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벚꽃같은 그녀는..... - 48부

본문

벚꽃같은 그녀는.....48






희수와 헤어진 후 나는 곧바로 다니던 은행을 그만 두고 그곳을 떠났다.


희수와의 추억이 서린 그곳에서 살아간다는 건 엄청난 인내를 필요로 하는 일일 것이고 그만큼 또 고통스러울 것이라 생각하여 지레 겁을 먹고 떠난 것이다.


나는 미국의 작은 형님댁으로 갔다.


이혼의 아픔을 잘 달래야 한다며 따뜻하게 위로해주는 형님 내외가 고마웠지만 나는 속으론 씁쓸히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위로 받아야 할건 그게 아닌데.... 내 아픔은 정작 그게 아닌데....’


몇 달을 그곳에서 머물며 넓은 미국땅을 배회하듯 이곳저곳을 돌아 다녔다.


낯선 외국땅에 가면 한결 나을거라 생각했다.


먼 곳으로 훌쩍 떠나오면 추억도, 그리움도, 슬픔도, 아픔도 훨씬 덜 할거라 생각했다.


희수도... 그녀와 관련된 모든 것을 쉽게 잊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았다.


그건 나의 지나친 자만이고 교만이였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그녀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 너무 보고파 눈물이 났다.


시간이 갈수록 그리움은 더해갔고 그녀가 없는 시간들이 너무도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아픔에 못견뎌 도려낸 상처가 구멍을 만들고 그 구멍으로 뼈속까지 찬바람이 스며들어 결국은 내 온 몸을 얼어붙게 만드는것만 같았다.


몸도 마음도 너무 시리고 아팠다. 


견딜 수가 없었다.


그녀의 체온이 필요했다. 내 시리고 아픈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줄 그녀가 간절하게 떠올랐다.




결국 나는 떠난온지 4개월 반만에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곧장 희수의 집으로 갔다.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내가 경솔했다고 그녀에게 사과하고 다시 그녀를 안고 싶었다.


그녀 앞에 무릎을 꿇을 수도... 그녀에게 울며 매달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를 다시 안을 수만 있다면... 그녀를 가질 수만 있다면 무엇이라도 어떤 것이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가슴 아픈 후회와 그리움을 안고 찾아간 그녀의 집....


그런데 그녀는 없었다.


그녀는 어디론가 훌쩍 떠나 버리고 그곳에 있지 않았다.


나와 헤어진 얼마 뒤 급하게 이사를 가버렸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내 몸안의 모든 수분이 눈물이 되어 쏟아져 나오는 것처럼 눈물은 하염없이 흘러 나왔다. 


그녀가 살던 집 근처 공원에서 나는 그렇게 밤새 펑펑 울고 또 울었다.


나는 희수를 영원히 잃어 버렸다.




그녀를 잃은 슬픔과 아픔이 배가 되어 나를 찾아았다.


그녀를 떠나보낸 후회와 안타까움이 나를 더욱 힘들게 했다.


그녀를 향한 그리움에 어떤 날은 펑펑 울며 미친 듯이 그녀의 이름을 불러댔고... 정신없이 차를 몰고 한참을 달리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면 나는 그녀가 사는 곳을 향하고 있었다.


그러면 또 차를 아무렇게나 세우고 운전대에 머리를 박고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습관처럼 그녀의 집 근처를... 그녀의 학교앞을... 그리고 그녀와 함께했던 모든 곳곳을 돌아다니며 추억과 감상에 젖어 실성한 놈처럼 행복에 겨워 혼자 웃어대기도 했다.


하루하루가 고통이고 시련이였다.


희수를 향한 그리움... 그녀가 없는 외로움과 허전함에 내 몸과 마음은 지치고 병들어 갔다.


살아도 사는게 아니였다. 결국 이러다 내가 죽고말지 싶었다.




그러던 어느날 밤 나는 꿈 속에서 그녀를 보았다.


그녀를 만지고 그녀를 안았다.


그녀가 내게 안겨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열에 들뜬 신음을 내뱉었다.


비록 꿈이였지만 행복했다. 


꿈에서라도 그녀를 만지고 안으니 내가 살아있음을 느꼈다.


그 꿈으로 인해 나는 다시 살아났다.


모처럼 맛 본 달콤한 행복에 멈추었던 내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고 내 혈관에 뜨거운 피를 흘려 보내기 시작했다.


