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초록스커트 - 3부

본문

민아네 집은 청주 상당공원 뒷켠에 있었다. 삼일공원 올라가는 못미쳐 용화사라는 절이 있고 그 아래에 오밀조밀한 집들이 머리를 맡대고 사는 동네다.




"오빠, 참 오랜만이다. 어서 들어와" 


"야, 너 여전하구나.." 


"참나원, 보자마자 뭔소리여유" 


"근데, 너 인제 살판 났것다" 


"뭐가 살판나우 낭군 잃은 생과부 신세지." 


"속에 없는 소리 하지말고 여하간 들어가자"




우린 오랜만에 격도 없는 얘기를 나불 거렸다. 


민아의 미모는 여전하다. 잘익은 석류라고 할까.. 


초등학교 다니는 여식이 하나 있었고 남편이 별나서인지 그 후에는 아이를 안낳았다는 설명이었다.




"오빠, 홀아비로 계속 살거유?" 


"누가 온다는 사람도 없고. 이꼴 해가지고 여자 책임질 수 있겠냐 " 


"그래도 그렇지 나이가 있는데.." 


"니가 어디 좋은 여자 있으면 맞춰 줘라" 


"정말, 좋은 사람 있으면 갈맘은 있는거유?" 


"글쎄다. 야, 술이나 한잔해 자~" 




밥도 먹고 술도 먹고 이 얘기 저 얘기 술기운 탓인지 민아가 더욱 묘해 보였다. 


"오빠, 나 첫사랑이 누군줄 알어?" 


"글쎄, 강선생 아니냐?" 


"강선생? 아 교회다니던 그 강선생.." 


"그래, 그사람만 오면 네가 오금을 못폈잖냐" 


"호호 그랬나. 좀 좋아하긴 했지" 


"그사람 소식 아냐?" 


"아니. 누구한테 들었는데 속리산 어디에 은둔생활 한다고 들은 것 같은데.." 


"그래, 나도 들은거 같다 " 


"근데 오빠, 그사람은 내 첫사랑이 아냐" 


"그럼 누구냐?" 


"말해도 돼?" 


" 아 그럼 이제와서 이 나이에 말못할게 뭐냐" 


" ㅎㅎ 참 우습다. 나 실은 첫사랑이 오빠야" 


"뭐, 나. 내가 네 첫사랑?" 




그럴 수도 있었다. 사촌간이긴 하지만 우린 오누이처럼 연인처럼 붙어 살았다. 초등학교며 중학교를 마칠 때까지 우리는 붙어 지냈다. 병아리 같은 모습에서부터 젖몽울이지고 가슴이 커지는 시기에 우리는 늘 이성으로 서로를 주시하곤 했었다. 창피한 이야기지만 남자의 은밀한 곳에 검은 숲이 조성될 즈음에 그리고 성에 대해 그리워하고 호기심을 갖게 되고 남자로 가는 길목에서 경험하는 자위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민아를 바라보는 눈이 예사롭지 않았고 엉뚱한 망상(?)을 한적도 있지 않은가. 결국 사람도 짐승의 본능을 벗지 못하는 동물적인 욕구라고 할까.




어느 따스한 봄날인가 이현(배고개)을 넘어 오다가 난 민아의 손을 덥썩 잡기도 하고 뒤로가서 안아주기도 하곤 했다. 오빠라는 핑계를 대고 태연한척 했지만 가슴에 닿는 소녀의 피부와 내음이 나를 질리도록 미혹하곤 했다. 민아는 나의 그런 행동에 대해 늘 조용히 받아들이며 무언가 조심스럽게 열고 싶어한다는 느낌을 주었지만, 결국 우린 사촌이었고... 그럴수록 금지된 선 밖으로 튀어나가고 싶은 충동은 가슴에 도사리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민아야, 좀 쉬었다 가자" 


"그래 오빠, 쉬었다가." 




우린 사람 다니는 길을 피해 산등성이 숲으로 올라 갔다. 


시끌시글 소리가 길에서 들린다. 동네사람 둘이 지나간다. 무슨 얘기가 재미있다. 




