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사랑이 머무는 자리 - 27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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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부 - 사랑해서 미안해!




잔뜩 찌푸린 하늘에서 기어이 굵은 빗줄기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민혁은 윈도우 브러시를 작동해 시야를 확보한다. 놀이터 근처에 서 있는 은지가 보인다. 우산이 들려 있지만, 제법 비를 맞았는지 오들오들 떨고 있다. 민혁이 급하게 차를 세우고, 은지가 재빠르게 올라타며 물기를 털어낸다.


[비 오는데 집에서 기다리지 그랬어?]


[아냐, 됐어! 그냥 조용한 곳으로 가.]


교외로 빠져나가는 동안 은지는 묵묵부답이다. 민혁은 드라이브 하는 셈 치고 한적한 곳을 찾아다닌다. 긴 침묵을 깨고 은지가 저음을 내뱉는다.


[레스토랑이나 커피숍은 싫어. 인적이 드문…… 저기가 좋겠어!]


민혁은 윈도우 브러시 너머로 은지가 가리리키는 곳을 주목한다. 휑한 들판 안 쪽으로 커다란 아름드리나무 한 그루가 보인다.


‘저기라면 지난번에 은지와 격렬한 카 섹스를 나누었던 곳인데……’




민혁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왜 하필이면 저곳인지, 은지의 속내를 짐작하기 어렵다. 폭탄선언에 준하는 그 무엇을 듣기에는 장소가 가지는 이중성이 지나치게 선명하기 때문이다.


빗줄기는 쉽게 사그라질 기세가 아니다. 오히려 주차하고 나서 더욱 사나워진다. 창문조차 열 수 없어 밀폐된 공간이 한층 거북하게 여겨진다. 민혁은 담배를 꺼내려다 말고 깊은 시름에 잠겨 있는 은지를 쳐다본다. 며칠 못 본 사이에 얼굴이 핼쑥해져 있다.


[은지야! 밥은 제대로 먹고 다니는 거야? 힘들수록 잘 챙겨……]


[뭐가 힘든데? 힘들 게 만드는 장본인이 누군데 그래?]


민혁의 말꼬리를 붙들며 은지가 울부짖는다. 민혁은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입을 다문다.


[오빠, 이 씨발 새끼야! 왜 그랬어? 응, 왜 그랬냐고?]


[아니, 은지야! 제발 진정하고, 차근차근 말해봐. 밑도 끝도 없이 왜 그랬냐고 다그치면 어떻게 해?]




민혁은 처음으로 은지의 욕을 듣는다. 예전에 결코 본적이 없던 모습이라 민혁은 적잖이 당황한다.


[뭐, 진정하라고? 야, 이 개 같은 새끼야! 왜 그랬냐니까 뭐가 어쩌고 어째?]


은지의 오른손이 민혁의 뺨을 후려친다. 때로는 여자의 손이 더 매워 민혁은 뺨이 얼얼해진다.


[은지야! 맞더라도 알고나 맞자. 도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민혁은 역효과를 우려하면서도 포악스럽게 나오는 은지를 달래본다. 한 대 더 뺨을 올려붙이더니 이번에는 은지가 소리 내어 울기 시작한다.


[어떻게 나한테…… 은지, 어떻게 살라고……]


대성통곡에 가까운, 긴 울음 뒤의 흐느낌이 서서히 잦아들고, 눈물이 범벅된 얼굴로 은지가 쏘아붙인다.


[선미 그년 몸뚱어리 품어보니까 어땠어? 야들야들한 영계라 맛이 끝내줬어?]


[무, 무슨 말이야 그게? 갑자기 선미 씨, 아니 미스 윤이 왜?]




민혁은 뜨끔하면서도 설마 하는 마음에 일단 부인하기로 작정한다. 선미와의 관계가 밝혀질 정도로 허술하게 처신하지도 않았거니와 설령 알았다면 조용히 참고 있었을 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속이지 않고 전부 고백해도 용서가 안 돼! 무슨 말인지 알아? 내 입으로 더러운 이야기하기 싫으니까 오빠가 털어놔!]


[속이다니…… 은지야, 뭔가 오해가 있나 본데……]


[오해……? 나, 선미 그년한테 직접 들었어. 그러니까 구차하게 변명이라도 해 보란 말이야! 도저히 내 머리로는 납득할 수 없겠지만, 그 동안 사귄 정으로 들어는 주는 게 예의다 싶어!]


그냥 떠넘겨 보는 수준이 아니라 확실한 물증을 잡고 있다는 어투다. 선미에게서 단서가 될만한 언질을 받은 것이 분명하다. 민혁은 더 이상 속일 수 없다고 결론짓는다.


[미안해, 은지야! 술이 취해서 나도 모르게 그만…… 정말 미안해! 하지만 나도 미스 윤도 지금은 다 잊었어. 미스 윤, 요즘 송 대리랑 부쩍 어울려 다니는데, 두 사람이 잘 됐으면 좋겠어.]