내 심장의 박동과 내 피의 뜨거움을 다시 느낀 나는 살고 싶어졌다.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죽지 못하니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살아가기 위해선 그녀가 필요했다. 연희수가 있어야 내가 살아갈 수 있을거 같았다. 


내 생명의 원천이 연희수였으므로...


그러나 희수는 없다. 


이제 내곁에 연희수는 없다. 내 스스로 그녀를 도려 내버리지 않았나...


그녀가 없다면... 


그녀의 대용품이라도 찾아야 한다. 


연희수가 아니면 연희수를 대신할 누군가를 찾아야 한다.


그녀를 대신할 그 누군가를 찾아 살아가야 한다. 


누구라도 상관없다. 


누구면 어떤가... 


어차피 그건 연희수의 대용품인걸... 그녀가 아닌걸...




나는 그날... 


채팅 사이트로 들어갔다.


예전에 이 부장, 정 대리와 함께 PC방에서 들어갔던 그 사이트로 들어가 방을 개설했다.


방제는 ‘서울-18세 여고생이면 누구라도....’ 였다.


방제를 그렇게 정한 건 희수의 나이가 18세였기에...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대용품이라도 그녀와 같은 나이의 여자아이라면 더 좋을 거 같았다. 그리고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서울이였기에 가장 빨리 만날 수 있는 서울에 사는 여자가 필요했다.


방을 개설한지 얼마 안되어 여자가 들어왔다.




레인맨: 하이...


?? : 방가... 




그 여자아이의 아이디는 전혀 기억나질 않는다. 그 아이의 아이디 따위 기억하려고도 하지않았고 기억하려 했다해도 기억되진 않았을 것이다. 내겐 기억할 필요도 없는 존재였다.




레인맨: 몇 살?


?? : 18살...


레인맨: 서울?


?? : 네..


레인맨: 좋아.. 만나.. 돈은 원하는대로 줄게




나는 그 아이와 약속을 하고 곧바로 약속 장소로 갔다. 약속 장소에 도착했을 때 이미 그 아이는 나와 있었고 내 차를 발견하자 곧 다가왔다.


“레인맨”


그 아이가 열려진 창문으로 얼굴을 빼꼼 들이밀며 말했다.


“타”


나는 그렇게 그 아이를 차에 태우고 허름한 여관방으로 끌고 들어갔다. 


그리고 그녀에게 명령했다.


“벗어”


“돈부터 주세요”


나는 지갑에서 10만원짜리 수표와 만원짜리 지폐를 되는대로 꺼내 침대 위에 뿌리듯 던져버렸다. 그 아이가 주섬주섬 돈을 주워 세어 보더니 액수가 마음에 들었는지 흡족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빨리 벗어”


그 아이의 미소 따위 보고있을 시간과 여유가 내겐 없었다. 아니 그런 시간과 여유 따위 내겐 결코 필요치 않았다.




나의 명령에 그 아인 망설임없이 바지와 팬티를 벗었다.


“위에도 벗어요?”


“아니 됐어”


그걸로 충분했다. 


그 아이의 벗은 몸 따위 보고싶지 않았다. 내가 보고싶은 건 희수의 몸이지 그 아이의 몸이 아니니까...


그 아이가 침대에 누웠다.


나는 바지의 혁띠를 풀며 그 아이 곁으로 다가가 바지지퍼를 내리고 팬티 속에서 자지를 꺼냈다.


그리고 그 아이의 다리를 벌리고 삽입을 시도했다.


“잠깐만요... 아저씨 콘돔 안해요?”


“안해도 돼... 나 정관...”


나는 정관수술을 했으니 괜찮다는 말을 하려다 말을 멈췄다.


문득 콘돔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아이는 희수가 아니다.


이 아이의 몸은 희수의 몸이 아니지 않는가...


오직 나만을 받아들이고... 오로지 나만의 것이였던 희수가 아니다.


이 아이는... 


몇 놈이 들어 갔는지 얼마나 많은 남자의 자지와 정액을 받았는지 모른다.


순결하고 깨끗했던 희수와는 다른 아이다.


내 자지는 희수의 몸 안을 들락거렸다. 그런 자지를 아무 여자에게나 박을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콘돔을 해야했다.


하지만 미처 준비하지 못한 콘돔이 내게 있을리가 만무했다.


난... 관계를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저... 아저씨 이거 하고해요”


그 아이가 가방에서 콘돔을 꺼냈다. 


이런 아이들은 다 이렇게 콘돔을 가지고 다니는 모양이다.


