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외로움을 잊기 위해 난 겨울을 ... - 5부

본문

" 아악! 오빠! 이...이제 그만... "




재희는 유일하게 자유로운 두 다리를 위아래로 흔들며 어떻게 해서든지 진호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해봤지만 그에게 잡혀있는 팔만 빠질듯이 아플 뿐이었다. 스커트는 허리까지 말려 올라가 있고 검은색 스타킹은 무릎 근처까지 끌어 내려져 속옷 한장만을 남겨둔 채 진호의 손에 잡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조차 없는 재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다리를 흔들며 애원하는 것 밖에는 없었다.




" 아아아! "




진호는 재희가 어떤 말을 해도 듣지 못한 척 그녀의 엉덩이를 향해 손바닥을 내리치기만 했다. 꽤 오랫동안 계속된 까닭에 한번씩 재희가 불에 달군 철판 위에 앉는 것과 같은 통증을 느낄 때 그의 손바닥도 비슷한 상태가 되어 있었다.




" 흑흑... 잘못했어... 제발... "




진호는 잠시 손을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한손으로는 재희를 붙잡고 다른 손으로 계속해서 엉덩이를 때리는 것도 상당히 힘이 드는 일이었기 때문에 호흡이 급해져 있었던 것이다. 반면에 재희는 잔뜩 힘을 주고 있던 몸을 축 늘어뜨린 채 눈물을 훔치며 훌쩍거리고 있었다. 오른손은 아직 진호에게 잡혀 있기 때문에 매질이 멈춘 지금도 화끈거리고 있는 엉덩이를 문지를 엄두도 내지 못하고 간혹 양쪽 엉덩이에 힘을 주며 조금이라도 아픔을 덜기 위한 노력을 할 뿐이었다.




" 스스로 어른이라고 생각한다며 어른답게 벌을 받아. "




진호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어린아이처럼 울며 저항을 했던 재희의 행동을 책망하는 듯이 말했다.




" 하... 하지만... 아프단 말야... 흑흑... "




" 아프라고 때리는거야. "




진호는 짐짓 냉정한 어조로 말을 하며 그녀의 엉덩이를 덮고 있는 속옷의 아래쪽을 가운데로 모으며 속옷을 벗기지 않고도 엉덩이가 완전히 드러날 수 있도록 했다.




" 오...오빠! "




그의 행동에 놀라 뭔가 말을 하려고 했던 재희는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강도의 아픔을 느끼며 다음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이미 새빨갛게 변해 있는 그녀의 맨 엉덩이와 부딪힌 진호의 손바닥은 날카롭고 높은 -이전의 조금 둔탁했던 것과는 다른- 소리를 만들어 내었다.




" 아악! "








벌을 주는 행위가 끝나고 진호가 재희를 일으켜 주었을 때 크게 울음을 터뜨리며 진호의 품속으로 뛰어든 재희는 한참 동안이나 그의 몸을 끌어안고 있었다. 진호는 긴장이 한꺼번에 풀어졌기 때문인지 벌을 받고 모든 것을 용서 받았다는 안도감에 마음이 놓였기 때문인지 -아마 양쪽 모두일 것이다- 눈물을 멈춘 후에도 온몸에 힘이 빠져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그녀를 자신의 침대에 눕히고 그 옆에 걸터앉았다. 그는 잔뜩 헝클어져 있는 머리카락을 손으로 빗어 넘겨주며 가만히 눈을 감고 그의 손길을 느끼고 있는 재희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 보았다. 조금씩 진정이 되는 듯 그녀의 숨소리가 고르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 오빠 미워! "




재희는 진호의 반대쪽으로 머리를 돌리며 골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




" 재희가 잘못해서 벌을 준건데 내가 밉다고? "




" ...... "




" 그런 생각이라면 좀 더 벌을 받아야겠는걸. "




재희는 진호의 말에 고개를 돌리며 눈을 크게 뜨고 그를 쳐다보았다.




" 그런게 어딨어? "




안정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그것도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매를 맞았다는 사실에 민감해져 있던 그녀의 눈에는 금새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 처음이란 말야! 아직... 우리 엄마한테도... "




" 그래그래, 오빠가 나빴어. 오빠 미워해도 좋으니까 이제 그만 울어. 응? "




진호는 얼굴 가득 미소를 지어 보이며 그녀를 달래기 시작했다.




" 이것봐라. 예쁜 얼굴이 엉망이 되어버렸잖아. "




" 오빠 때문이잖아! "




" 정말... 오빠가 밉니? "




순간 재희는 그녀를 바라보는 진호의 눈에서 슬픈 느낌을 받고 왠지 계속 투정을 부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 흥! 몰라! "




재희는 다시 고개를 돌려버렸다. 진호는 다시 손을 뻗어 천천히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Whenever I"m weary~ from the battles that rage in my head~ "




고개를 돌리고 그를 외면하고 있는 재희의 귀에 나직한 노랫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 You make sense of madness~ when my sanity hangs by a thread~ "




진호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손길은 재희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고 그녀는 천천히 잠에 빠져들었다.




