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광풍폭우(狂風暴雨) - 1부 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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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장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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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 되었다. 캠퍼스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토로하는 데모가 한창이었다. 교문 밖에선 일주일에 이틀 이상을 불심 검문을 했다. 학생증을 가져가지 않으면 교문에서 통과가 되지 않았다. 지방학생이 주민증을 내밀면 운동권 학생으로 오인 받아 한쪽으로 불려가 조사를 받기도 했다. 문민정부라서 교내에 공권력이 침입하는 사태가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교문을 사이에 두고 운동권 학생들과 전경들이 대립하는 모습은 너무나 당연시 되고 있었다.


아무리 나라가 삐걱거려도 동아리 방의 시계는 돌아간다고 하던가? 그동안 소연에는 후의 동기가 여섯 명이 더 들어왔다. 여자 두 명에 남자 네 명이었다. 후와 순진의 관계는 동아리 동기라는 것 이상으로 발전이 없었다. 후도 대쉬한 적이 없었지만 순진도 후에게 쌀쌀한 편이었다. 의외로 순정과 후가 서로 장난삼아 거친 말을 할 정도로 친해져 있었다. 그러는 동안 동기들끼리는 빨리 친해져 갔고 매주 세미나에 참석하면서 점차로 많은 것을 배우게 되어 점점 세미나도 열기를 띠고 있었다.




중간고사가 끝난 시점이 되자 소연은 정기 행사인 춘계 엠티를 가기로 했다. 모두들 배낭을 챙겨 메고 기차를 탔다. 기차간에서 소연 회원들은 달의 기타반주에 노래를 불렸다. 강촌에 짐을 푼 회원들은 점심을 해먹은 후, 족구도 하고, 강가에서 물장난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저녁이 되자 술을 벗 삼아 세미나를 시작했다. 주제는 ‘소나기’였다. 모두들 알고 있는 소설인지라 얘기 거리가 많았다. 슬슬 분위기가 익어갈 무렵, 회장인 3학년 ‘이 천일’이 순진에게 질문을 던졌다.




“순진아, 소녀의 옷에 남긴 얼룩이 뭘 나타내는지 얘기해 볼 수 있을까?”




“음… 자신도 모르게 남겨진 사랑의 생채기 같은 거 아닐까요?”




“좀 약한데… 그건 누구나가 할 수 있는 말이잖아? 우리는 소연이라구. 좀더 그럴싸한 이야기를 해봐”




“예… 그러니까… 음…”




순진이 대답을 못하고 한참을 머뭇거리자 성질 급한 천일이 화가 난 듯 했다.




“내가 아무리 아는 소설이라도 한 번 더 읽고 준비하라고 했지? 최소한 기본은 지키라고 말했잖아. 야! 인이 하구 달이… 니들 맨날 동아리 방에서 뭐하는 거야? 애들 술이나 먹일 줄 알았지, 이런 거 하나 주지 안 시키고 뭐했어? 나중에 OB형들 오셔서 합동 세미나 할 때도 이러면 어떡하자는 거야”




술까지 들어간 천일의 기세는 그날따라 누그러들 줄 모른다. 평상시엔 후배들에게 천사 같지만 세미나에는 남다른 집착을 가진 천일이기에 두 2학년 형들은 대답도 못하고 있었다. 세미나 분위기는 싸늘해지고 있었고, 고개 숙인 순진의 눈엔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 때였다. 순진과 후의 눈이 마주친 것은… 후는 자신도 모르게 순진의 눈을 보며 말을 꺼냈다.




“술에 취한 연인을 바래다주고 난 후 그녀가 매달려 있던 팔에 남은 손자국 같은 거 아닐까요?”




후도 자기가 해놓고도 뭔 소린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순진의 눈이 일순 반짝였다.




“후! 이 자식! 무슨 소리야… 가만… 괜찮은 것 같은데…?”