나는 그 아이가 건네는 콘돔을 받아 껍질을 벗기고 자지에 씌웠다. 그리고 그 아이의 보지속으로 바로 들어갔다.




그 아이는 나의 자지를 받아들이면서 입술을 꽉 깨물고 참았다. 


나는 두 눈을 감았다. 


희수가 아닌 다른 여자아이의 얼굴 따위 보고싶지 않았다.


그 여자아이의 얼굴을 보면 섹스를 못할거 같았다.


나는 눈을 감은채 자지를 보지에 열심히 박았다. 오로지 박는 행위만이 전부였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였다. 


“읍... 읍....읍....”


나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강해지자 그 아이의 입에서 억지로 참고있던 신음이 새어 나왔다.




아니야... 이 소리가 아니야...


우리 희수는 이런 소릴 내지않아... 희수는 날 아빠라고 불러...


나는 순간 보지에서 자지를 멈췄다.


눈을 뜨고 그 아이를 쳐다봤다. 그 아이도 날 바라봤다.


“아빠라고 불러”


“네?”


“내가 박을때마다 날 아빠라고 불러”


나는 그렇게 명령하고 다시 눈을 감고 자지를 박기 시작했다.


“빨리... 아빠라고 해”


나는 더욱 빠르고 세게 엉덩이를 움직여 박음질을 해댔다.


“아아.. 아빠... 아빠... 아빠..”


그 아이가 내게 보지를 박히며 날 아빠라고 불렀다.


아니야... 이 목소리가 아니야... 이건 희수가 아니야...




나는 고개를 이리저리 저었다. 지금 내 밑에 깔린 여자아이는 연희수가 아니다.


내 눈과 내 귀가 희수가 아님을 알고 절망했다. 내 가슴이 그녀가 아님을 깨닫고 슬프고 아픈 허무함이 엄습해 왔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내 자지에선 뜨거운 용암이 솟구쳐 올라왔다.


내 가슴, 내 눈, 내 귀.... 내 모든 기관들이 희수가 아님에 절망하고 슬퍼하는데 이 이율배반적인 나의 자지는 그에 굴하지 않고 제 욕심을 채워 나갔다.


자지에서 마침내 뜨겁게 배설을 토해냈다. 


자지의 배설과 함께 내 눈에서도 눈물을 배설해내고 있었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나는 얼른 자지를 그 아이의 보지에서 빼내고 콘돔을 벗겨내 휴지통에 버렸다.


옷을 추스르며 나는 눈물을 닦았다.




그날 이후...


나는 희수 생각에 외로울때마다... 힘들때마다... 슬프거나 아플때마다... 그녀가 미치도록 그리울때마다 채팅 사이트로 들어가 희수와 나이가 같은 여자아이들을 찾아 섹스를 했다.


여관에서 모텔에서 때론 호텔에서.. 가끔은 차안에서.... 그리고 또 산속이나 공원에서 아무데서나 닥치는대로 끌고가 했다.


물론 그때마다 난 콘돔을 착용했고 한번 쓴 콘돔을 다시 쓰지않듯 그런 관계 역시 한번으로 끝났다. 내게 두 번은 없었다.


1년이 훨씬 넘는 시간을 그렇게 흘려 보냈다. 


1년하고도 5개월을 그렇게 무분별하게 희수의 대용품을 찾아 외로움과 그리움을 채우려 했지만 나의 바램과는 달리 그녀를 향한 그리움과 내 안의 외로움은 좀처럼 채워지질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렇게 대용품을 찾아 관계를 가지고 나면 더한 슬픔과 아픔이 밀려왔다. 관계가 끝나고나면 몸과 마음이 너무나 더럽고 역겨웠다.


마치 오물을 잔뜩 뒤집어 쓴 것처럼 내 몸과 마음에서 역한 냄새가 났다. 몸과 마음이 썩어 들어가는 것 같았다.


내 자신이 싫었다. 그녀를 떠나보낸 내가 죽도록 싫었다.


그녀가 원망스러웠다. 내가 가란다고 그렇게 가버려선 한번도 찾아와 주지 않는 그녀가 너무도 원망스럽고 미웠다.


나는 더 이상 그녀의 대용품을 찾지 않았다.


대용품은 그저 대용품일 뿐... 이 세상 그 어떤 대용품도 희수가 될 수는 없음을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이였다.


대용품을 사용할 수록 오히려 오리지날이 더 생각난다는걸 난 안것이다.




그녀를 잊기로 했다.


