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광풍폭우(狂風暴雨) - 3부 2장

본문

제 3 장 볼륨을 높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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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는 다음 주부터 바빠지기 시작했다. 그의 본업은 학생이었지만, 주중에 나흘은 과외선생이 되어야했고, 두 여인과 한 명의 선생을 만나야했다. 무엇이든 열심인 그는 소연의 차기 회장으로 내정되어 점점 자신의 시간이 줄어갔다. 추석이 되기 전까지 하루에 다섯 시간이상 잠을 자 본 적이 없을 정도였다. 그는 아침마다 운동을 거르지 않고 했지만, 체중이 2주 동안 67kg으로 줄었다. 하지만, 그는 불평이나 그런 것을 입 밖에 낼 정도로 나약하지 않았다.


후는 순 시스터즈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평등하게 그녀들을 대해주려 노력했고, 인희는 남는 시간을 할애해 만나는 것으로 하였다. 하지만, 정신없이 돌아가는 바쁜 그의 일상은 그가 신경 쓰지 않아도 세 여인 사이에서 자연스레 중도(中道)를 지킬 수 있게 해주었다. 그의 여인들은 책임감이 강한 그의 몸이 상할까, 좋다는 음식을 구해와 먹여주는 것을 낙으로 삼았다. 그 덕에 그의 체중은 그 자리에서 머물 수 있었다.


순정은 기숙사로 돌아오는 그를 기다리는 것을 즐겼다. 후가 과외를 마치고 돌아오면 일주일에 두세 번은 그녀가 손에 인삼주 등의 약주(藥酒) 종류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날이면 그는 그녀를 데리고 조금 떨어진 곳의 여관으로 데려갔고, 가장 서비스가 좋고 시설이 깔끔한 한 군데에 아예 단골 도장을 찍었다. 그는 한 바탕 정사가 끝나고 난 다음에 그녀가 가져온 것을 마시고 그녀의 큰 가슴사이에 얼굴을 묻고 잠시 잠을 자는 것을 좋아했다. 순정도 그와의 행위에서 오는 쾌락도 쾌락이었지만, 아직까지는 자신의 품에 그가 안겨 있을 때의 행복감이 더 크게 다가왔다. 밤 12시가 다 되어 가면 후는 여관을 나와 함께 택시를 타고 순정을 바래다 준 후 기숙사로 돌아왔다.


순정과 한 번 일을 치루고 나면 공평을 위해 다음 날은 어김없이 순진을 안았다. 그녀는 그를 위해 아버지의 개소주를 몰래 훔쳐내 와선 아침마다 그에게 한 봉지씩 먹였다. 결국 그 일이 어머니께 들켜 호되게 꾸지람을 들었지만, 그녀는 그 짓을 멈추지 않았다. 순진의 집은 엄한 아버지로 인해 10시 이후의 귀가가 힘들었기에 주로 공강시간을 이용해 학교 밖에서 만났다. 그녀는 순정과의 단골여관과는 반대 방향의 여관을 단골로 삼고 거기에서 재미를 보았다. 성에 호기심이 많은 순진은 몸매가 나머지 두 여자에 비해 조금 떨어졌지만, 털도 많았고, 특히 보송보송한 솜털이 많은 곳은 어디에나 강한 반응을 보였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침대 위에서도 그의 부탁을 스스럼없이 들어주었으며, 알 수 없는 소리로 그에게 요구하는 경우도 있는 그녀는 소리도 많이 지르는 편이었다. 그리고 웃을 때 피어나는 양쪽의 보조개와 아래의 작은 구멍은 그를 가장 빠르게 사정하게 만들었고, 그녀 자신도 빠른 진전을 보여 순정보다 빠르게 오르가즘을 알게 되었다. 또한, 뒷물도 두 사람보다 많이 나와 행위를 하는 동안 마찰부가 마른 적이 없었고, 으레 시트까지 적시는 것이었다.