" 너, 나 잊으면 안돼" 


" 응, 오빠두" 




우린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초롱초롱한 눈망울 




"야, 가자" 


"벌써 가" 


"그래, 어서 가 가슴이 이상해" 


"왜? 오빠 어디 아파?" 


"아냐, 그냥" 




그런 추억이 소주잔에 비춰진다. 




"민아야, 내가 네 첫사랑이라 이거지" 


"그래요.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잖아" 


"그렇지. 나도 니가 동생만 아니었으면.." 


"ㅎㅎ 아니었으면..?" 


"아니었으면 이렇게 했지" 




민아를 안았다. 이제는 성숙한 여인으로 변한 그녀의 몸이 아주 몽실거렸다. 전기같은 것이 술에 전도되어 나를 쏘아 올렸다. 민아는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내 등을 토닥거려 준다.




"오빠, 술먹자" 


"그래, 자 원샷" 




술이 두어병 비워지고 우린 점점 촉촉해져 갔다 


무슨 연속극인가 혼자 떠벌거리고.. 


이런시기엔 늘 전화가 오는게 일수인가 


정말 전화가 걸려 왔다 




"네, 아, 도련님 어디세요?" 


"네, 알겠어요. 제가 조금 있다가 그리 나갈께요" 




민아의 시동생 전화였다. 보은에 사는 친구인데 


농사지은 배를 몇상자 가지고 왔다고 잠시후에 집 앞으로 온다는 전화였다.




"야, 나 가야겠다. " 


"그래, 그럼 오늘은 가 오빠, 시누이도 같이 왔다는데 들어오지는 안을 것 같은데 그래도 좀 그러네.." 




아쉰 손을 잡고 헤어지는 청주시의 야경은 참 쓸쓸했다. 꽃다리 쪽으로 가볼까? 걔들 집이 어디드라 


..? 







우암동인가 무슨동인가 기억은 잘 안나지만 청도극장이 있었다. 지금부터 한 십오년전쯤인가 친구 광열이의 하숙방에서 달포정도 빌붙어 먹은적이 있었다. 광열이는 서청주에 있는 대농에 다니고 난 일자리를 구한다는 명목으로 청주시내를 왔다 갔다 하면서 세월을 보냈다. 백수인데다 마땅히 배운 기술도 없는터라 일자리 잡기가 용이하지 않았기에 허송세월 바로 그대로였다. 


그때 광열이네 집에 수시로 드나들던 극장통의 진희 엄마라는 30대후반의 풍만한 여자가 기억 난다. 어느날 저녁 


술한잔 먹고 거나해서 들어오는데 참상(?)을 엿듣고 말았으니... 




"아니, 어제 어디 가셨어?" 




나는 큰귀를 대고 연탄 아궁이 옆 찬장 뒤로 바짝 숨었다. 


도둑괭이들의 장난이 시작되나보다




"아저씨는 언제와요?" 


"그치 보름에 한번씩 오니까.." 


"그럼, 시외버스 운전사 마누라는 다 그렇게 사나?" 


"그려요. 살맛보기 어렵고. 도 오먼 뭐하나. 피곤해서 일도 못하는디" 


"그렇다고 생남편두고 바라피면 쓰나 ㅎㅎ" 


"옆구리 찔른게 누구여 ㅎㅎ" 


"무슨 옆구릴 찔렀다고 그려 꼬리친게 누군데" 


장난질이 시작됐나보았다.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이상한 소리도 들리고 죽이는니 살리느니 나좀 어찌하라는둥 이상한 도둑괭이 소리가 방박에 선 나의 말초신경을 건드렸다. 


침을 삼키고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엿듣고 있자니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빌어먹을~ 


"여보, 나 어떻켜요 나좀 어덯게 해줘봐" 


"아이고 이아짐씨 사람죽이네" 


"광열이의 힘찬박동이 거세지는 모양이었다. 너무도 진한 소리가 버둥대는 두사람의 리얼한 모습을 상상케하고. 