이 세상 그 어떤 것으로도 대신할 수 없고 채울 수 없다면 차라리 잊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때부터 난 그녀를 잊기위해 몸부림쳤다.


연희수보다 훨씬 예쁘고 훨씬 세련된 기술과 매너를 가진 여자들을 찾았고 또 불러들였다.


일부러 프로들만 만났다.


나를 만족시키고 나를 기쁘게 해줄 수 있는 마력같은 미모와 기술을 가진 여자들과 만나고 섹스를 즐겼다.


얼마나 많은 여자들을 만나고 얼마나 많은 섹스를 했는지 모르겠다.


만남과 섹스가 끝없이 이어져갔다. 




그렇게 또 1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나는 어느샌가 모든 것에 무감각해지고 무신경해졌다.


여자도... 섹스도... 시들해지면서 귀찮고 짜증스러웠다. 


어떤 욕구도 전혀 생기질 않았다. 


나는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편하고 좋았다. 


이대로 영원히 살아간다고해도 아무런 불만도 불평도 없을 것 같다.




희수라는 이름도 내게 무감각한 존재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제 더 이상 희수가 그립지 않았다. 그녀를 생각해도 슬프지 않았다. 아프지 않았다. 


그녀가 없는 시간이 이제 더 이상 외롭지 않았다.


나는 희수를 잊었다고... 깨끗하고 완전하게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나의 오만이고 착각이였다.


난 희수를 잊은게 아니였다.


잊은게 아니라 익숙해진 것이였다.






그녀가 없는 시간들에 익숙해지고... 


그녀에 대한 그리움에 익숙해지고... 


슬픔과 아픔 그리고 외로움에 익숙해져 버린것이다.


익숙해지고 길들여져서 더 이상 아무런 느낌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잊었다고 생각해버린 것이였다.


그렇게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유정우와 연희수의 3년간의 긴 이별의 시간이 그렇게 지나갔다.


그렇게 긴 시간이 지난 어느날.....


그녀와 내가 헤어진지 꼭 3년하고도 5개월이 되는 날....


희수가 나를 찾아왔다.


유정우와 연희수가 재회를 했다.




내가 큰 형님이 새로 지어 내게 운영을 맡긴 우리 호텔의 로얄고객과 점심을 먹고 사장실로 들어갔을 때... 


윤비서가 따라 들어오며 손님이 찾아왔다고 말을 했다.


“손님? 어떤 손님입니까? 어디 계시죠?”


내가 윤비서에게 물었다.


“저... 따님이시라고 하던데요? 저기 호텔 앞 분수대에서 기다리시겠다고...”


“네에? 딸?”


나는 윤비서의 말에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근데 사장님한테 그렇게 큰 따님이 있으셨어요? 게다가 엄청 미인이던데요?”


윤 비서는 잔뜩 호기심을 나타내며 내게 물었다.


“나한테 딸이 어딨어요... 윤 비서도 참...”




나는 그렇게 말하고 의자에 앉다가 순간 섬광처럼 강렬하게 떠오르는 생각에 번쩍 자리에서 일어났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손발이 저리다 못해 온 몸이 뻣뻣하게 굳어가는 것만 같았다.


서..설마!? 혹시...! 희수가...?! 


두 눈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사장님!?”


윤 비서가 나의 상태가 이상하다 싶었는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불렀다.


“저.. 윤 비서”


“네 사장님”




나는 윤 비서를 불러놓고도 한참을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입 안에 고여있던 침이 어디로 다 달아났는지 바싹바싹 타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사장님...”


윤 비서가 나를 불렀다.


“저 윤비서... 그 딸이라고 한 손님이 나이가 어떻게 돼보이던가요?”


“글쎄요... 열 아홉, 스물?? 그쯤으로 보이던데요”


희수는 올해 스물 하나다. 열 아홉, 스물로 보일 수도 있겠지....




“저 외모는 어떻던가..? 인상착의는?”


“얼굴은 빼어난 미인이던데요... 키도 크고 몸도 아주 날씬하던데... 누가봐도 시선을 뺏길정도로 아름답던걸요... 게다가 풍기는 이미지도 참 곱고 맑아 보였어요. 귀티가 흐르는게 있는 집안 따님 같던데요”


윤 비서는 아주 상세하게 설명을 했다.




그래... 희수도 그렇게 이쁘지... 그 얼굴 그대로라면 누가봐도 예쁜 얼굴이지...


곱고 맑은 이미지도 맞다. 윤 비서가 말한 모든 것이 희수와 딱 맞아 떨어졌다.