그렇게 주중을 보내고 나면, 그에게 가장 힘든 토요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날은 과외는 없지만, 세 여인 모두를 만나야했기 때문이다. 점심때와 저녁은 순진과 순정을 나누어 만났고, 늦은 밤에는 인희를 만나 인생 공부를 했다. 일요일 아침에는 인희에게 안마를 받았고, 나머지 시간은 운전을 배운다는 핑계로 아반떼를 몰고 드라이브를 즐겼다. 음식을 가리지 않는 그는 드라이브 중간에 인희와 함께 보양식을 아침 겸 점심으로 때웠고, 인희가 그를 학교로 바래다주면 소연 동아리 방으로 돌아와 일주일간 밀린 학교공부를 하는 것이 일상처럼 되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후는 인희에게서 여러 가지 기술(?)을 전수받았고, 다른 두 여인에게 조금씩 써먹고 있었다. 인희는 많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밤일에는 일가견이 있었고, 사회 경험이 많아 후에게 적지 않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후도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실제로도 순 시스터즈는 그에게 더 의지하게 되었다.




세 명의 여인들에게 휩싸인 그에게 최고의 상대를 꼽으라면 그는 주저할 것이다. 연인으로서는 순 시스터즈들 중 하나를 고르기가 힘들었다. 둘 다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었다. 순진은 애교는 많았지만, 제멋대로인 경향이 있었다. 호기심이 많은 그녀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자기주장을 확실히 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최후의 결정권은 후에게 남겨두었고, 그의 결정에는 순순히 따랐다. 그의 고집과 성격을 잘 알기 때문이다. 순정은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는 거침없었지만, 그 앞에서는 순한 양이었다. 순종적인 그녀는 자신의 모든 것을 후가 결정내린 대로 행동했다. 옷도, 심지어는 속옷까지 그가 좋아하는 것만 골라 입었다. 다만, 모든 것을 후에게만 의지하기 때문에 그가 조금 피곤한 점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둘은 후와 동기였지만 한 살 어린 관계로 그의 배려를 받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후는 그들을 동생으로 여긴 적이 없었고, 그녀들도 후를 남자로서 믿음직스러워 했지 오빠라고 여긴 적은 없었다. 그녀들에 비해 세 살이나 많은 인희는 연인이라기보다는 누나 같은 존재였다. 인희는 후가 내린 결정을 따르긴 따르되 잘못된 점을 지적해주는 선생님이었다. 그의 나머지 여인들을 그에게 들어 자세히 알고 있었고, 그런 것을 이유로 그를 힘들게 하지 않았다. 후도 그런 그녀에게 고마움을 느꼈지만, 그녀에게 첫 남자가 될 수 없었음을, 그녀보다 연하임을 아쉬워했고, 그것은 인희도 마찬가지였다.


다시 섹스상대로의 입장만을 본다면, 후는 세 여인을 혼합한 이미지를 떠올렸다. 셋 다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미모를 지니고 있었지만, 육체적인 아름다움은 순정을 으뜸으로 꼽았다. 모성에의 욕구를 자극하는 큰 가슴과, 후배위에서의 잡기 좋은 엉덩이는 감상용으로 뿐만 아니라 실전에서도 유용했다. 침대위에서의 온갖 기교와 능수능란함으로는 인희를 따라올 여인이 없었다. 순정보다 가슴이나 엉덩이는 빈약한 편이었지만, 그리 큰 차이는 아니었다. 어떤 자세에서도 엉덩이를 돌릴 수 있는 유연함으로 그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뽑아내가는 것은 그녀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순진은 그에게 가장 큰 쾌락을 주는 여인이었다. 몸매나 기술은 나머지에 비해 떨어졌지만, 본능적으로 배운 몸놀림과 탄력 있는 그곳은 쭈그러든 그를 다시 일어서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추석을 고향에서 보내고 온 지 보름쯤 지났을 때 후가 순정의 집에 초대를 받았다. 순정의 남동생을 가르쳐 달라는 부탁이었다. 거절하기에는 그의 공평성이 무너져야했다. 어쩔 수 없이 그것을 받아들이기로 한 후는 일요일 온 종일을 인희와 함께 하기로 약속을 하고, 순정의 집에서 토요일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순정의 아버지는 테헤란 로에서 알아주는 중소기업의 대표였다. 아파트 주차장에 있는 97년 형 BMW 7시리즈도 그의 것이었다. 순정의 집에서도 그는 사위 대접을 받았다. 순정의 동생은 고 3이었다. ‘민철’이라는 그 녀석을 보자 순정의 화끈한 성격이 녀석과 많이 싸우고 자란 것이 원인이 되었음을 후는 짐작할 수 있었다. 민철은 누나가 후 때문에 살을 뺀 거라며 놀렸지만, 순정은 후 앞이라 다른 소리를 하진 않았다. 그는 주만의 시간과 순영의 시간을 머릿속으로 정리를 하며 민철의 과외시간을 화, 목, 금에 두 시간씩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돈이 많은 집안이라 100만원을 과외비로 불렀다. 그러나 후는 돈에 크게 관심이 없는데다 친구네 집에 그렇게 많이 받을 수가 없었다. 결국 그가 겨우 사정을 해서 50만원만 받기로 했다.


