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초록스커트 - 6부

본문

단풍이 붉게 물든 광장에서 차는 멈췄다. 검정색 양복을 입고 선그라스를 쓴 청년들이 문을 연다. 그리고 그들은 앞섰고 우리는 따라 갔다. 


소림사에 온걸까? 구원파에 홀린걸까? 


여하간 그런 분위기다. 


조용하고 고적하며 무언가 깊은 사연이 있을 것 같은 산속의 건물들. 쇄석이 깔린 주차장을 지나 홍대리석이 반짝이는 현관을 지나갔다. 이어 당도한 곳은 조그만 소회의실이었다.




"앉으십시오. 여기까지 와주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우리 말고 다른팀이 여섯명이 있었다. 다들 건장한 사내들이었다. 




"오늘의 일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약 4시간에 걸쳐 여러분이 이곳에서 일정을 소화하시게 되는데 먼저, 브티알을 이용한 교육과 이어서 시식회 그리고 소감을 적는 순서가 끝나시면 바로 돌아가시게 되겠습니다." 




안내관이라는 사람의 설명이었다. 




바로 브이티알이 돌아간다. 무슨 내용일까? 


내용은 이런 것이 대부분이었다.




<우리의 인체는 어떻게 구성 되어 있는가?


우리의 몸의 구조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인 의식주에 대한 욕망과 이를 달성하고 나타나는 본연의 성적욕구 현상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었다. 사람의 성욕이 없다면 인류는 번식하지 못했을 것이며 이는 신이 준 선물이며 성에 대해 죄악시하는 사회가 만들어낸 오류는 무엇이며 정말 성은 우리 인류가 누려야 할 귀중한 기쁨의 도구인데도 불구하고 나무잎으로 가리고 숨어서 행해햐 하는 것으로 호도된 현실에 대해서 비판하고 있었다.>




아마도 성에 대한 장애를 극복하는 연구를 하는 기관이 아닐까? 


성력 강화제를 만들기 위하여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시험을 거쳤고 또한 검증을 거쳐 세상에 출시 된 것처럼 이 곳도 그런 곳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러면 내가 시험대상이란 말인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화면을 보고 있는데 불이 환하게 켜지고 브이티알 교육이 끝났다고 했다. 




"자, 저를 따라 오십시오." 




그를 따라 갔다. 


복도를 지난 오른쪽으로 돌아서 별관이 있는데 거기서 우린 일행들의 얼굴을 서로 쳐다보았다. 2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라는 걸 금새 알 수 있었다.




"자, 이제 부터는 도우미들의 도움을 받으시면 되겠습니다. 그럼~" 




자동문이 열리고 도우미들이 맨투맨이 되었다. 


나를 안내하는 여자를 보니 30대 중반쯤 되어 보인다. 적당히 살집도 있고 은은하다는 생각이 드는 미인이랄까... 


"이리 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가니 저절로 불이 켜졌다.




"앉으세요. 그리고 마음을 편히 가지세요. 이제부터는 제가 하자는대로 하시기만 하면 됩니다." 




14 




극성스런 홀시어머니 밑에서 시집살이 하던 며느리 시집은 왔으나 부부지연을 맛보지 못하고 오랜세월 절제하며 살았것다. 


밤을 기다리며 낮동안 할일이 밀리지 않도록 죽자사자 허우적거리고 한숨좀 쉬려고 하면 "애야, 이것좀 해라"하며 또 일거리를 내놓고.. 


새벽녁에 간신이 잠자리에 들어 남편 냄새좀 맡으려면 시어미 헛기침 소리에 찔려 소리도 못하고 색색 숨을 쉬다말기를 하세월. 며느리의 한이 풀린 것은 시어미가 죽고 장례식을 치르고 맞이한 첫날이렸다. 


맘놓고 나누는 남편과의 운우의 정이 그리도 맛져서 고백한 말이 바로




"시어미 죽고 첨"이라던가 




은은한 미인은 나를 편안한 자리로 안내 했다. 그리고는 생글 생글 웃으며 무언가 말할 수 없는 즐거움이 있을 것 같은 암시를 보낸다.