천일의 화가 약간은 풀린 것 같다. 이에 순진도 후의 눈을 바라보며 말을 꺼낸다.




“술에서 깬 여인은 간밤에 있었던 일을 잡고 있던 손마디로 느껴요. 하지만 남자에 대한 고마움과 아쉬움을 괜한 투정으로 얼버무리고… 애틋한 감정은 그렇게나 힘겹게 잡고 있던 손가락을 바라보는 것으로 달래죠. 다시 한번 더 잡아 보고 싶은데… 용기는 나지 않고… 그런 감정이 묻어 있는 게 아닐까요? 소녀의 얼룩엔…”




순진과 후만이 아는 이야기였다. 중인들 사이에서 둘만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둘의 얼굴이 발개져 갔다. 다행이 술기운으로 느끼는지 다른 사람은 아무도 눈치는 못 채는 듯했다. 다행이 천일에게는 먹혀드는 듯했다.




“그렇지! 이렇게 잘 할 수 있으면서 말이야… 하하, 왠지 술맛이 나는데? 다들 잔 들어! 뭐야? 술이 언제 떨어진 거야? 야! 2학년~~!!”




인과 달이 뒤도 안 돌아보고 달려 나간다. 어쨌건 천일의 화는 완전 풀린 것 같았다. 2학년들이 사온 술도 다 떨어지고 나자 각자 자리를 잡고 잠을 청하기 시작했다. 여자애들도 옆에 있는 작은 방으로 몰려갔다. 후도 동기들이랑 남아서 뒷정리를 했지만 방금 전 일이 생각나 도무지 잠이 안 왔다. 설거지를 대충한 후는 미리 챙겨온 낚싯대를 들고 강가로 갔다.




맘이 싱숭생숭했기에 고기를 잡고 싶은 맘이 달아나 있었다. 하지만 강태공처럼 시간을 낚는다며 바늘 없이 낚시를 드리울 위인이 아닌 후다. 미끼를 매어서 한 대의 낚시만 걸어놓았다. 후가 캐미컬라이트를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지만 한참이 지나도 입질도 없었다. 그가 애꿎은 미끼 탓을 하며 다시 미끼를 갈아 끼우는데 뒤에서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야 이 자식아. 안 자빠져 자고 무슨 청승이냐?”




후에게 욕을 할 여자는 순정뿐이다.




“순정이 너 인마, 오라버니한테 못하는 소리가 없다?”




후가 돌아보니 순진도 같이 와 있었다. 후의 가슴은 두근거렸지만, 애써 태연한 척 농담을 했다.




“어라, 순진이도 같이 있네? 짜식들, 멋진 오라버니랑 같이 바깥에 나오니 잠이 안 오디?”




농담을 던지고 순정을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데, 막상 대답을 하는 것은 순진이였다.




“아니, 고맙단 말을 하고 싶어서…”




후의 심장박동수가 빨라졌다.




‘내 맘을 들켰나?’




어쨌건 후에겐 그 말을 하고 난 순진의 모습이 부끄러운 듯 몸을 이리저리 꼬는 것처럼 보였다. 그 모습이 너무 이뻐 보여 끌어안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그의 입에선 생각도 없는 말이 나간 후였다.




“무슨… 그냥 천일이 형이 너무 화가 나 있어서 그거나 풀어보려 한 거야. 너무 신경 쓰지 마.”




“이 새끼가 사람이 고맙다고 하면 그냥 받아들이지, 뭐 그리 말이 많아.”




순정이 핀잔을 주자 순진의 얼굴이 금새 어두워졌다. 보고 있으려니 왜 그런 말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후의 주둥이는 자신의 심정을 철저히 무시했다.




“생각을 해봐. 안 그랬음 우리 오늘 아직도 천일이 형한테 시달렸을 걸. 난 그게 싫었을 뿐이라구…!”