그렇게 세 개의 과외를 뛰기 시작하자, 순정은 나름대로 기숙사로 덜 찾아왔고, 순진도 덩달아 관계를 가지는 횟수가 줄었다. 그래봤자 일주일에 두 번씩은 따로 그녀들을 만나 회포를 풀어야했다. 그가 차를 사야겠다고 생각한 가장 큰 이유는 순정 때문이었다. 여관비야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녀를 바래다주기 위해 이용하는 택시비가 만만치 않았다. 순진이나 인희를 만날 때도 자주는 아니었지만, 택시를 이용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그가 벌어들이는 돈이 적은 액수는 아니었고, 그녀들도 가끔씩 부담을 했지만 경상도 촌놈은 그녀들의 지갑이 열리는 것을 싫어했다. 돈에 목을 매는 것은 아니지만 쓸데없는 돈을 쓰기 싫어하는 후에게 택시비는 ‘울며 겨자 먹기’와 다름이 없었다. 더구나 이래저래 이동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고, 기숙사에서도 늦는 일이 많아지니 빠른 기동력이 필요해졌다.




그는 세 군데의 과외를 시작한 첫 주 토요일 오전에 순정을 데리고 중고차 상회가 많은 장안평으로 향했다. 중고차 상회에 들른 그들은 여러 차를 보았으나 후가 관심을 보인 것은 92년식 세피아와 같은 연식의 티코였다. 세피아는 운전석 뒤쪽 펜더(후렌다)에 판금한 듯한 흔적이 있었고 가격이 500만원 인 것이 좀 걸렸다. 티코는 외관이 멀쩡했고 실내도 깔끔했다. 가격은 200만원이었다. 후는 자동차 잡지에서 본 중고차 고르는 요령과 시세를 기억해가며 꼼꼼하게 따져 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티코보다는 세피아가 더 맘에 들었기 때문에 그놈을 먼저 살펴보았다. 보닛(본네트)을 여는데 끼이익 하는 소리가 심하게 났다. 그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곧바로 직원을 불러 흥정에 들어갔다.




“세피아, 이 차 얼마까지 해주실 겁니까?”




“보시다시피 차량이 도색상태로 전체적으로 깨끗하고, 흠이래 봤자 운전석 뒤쪽 후렌다 판금한 거 말곤 딱히 집을 게 없죠. 엔진도 멀쩡하고 부품도 올 교환 한 상태라 적힌 가격을 다 받아야겠지만, 학생인 것 같으니까 50만원 DC해드리죠. 이것도 저희 사장님이 아시면 큰일 납니다.”




얼굴색하나 변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 직원을 보며 후는 한대 날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후도 능글맞게 맞장구치기 시작했다. 




“그럼 450만원이네요? 그러고 보니 소모품도 아주 오~~올 교환 했네요?”




“그렇죠? 타이어에 휠까지 싸악 다 새 겁니다.”




후는 웃음을 띤 상태로 엔진룸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그런데 차는 92년 식인데, 엔진에 제조일자가 왜 96년으로 되어있죠? 엔진도 교환 하셨구나. 그러고 보니 볼트도 소모품인가요? 아주 새 거네? 그거 신기하지? 응, 순정아.”




“응. 그러네.”




순정은 차에 대해선 문외한이었으나 후의 낌새를 보니 문제가 있다는 걸 간파했다. 후가 낭창하게 설쳐 대자 자신도 모른 척 신기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후의 말과 행동을 지켜보던 직원은 얼굴빛이 흙색이 되어갔다. 그는 식은땀이 나는지 연신 손수건으로 땀을 훔쳤다.




“아~ 그러고 보니 엔진을 교환했네요. 죄송합니다.”




