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광풍폭우(狂風暴雨) - 5부 6장

본문

제 5 장 젊은 남자




- 6 -




그가 역기와 씨름을 하고 있을 그때, 시스터즈가 계단을 통해 옥상으로 올라왔다. 그녀들은 아직 몸이 성치 않은 그가 운동을 하는 것을 보더니 얼른 달려와 그를 일으켜 세운다.




“후야! 지금 뭐하는 짓이야? 아직 완쾌되려면 며칠 더 있어야 한단 말이야.”




후는 멋쩍은 듯 웃으며 그녀들을 맞았다.




“어… 너희들 왔어? 들어가자.”




후는 그녀들을 방 안에 놔두고 요리를 시작했다. 준비해둔 탕을 끓이고 밥을 지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밝은 후를 보며 시스터즈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지만, 그가 대령해온 꽃게탕을 먹을 때는 행복한 표정이었다. 식사가 끝나자 후는 회와 매운탕을 가지고 와서 술상을 폈다. 시스터즈는 그를 말리려 했지만, 그의 얼굴이 방금과는 다르게 사뭇 진지한 것이라 그러지는 못했다. 그녀들도 그가 결정을 내리려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이다. 그녀들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몇 잔의 술이 돌자 숨 막히는 분위기를 뚫고 후의 목소리가 퍼져나왔다.




“내가 무슨 얘기를 꺼내려는 건지는 너희들도 짐작을 하고 있을 거야. 이제 내 몸이 너희들이 말하는 완쾌는 아니더라도, 우리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할 지 결정할 때가 된 것 같아. 난 우선 너희들의 생각을 듣고 싶어.”




술기운이 든 순진이 먼저 대답했다.




“우리가 어떻게 해주길 바라니? 사실 순정이랑 많이 이야기해봤고, 고민도 나름대로 많이 했어. 그건 후도 그랬을 거야. 지난번에 어머님은 우리 셋이서 잘 알아서 처리하라고 하시더라. 그 얘기를 듣고 막막한 점이 많았어. 하지만, 난 너 포기 못해. 순정이를 만나지 말라고 한다면 니가 무슨 짓을 또 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포기 못 해.”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네가 순진이를 먼저 알았다 하더라도, 나도 너 좋아한 시작은 같아. 순서가 어찌 되었건 나도 니 여자야. 니가 다른 여자랑 그랬다는 것도 알지만, 나한테는 널 잊는 게 더 힘들어.”




그녀들 사이엔 며칠 동안과는 다른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아니 잔뜩 쌓아둔 화약더미 곁에 두고 불꽃놀이를 하는 것처럼 언제 폭발할 줄 모르는 상태라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가 다친 후 며칠 간 그녀들의 약속한 듯이 동시에 나타나고 동시에 사라졌었다. 그를 위한 일에는 항상 같이 움직였으며 비슷한 분량으로 일을 분담했었다. 그것이 그녀들의 질투와 경쟁심에서 비롯된 것임을, 그의 선택을 받기 위한 몸부림이란 것임을 알고 있었지만, 그도 그녀들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는 없었다.




“그럼, 난 어떡해야 하지?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는 말….”




순진이 그의 말을 끊었다.




“아니~! 그건 너한테도 힘든 일이고 아마도 넌 선택을 하기보다 저번처럼 혼자 모든 걸 짊어지려고 할 거야.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너에게 선택을 강요하긴 힘들어. 후가 또다시 다치는 걸 바라지 않아.”




순진이 말은 그렇게 하지만 후가 자신을 선택해주길 바란다는 것을 순정이 모른다면 말이 안 된다.




“그래, 그게 우리 심정이야. 하지만, 난 순진이와는 생각이 조금 달라. 난 첨부터 너랑 순진이의 관계를 어느 정도 짐작했었고, 결국은 내가 끼어든 입장이 된 거지만, 난 알아. 자신의 남자가 자신 말고도 다른 여자를 좋아하고 있다는 기분이 어떤 건지를……. 한 번 겪어 봤기 때문에 난 더 참을 수 있어. 순진이만 괜찮다면 나 계속 니 곁에 머물고 싶어.”




그 말에 결국 순진의 도화선에 불을 붙이고야 말았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후에 대한 것뿐 아니라 친구에 대한 배신마저 서려 있었다.




“순정이, 너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후는 내가 먼저야. 넌 어떻게 내가 있는 걸 알면서도 그럴 수 있니? 정말 친구 맞아? 친구 맞냐고~~?”




순정도 그 말에 잠시 움찔하는 것 같았지만, 이내 평온하게 얘기했다.