“후 이 자식… 그냥 멋진 놈으로 남아 있음 안 되냐? 아 짜증나네, 정말…”




“이 기집애가 비싼 술 퍼마시고 어디서 행패야? 행패는…”




괜히 화풀이를 순정에게 해보지만 후도 맘이 편하지 않았다. 순정은 완전 토라졌나보다.




“에이 시팔, 짜증나. 순진인 니가 달래라. 내가 하고 싶은데, 니 낯짝이 짜증나서 여기 못 있겠다.”




순정의 입심에 후도 혀를 내두른다. 순정이 획 돌아서서 숙소로 들어가 버리고 후랑 순진, 둘만 남았다. 왠지 어색했다. 둘 다 한참을 아무 말 못 하고 있었다. 떨고 있는 순진을 보던 후는 아차 싶었다. 남방을 벗어서 어깨에 걸쳐주고 낚시 의자를 당겨 앉게 했다. 그러곤 돌아서서 조금 큰 돌을 하나 들고 와서 그 옆에 두고 후가 앉았다. 그런데 막상 자리를 잡으니 어깨가 서로 닿을 정도였다. 흠칫하며 후가 떨어지자 순진도 어두운데도 귀밑이 빨개져 갔다. 후도 말을 못했지만, 순진도 말을 하긴 어색했다. 후가 다시 일어나 돌을 벌려 놓고 앉았다. 가만 앉아서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려니 후의 몸이 배배 꼬이기 시작했다. 차라리 입질이라도 오면 괜찮으련만… 물고기도 잠을 자는지 코빼기도 안 비췄다.


캐미컬라이트만이 물결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갑자기 순진이 후의 어깨에 기대며 입을 땠다.




“후야, 고마웠어. 아깐 정말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었는데, 니가 도와줘서 살았어.”




“아니야, 니가 다 한거지 내가 뭐 한 게 있다고…”




바람이 불어 순진이 머리칼이 후의 코를 스쳤다. 향긋한 샴푸냄새에 후의 정신이 아찔하다. 후가 순진의 어깨를 감싸 안고 말았다. 순진도 첨에는 깜짝 놀라지만, 이내 가만히 있었다. 이에 후도 용기를 내어 순진이 어깨를 틀어 마주 보게 했다. 그도 어깨를 잡고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고 있었다. 너무 힘껏 잡은 탓인지 순진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손에 힘을 풀자 순진이가 픽하고 웃었다. 둘에겐 정말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 어느 순간 후가 정신을 차리니 순진이가 눈을 감고 있었다. 후가 가만히 입술을 가져갔다. 갑자기 누가 보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그가 사방을 둘러봤다.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후에겐 뭔가 움직이는 걸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찌가 누워서 이리저리 끌려 다니고 있었다. 후가 낚싯대를 잡아채니 묵직한 느낌이 손에 전해져 왔다. 30센티가 훨씬 넘는 붕어였다.




“월척이다!!”




순진도 후가 하는 양을 보더니 꿈에서 깬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핑크빛 분위기는 이미 파토가 났다. 후고 조금이라도 무마해 보려는 맘에 잡은 붕어를 순진의 손에 쥐어 줬다.




“히힛, 선물이야! 오라버님의 마음의 선물.”




순진은 후와 붕어를 번갈아 보다가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호호호, 후야, 내가 너 땜에 못 살아~~~.”




“첨벙”




순진의 손에서 퍼덕거리던 붕어가 손을 떠나 강물로 도망쳐버렸다. 순진이도 고기를 놓치자 놀란 듯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이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아잉~ 후 옵빠아~~~아아, 미안~~~.”




애교를 떠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하지만 이미 찬스는 지나갔다. 할 수 없이 순진이에게 낚싯대하나를 준비해서 손에 쥐어줬다. 그리고 짐짓 과장된 표정으로 한마디 하는 걸 잊지 않았다.




“야! 이순진~~! 너 저 놈 다시 잡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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