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초록스커트 - 5부

본문

" 자, 가시죠. 이제 됐네요. 다 오셨으니까.."




신입사원 지망생은 나말고 서너명의 남자가 더 있었다. 


난 같은 여자가 시키는대로 수인사를 하고는 우린 도우미의 뒤를 어슬렁어슬렁 따라 나선다. 어디로 가는 건지 무엇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지만 여하간 무언가 미로 속으로 들어가는 비밀스러움과 미지에 대한 기대감이 긴장으로 다가왔다.




" 자, 어서타세요. " 




차는 시내를 빠져 나와 유성쪽으로 간다. 동학사라는 안내표지판이 보이더니 여기저기 동네이름이 스쳐 지나갔다. 어디로 가는걸까...?




"자, 지금부터는 여러분이 안대를 쓰셔야 합니다." 




안대? 도우미들이 나눠주는 안대를 썼다. 무슨 공작을 하는건지. 참으로 이상한 짓거리에 내가 빠져들고 있다는 생각이 복잡하게 내머리에 차오르는게 느껴졌다. 




"아가씨, 어디로 가는거요?" 


"네, 걱정은 안하셔도 돼요. 워낙 저희 회사가 정보에 민감한 회사라서 어느 정도 자격이 되기까지는 연구소 위치를 알려주지 않습니다. 오해하지 마시고 편안히 계세요. 약 30분만 가시면 됩니다." 




안대를 쓰니 찹작한 생각이 몰려 왔다. 


도대체 내 인생이 어디로 가는건지 왜 내가 여기 와 있는건지.. 이 차는 나의 인생과 무슨 관계가 있는건지. 건지건지 무엇이 되는건지 안되는건지.. 


그렇다고 돌아가자고 할 필요는 더욱 없었다. 내게 있는건 몸둥이 하나뿐 거칠게 없는 신세이니 동서남북 어디든 내집 아니며 사방팔방이 어디에도 또한 내집이 없지 않은가..




공기가 좀 차가워지나 보다. 아마도 마음 탓이 것도 같고 실제 상황인지도 몰랐다. 조용히 손을 모아 양손을 만져본다. 쓸쓸한 손. 아무도 잡아 줄 이 없는 손. 나를 위해 누군가 손짓하는 사람은 있을까? 이름을 누군가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있는걸까..




여자들 얼굴이 떠올랐다. 어릴적부터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좋아하고 그리워 했던 여자들은 몇명이나 될까? 가끔씩 잠자리를 같이 했던 여자들을 손으로 꼽아보는 버릇이 있지만 오늘따라 왜 그런 생각이 다시 일어서는건지... 




내가 다니던 효평국민학교- 지금은 폐교가 되어 자연학습장으로 쓰고 있지만- 는 새마을 운동이 한창이던 시절에는 정말 많은 재학생이 있었다. 시골 학교라지만 여기저기 살기 어려워 화전 밭이라도 일구며 살아온 이북 피난민과 산나물을 캐고 나무를 해서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살았기에 조금도 쓸쓰하지 않은 학교였다. 산 돼지도 내려와 감자밭을 뭉개고 산토끼 노루가 안개 속에서 뛰노는 그러한 동네였다. 


사방공사를 하는 봄에는 온동네 사람들이 사태난 산에서 낙엽송과 소나무를 심느라 산판이 하얗고 처녀총각 소년소녀 좋아하는 사람 쳐다보며 히히덕 거리는 재미가 꾀나 있었다. 


그뿐이랴 사람사는 곳이면 늘 염문은 뿌려지는 것. 기억에 남는 스토리가 한토막이 있다.




동네에 귀머거리 한사람이 살았었다. 기억으로는 이름이 천선이라 했다. 마흔정도 돼는 좀은 천치스러운 남자였고 그에게는 몸집이 통통한 아내가 있었다. 지금이야 바짝마르고 작대기 같은 여자가 미인이지만 당시 헐벗고 굶주린 시대에는 엉덩이가 널직하고 가슴이 풍만하고 넉넉한 체골의 여자가 복도 받고 성적 매력도 인정 되는 시대였음을 우리는 기억한다. 


또한 이 부부외에 등장(?)하는 인물은 군대에서 의무병으로 근무하다가 제대한 준걸이라는 남자다. 이 남자가 하는 일은 동네의 아픈 사람들을 적당히 돌봐 주고 조금씩 사례를 받기도 하고, 약도 사다가 주고, 주사도 놔주고 실제는 돌파리 의사이나 동리에서 없어서는 안될 주치의였다. 지금이야 병원에 가기가 쉽지만 의료보험 제도가 없던 때이니 여간 병을 가지고는 병원에 가는게 쉽지 않은 때 였으니 준걸이라는 사람의 역할은 대단 했었다.


어지간한 강골 아니고는 그에게 주사 맞지 않은 사람 없고 동네 여자들 대부분이 애기를 낳을 때면 그가 와서 출산을 도와 주었고, 애기도 직접 받아 주었으며, 죽을 위기에서 생명을 구해 준 일화도 많았다. 고마운 사람으로 정평이 났고 어디에 가든지 그는 대우를 받았었다. 




다만 여기서 짚고 넘어갈 일은 그가 외팔이라는 것이다. 워낙 별중 맞았다는 그는 고기를 잡으려고 친구들과 같이 냇가에 나가 일명 꽝(다이나마이트)을 터뜨리다가 손목을 잃는 변을 당했다고 했다. 손 한쪽이 없어도 주사를 놓는데 귀신같이 놓고 모든 일에서 성한 사람에 뒤지는 일은 없었던 그로 기억이 된다.