“순진아, 니가 모르는 게 있어. 난 후가 널 먼저로 생각하더라도 상관이 없어. 그렇다 하더라도 후는 분명 나한테도 똑같이 대해줄 거야. 그건 이걸 보면 알 수 있어.”




순정은 가방에서 다이어리를 꺼냈다. 거기에는 후와 순정이 데이트를 한 날짜와 장소에서부터 후가 사준 선물, 같이 먹은 음식, 심지어는 관계를 가진 횟수와 행위시의 자세까지 낱낱이 적혀 있었다. 후는 그것을 보며 놀라고 있었지만, 흥분해 있던 순진은 그것을 보며 화가 났지만 그것이 보여주는 것이 뭔지를 모르는 지 아직까지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이게 뭐 어쨌다구?”




“내가 후에게서 이상한 낌새를 느낀 것은 오래 된 거지만, 뒤를 밟은 건 여기로 오기 며칠 전부터야. 그러니까 후가 다치기 한 달 쯤 전부터지. 여길 봐. 내가 후를 만난 날이나, 그 하루 전후로 널 만났다고 적혀있지? 그리고 내가 그 사실을 알기 전에도 후의 낌새가 이상하다고 적힌 날은 어김없이 널 만났을 거야. 너도 다이어리 적어뒀을 것 아냐? 확인해봐.”




그 말에 순진은 급하게 자신의 다이어리를 펼 쳐 순정의 것과 비교를 해보았다. 순정의 말대로 순진의 다이어리에도 그와의 만남이 주를 이루는 내용이 빽빽하게 적혀있었다. 순정은 거기에다 다시 한 번 대못을 박는다. 순정은 청바지를 내리더니 언젠가 후가 사준 야광팬티를 보여주었다.




“순진이 너한테도 똑같은 것이 있을 거야. 이건 내가 지난번에 이거 산 가게에 가서 확인한 거니까 확실할 거야.”




순진은 자신도 바지를 내려 ‘I.O.U."가 선명하게 찍힌 팬티를 내려다보더니 다시 둘의 다이어리를 비교했다. 비슷한 날의 후와의 데이트 코스는 거의 일치를 했고, 약간 날짜가 어긋나는 것이 있어도 일주일 이내로 비슷한 내용이 적혀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섹스를 하는 방법까지 똑같은 것을 확인한 순진의 얼굴은 경악으로 가득 찼다.




“후! 너~~! 너~~! 네가 사람이야~~? 이 나쁜 자식~~!”




“쫙~~!”




순진은 곧장 후에게 달려들어 그의 뺨을 후려쳤다. 그녀는 참을 수 없는 모멸감에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후는 순정의 다이어리를 봤을 때부터 이런 일을 예상한 듯 그녀의 손을 피하지 않았다. 후는 왼쪽 뺨에 화끈함을 느끼며 침통한 표정으로 술잔을 비웠다. 그러는 동안 순정이 순진을 말린다.




“아무리 그래도 후는 아직 환자야.”




“저 자식이 환자야? 아니 환자라도 이걸 어떻게 참으라구~~!!”




“그럼, 나는~~? 나는 어떻게 참았겠느냐고~~? 넌 내 생각 해봤어? 복사기에서 나오는 종이처럼 똑같은 짓을 우리 둘에게 반복하고 있는 저 녀석을 보고 있던 내 심정을 니가 알아? 니가 그걸 아냐구~~! 흑흑…….”




순정의 오열에 순진은 잠시 안정을 되찾았다. 그녀의 눈에는 자신과 똑같은 처지의 불쌍한 친구가 보였다. 어느 새 순진의 눈에도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그것은 동병상련에서 오는 애틋한 감정과, 뻔뻔스러운 후에 대한 배신감에서 오는 눈물이었다. 그녀는 순정을 안아 다독이면서도 표독스러운 눈으로 후를 노려보았다. 순정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계속 이어갔다.




“내가… 어떻게 참아온 줄 알아……? 그런 후가… 우릴 속였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첨엔 나도 정말 얼굴 마주치기도 싫었어. 흑흑~~! 그게 나만의 착각인지는 몰라도 날 대할 때는 진심이란 걸 알 수 있었어. 그리고 순진이 너를 대할 때도 보고 있으면 멀리서도 질투가 날 정도였다구……. 근데 후가 진심이 아니라면 표정에서 분명 티가 나야하는데 그런 건 아니었단 말이야. 후는 얼굴에 그날의 기분이 다 나타나는 애야. 남을 속이기는 힘든 타입이란 말이야. 우습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아니 이런 날 비웃어도 좋아. 쟨 정말 우릴 사랑하고 있었단 말이야. 엉엉~~!”