" 정말 잘 오셨네요. 참 좋은 회사라는걸 곧 알게 될거예요 우선 이 쥬스를 드세요. 같이 쭉 들고나면 기분이 아주 좋아질거에요. 기분을 절대 절제하거나 숨기실 필요는 없어요. 노래하고 싶으면 노래하시고 , 춤추고 싶으면 춤추시고 여자가 필요하시면 제가 있으니까 필요한대로 하시면 되거든요 ^^^"




모를일이었다. 그러나 이 세상에 태어나서 이렇게 은밀한 곳에서 감칠맛 나는 여자의 서비스를 받아 본다는 행운 아닌가. 어릴적부터 고분고분하던 사촌동생 민아 말고는 나를 위해 헌신(?)한 사람은 절대 없었지 않은가.




굳이 찾아 본다면 언젠가 친구 따라 이발소에 간적이 있었다. 


대흥동의 어느 지하 이발소에 무심코 들어 갔는데 무언가 좀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두리번 거리는 찰나 나는 벌써 의자에 앉고 있었고 주인인듯한 남자는 이발을 하기 시작 했다. 의자 3개만 놓여 있고 머리를 감는 곳이나 다른 집기들이 보이지 않아 이상하게 생각하는데 대충 이발이 끝나고 나니 뒤 벽이 열리고 그 속으로 나를 밀어 넣는 것이었다. 


그 밀실에는 미니를 입은 여자가 몸을 만지고 주물러 정말 먹기 좋은만큼 몰랑거리게 만들었다. 신음하는 내게 하는말 




"직접 해 드릴까요?" 


"뭘요?" 


"5만원인데.."




꾸므럭 거리던 나는 그제야 말을 알아 들었다. 


나는 그렇게 승락 했고 돈 값을 치뤘는데 그후로 몇번더 그곳에 들리곤 했었다. 정말 지금 생각하면 그 때 이발소 여자의 돈 받은 댓가지만 혼자 사는 나에겐 향수가 아닐 수 없었다. 




은은한 여자와 난 쥬스를 마셨다. 뭔가 한약 냄새가 났다.




"무슨 한약 같네?" 


"그래요. 한약이예요" 


"좀 누우세요. 한 이십분 쉬세요. 긴장도 푸실겸.." 




은은한 여자는 내 넥타이를 풀어 주었다. 그리고 내 머리에 입을 살짝 맞춰 주었다. 




"멋지시네요. 부인께선 뭐하세요?" 


"부인?.부인은 뭐..." 


"다들 그러시대 홀아비라고" 


"난 본래 혼자요 본래" 


"그럼..총각?!" 


"딴은 그렇지.^^"




시계가 간다 얼굴이 붉어지고 열이 좀 오른다 


아마도 은은한 여자탓이겠지. 불빛아래 비췬 그녀의 고운 피부와 입술이 눈에 들어 온다. 참 은은한 여자다. 이렇게 이쁜 여자는 본적이 없다. 며칠전 만났던 사촌여동생 민아에게서 풍기는 풋풋함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편안하고 고운 여자다. 평화로운 마을 깃발이 펄럭이고 산소나무 산참나무 바람에 가지를 펄럭이고 그 사이에 나무를 지고가는 나뭇군. 그를 기다리는 외딴 가옥의 아낙의 치마자락은 설렘인데.. 




"기분이 어떠세요?" 


"아주.. 안아보고 싶습니다" 




나는 얼떨결에 그렇게 말하고 말았다. 




"맘대로 하세요 ^^저도 그래요" 




지금이 꿈인가 생시인가 구분이 안됐다. 아마도 여자에 굶주린 내게 다가온 몽상이려니. 벽에 걸린 조명등을 쳐다보았다. 분명 생시인 것 같은데.. 도깨비에 홀렸나..? 


그러나 본래 혼자고 잃어도 나밖에 잃을 것이 없는 놈이니까..




격동하는 나를 주체할 수 없었다. 난 그녀 위로 몸을 덮쳤다. 


아이고! 외마디 비명이 튀어 나왔다. 아이고! 


죽으면 말지. 어짜피. 귀신이면 어때.... 


동물 동물 짐승 짐승 그랬다 그랬다. 사람이 아니라 말초신경에 온몸을 맡기는 세포로 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도 다 그러지 않는가 나도 사람인데.. 짐승으로 돌아갈 때를 인간들은 늘 가장 좋아하지 않는가. 




조명이 갑자기 어둡고 요염해졌다. 빠르게 피가 도는게 분명했다. 


은은한 미인이 무언가 기다리고 있는걸 알 수 있었다. 


