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광풍폭우(狂風暴雨) - 1부 5장

본문

제 1 장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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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가 친척을 통해 얻은 아르바이트는 비아그라 구입방법공사현장에서의 막노동이었다. 현장에서 하는 일은 목수 아저씨들의 데모도(보조)라고 부르는 일이었다. 못이나 공구 같은 것을 나르는 작은 잔심부름에서부터, 거푸집을 짜는 합판과 각목을 나르는 일까지가 주된 업무였다.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면 땀 냄새가 진동을 할 정도로 일은 힘들었지만 보수가 괜찮았기에 땀을 흘리는 보람이 있었다. 친척 분이 뒤를 봐주시는 데다 후도 붙임성이 많은 탓에 함께 일하는 아저씨들도 잘 대해주셨다.


그리고 저녁에는 일주일에 세 번씩, 세 시간 동안 동네 고등학생들의 공부를 맡았다. 이름만 대도 알만한 대학을 다니는 데다 동네에서 어머니의 입김 덕에 후에 대한 평판이 좋았기에 가능한 일자리였다. 그가 맞은 애들은 고 3 짜리 남학생 한 녀석과 고 2 인 남자 하나, 여자하나였다. 고 2 짜리 사내 녀석이 학교에서 좀 논다는 녀석이라 가끔씩 개기는 통에 신경이 쓰였지만 수업은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한지 보름 정도가 지나자 집으로 성적표가 날아왔다. 후는 성적확인을 하지 않고 내려왔기에 조금은 걱정이 되는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나름대로 노력한 탓인지 4.5만점에 4점에서 조금 모자란 평점이 나왔다. 그리고 며칠 뒤 날라 온 등록금고지서에는 수업료 반액이 장학금으로 면제되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부모님께서는 뛸 듯이 기뻐하셨다. 그의 어머니는 동네방네 자랑을 하시느라 매일 전화기를 잡고 계셨고, 아버지도 술자리마다 그를 불러내 자랑을 하셨다. 그럴 때마다 어른들께서 칭찬을 하시며 용돈을 주셨다. 받는 족족 통장에 넣었더니 얼마 안 지나지 않아 50만원을 훨씬 넘어버렸다.




7월 중순이 되었다. 방학이 시작된 지 한달이 조금 더 지난 어느 날이었다. 그날은 토요일이라 후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 순진에게서 연락이 왔다.




“응 잘 지냈어?”




“나 이번에 그저께 아르바이트 월급 탔거든. 우리 이번에 어디 놀러 가지 않을래?”




“정말? 나도 어른들께 용돈 받은 게 아직 많이 남았는데.”




“잘 됐다. 그럼 쉴 수 있는 날짜 정해서 통화해.”




그녀는 후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어버리더니 그날 저녁에 날짜를 잡아서 통고를 한다. 아무래도 서울보단 내 고향이 피서지가 가까운 관계로 자기가 이리로 내려오겠단다. 대신 자기는 옷가지만 챙겨 갈 테니 장소결정이랑 나머지 준비물은 후에게 떠넘겼다.


그날부터 후는 바빠지기 시작했다. 친척께 얘기를 해 3일간의 휴가를 얻었고, 과외도 일주일에 세 번 하던 것을 다섯 번으로 늘였다. 집에다는 친구들과 놀러 간다며 거짓말을 했고, 어른들께 여쭤 좋은 피서지를 알아냈다.




며칠 후 역에서 만난 순진은 민소매의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이었다. 후는 그녀가 너무 귀여워 깨물어 주고 싶었다. 못 본 한 달 동안 젖살도 좀 빠진 것 같고, 전체적으로 많이 성숙해진 느낌에 후도 괜히 으쓱해졌다. 어쨌거나 둘이는 좋아서 양손을 부여잡고 팔딱팔딱 뛰다가 끌어안다가를 여러 번 반복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버스 시간이 다 되었기에 바삐 택시에 짐들을 싣고, 시외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다시 해수욕장으로 떠나는 버스에 몸을 싣자 순진이는 종알종알 촉새마냥 떠들어댄다. 아마도 얼굴을 보며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았으리라.


