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외로움을 잊기 위해 난 겨울을 ... - 7부

본문

 아아~ 그냥 이렇게 하루 종일 있었으면 좋겠다. "




재희는 눈앞에 펼쳐져 있는 파란 하늘과 간간이 떠가는 구름이 어우러진 풍경을 바라보며 꿈을 꾸는 듯 말했다.




" 이상해. "




" 뭐가? "




진호는 재희에게 팔베개를 해주며 누워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며 물었다.




" 이상하다구... "




" 그러니까 뭐가 그렇게 이상한데? "




" 오빠 팔 말이야. "




진호는 그녀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 오빠 팔을 베고 누워 있으면 이상하게 잠이 온단 말야. 낮잠 같은건 자본적 없는데... "




진호는 그제서야 재희가 했던 말의 의미를 깨닫고 입가에 미소를 떠올렸다.




" 그래? 날씨가 좋아서 그런거 아닐까? 바람은 시원하고 햇빛은 따뜻하고... 사실 나도 막 졸음이 쏟아지는걸. "




재희는 그제서야 고개를 돌려 잠시 진호를 바라보다가 그의 품으로 파고 들었다.




" 헤헤~ 너무 좋다. "




진호는 재희가 자신에게 가까이 오자 팔베개를 하고 있던 팔을 구부려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재희는 그의 행동을 내심 기다리고 있었는지 진호의 몸에 바짝 다가가며 응석을 부렸다.




" 자고 싶기도 하고 그냥 이렇게 깨어 있고 싶기도 하고... 웅~ 모르겠다. "




진호의 말대로 날씨가 굉장히 좋은 –물론 날씨가 좋았기 때문에 야외로 나온 것이지만- 날이었다. 몇 주 전부터 같이 놀러 가자고 떼를 쓰는 재희에게 늘 미안했던 진호는 오늘에서야 그녀의 소원을 들어줄 수 있었다. 마침 재희도 수업이 없는 날이었고 그 자신도 최근에 프로젝트가 끝나 휴가를 낼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주말에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만 요즘처럼 날씨가 좋은 때에는 사람들이 북적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둘만의 시간을 갖기가 힘들다는 생각에 일부러 평일을 택한 것이었다.




" 오빠 품에서 자면 좋은 꿈 꾸면서 너무 편하게 잘 수 있어서 좋긴 한데... "




" 그런데? "




" 자고 있으면 오빠를 볼 수가 없잖아. "




" 음... 내 생각엔 자는게 좋을 것 같은데... "




" 왜? "




재희는 고개를 들고 눈을 반짝이며 기대에 가득한 표정으로 진호를 보았다.




" 재희 자는 얼굴이 굉장히 예쁘거든... 오빠는 그거 보고 있는게 더 좋으니까. "




" 그럼 평소에는 안 이뻐? "




" 그럴 리가 있나. 평소에도 예쁘지. "




" 흐음... "




재희는 조금 얼굴을 찡그리고 무언가 고민에 잠긴듯한 표정을 지었다.




" 좋아. 오늘은 내가 양보할께. 나 자는 동안 다른거 보지 말고 내 얼굴만 봐야 돼. 알겠지? "




" 하하, 그래 알았어. 재희 얼굴만 뚫어져라 바라볼 테니 걱정하지마. "








" 오빠 여기! "




재희는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진호의 모습을 발견하고 자리에서 일어서며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 오래 기다렸니? "




" 아니 얼마 안됐어. "




진호는 재희의 옆자리에 앉으며 그녀의 볼에 살짝 키스를 했다.




" 아아~ 행복해~ "




비록 볼에다 한 것이지만 재희는 진호의 키스를 받으며 눈을 감고 꿈을 꾸는 듯한 목소리로 말하며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 또 그냥 기다린거야? "




재희의 앞에 놓인 물잔에 물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것을 발견한 진호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 같이 마시는게 좋단 말야. "




" 그래 알았다. 배는 안고프니? "




재희는 미소 띈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호는 종업원을 불러 즐겨 마시는 쟈스민차를 시키고 재희는 파르페를 시켰다. 재희는 진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로 파르페가 담긴 컵을 들어 아이스크림을 조금씩 떠 먹기 시작했다. 진호는 재희의 귀여운 행동을 보다가 자신도 잔을 들어 그윽하게 풍겨오는 향기를 -재희의 머리에서 나는 향기와 쟈스민차의 향기를- 맡으며 입으로 가져갔다.




" 오빠, 오늘따라 말이 없네? "




진호는 재희의 말에 빙그레 웃기만 할 뿐 대답을 하지 않았다.