여자, 아름다운 여자로의 여행이 시작되는걸까.... 






15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홀아비의 性은 굶주려서 대단할 것 같지만 별로 성능(?)이 좋지 못한 법이다. 세상의 모든 것이 갈고 닦고 써야 제 성능을 발휘하는 것이 이치이고 보면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고 오입도 해본 놈이 잘하게 되어 있는 것인데.. 


정말 아름다운 여자 때문인가.. 


몰라보게 향상된 나의 스테미너에 나도 놀랐고 그녀도 너무 좋아하는 걸 볼 수가 있었다. 




"별일이네. 오늘은 남자 구실 좀 하는구먼" 




속으로 중얼거리며 바람과 별과 더불어 북치고 장고치고 삼현육각에 행차가 나가는디 얼쑤, 마당쇠를 불러서 대감마님을 대신하던 안방마님의 기쁨이 여기 있으렸다. 




"대단하셔.." 




아름다운 여자는 괴소리를 주워 섬겼다. 아마도 새술에 취한 사람처럼 몸둘바를 몰라하는 여자를 바라보는 남자의 감회란 참으로 흐뭇하고 자신감 넘치는 일이 아닌가. 




"참 좋네 정말 좋아!" 


"즐거워요. 이런 느낌을 모른다면 정말 불쌍해요. 난 혼자 안살아 아니 못살아..^^"




동물적 본능에 대한 만족감이 없을 때 사람들은 핑계를 대고 헤어진단다. 성격이 안맞는다는 구실로, 이상이 투합되지 않는다는 빌미로 등을 돌리는 일이 점점 많아지는 세상이란다. 


동물적 찌꺼기를 해소하지 못하여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불륜이라는 죄의식 속에서도 몸을 던졌던 남녀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코큰 사람에 대해 호감을 갖는게 여인네 지정이요. 우람한 체격을 보고 혹시나하는 여자들이 많다지 않는가. 강간에 대한 기대심리가 없는 여자는 없다던데 참말인지 모르지만... 




소금장수가 어느집에 하룻밤 잠을 청하고 인정 많은 쥔부부는 허락을 하는데 단칸방에 외갓 남자와 같이 잘수야. 아낙은 정지(부엌의 옛말)에서 멧방석을 펴고 잠을 청하면서 명주실을 자기 남편 발에 걸어 놓고, 밤에 실을 당기면 나와서 부엌의 정사를 즐기기로 약속 했것다. 헌데 잠자는줄 알았던 소금장수는 잠을 안자고 자는척 하고, 주인은 그만 잠이 들고 말았는데 소금장수 주인 발에 명주실을 자기발에 꿰고 기다리는데 드디어 신호가 오니 굶주린 맹수 소금장수 어둠속을 기어가 일을 치르는데.. 아이고 이건 왠일이여 오늘따라 남편거이 왜이리 기적 같은 힘을 내나. 죽어도 살아도 내낭군, 오로지 오직 내낭군, 초가삼간도 좋고 벽촌 자갈밭도 좋아라. 구름속을 두둥실 절정에서 노래가 하늘을 찌르것다.




이튿날 새벽 소금장수는 일찌감치 길 떠나고 남편께 좋은 반찬을 올리며 어젯밤 일 잘해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디 아이고 이거좀 봐라! 그집 아마도 파산 안됐것나? 




정말 길고 스릴 있고 아름답고 달콤하고 후회하지 않을 정염의 숲에서 아름다운 여자와 난 너무도 서로를 탐닉했다. 




"나 데려가 줘용."




코맹매기소리 




"그럴께 기다려 그리고 어찌해야 되는지 알려줘" 


"그래요. 다음에 오실때 알려 드릴께요. 꼭 기다릴께요. 함께 살고 싶어요" 




이때 은은한 음악이 흘러 나왔다.




"무슨 음악이지?" 


"네, 이제 마치라는 소리죠 뭐 ^^" 


"그럼..?" 


"걱정 마세요. 바로 나가셔서 안내 받으면 되요. 또 오세요. 참 좋았어요. 정말 즐거웠어요"




은은하고 아름다운 여자와 난 헤어져야 했다. 너무 아쉬웠다. 난 그를 꼭 안았다. 몽실거리는 젖가슴과 화기가 있는 체온이 나를 다시 자극했다. 




" 아! 정말 가기 싫어!" 




나는 신음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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