후는 직원의 사과를 들으며 다시 운전석과 조수석 앞문도 다시 열어보았다. 엔진까지 교환할 정도면 대형사고를 낸 차일 것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앞문까지는 흔적이 남게 되어있다. 역시나 앞문은 두 짝이 다 새것이었다. 후는 짐짓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전면유리도 새 거고, 문짝도 새 거…, 이런 것들도 소모품인가요? 그럼 돈 더 받아야겠네요?”




직원은 거의 사색이 되었다. 후와 순정은 그 모습에 속으로 웃음이 나오려는 걸 참느라 진땀을 뺐다. 하지만 후는 계속 모르는 척했다.




“이거 잠깐 시운전 해봐도 되죠?”




“당… 당연하죠.”




키를 건네받은 후는 순정과 함께 차를 몰고 상회를 나와 청계고가 아래쪽을 타고 청계7가까지 갔다가 돌아왔다. 엔진소리도 깨끗했고, 브레이크도 잘 먹었다. 다만 사고 탓인지 80km를 넘어가자 운전석 옆과 트렁크 쪽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조금 들렸지만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었다. 다시 상회로 돌아오니 사장이 함께 나와 있었다. 후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이 차 얼마에 주실 겁니까?”




이제껏 능글맞던 후가 냉정하게 말을 하자 직원은 우물쭈물 말을 못했다. 곁에서 보던 사장이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신 대답을 했다.




“직원이 실수로 설명서를 잘못 붙여 놨나 봅니다. 김 부장, 자네 일처리가 왜 그런 식이야! 사표 쓰고 싶어?”




작은 상회에 두 사람 밖에 없으면서 사장이니 부장이니 하는 것이 우스웠다. 김 부장이라는 작자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사장님….”




“손님들, 이 차, 사고도 있고 하니까 250만원에 드리겠습니다. 아시겠지만, 이 정도면 잘 해드리는 겁니다.”




그 말을 들은 후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아, 그래요? 이거 정말 고맙습니다. 근데 방금 차를 몰다 보니 느낀 건데 뒤쪽이 이상하던데…….”




그러면서 후가 트렁크 아래로 몸을 숙이고 들어가려 했다. 사장도 낯빛이 바뀌며 후를 저지했다.




“예, 좋습니다. 230만원!”




“잠깐만요. 이거… 이거…, 범퍼는 교체도 안 했네?”




“손님들, 자자 범퍼수리비용은 빼드릴 테니 얼른 계약하시죠?”




후는 10분간 더 그들을 약 올리며 흥정을 했다. 사장은 울상을 지으며 차량 값은 200만원으로 하고 이전비를 받지 않겠다고 하는 데까지 합의를 봤다. 계약서는 후의 주소가 대구로 되어있어 주소지를 서울로 옮긴 후 다시 쓰기로 했다. 후는 통장에서 200만원을 인출해 한번에 지급하고 영수증을 받았다. 영수증에는 이전세를 포함한 가격이라는 명목을 포함시키는 것도 잊지 않았다. 후와 순정이 그들의 애마를 타고 가게를 빠져나오자 둘 다 배를 잡고 웃었다. 순정은 눈물까지 흘리며 웃었다.




“후야, 아니 어떻게 그만큼이나 깎았어? 우리 후, 정말 대단하다.”




“잡지 보면서 중고차 고르는 요령을 좀 본 것뿐이야. 나머지는 임기응변이었지만……. 나도 이놈이 그렇게 까지 많이 다친 놈일지는 몰랐어. 300만원 정도 생각했는데, 직원들 표정을 보니까 더 깎아도 될 것 같더라. 여하튼 사장이나 부장이나 얼굴표정 기억나지? 둘 다 흙빛이 되어가지고…… 하하….”




“맞아, 맞아! 고양이 앞에 쥐 같더라. 그럼 이제 다 된 거야?”




“아니, 보험도 들어야 되고, 차량 등록하려면 할 게 많아. 비용은 과외비가 좀 남아있으니까 그걸루 처리하고…….”




후가 즐거워하자 순정도 마냥 기분이 좋았다. 그는 차를 몰아 둘이 자주 가는 여관을 찾았다. 1층 주차장에 차를 대고 방에 들어서니 그의 시계가 오전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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