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외로움을 잊기 위해 난 겨울을 ... - 1부

본문

인 더 콜드... 노벰버... 레인... "




재희는 평소 같았으면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도 충분히 들릴 만큼 목소리를 높여 노래를 흥얼거리며 발걸음을 옮길때마다 무릎까지 튀어올라 다리를 적시는 빗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렇게 소나기가 내리는 날이면 다른 사람이 노래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용기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재희는 소나기가 내리는 날이면 버릇처럼 우산만 하나 들고 발길 닿는대로 걷곤 했다. 물론 오늘처럼 추운 날에도 마찬가지였다.




" 오늘도 여기까지 온건가... "




얼마나 걸었을까. 꽤 오랫동안 걸었는지 조금씩 발이 아파오는 것을 느낀 재희는 들고 있던 우산을 뒤로 젖히며 고개를 들어 변함없는 어둠 속에서 빗줄기를 쏟아내고 있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 던져버릴까? "




재희는 왠지 무섭게 쏟아지는 소나기로부터 자신을 지켜줄 유일한 도구를 내던져 버리고 온몸으로 비를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고 나면 족히 일주일 이상은 감기에 시달려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그녀는 피식 웃으며 우산을 똑바로 들고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순간의 충동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재희는 감정에 휩쓸려 행동하는 버릇을 고치려 노력-노력이라는 단어로 충분히 설명될 수는 없지만-하는 중이었다.




" 그래도 이 버릇을 고치지 못할 것 같아. "




재희는 계속되는 비에 물살이 급해진 강물을 내려다 보았다. 주위의 불빛조차 반사시키지 못하는 검고 탁한 강물은 자신에게 던져진 모든 것을 삼켜버리고 그 흔적을 지워버리겠다는 듯, 보는 사람의 혼을 빨아들일 것처럼 묘한 매력을 내뿜고 있었다.




" 이런 느낌에 사람들이 자살을 하는 것이겠지? "




문득 살아있는 생물처럼 꿈틀거리는 저 검은 물결 속으로 뛰어들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 재희는 슬퍼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자살 같은 것은 생각도 하지 못할 자신의 용기 없음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어둠 속으로 이어져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아치 모양의 철제 기둥으로 시선을 돌렸다.




" 어! 그만둬요! "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재희처럼 용기가 없는 것은 아니었는지 막 강물 속으로 몸을 던지려는 것 같은 사람의 그림자를 발견한 재희는 깜짝 놀라 다급히 소리를 질렀다.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듣지 못했는지 여자임을 짐작하게 하는 가녀린 그 사람의 그림자는 잠시 위로 올라갔다가 그대로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 안돼! "




재희는 손에 들고 있던 우산을 내팽개치고 조금 전까지 그 사람이 서 있던 곳으로 뛰어가서 아래를 살펴보았다. 그러나 비에 불어난 강물에 이미 휩쓸려 버렸는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재희는 급하게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전화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재희는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야윈 핏기 하나 없는 얼굴로 죽은듯이 눈을 감고 누워있는 여자의 모습을 아무 말 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천만 다행으로 119 구급차 한대가 다리를 지나고 있었기에 늦지 않게 구해낼 수 있었다. 이런 날씨에 물에 빠지면 낮은 온도 때문에 조금만 늦어도 목숨을 구할 수 없었다는 것이 구급대원의 설명이었다. 재희는 갑자기 도로로 뛰어들어 손을 흔들어대며 구급차를 세운 그녀를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며 설명하던 믿음직스러워 보이는 구급대원의 표정을 떠올렸다.




" 또 위험한 짓을 해버렸네... 혼날 짓을... "




슬픈 기억을 떠올리는 듯한 눈빛으로 자신의 행동을 자책하던 재희는 아직도 온기가 돌아오지 않은 그 여자의 손을 가만히 감싸 쥐었다.




" 그래도 사람의 목숨을 구했잖아... 분명... 용서해 줄꺼야... "




" 으으음... "




재희의 손길을 느꼈는지 이제까지 미동조차 없던 여자의 입에서 나직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재희는 그녀가 깨어나려 한다는 사실에 지금까지 가라앉아 있던 기분이 밝아지는 것을 느꼈다.




" 정신이 들어요? 이봐요! "




힘겹게 눈을 뜬 그 여자는 아직 정신이 완전하지 않은 듯 초점 없는 멍한 시선으로 병실 천정만을 바라보았다.




" 제 말 들려요? "




재희의 계속되는 질문에도 그 여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 잠깐만 기다려요. 지금 의사를 불러올께요. "




재희는 의사를 부르기 위해 급히 병실 밖으로 달려나갔다. 생면 부지의 여자에게 왜 이렇게까지 신경을 쓰는지 자신의 마음을 알 수 없었지만 그녀 자신이 구한 생명이었다.




" 칭찬해 주겠지?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




재희의 눈에서는 기쁨인지 슬픔인지 알 수 없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 연락처도 없고 달랑 주민등록증 하나 들어있는 지갑에 은행 영수증 한 장 뿐이고 거기다가 주소지에서는 이사간지 1년이 되어간다, 찾아오는 사람도 없었다고 하잖아요. 뾰족한 수가 있었겠어요? "




" 죄송합니다. "




" 그리고, 유서도 안 남겨 놓고 자살하려고 했던 이유가 뭐에요? "




" ...... "




계속되는 재희의 질문 공세에 그 여자는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눈물만 떨구고 있었다.