[술이 취해서 그랬다, 지금은 아무 사이도 아니다…… 그렇다고 뭐가 달라져? 희희낙락거리며 한 방에서 뒹군 사실이 지워져? 내가 첫 정을 줄 때 분명히 일러둔 게 있어. 은지 버리면, 죽어버리겠다고!]




민혁은 순간 은지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직감한다. 동물적인 본능이 위험하다는 신호를 보낸다. 은지의 손가방이 열리는 것과 동시에 민혁이 몸을 날린다.


[미안해, 은지야! 오빠가 잘못했어. 제발 그만둬!]


[놔, 놔! 죽어버릴 거야. 오빠가 뭔데, 날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어! 이거 놔, 놓으란 말이야.]


민혁은 결사적으로 은지의 팔목을 붙든다. 날카로운 과도가 섬뜩하게 빛을 발하고, 민혁은 그저 단순한 위협용이 아님을 억센 손아귀 힘으로 느낀다.


[은지야, 다시는 안 그럴 게! 제발, 제발 그만해. 네가 죽기는 왜 죽어. 오히려 내가 죽어야지!]


실랑이 끝에 민혁이 과도를 뺏는다. 실핏줄이 불거진 손이 덜덜 떨리며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반전의 계책을 일러준다.


[은지야, 감히 용서도 구할 수 없는 처지에 달린 입이라고 변명하지 않을 게.]




민혁은 구차한 변명 대신 정공법을 택하기로 한다. 자신의 왼손 약지 끝부분에 과도를 얹고는 피가 나도록 긋는다. 시트 위로 핏물이 떨어지고, 민혁은 왼손을 들어 창유리에 글자를 쓴다.


‘사랑해서 미안해!’


힘주어 일곱 글자를 눌러 쓴 뒤, 민혁은 유언처럼 몇 마디를 쏟아낸다.


[미안해, 은지야! 그리고 사랑해!]


격정에 휩싸여 음성이 짧게 끊어지면서 왜곡된다. 콧등을 적시던 눈물이 입으로 흘러들어갔는지 말을 잇기가 쉽지 않다. 민혁은 과도를 집어 든다. 복부를 향하는 칼끝이 예리하게 반짝이고, 민혁은 손아귀에 힘을 싣는다.


[안 돼! 오빠 안 돼!]


은지가 다급한 목소리로 민혁의 품으로 파고든다.


[그만해! 오빠 마음 알았으니까 그만해! 은지, 무섭단 말이야. 칼 내려놔!]


민혁은 서럽게 울고 있는 은지의 등을 어루만지며, 흉기를 내려놓는다. 




목 놓아 우는 연인에게 딱히 위로의 말을 찾을 수 없어 민혁은 으스러지도록 은지를 끌어안는다. 한 차례의 격랑이 주춤해지면서 은지가 어깨를 편다.


[오빤 그 불여우를 몰라!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거야. 차라리 모르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지만……]


민혁은 뒤죽박죽 엉켜 있는 지금의 상황이 이해되질 않는다. 더욱이 은지의 마지막 이야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가늠할 수 없다.


[아직도 선미 그년이 생각나?]


[아니, 벌써부터 잊었어! 오빠에겐 은지 밖에 없어.]


[생각하지 마! 오빠는 내 꺼야. 이 세상에 하나 뿐인 은지 꺼야!]


민혁은 손수건을 꺼내 눈물과 콧물로 얼룩진 은지의 얼굴을 말끔히 닦아낸다. 코를 푸는 은지에게 더 이상 적개심이 남은 것 같지는 않아 민혁은 한 시름 놓는다.


은지가 걱정이 됐는지 민혁의 왼손을 들여다본다. 선혈의 흔적이 멍울져 남아 있는 약지를 입가로 가져가 쪽쪽 소리 나도록 빤다.




[나, 오빠 먹고 싶어!]


[………]


[바람피우다 들킨 내 남자의 좆같은 거시기가 너무 궁금해!]


민혁은 연신 헛기침만 한다. 바지와 팬티가 순식간에 벗겨지고, 은지가 풀 죽은 민혁의 자지에 인사를 건넨다.


[안녕, 서방님! 네 주인처럼 너도 의기소침해 있구나. 네가 무슨 죄가 있겠니? 해삼, 말미잘, 멍텅구리 같은 네 주인이 못난 탓이지. 괜히 주인 잘못 만나 엉뚱한데 봉사하느라 너만 고생이구나!]


[………]


은지의 촉촉한 입술이 민혁의 귀두를 할금할금 핥기 시작한다. 구멍에서 물기가 나오고 은지의 혀가 남김없이 삼킨다. 민혁이 손을 뻗어 은지의 목덜미를 힘껏 당긴다. 자지 끝이 목구멍에 닿았는지 은지가 숨을 할딱인다.


[우, 읍…… 읍…… 쩝, 후룩…… 후르륵……]


[아, 좋아! 은지야, 조금 더 세게 빨아줘.]