" 흐응... 진짜 이상하다. 무슨 일 있어? "




진호는 왼손을 들어 재희가 양손으로 감싸 쥐고 있던 파르페 잔을 잡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그의 손이 잔을 잡는 순간 "딱"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진호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궁금했던 재희는 미처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진호는 잔을 내려놓고 다시 재희의 왼손을 잡아갔다.




" 왜 그래? "




자신의 손안에 잡혀 있는 재희의 왼손을 끌어당겨 쭉 펴게 만든 진호는 잔을 들고 있던 오른손에 감추고 있던 것을 손가락으로 쥐고 그녀의 왼손 약지에 끼워 주었다. 재희는 자신의 손가락에서 반짝이고 있는 의외의 선물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 오...오빠... "




백색의 링 한 가운데 순결한 투명빛과 시원한 푸른빛을 내는 두개의 보석이 나란히 장식되어 있는 심플하면서도 화려한 모양의 반지였다. 진호는 슬며시 자신의 왼손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다. 한참 동안이나 자신의 손가락에 끼워져 빛을 반사하고 있는 반지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재희는 그제서야 진호의 왼손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의 손가락에도 재희의 것과 똑 같은 모양의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 이...이거... "




" 재희의 탄생석과 내 탄생석이야. 4월은 영원한 사랑... 9월은 성실... "




재희는 지금 일어나는 일이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진호를 바라보았다. 진호는 잠시 말을 멈추고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의자 뒤로 몸을 숙였다. 잠시 뒤 몸을 일으켜 재희를 향해 내미는 진호의 손에는 한아름은 되어 보이는 크기의 꽃다발이 들려 있었다. 온통 분홍빛 장미로 가득한 꽃다발 한가운데 핏빛처럼 붉고 시리도록 흰 장미 두송이가 수줍은 듯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 분홍색... 분홍색 장미... "




진호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재희는 조금 전의 반지와 이 꽃다발이 단순한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녀는 언젠가 한번 들은 적이 있는 분홍색 장미의 꽃말을 기억해 내기 위해 바쁘게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기억해 낸 것일까? 재희는 꽃다발에 두고 있던 시선을 들어 진호의 눈을 마주보았다. 그제서야 진호는 그녀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던 듯 입을 열었다.




" 영원한... 나의 향기가 되어줄래? "




재희의 눈에는 어느덧 눈물이 고여 있었다.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듯한 눈물에 젖은 그녀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재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바람에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두 사람 모두 그런 것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 오빠! "




재희는 꽃다발을 손에 든 채 진호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진호는 재희의 몸을 으스러지도록 껴안았다. 마치 조금이라도 힘을 빼면 도망가 버릴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듯...




" 짝짝짝짝짝~ "




갑자기 넓은 카페가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재희는 그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놀란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뿌옇게 흐려진 재희의 시야로 카페 안의 모든 사람들이 일어서서 자신들을 향해 박수를 치고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 어... 어떻게... "




" 재희야 축하한다~! "




" 기집애 좋겠네~ "




" 부러워 기절하겠다! "




재희는 너무도 익숙한 목소리에 다시 한번 놀라며 진호의 목덜미를 끌어안고 있던 팔을 풀고 손등으로 눈물을 훔쳤다.




" 너... 너희들... "




" 진호 이자식! 재희 한번만 더 울리면 우리가 가만안둬! "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 자신의 친구들과 진호의 친구들 얼굴을 일일이 확인했던 재희의 시선이 다시 진호에게로 향했다.




" 놀랐지? "




" 어떻게... 오...빠... 어떻게... "




재희는 자신을 위해 준비된 이 감격스러운 상황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말을 잊지 못했다. 사실 진호는 오늘의 이벤트를 위해 일주일 전부터 준비를 해왔었다. 재희의 친구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하고 또 자신의 친구들에게도 -덕분에 술값으로 상당한 돈을 썼지만- 연락을 했다. 인터넷을 뒤져 원하는 대로 반지를 만들어 주는 곳을 찾고 재희가 눈치채지 못하게 얼굴이 잘 보이지 않도록 행동하라고 친구들에게 신신당부를 하고 미리 꽃다발을 준비해 두었던 것이다.




" 키스! 키스! 키스! "




" 진호오빠 뭐하고 있어요? "




" 빨리해라~! "




재희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고 있는 가운데서 키스를 한다는 생각에 얼굴을 붉혔지만 사랑이 가득 담긴 부드러운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며 천천히 다가오는 진호의 입술을 거부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 사랑해. "




그녀는 살짝 눈을 감으며 오늘 만의 특별한 의미를 담은 진호의 입술을 받아들였다. 천천히 입술과 입술이 맞닿아 갔고 가볍고 장난스럽지 않은 약속의 키스가 이루어졌다. 그 순간 카페 안은 두사람의 사랑을 축하하는 함성으로 가득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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