" I will be~ your... man... "




진호는 행복한 얼굴로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잠이 든 그녀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고 일어나 살며시 이불을 덮어 주었다.




" 좋은 꿈 꾸어라. "








[ 어떻게 된거야? ]




진호는 발신자의 이름을 확인하고 전화를 받으며 침착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나 정작 전화를 건 사람은 대답할 생각이 없었는지 수화기에서는 길거리의 시끄러운 소음들만 들려오고 있었다.




[ 여보세요? ]




[ 오빠... ]




억지로 입을 연듯한 재희의 힘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 나... 지금 가도 돼? ]




[ 거기 어디야. 내가 데리러 갈께. ]




진호는 재희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를 향하고 있었다. 만나기로 했던 시간은 이미 2시간이나 지난 후였다. 전화기는 꺼져있고 전혀 연락이 없는 상태에서 안절부절 하고 있던 진호는 재희의 목소리를 듣고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어제밤 그녀의 집 앞에서 작별인사를 하고 헤어졌기 때문에 하루도 되지 않은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조차 없는 진호의 머리속은 온갖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 다친데는 없지? "




진호는 재희의 몸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물었다.




" 괜찮아... "




진호는 담배를 입에 물며 한강 위를 한가로이 떠가고 있는 유람선을 쳐다보았다.




" 후우우우... "




재희는 한숨과 함께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는 진호의 표정을 곁눈질로 살피며 입을 열었다.




" 미안해 오빠. 정말... 잘못했어. "




"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부터 해봐. "




진호의 화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재희는 고개를 푹 숙이며 설명을 시작했다.




" 어젯밤에 엄마랑 조금 다투고 화가 나서... "




지난밤 진호와 헤어져 집으로 들어간 재희는 엄마의 가벼운 몇 마디에 짜증을 내고 말았다. 가뜩이나 헤어지기 싫어 투정을 부리다가 들어온 터라 기분이 나빠져 있던 그녀는 평소 같았으면 웃고 말았을 사소한 잔소리를 듣고 자신도 모르게 화를 내버렸던 것이다. 엄마에게 말대꾸를 하며 대들던 재희는 엄마가 화를 내며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을 보고 다시 집을 나와 자신의 차를 몰고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다. 운전을 하며 휴대폰을 집어 들던 재희는 진호에게 전화를 해봐야 괜히 혼나기만 할 것이라 생각하고 다시 휴대폰을 조수석에 던져둔 채 그대로 고속도로를 향해 달렸다.




" 다들 내편이 아닌 것 같아서... 혼내기만 하고... 그래서... "




재희는 잠시 설명을 멈추고 다시 진호의 표정을 살폈다. 그의 표정은 아까보다 더 굳어져 있었다.




" 그래서? "




" 바다를... 보면 기분이 좀 나아질 것 같아서...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




한참 동안 파도소리를 들으며 기분이 풀어진 재희는 피로가 몰려오는 것을 느끼며 차로 돌아가 운전석 시트를 뒤로 젖히고 몸을 기대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깜빡 잠이 들어버린 재희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시계는 새벽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겨우 진호와의 약속 시간에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차를 몰아 서울로 향했고 겨우 시간에 맞춰 도착할 수 있었지만 톨게이트를 막 지나서 접촉 사고가 나버렸던 것이다.




" 전화라도 했으면 이렇게까지 걱정하진 않았을꺼 아냐. "




" 배터리가 없었어... "




" 공중전화는... 아니다. 그만두자. "




" 화... 많이 났어? "




진호는 고개를 돌려 잔뜩 주눅이 들어 있는 재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재희는 그의 시선을 마주볼 용기가 나지 않았는지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인 채 들고 있던 휴대폰 장식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잠시 그런 모습을 바라보던 진호는 재희에게 다가가 양손을 그녀의 어깨에 얹었다.




" 오빠를 봐. "




재희는 고개를 들어 진호의 얼굴을 보았다. 아까까지 잔뜩 굳어져 있던 그의 표정이 사라져 있었다.




" 다시는 이렇게 걱정시키지 말아. "




그녀는 대답대신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진호는 그런 재희를 힘주어 끌어안았다.




" 오빠... 잘못했어... 다시는 안그럴께... "




자신을 이렇게까지 사랑해 주는 사람에게 몹쓸 짓을 했다는 후회가 밀려오는 것을 느낀 재희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 흑흑... 나... 정말 나쁜 여잔가봐... 흑... "




" 그런 말은 하는게 아니야. 나쁜 여자라면 내가 좋아 할 리가 없잖아. "




진호는 재희를 안고 있는 팔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재희는 그의 품에 파묻고 있던 고개를 들어 진호를 마주보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천천히 서로의 입술을 포개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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