“순정아~~!”




순진은 순정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도 그와의 기억을 되새겨 보았다. 후의 실체를 안 다음이라 상당히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지만, 그것은 여자로서는 정말 참기 힘든 사랑의 흔적이었다. 그의 따스한 손길, 항상 모든 것을 책임질 줄 아는 듬직한 어깨……. 그녀는 문득 자신도 순정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녀의 어깨에는 여전히 순정의 손이 매달려 있었다.




“나 정말 반쪽이라도 좋으니까 후의 곁에 있고 싶어. 순진아~! 정말 안 되는 거야?”




순정은 친구에게 애걸하기 시작했다. 이제 그녀에게서 자존심이라고는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순진은 순정을 힘껏 끌어안았다. 순진은 이제 자신의 처지도 그녀와 별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알았다.




“쟤, 정말 나쁜 놈이지만, 정말 좋은 놈이야. 나도 안 단 말이야. 그래서 나도 떠나기 싫어. 순정아~~! 엉엉~~!!”




후는 자신의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일이 돌아가자 한 대 맞은 표정이었다. 후는 애써 그녀들을 외면하며 그녀들의 울음이 잦아들 때까지 몇 잔의 술을 더 비웠다. 그의 앞에 놓인 소주가 세 병을 채울 무렵 그녀들이 떨어져 앉았다. 그는 이제 자신이 냉정함을 보여야할 시점이라고 여겼다.




“너희들의 입장은 잘 알았어. 나도 너희들이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어. 하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그의 말에 그녀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잔을 비운 그가 회를 한 점 씹더니 입을 열었다.




“사람 사는 게 ‘인생극장’(당시 모 방송사에서 하던 오락프로그램, 주인공이 인생의 기로에서 둘 중 하나의 선택을 하면 거기에 따른 결과를 보여주는 내용)이니? 어느 쪽을 열고 들어가면 정답이 나오고 반대를 열면 오답이 나오는 거냐구? ‘그래~ 결심 했어~!’ 이 한 마디로 끝나는 거냐구? 너희들도 알겠지만 나도 고민을 많이 했더랬어. 그랬더니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나오더라. 우선 둘 다 내 곁에 남아있는 경우를 얘기해보자.”




그 말에 그녀들의 눈이 반짝였다. 후는 그런 것은 아랑곳 않고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너희들도 나랑 같이 다녀봐서 알겠지만, 남자 하나에 여자 둘이 나오는 야한 영화를 본 적이 있을 거야. 솔직히 말하자면 남자로서 그만한 행운도 없어. 너희 앞에 이렇게 앉아 있는 나도 어쩔 수 없는 속물이니까, 그런 것을 바라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난 너흴 사랑해. 우습지만, 그래. 그리고 난 그런 걸 부러워하긴 하지만 그건 아무리 잘 봐줘도 변태라는 소리를 면하기는 힘들어. 나야 남자니까 주변의 부러움을 살지도 모르지만, 너흰 달라. 잘 들어봤자 미친년 소리 면하기 힘들 거야. 지금이 조선 시대가 아닌 이상에야 더욱 그렇겠지. 어쨌든 난 너희들이 그런 소리를 듣는 게 싫어.”




거기까지 말한 그는 다시 잔을 비웠다.




“그래, 너희가 미친년 소리를 감내한다고 치자. 그럼 나도 너희 둘 사이에서 흔들리지 않고 똑같이 대해주어야겠지? 그건 그리 힘든 일이 아냐.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하라면 평생 지속시킬 수도 있어. 너희들도 처음엔 힘들겠지만, 나중엔 둘이 똑같이 나를 대하려고 노력하겠지. 거기까진 문제가 되지 않아. 그치만, 나중에 결혼문제가 나오고, 애기가 생겨서 호적문제가 나온다면 어떡할 거야? 누구는 마누라고 누구는 동거인으로 남는다면, 거기서 소외된 한 사람은 기분이 어떨 것 같애? 그건 아무리 우리가 잘 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냐. 그러니 좋은 선택이 되리라곤 생각지 않아.


그 다음은 둘 중에 하나만 내 곁에 남는 것이겠지? 너희도 날 지켜봐서 알겠지만, 난 그런 선택을 너희에게 넘길 만한 남자가 못 돼. 그러니 선택을 하라 해도 난 아무도 선택하지 못해. 결국은 너희 둘이서 상의를 해서 한쪽이 남는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그렇게 되면 아까 얘기한 것처럼 떨어져 나간 나머지 한쪽은 어떤 기분일까? 그리고 남은 한쪽도 언제 내가 딴 여자를 만날지 모른다는 걱정으로 평생을 살아가야만 할 거야. 그러니 이 방식도 좋지 않아.