도둑괭이 울움이 꺅! 소리를 내고는 조용해 지나 싶더니 뭔가 다시 시작되기를 얼마간 조용했다. 욕구의 전쟁이 끝나고 물뱉는 소리 삼키는 소리 기차바퀴 구르는 소리가 멎고.. 


옷입는 소리가 나고 아줌마가 문열고 나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낼 집앞에 와봐! 요비링 눌러봐 " 


"알았어요 아줌마 조심해서 잘가" 


둘은 헤어졌다 


이내 광열이의 코고는 소리가 들리고 한심한 나는 집을 다시나와 우암동 술집골목으로 어슬렁거리고 가고 있었다. 


생맥주나 한잔 하자 


"1000 주세요" 


나는 벌컥벌컥 맥주를 들이켰다 그리고 담배한대를 빼물었다. 그리고는 그날로 광열이네 집에 가는 것은 마음이 내키지 않아서 그만두었다.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서 난 꽃다리를 지나 광열이가 살던 곳을 더듬어 가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자식 지금도 여기 살지는 않겠지. 허허 " 




오가는 사람들이 어깨를 스친다 




"그 자식 거시기 하나는 끝내줬지 ㅎㅎ 그 여자가 땡잡은거여 잘 놀아났겠지 좋았을거야.."




실성한 사람처럼 뇌까리는 내가 한심하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하여 하늘을 쳐다보니 별만 총총한데...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응, 오빠 나야 " 


"응, 왜 손님 가셨냐?" 


"응, 갔지. 근데 오빠 어디야?" 


"여기, 꽃다리 지나서.. " 


"그래, 알았어 바로 거기로 갈께 거기 있어" 


"알았어..."




내 음성이 떨리고 있었나보다.




"왜그래 오빠?" 


"뭐, 내가 뭐 어때서" 


"어디 아파?" 


"아프긴 오기나 해" 









"오빠, 피곤하지 아주 괜찮은 곳이 있는데 우리 거기 가서 쉬었다 올까?" 


"어디?" 


"응, 미원쪽으로 가다보면 요즘 새로 지은 내고향 황소뜸이라는 집이 있거든. 가족용도 있고 연인용도 있고... 하여간 괜찮더라구.." 


"그래, 니가 알아서 해라 난 본래 그러잖냐" 




민아의 차를 타고 보은 방향으로 한참을 달렸다. 어둠이 천지를 점령하고 밤의 불꽃들이 허전한 사람들을 부르는 길거리엔 늘 죄의 나라로 들어가고 싶은 아담과 이브가 짝지어 놀이를 하고....


민아와 난 금새 연인인 것처럼 다정해져 버렸다. 어릴적 늘 졸졸 따라 다니며 시중을 들다시피 하던 사촌 동생과 늘 어른스러운척 하면서도 무언가 숨기지 못했던 연정이 가슴에 응어리져 자라고 싶어 안달이 났던 나. 




"오빠, 저기좀 봐. 열차타고 가는 사람들 참 향수가 있네. 다들 창 밖을 보면서 골똘히 생각하고 있잖아" 




건널목에 대기중인 차 앞으로 열차가 소리를 내어 지난다. 레일 위를 조금도 이탈하지 않고 달리는 저 열차에 몸을 싣고 저들은 지금 어디로 가는걸까..




"민아야, 그때 너 기억 나냐? 이리역 폭발사건?" 




이리역 부근이 박살이 난적이 있었다. 폭약실은 한국화약인가 화물 열차에 탓던 사람이 담배를 안에서 피우다가 화약에 붙었다든가.. 온 이리시내가 쑥대밭이 되었던 뉴스가 나라를 뒤흔들었던 적이 있었다. 화약도 무서운데 거기다 담배를 피웠으니 오죽하려구..




"오빠, 그 화약 정말 뜨겁게 폭발했겠다 그지?" 


"뭔 소리야?" 


"응, 화약에 불이.. 아니, 화약고에 불이 붙었으니 얼마나 신나게 폭발했겠어 ㅎㅎ." 


"그게 뭔소리냐?" 