차로 두 시간여를 달리니 바다가 보였다. 순진은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바다에 도착하자마자 순진은 짐은 팽개쳐두고 바다에 달려든다. 후는 그런 순진을 멀찌감치 바라보며 짐정리를 시작했다. 우선 텐트부터 치고 어느 정도 짐정리를 끝낸 후, 그도 바로 바닷물에 뛰어들었다. 물장난을 치면서 입은 옷을 그대로 입고 들어온 순진의 옷차림이 맘에 들지 않는다.




“순진아, 수영복은 안 가져왔어?”




“응, 반바지랑 티셔츠만 세 벌씩 가져왔어. 근데 왜? 오호라, 누나 수영복 입은 게 보고 싶었어? 응큼하긴…….”




“에… 거… 그게 아니라……. 옷도 안 갈아입고 물에 들어가길래… 아니 실은 보고 싶었어. 헤헤…”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봐.”




그러더니 그녀가 텐트 쪽으로 걸어간다. 잠시 후 그녀가 수영복을 입고 나왔다. 원피스였다. 엉덩이 쪽에 약간 군살이 있었지만 다리는 예뻤다. 가슴도 약간 빈약한 듯했지만 전체적으로 그녀의 귀여운 이미지와 너무 잘 어울렸다. 후는 잠깐 동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뭘 그렇게 쳐다봐? 수영복 첨 봐?”




“아니 너무 예뻐서……. 잠깐만.”




후도 얼른 뛰어 들어가 수영복을 갈아입고 나왔다. 사실 후는 올 여름을 위해 기숙사에서 아침마다 한 시간씩 운동을 해왔다. 재수할 때 175이던 키가 179까지 자라 있었고, 몸무게는 67에서 72정도로 늘었지만, 몇 달간의 운동으로 군살은 없었다. 키에 비해 어깨가 넓은 편이라 후리후리한 건장함 정도로 표현될 수 있는 몸이었다. 순진이도 그의 벗은 모습은 첨인지라 잠시 말을 하지 못했다.




“뭘 보나? 수영복 첨 보나?”




다시 물장난을 시작한 그들은 튜브를 하나 빌려 파도타기를 하며 놀았다. 한 번씩 그녀의 가슴이나 엉덩이가 후의 몸을 스쳐 갈 때마다 삼각수영복 속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애를 먹기도 했지만 단 둘이서 피서를 온 것은 처음인지라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저녁은 후가 실력발휘를 했다. 라면에다가 이것저것을 넣어 만든 ‘섞어찌게’였다. 밖에서 나와서 먹어서인지, 둘이서 같이 먹어서인지 둘은 ‘맛있다’를 연발하며 두 공기씩 비워버렸다. 함께 설거지를 하니 그들이 마치 신혼부부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텐트가 하나밖에 없다. 후는 잠자리 문제는 어떻게 하나 고민하기 시작했다. 차라리 밤을 새고 싶었지만 낮에 너무 심하게 논 탓인지 눈꺼풀이 너무 무거웠다. 순진도 기차를 타고 내려와서 고생을 많이 한 탓인지 힘들어보였다.




“순진아, 너 먼저 들어가서 자.”




“넌 안 자?”




“난 괜찮아, 바다를 보고 있으려니 호연지기가 샘솟네. 아~~! 한산 섬 달 밝은 밤에~~, 암튼 잠이 안 오네?”




“호호, 난 괜찮으니까 같이 자.”




“알았어, 먼저 들어가서 자고 있어. 호연지기나 좀 기르다 들어갈게.”




순진은 알았다하며 텐트로 들어간다. 후는 바닷가에 돗자리를 폈다. 혼자 앉아 담배를 안주로 캔맥주를 기울이고 있었다. 새벽이 되자 주변엔 온통 연인들과 건수를 낚으려는 무리들뿐이다. 캔맥주가 다섯 개 쯤 비워질 무렵이었다.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저어 혼자 오셨어요?”




처음 보는 여자다. 조명이 등지고 있어 얼굴은 잘 안 보였지만 몸매가 만드는 실루엣은 조각을 보는 듯했다. 후는 좋은 몸매라고 생각했다.




“아니요.”




“예… 저도 일행들이랑 잠시 떨어져 나왔어요.”




