다는 걸 알면서도, 미친년처럼 머리를 풀어헤친 채 방방 날뛰는 한이 있더라도 남편의 침묵을 용인해서는 안 된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면서도, 나는 불문에 붙이기로 했다.


남편을 믿어주기로 한 내 결정이 어떤 결과를 잉태할지 장담할 순 없지만, 나는 남편의 순한 눈망울을 의심할 수 없다. 남편이 보여준 위악적인 행동의 배경에는 분명 내가 알면 알수록 더 고약한 그 무엇이 기생하고 있으리라 결론 내린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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