진정을 되찾아가던 나의 심장이 또 다시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키가 크다?!


희수는 자그마한데...160이 겨우 넘는 아담한 키인데... 키가 크다니... 희수가 아닌가?


희수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알 수 없는 허탈감과 실망감이 덮쳐왔다.


“참... 웃을 때 들어가는 보조개가 참 예쁘던데요!?”


나는 윤 비서의 그 말에 문을 박차고 힘껏 달렸다.


두 눈에서 흘러 내리는 눈물이 달리는 속도에 못이겨 옆으로 나가 떨어졌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여유가 내겐 없었다. 


그 기다리는 시간에 그녀가 가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나를 조급하게 몰아세웠다. 


계단을 성큼성큼 두, 세칸씩 밟아 내려섰다.




1층 로비를 지나 호텔 정문을 열어 제치고 호텔 앞 분수대를 향해 달렸다.


분수대가 힘차게 뿜어내는 물줄기를 보고 서있는 한 여자가 보였다.


나는 달려가던 다리를 딱 정지시키고 제 자리에 서서 그녀의 뒷 모습을 응시했다.


윤 비서의 말대로 키가 컸다.


170은 넘어 보인다. 머리는 허리 바로 위까지 오는 긴 생머리다. 


뒷 모습만 봐선 희수인지 누구인지 알 수가 없다.




나는 쿵쾅거리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며 그녀를 향해 한 발 한 발 천천히 걸어갔다.


그녀는 나의 존재감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분수대의 물줄기만 바라보고 서있다.


그녀와 약 3미터정도 떨어진 지점에 난 멈춰섰다.


그리고 크게 쉼호흡을 몇 번하고 침을 두 어번 삼킨 뒤 그녀를 불렀다.


“저.... ”


내가 미처 말을 끝내기도 전에 그녀가 나를 향해 뒤돌아섰다.




아....


나는 순간 그 자리에서 심장마비로 죽는 줄 알았다. 


가쁘게 뛰던 내 심장이 갑자기 얼어붙는 것처럼 너무 아팠다. 심장이 얼어 붙다못해 뻥 하고 터져 버릴것만 같았다.


두 눈에서 눈물 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희수야... 연희수...




나는 더 이상 다가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었다.


발이 땅에 붙어 버린 것처럼 그 자리에 멈춰서서 그녀만 바라봤다.


정말 너구나... 희수가 맞구나...


‘희수야... 연희수...’


나는 속으로 그녀의 이름을 계속 불렀다.


눈물 어린 내 눈에 그녀가 웃는게 보인다.


아! 웃을 때 들어가는 저 예쁜 보조개는 그대로다.




눈도, 코도, 입술도 다 그대로다.


그 예쁜 모습 그대로 참 아름답게 자랐구나....


그 작고 예뻤던 소녀가 이렇게 성숙해서 아름다운 여인으로 내 앞에 나타나다니....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려 그녀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질 않는다.


손등으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았다. 어린아이처럼.....


그녀가 내게로 다가온다.


그리고 하얀 손수건을 내게 내밀었다.


내게 내민 손만큼이나 하얗고 깨끗한 손수건....


난 차마 그 손수건을 받을 수가 없었다.


그녀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리고 눈물을 모조리 닦아냈다.




그녀와 내가 호텔 커피숍에 마주 앉았다.


그녀가 촉촉한 눈망울로 날 바라보며 새하얀 이를 드러내고 빙그레 웃는다.


“자알.. 잘 지냈어?”


“끄덕끄덕”


나의 물음에 대답없이 고개만 까딱인다.


“예전에도 예뻤지만 지금은 더 예뻐졌네!?”


“..........”


나의 말에 그녀가 수줍게 얼굴을 붉히며 웃는다.


아!....


웃는 얼굴도 여전히 이렇게 이쁘구나...


새하얀 얼굴도... 맑고 투명한 눈동자도... 오똑한 코와 도톰한 입술도... 까맣게 윤기나는 긴 머리도... 긴 목도... 하얀 손등과 가늘고 긴 손가락도... 너무너무 예쁘다. 


어느것 하나 예쁘지 않은게 없구나...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은 내게 무한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어떻게 알고 왔어? 내가 여기 있는 줄 어떻게 알았어?”


“전에 근무하던 은행 직원... 그때 그 아줌마를 우연히 만났어요... 그 아줌마가 안부를 물으면서 아빠가 하시는 호텔은 잘 되시냐고 물어서....”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얼굴을 발갛게 붉혔다.