" 후우... 뭐라고 대답 좀 해요. 생색을 내겠다는건 아니지만 당신을 살리겠다고 달리는 차 앞에 뛰어들기까지 한 사람으로서 그 정도는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




" 죄송합니다. "




" 그 죄송하다는 말은 제발 그만하고 속 시원히 말을 해봐요. 아무리 힘든 사정이라고 해도 누군가에게 털어놓으면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고요! "




재희는 살아난 것이 하나도 기쁘지 않은 것 같은 태도의 여자에게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 지금까지 그 여자가 재희에게 한 말이라고는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가 전부였으니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 이것보세요! 김소정씨! "




그 여자는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 큰소리로 자신을 부른 재희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 도대체... "




재희는 할말을 채 다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이렇게 절망적인 느낌을 주는 눈을 본적이 없었다. 아무런 희망도 남아 있지 않은, 어떻게 보면 자신을 그대로 죽게 내버려두지 않은 재희를 원망하는 듯한 그 눈빛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재희의 어리석음을 질책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 저... 그러니까... "




재희는 자신도 모르게 말을 더듬고 있었다. 그런 재희의 모습을 바라보던 그 여자는 입가에 너무도 처연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 죽고... 싶지는 않았어요... "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려 했던 그 여자, 소정은 힘겹게 입을 열어 말을 하기 시작했다.




" 다만... 내 영혼마저... 더러워 질까봐... 두려웠어요... "




" 그게 무슨? "




" 믿지 않을 거에요... 아니... 믿을 수 없을 거에요... 돈 때문에... 그깟 종이 쪼가리를 얻으려고... 내... 내... "




소정은 차마 더 이상 말할 수 없다는 듯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서럽게 흐느끼기 시작했다.




" 흑흑... 흑흑흑... "




재희는 물어보지 말았어야 할, 아니 끄집어 내지 말았어야 할 소정의 기억의 일부를 훔쳐본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그녀에게 다가가 가만히 머리를 감싸 안았다.




" 미안해요. 아프게 할 생각은 없었어요. 이제 그만 울어요. "




소정의 뒤쪽 벽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재희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소정의 눈물이 그녀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소정이 병원에서 엉망이 된 몸을 회복시키는 동안 매일 같이 찾아와 말동무가 되어 준 재희는 소정에게 있어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단지 생명의 은인이라는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 언제나 재희의 말을 일방적으로 듣는 입장이었고 -소정의 마음을 다치게 하지 않고 웃음을 되찾아 주려는 재희의 배려로- 그 덕분에 재희의 얘기를 듣고 있는 동안은 자신의 끔찍한 기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던 소정은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끔 편안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재희도 조금씩 밝게 변해가는 소정의 표정을 보며 시시콜콜한 옛날 이야기까지 하며 그녀를 사로잡고 있는 깊은 절망속에서 꺼내 주려 노력했다. 물론 처음부터 소정이 재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 것은 아니었다. 그녀 역시 재희의 눈빛에서 자신과 비슷한 슬픔을 볼 수 있었기에 마음의 문을 꼭 걸어 잠그고 있을 순 없었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이야기를 해줄 수는 없었지만 그녀의 노력에 미소로 보답해 주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 것만은 아니었다. 이렇게 서로의 아픔을 배려하는 사이에 두 사람은 친해 질 수 있었고 그 결과는 재희가 처음으로 소정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 기회를 만들어 내었다.




" 혹시 좋아했던 사람은 없니? "




" ...... "




" 아... 너... 뭐 먹고 싶은 것 없어? 아이스크림 먹을래? "




재희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소정은 눈은 예의 그 절망적인 눈빛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재희는 자신의 -그녀가 생각하기에- 바보 같은 행동을 후회하며 화제를 전환하려 했지만 소정은 그녀가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여주었다.




" ...내 자신보다... 더 소중한 사람이 있었어... "




재희는 소정의 첫마디에 입을 다물며 침을 삼켰다. 왠지 갈증이 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 아마... 얘기한다고 해도 믿지 못할거야... 소설에서도 보지 못한... 황당한... "




" 아니야. 믿을 수 있어. 어렵게 하는 얘기인데 어떻게 "




" 나도 믿지 못하겠는걸? 지금이라도 눈을 뜨면 지금까지의 일이 모두 꿈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 같은데... 아니 그랬으면 좋겠어... 차라리 꿈이었다면... "




소정은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져 살리려 했던 한 남자의 얼굴을 떠올리며 지금껏 재희가 한번도 보지 못한 행복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 한가지 일만 빼고... "




재희는 짐작조차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소정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를 이렇게 까지 변하게 한 일이 무엇이었는지 알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 ...민...우... "




기쁨, 슬픔, 두려움, 행복... 소정은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감정을 동시에 담은 듯한 눈빛을 보이며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소설게시판에 복귀하며...




써 놓은지 좀 되었고 이미 보신분도 계시겠지만 **넷에는 아직 소개되지 않아 다음 글을 준비하며 워밍업으로 올립니다. 장르는 Spanking이 포함된 로맨스라고 할 수 있는데 SM과는 다르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외국에서는 보통 Spanking이 Fetish쪽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점 참고해주시고 여러분들의 시간을 낭비하는 글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참고로 이 소설은 전에 올렸던 "狂冬之歌(광동지가-미친겨울의노래)"의 후속편격인 소설입니다. 광동지가(소설검색메뉴에서 "광동지가"로 검색)의 마지막 부분과 연결되니 소설 첫머리에 나오는 상황이 너무 갑작스럽고 이상하다고 생각되시는 분들은 한번쯤 읽어보셔도 좋을것 같습니다. (-_-a 네, 소설광고 맞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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