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외전-그녀가 흔들릴 때 - 1부

본문

금요일 오후 5시.


더 이상 일도 하기 싫다. 점심 먹고 들어와서 몇 시간 째 이렇게 인터넷으로 시간만 보내고 있다. 


오늘 저녁은 특별한 약속도 없다. 집에 가봐야 개구쟁이 두 사내 녀석에게 시달릴 것이 뻔하다.




아, 이철민. 나의 청춘이 이렇게 가는가?




네이버 언론사별 뉴스에 눈에 들어오는 글귀가 있다.


‘유럽현지보고 - 한국 IT기술로 세계 금융위기를 넘는다.’


무심결에 클릭한다. 




어! 이런. 


낯익은 얼굴이다. 


혁진 선배다.




#1-2




군을 운 좋게 면제 받았던 내가 미국으로 1년 어학연수 다녀오고 복학하여 대학3학년이 되었던 95년 처음 혁진 선배를 만났다. 나와 두 학번 차이였던 혁진 선배는 마침 군대를 마치고 복학하였고 이 때문에 졸업 때까지 대부분 수업 일정이 나와 비슷하였다. 




180 정도의 큰 키, 다부진 몸, 낮고 굵으면서 매력적인 목소리, 귀티 나고 상냥한 얼굴. 그게 혁진 선배의 첫 인상이었다. 혁진선배와 나는 첫 날 전공수업에서 같은 조로 편성된 되었다.




“니가 철민이구나. 잘 부탁한다. 막 제대해서 나 완전 깡통이야. 하하‘


하며 처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는 혁진 선배 앞에 나는 왠지 주눅이 들었다.




하지만, 혁진 선배는 다른 선배들처럼 후배들을 못 살게 굴거나 권위적이지 않았다. 조 발표 과제도 거의 도맡아 준비했었고, 스터디 모임에도 항상 제일 많이 준비해서 제일 먼저 나타나 기다리는 성실한 모습을 보였다. 영어도 어학연수 다녀온 나보다 더 잘해서 어린 시절 해외에서 지낸 경험이 있는 정원 외 입학대상 인 줄 알았다.


“형, 전에 미국이나 영어권 어디 살 다 오셨어요?”


“나? 하하하 나 완전 토종이야”




그때 내 대학 동기들은 대부분 군대에 가 있을 때여서 주로 혁진 선배들 동기들 틈에 끼여 술도 마시고 미팅도 나가고 하는 때가 많았는데, 술자리 후반부 쯤 갈수록 항상 선배들은 항상 군대 이야기를 많이 했다. 군을 면제 받은 나는 그러한 분위기가 괴로울 수밖에 없었다.




그날은 중간고사를 마치고 그 기념으로 같은 수업을 듣는 과 선후배들이 모여 술을 마셨다. 술자리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술에 꽤 많이 취한 한 선배가 내 머리를 잡으며, 아니 거의 헤드락을 걸며 말한다.




“야, 이 쉬키.. 이철민. 너 면제라며? 완전 신의 아들이네. 이 새끼. 난 좃또 뺑이 쳤어 이 새끼야”


또 다른 선배가 나의 머리를 잡는다.


“야 이 씨바, 이 새끼. 우리가 존나 뺑뺑이 칠 때, 넌 씨바 보지나 주워먹고 다녔지? 이 씨발놈아. 부모 잘 만나서 좋겠다 씨발노마”


사실 이런 소리 듣는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 날도 술취해서 이 선배들이 그러려니 하고 있을 때,




“아니, 이 개새끼들이. 야 이 씨발놈들아. 방위로 세탁병하고, 후방 군사령부에서 장군 운전병 한 놈들이 뭐 씨발 군대타령이냐. 이 개새끼들아. 철민이 저 새끼가 뭐 군대 안 가고 싶어 안 갔겠냐? 몸이 아파서 못 갔겠지? 지는 맘이 편하겠냐? 이 씨발 놈들아? 술 맛 떨어지게 군대이야기나 하고.”




혁진이 형이 술잔을 그 선배들 면상에 집어 던지고 일어났다. 그런 혁진이 행 기세에 눌려 다른 선배들이 한마디 말도 못 했다.




내가 듣기로 혁진이 형은 전방 사단 수색대대에서 꼬박 매복만 하다가 제대했다고 했다. 그런 혁진이 형이 군대이야기를 먼저 하는 적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날 사건 이후로 혁진 선배하고 더 친하게 지내게 되었다. 누나 두 명에 막내였던 내가 정말 친형처럼 의지하고 지냈던 것이었다. 