아마도 아빠라는 호칭 때문인 모양이다.


그녀의 목소리... 여전히 맑고 곱다.


얼마나 그리웠던 목소리였던가... 


그녀의 목소리에 또 한번 가슴이 찡해온다.


그런데... 


그녀의 존댓말이 거슬린다.


나를 낯설고 어려워하는 것일까?


그녀의 말투가 왠지 섭섭하다. 나를 안타깝게 만든다.




“왜 말을 높여? 오랜만에 만났다고 낯설게 구는거야?”


“아니... 요 그냥 어떻게 말해야할지 몰라서...”


“말 높이니까 내가 엄청 늙은거 같아 듣기 거북하네”


“.......”


그녀가 나의 말에 아무런 대꾸없이 그냥 재밌다는 듯 활짝 웃는다.


“이제 대학생이지? 어느 대학이야?”


“E여대...”


“그래? 좋은데 들어갔구나...”


“2학년이지? 무슨 과야?”


“문헌정보...”


“응...”


“...........”


“...........”


침묵이 이어졌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텐데... 


침묵이 자꾸만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고 불편하게 만든다.




“잘 지냈어?”


그녀가 계속되는 침묵이 못내 불편했던지 말을 먼저 꺼냈다.


“누구? 나?”


“응....”


그녀가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누군데?”


“.......!?.......”


나의 물음에 그녀의 얼굴이 새빨개진다. 


예전의 당돌하던 모습은 어디로 간걸까? 예전엔 깜찍하게 당돌한 모습과 태도로 사람을 깜짝깜짝 놀래키고 당황하게 만들더니...


이젠 숙녀라고 제법 여성스러워진건가?


하지만 수줍어하는 모습이 너무 예쁘다. 


수줍어하며 당황하는 그 예쁜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 나는 그녀가 곤란한 줄 알면서도 계속 물었다.




“내가 누군데 잘 지내냐고 묻는거야? 응?”


“.........”


나는 그녀가 나를 뭐라고 부를 것인지 정말로 궁금했다.


하지만 그녀의 입에선 좀처럼 말이 나오질 않는다.


“희수야”


내가 다정하게 그녀를 불렀다.


“응”


“어떻게 왔어? 갑자기 날 찾아 온 특별한 이유라도 있어?”


사실 나는...


아무 이유없이... 그냥 보고 싶어 왔노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


우연히 듣게 된 나의 연고를 알고 그냥 찾아온거라고...


보고싶었다고... 궁금했다고... 그래서 온거라는 그 말을 듣고 싶었다.


그런데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말이 아니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뜻밖의 말이 그녀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잘려고... 같이 잘려고 왔어...”


나는 그녀의 말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너무 놀랍고 당황스러운 말에 나는 순간 심장이 덜컥 멈추는 줄 알았다.


“뭐? 뭐라구?”


“나... 아빠랑 같이 자고싶어서 왔어... 아빠한테 날 주고 싶어서...”


그녀의 입에서 아빠라는 호칭이 자연스럽게 흘러 나왔다.


그 호칭에서 설레임과 기쁨을 느꼈지만 나와 같이 자기위해 왔다는 그녀의 말에....


3년 5개월만에 불쑥 나를 찾아와 한다는 말이 나와 자고싶다니... 


너무나 놀랍고 황당하여 나는 뭔가를 제대로 느끼고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다만 그녀의 까만 눈동자만 응시할 뿐.....






“성인이 된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완전히 다 자란 내 몸을 제일 먼저 아빠한테 주고싶어... 다른 뜻은 없어... 그냥 내 마음이 그래... 내가 그걸 원해... 그러니까 날 가져줘... 아빠가 성인이 된 날 처음으로 가져줘”




희수의 말이 아직도 내 귓가에 생생하게 들리는 듯 하다.


3년 5개월만에 만난 그녀가.... 어느날 갑자기 날 찾아와 대뜸 하는 말이....


나에게 자신을 주겠다니... 나와 자고 싶다니...


그 말이 너무도 놀라워 도무지 믿기지가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녀의 그 말이 내 가슴에 파문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지금 내 가슴은 참으로 오랜만에 가쁘게 뛰고 있다.


긴 이별 끝에 다시 만난 기쁨과 이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가슴 벅찬 설레임과 기대감에 몸도 마음도 너무나 흥분 되었다.


뜨거운 피가 마구 샘솟고 있었다.


얼마만에 느껴보는 짜릿한 기분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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