그러면서 심심한데 애기나 하자며 후의 옆자리를 차지한다. 후도 혼자 마시기가 뭐해 캔맥주를 하나 건네줬다. 고맙다며 여자도 뚜껑을 열었다. 그들은 한 시간 정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그녀의 이름은 ‘인희’였다. 후보다 두 살이 많았고,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는데 친구들과 함께 휴가를 떠나 온 것이라 했다. 후도 여자친구와 함께 오긴 했는데 텐트가 하나라서 혼자 나와 있노라고 했다.




“그냥 같이 들어가서 자면 되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그래요?”




인희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후를 쳐다봤다.




“보기보단 순진하네요. 참, 난 내일 서울로 돌아가는데 후씨는요?”




“전 모레나 돌아가요. 서울엔 방학이 끝나면 올라갈 거구요.”




“사투리를 안 쓰기에 서울 사람인 줄만 알았어요. 고향이 어디에요?”




“대구요.”




“어머, 나도 거기서 몇 번 놀러 갔었는데…….”




“그러셨구나?”




좀 있으니 그녀는 친구들이 기다린다며 일어섰다.




“서울 가면 한 번 만나요. 연락처 주지 않을래요?”




인희가 묻는다. 후는 얼떨결에 삐삐번호를 불러주었다. 돌아서는 인희를 보며 연락처를 준 것이 맘에 걸렸다. 인희가 떠나도 그는 계속 맥주를 마셨다. 얼마간 시간이 흐르자 이제는 주변에 후 혼자뿐이다. 자다 깬 순진이 후 쪽으로 걸어왔다.




“후야, 안 자?”




“응, 잠이 안 오네.”




“치이… 그런 게 어딨어?”




순진이 후의 뒷켠에 양반다리로 앉더니 후를 안았다. 후도 가슴 앞으로 뻗어 나온 순진의 손을 잡았다. 잠시 후 순진은 그 자세로 잠이 들었다. 한 시간정도 지나자 바다가 붉어져온다. 해돋이를 하려는 모양이다. 후는 순진을 깨웠다. 후도 해돋이는 초등학교 시절 부모님과 함께 본 후 두 번째의 해돋이다. 순진은 처음인 듯했다. 바다가 익을 듯이 붉어지다가 해가 떠오른다. 해가 반 정도 뜨자 하늘과 바다가 온통 붉은 빛이다. 잠시 후 바다는 해를 뱉어내듯이 튕겨 올린다. 장관이었다. 후가 옆에 있는 순진의 눈을 바라봤다. 해돋이가 무드를 잡아 준 탓인지 가만히 순진에게 키스를 했다. 진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키스를 하고 나니 갑자기 졸음이 쏟아졌다. 텐트로 돌아가 누운 후는 바로 골아 떨어졌다.




후가 일어난 것은 순진이 혼자서 아침을 다 해놓고 나서였다. 같이 밥을 먹고 그날도 바닷가에서 장난을 치며 놀았다. 그는 그녀를 위해 모래성을 만들어주었고, 그녀는 후에게 모래찜질로 보답했다. 순진이 모래 속에 누워있는 후에게 장난을 친다. 후의 몸을 덮은 모래로 조각을 한 것이었는데, 하필이면 그 모양이 여자의 누드였다. 후의 얼굴은 잘생겼다고 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는, 약간 나이 들어 보이는 얼굴이다. 그 얼굴에 팔등신의 여자누드는 주변의 장난기 어린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거기다 지나가던 핫도그 아저씨가 가슴부위, 정확히 말하면 젖꼭지 자리에다 서비스로 얹어놓은 케찹은 폭소를 자아내게 만들었다. 그렇게 둘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어김없이 또 밤이 찾아왔다. 후가 또 바깥에서 잘 생각을 하고 있는데 순진이 그 생각을 읽은 듯하다.




“난 괜찮으니까 들어와서 같이 자.”




“아니야, 먼저 자. 오늘도 호연지기를 기르…”




퍽~~!!




“잔말 말구 따라왔!!”




괜히 농담하다 한 대 맞은 후는 순진의 손에 이끌려 텐트에 들어가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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