은지가 이를 세워 민혁의 좆대를 살짝 문다. 가벼운 통증이 오히려 민혁의 성욕을 배가시킨다. 자지가 꿈틀거리며 더욱 딱딱하게 발기한다.


[선미, 그년 조심해! 오빠. 전화 받고 나서 내가 뒷조사를 좀 했어.]


[………]


민혁의 몽롱한 의식을 일깨우며 은지의 혀가 천천히 불알을 훑는다.


[신 선생, 기억나지? 아버지가 국회의원이라던…… 그 사람 빽을 빌렸지!]


진한 애무를 하면서 왜 선미를 들먹이는지 민혁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수현도 그렇고, 은지도 그렇고 묘한 상황에서 말의 핵심을 풀어놓는다. 고조된 성욕이 냉정하게 생각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선미 그년, 얼마 전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았어. 그래서 내가 오빠를 용서해 주는 거야.]


여전히 유리창 밖으로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고, 은지의 목소리에 약간씩 묻어나던 물기는 흔적을 감춘 채 잔뜩 메말라 있다. 환한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은지가 대담하게 옷을 벗기 시작한다.




알몸이 된 은지가 민혁의 옷도 서둘러 벗겨낸다.


[어려서부터 계부한테 당했대! 그걸 남자 친구가 알게 된 거야. 2년 전 여름에 그 남자 친구가 휴가 나와서 계부랑 함께 동반 자살했어. 어디라더라……? 그래, 무창포 해수욕장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고 했어.]


민혁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 선미에게서 들은 것과 어느 정도 일치하는 부분이 있어서다.


‘그렇다면 선미가 거짓말을…… 아니, 그것보다 정신병자란 말인가?’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충격적인데, 은지가 민혁의 좆을 자신의 보지에 맞추며 마지막 펀치를 날린다.


[문제는 그 남자 친구가 바로 계부의 아들이었다는 거야. 전처에게서 낳았는데, 재혼하면서 헤어졌나 봐.]


민혁에게 올라탄 은지가 서서히 허리를 움직인다. 민혁의 눈앞에 은지의 도톰한 젖가슴이 출렁인다. 섹스를 하면서 나누기에 적당한 이야기가 결코 아님에도 불구하고 은지의 허리와 입술이 동시에 민혁을 짓누른다.


[하앙…… 하아…… 죽은 경숙이도 바람피우던 남편이 사소한 말다툼 끝에 찔러버린 거야. 하윽…… 오빠, 더 이상 바람 피우지마. 깨끗하게 정리해!]


[………]


알았다고 대답하는 것이 은지에 대한 예의지만, 민혁의 입은 꽉 다문 그대로다.




민혁은 이런 엄청난 이야기를 속에 품은 채 지난 며칠 동안 자신에 대한 증오를 삭혀왔을 은지가 대견하면서도 측은하게 여겨진다. 민혁은 레버를 뒤로 당겨 의자를 눕힌 뒤, 자세를 바꿔 은지에게 올라탄다.


[고마워, 은지야! 내가 나빴어. 오빠 용서하는 거지?]


[하응…… 아…… 아흑! 그, 그래, 오빠! 나랑 선미랑 누구께 더 좋아?]


[무, 물론 은지가 최고지. 이제 다른 보지는 줘도 안 먹을 게!]


말을 하는 민혁의 뇌리 속에 수현의 그림자가 떠오른다. 선미는 그렇다 쳐도 수현은, 이미 은지만큼 사랑하고 있는 수현은……


복잡한 머리와 달리 아랫도리는 단순하게 반응한다. 온몸으로 자신을 죄여오는 은지의 움직임에 맞춰 사정의 기미도 빨라진다.


[아, 은지야! 너무 좋아. 이제 쌀 것 같아.]


[괘, 괜찮아. 오빠! 오, 오늘은 괜찮은 날이야. 은지 보지에 마음껏 뿌려줘.]


[퍽, 퍼벅… 쑤겅, 쑤겅…… 퍽, 퍽, 퍽……]




민혁은 혼신의 힘을 다해 내려 찧는다. 불알 끝에서 정액이 샘물처럼 밀려나온다.


[아, 아흥…… 좋아, 오빠! 조금만 더 세게. 조그만 더……]


[못 참겠어! 아, 나와!]


선언문의 마지막 문장을 읊조리듯 민혁이 최후통첩을 한다. 좆대를 훑고 나온 정액이 은지의 자궁벽을 두드리고, 은지의 허벅지가 바르르 떨린다. 은지는 자신의 몸 위에 널브러진 채 가쁜 숨을 할딱이는 민혁에게 조용히 속삭인다.


[빼지 마. 그렇게 있어! 오래도록 오빠를 느끼고 싶어.]


민혁이 좆 대궁을 쥐어짜듯 남은 몇 방울을 더 은지의 보지 속에 흘려보낸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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