그리고…….”




“후야~~! 그만 말해!”




“그래, 더 이상 이야기하지 말아줘.”




그녀들은 후의 다음 말이 무엇일지를 알아차리고 그의 입을 막으려 했다. 후는 달려드는 그녀들을 뒤로 물리고 다시 술잔을 비웠다.




“끝까지 들어. 아직 내말 다 끝나지 않았어. 그래, 마지막으로는 너희 둘이 나를 양쪽에서 동시에 차는 거야. 물론 너희들이나 나나 모두 힘들 일이지. 하지만, 다른 어떤 것보다 좋은 그림이 나올 수 있어. 우리가 만난 기간이 길지 않아도 정의 깊이는 나도 모를 지경이라 언제까지 상처가 남을지는 모르지만,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야, 그건…….”




청천벽력이 눈앞에 떨어졌다고 해도 저런 표정이 나올까? 그녀들의 표정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말도 안 돼! 그거 거짓말이지?”




“아니야. 난 아무 것도 못 들었어.”




그녀들의 떨리는 목소리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목소리는 차갑기 그지없었다.




“너희들이 뭐라 해도 이게 가장 나은 방법이야. 난 우리가 그냥 좋은 친구로 남아있기를 원해. 이러는 내가 이기적이라고 해도 난 할 말이 없어. 하지만, 나로서는 더 이상 너희를 힘들게 하고 싶지는 않아. 내 마지막 부탁이라 여기고 들어주면 좋겠어.


그리고 순영이 과외는 내가 계속할거야. 그건 부모님들과의 약속이니까……. 대신 순진이의 부탁으로 아버님이랑 같이 일을 하게 되었으니, 순정이 네게도 한 가지 부탁을 들어줄게. 하지만, 우리 관계에 대한 부탁이라면 거절이야.”




후는 그 말을 끝으로 담배를 물고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밖으로 나가는 그의 두 다리를 시스터즈들이 붙잡고 놓아주지를 않는다.




“후야! 순정이가 있어도 괜찮아. 엉엉~~!! 난 너만 있으면 돼. 더 이상 바라지도 않을게. 제발 다시 한 번 생각해줘.”




“엉엉~~! 후가 그런 말은 하지 말아줘. 딴 사람은 몰라도 순진이라면 나 참을 수 있어. 나 아무 소리 안 하고 있을게. 부탁이야.”




“그래! 나도 순정이라면 괜찮아. 나도 친군데 참을 수 있어.”




후는 그녀들을 안아 일으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인희의 일을 경험해본 그는 자신이 빈틈을 보이면 더욱 힘들어짐을 알고 있었다. 그의 눈이 심하게 떨렸지만, 그의 입은 다시 열리고 있었다.




“우리… 어린 애처럼 굴지 말자. 아직까지도 내 설명이 부족하니? 너희들이 내 목숨을 원한다 해도 난 주저 없이 줄 수도 있어. 그건 너희들도 잘 알 거야. 앞으로도 너희들이 원한다면 - 그게 언제든지 - 내 명줄을 놓아줄 수 있어. 하지만, 우리 관계가 지속된다는 것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가는 것과 똑같아.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 있기 전에 너희들이 날 떠나는 것이 최선이라는 내 선택엔 변함이 없어. 이제 다 들었으면 돌아 가줘. 그리고 앞으로 여기에 찾아오는 것은 하지 말아줘.”




마지막 한 마디를 뱉을 때 후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차가웠다. 12월의 매서운 바람도 시스터즈를 흔들지 못했지만, 그의 차가움이 그녀들을 그 자리에 얼어붙게 만들었다. 후는 그런 그녀들을 내버려 둔 채 옥상에 나가 물고 있던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녀들이 힘든 발자국을 떼는 소리가 들렸을 때 그의 눈에도 눈물이 맺혔지만 그는 돌아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들이 계단으로 통하는 문으로 사라질 때는 마지막 모습이라도 각인(刻印)시키려는 듯 그녀들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이윽고 그녀들이 완전히 모습을 감추자 참아왔던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나왔다.




“우아~~~악~~!!”




그는 텅 빈 밤하늘에 대고 고함을 질렀다. 그것은 두 여인을 보낼 수밖에 없었던 자신에 대한 분노요 질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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