적어도 그 날까지는...




#1-3


일요일. 


우리과 2년 선배인 수영 누나 결혼식에 갈까 말까 무척 망설이다가 결국 나가게 되었다. 여자 친구인 은주와 얼마 전 헤어져 딱히 할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오래간만에 혁진 선배 만나서 술이라도 한 잔 하려고 했는데, 혁진 선배 모습은 모이지 않았다. 별로 보고 싶지 않은 혁진선배 동기들인 과 선배들만 가득했다.




은주는 계속 전화를 안 받는다. 지난번 채팅으로 만나 유부녀 사건으로 단단히 삐진 것 같다. 아, 씨바 남자가 바람도 한 번 피울 수 있는 거지. 만나게 되면 제대로 빌어야 할 것 같다.




어쩌다 보니 은주네 동네 인근까지 왔다. 집에 찾아가 초인종 눌러버릴까? 아냐, 아직 인사도 안 한 사이인데..


동네 조그만 점포에서 담배를 하나 사서 나오는데, 흰색 아반테에서 여자 한 명이 내린다. 이내 차는 출발한다.




엇! 은주다.


가만, 그런데 저 남자는 혹 혁진선배? 




“정은주!”


뒤에서 부르니 은주는 깜짝 놀라며 돌아선다.


화사한 흰색 원피스를 입고 있는 은주는 뭔가 좀 초라해 보인다. 화장한 것도 그렇고.




“야, 너 왜 전화 안 받아?”


“오빠가 뭔 상관이야?”


“저 놈은 누구냐?”


“오빠랑 나랑 끝난 사이거든? 내가 누굴 만나고 다니든 무슨 상관이야?”


은주는 뛰어서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런 제길..




#1-4




정말 혁진 선배였을까?


아 씨.. 자동차 번호판을 외워뒀어야 하는데..


씨바 기억이 안나네..




토요일 저녁부터 은주가 전화를 안 받았는데, 설마 둘이 자고 들어온 건가? 


머리가 깨질듯 아팠다. 


혁진 선배한테 전화해서 물어볼까?


그러다가 아니라고 하면 뭔 개쪽이야?


몇 번을 망설이다가 결국 월요일은 그냥 보내버렸다.




화요일 오전.


난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혁진선배 사무실로 전화를 걸었다.


다른 사람이 받는다.




“권혁진씨 자리에 안 계세요?”


“오늘부터 싱가폴 출장이십니다. 제가 메모 남겨드릴까요?”


“아닙니다. 언제 돌아오시지요?”


“다음 주 월요일 출근하실 예정입니다.”


“아, 네.. 그 때 다시 하지요”




아닌가? 내가 오해하고 있나?




#1-5




금요일


오늘 차를 가지고 출근했다. 회사 인근 주차장에다 하루 종일 세워두었다. 


이벤트 회사 다니는 친구 놈에게 부탁해서 차 트렁크에 헬륨가스 들어 있는 풍선 30개 모아 두었다. 조그만 플랑카드도 함께.


점심시간에 명동에 있는 롯데백화점에서 조르지오 아르마니 시계도 하나 샀다. 뭔 놈의 시계가 35만원이나 하냐. 




퇴근 후 신촌으로 달려 은주가 일하는 은행 지점 앞에 차를 세웠다. 주차 금지 지역이어서 차에서 내릴 수도 없었다. 


한시간을 기다렸을까? 은주가 나온다.




“야, 정은주”


나를 본 채 만 채 걸어간다. 같이 퇴근하던 언니가 은주를 내 방향으로 밀어준다. 가까스로 은주를 태우고 한강 고수부지로 갔다.




아무말 없이 앉아 있는 은주를 데리고 차 트렁크 앞으로 갔다.


“뭐야, 왜 왔어, 나 집에 갈래‘


“야, 잠깐만 기다려봐” 하며 트렁크를 열었다.




‘은주야 미안해’ 라는 조그만 현수막. 그리고 하늘로 올라가는 30개 풍선.




“은주야, 나 용서해 줄꺼지? 내가 잘 못했어. ”


은주가 아무 말이 없다.




“은주야, 우리 다시 시작하자”


한참동안 땅을 바라보고 있던 은주가 고개를 들며 말한다.


“오빠, 그럼 약속 하나만 해. 나도 오빠 과거 문제 삼지 않을게. 이해할게. 그 대신 내 과거도 묻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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