그러던 어는날 지나 가는 말을 엿듣는 중에 천선이라는 귀머거리 마누라와 돌팔이 의사 준걸이가 눈이 맞았다는 것이었다. 




13


돌파리 의사와 천선이 부인의 음행을 잘 묘사하는 연사같은 말꾼이 있었다. 초개댁이라고 불리는 여인. 아들도 딸도 없이 남편 일찍 죽고 오늘은 여기서 자고 내일은 저기 가서 밥 얻어먹는 소위 동가숙 서가식하는 여자였다. 동네에 안가는 집이 없고 아무집이나 다 자기집이고 누운데가 잠자는 제 집이라. 


모습이 고릴라 비슷하여 웬만한 남자도 엄두 내기가 어려운 인상이어서 그런지 이제껏 한번도 혼자 사는 여자가 격는 풍문 한번 없는 여자.




그 여자가 어느날 우리집 안방에서 동네 아낙들이 모여서 참새 방아 찧는 소리를 엿들은 적이 있다. 그것도 일부러가 아니고 윗방에서 낮잠 자는데 아낙들 허리 꼬부라지는 소리가 뭔소린가 하고 귀를 대었더니, 초개댁이 그 때 장면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변사가 되고 아낙들은 관객이 된 것이다. 




초개댁이 귀머거리 천선이네 집에서 점심을 얻어 먹고 할일도 없고하여 뒤주방으로 돌아 들어가 낮잠을 청하고 있을 때란다. 




"이봐,. 나 지금 너무 아파 죽겠어. 새뜸 준걸이 아저씨 한테 가서 약좀 가지고 주사 놓으러 오라고 하고 당신은 뒷뜰 밭에 가서 고추에 농약좀 하고 있어. 얼른가, 나 배가아파 죽겠네" 




귀머거리는 눈으로 알아 듣고는 리어커에 농약 통을 싣고 사립을 나서는데 이 여자 뒤통수에다 대고 하는 말 




"찬찬히 빼놓지 말고 농약하고 있으라고. 내가 주사 맞고 몸 풀리면 올라갈테니까 내가 올라갈 때까지 거기서 기다리고 있어. 알었지" 




귀머거리가 가고 난뒤 금새 돌파리가 들여 닥치고 초개댁은 긴장했다. 혹시 소문에 듣던대로 썸씽이 있나해서였다. 초개댁은 급기야 안방이 잘들여다 보이는 뒤주쪽으로 몸을 숨겨 방안을 살펴 보았것다. 허이 얼쑤! 




"어디가 아프셔서 그러시나?" 


"어디가 아프긴 의사가 그것도 몰라..ㅎㅎ" 


"알지 모를리가 있나. 주사 한 대 맞으면 똑 떨어질겁니다.. 햄" 


"뭔 주산디유?" 


"뭔 주사는 뭔주사 살침주사라고 알랑가 모르것네.." 


"하여간 놔봐유" 


"귀머거리 어디갔지?" 


"고추밭에 농약치라고 했슈. 내가 올라갈 때까지 거기 있으라고 했으니까.." 


"알았소. 치료나 잘 해드려야지 뭐" 




초개댁 가슴이 벌렁거려 제가 무슨 죄를 저지르는 것 같이 괜히 아래가 훌쩍거리는데 참말로 과부, 그것도 배 지나간 지 워낙 오래된 땅이니 목마름이 극한데.. 


주사를 놓나 하고 보니 정말 옷을 내리고 여기저기를 만지는데 아이고 이런 치료가 다 있었네 


문고리가 안으로 잠기고 홀랑 다 벗어버린 두사람 꼴좀 보소.




"야, 거시기 거 대단하데. 난생 첨 봤어유. 황소 닮았더라고요. 앉았는데 그게 글씨 땅에 끌리는것 같아. ㅎㅎ" 




풍반 입심반 남자의 거시기를 묘사하는데 정말 자기도 아래가 축축히 흘러서 죽을뻔 했다는거여. 




"아이고, 그년 복도 많지. 그 거시기로 문질러서 안죽것다는 년 있겄어요. 소리소리 지르고 입벌어지고 기겁하더니 난리 지랄하는거여. 정말 나 소리지를뻔 했다닝께" 




변사 초개댁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그 여편네도 대단하대. 뿌연한게 한데 어푸러졌는데 정말 볼만하여요. 신나요. 우리 죽은 애아부지 하고 놀던때가 참 좋았는디 ㅎㅎㅎ" 




모두들 그래서 그래서 하면서 스토리를 재촉하는데.. 


난 청소년기인지라 이해하지 못하는 소리도 있고 알 것도 같고 해서 다음 얘기를 기대했다. 




"한 한시간쯤 쳐부시대. 정말 살만나더구만요. 좋아 죽것나벼요. 부둥켜안고 어쩔줄을 몰라. 아이고 정말 미쳐불것지" 


"ㅎㅎ 정말 그렇것네^^" 




이때 밖에서 기침 소리가 났다. 아버지가 들에 갔다가 돌아오시는 건지 헛기침 소리가 나고. 




"아이고. 낭군 오시네. 잘해보셔" 


우리 엄니에게 하는 말인 것같았다. 




"어서들 가요. 저녁좀 잘 해 주시고 물총좀 맞어봐용ㅎㅎ"




아낙들이 함께 깔깔거리며 일어 난다. 참으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성이란 문 앞에는 동물의 범주에 속하나 보았다. 그날밤 난 어머니가 삼경쯤 사랑방으로 물을 떠가지고 들어가서는 새벽이 되서야 안방으로 돌아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참으로 감수성이 있던 시절의 잊히지 않는 한토막 작은 이야기가 왜 안대속에서 살아 날까..? 혼자 있으면 사람은 동물이 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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