"응, 그냥. 사람들은 뜨겁고 격렬한 걸 좋아하잖아.. 요즘 사람들 말야" 




죽에 맞지 않는 말이라고 생각 했지만, 여하간 화약에 불을 부친 요즘 세상이라는데는 이의가 있겠는가. 




차는 산길을 따라 한 십리는 들어 갔다. 산이 자꾸 좁아지고 풍광이 수려한 산 속이라는 걸 밤에도 느낄 수 있었다. 멀리 깜박이는 불빛이 자꾸 커지더니 차가 멈추었다. 


잘생긴 젊은이 하나가 나와서 안내를 하고 민아를 따라 들어간 곳은 정말 시골 냄새도 나면서 운치도 있는 초가집이다. 음식도 정갈하게 차려져 나오고 고향의 내음이 고스란히 보존된 원초적 시골집.




"이게 뭐지?" 


"응, 그거 장뇌라든가 그러대" 


"야, 이거 비싸겠는데" 


"아냐, 오빠 걱정마 오늘 내가 한번 쏠려고 작정 했었어" 




식사가 끝날즈음 수염이 허연 노인 한분이 다가 왔다. 




"어떠세요? 두분이 잘 어울리십니다" 


"주인님도 여전하시네요."




둘은 아는 사이 같았다. 


주인님이라는 단어가 어쩐지 가슴을 따스하게 했다. 




"자, 오빠 우리 들어가보자 이리와" 




나는 그녀가 이끄는 대로 따라 갔다. 


황토내음이 간간하고 장작으로 지피는 굼불 냄새가 나는, 꿈속의 고향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런 방이다. 우린 그 방으로 들어 갔다. 그리고 벽에 등을 대고 다리를 뻗고 나란히 앉았다. 




"야, 우리 어릴때 옛날 생각나네... 사랑방 여전하네" 


"그렇지 오빠. 여기서 하룻밤 자고나면 온몸이 개운하고 정말 좋아" 


"근데 넌 언제 여기 왔었냐?" 


"그럴줄 알았어. 다들 그러대 여기 오는 사람들마다.. 언제 와 봤냐고..^^" 


"궁금하잖아.." 


"응, 아까 그 아저씨 아들이 우리 집에서 그전에 하숙을 하면서 청주대학교 다녔다는거 아 녀. 그 학생이 나를 한번 여기로 모신다고 해서 와 봤거든.." 


"그렇구나. 여하간 기가 막힌 아이디어네" 


"아냐 이분들은 돈버는 것보다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고향을 잃지 않도록 해 주기 위 해서 이걸 시작 했대.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토속적 삶의 모습들을 남기고 간직하고 보여주 고 싶었던거래" 


"음, 그래 알듯도 하구나." 




밤이 좀더 깊어지니까 화로불이 들어왔다. 그리고 구워먹으라고 주는 군밤과 고구마가 바가지에 담겨 나왔다. 우리는 화로에 밤을 굽고 고구마를 구웠다. 그리고 어린애처럼 즐거워하는 민아와 그리고 옛날 오빠로 돌아간 나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어디선가 부엉이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달빛이 창을 여는 것 같기도 하고... 


민아의 모습이 정말 옛날로 돌아갈 수 있는 소박함. 


우린 못다한 이야기를 하며 밤(율)을 익히고 또 어둠을 익혔다. 여기서 민아와 같이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슴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밤은 깊어가고 구들로 달아오는 방은 정말 할머니 사랑 같고 엄마의 젖가슴 처럼 따스하였다. 




"오빠, 자자 우리 " 


" 그래.." 


"불편하지 않지?" 


"응" 

[19금]레드썬 사이트는 성인컨텐츠가 합법인 미주,일본,호주,유럽 등 한글 사용자들을 위한 성인 전용서비스이며 미성년자의 출입을 금지합니다. 사이트는의 자료들은 인터넷에 떠도는 자료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저작권,초상권에 위반되는 자료가 있다면 신고게시판을 이용해 주세요.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2,130건 132 페이지    AD: 비아그라 최음제 쇼핑몰   | 섹파 만나러 가기   |
게시물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