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프로젝트 X - 9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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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X 9부




내 무릎 위에 올려진 명옥의 손을 살며시 잡아본다. 부드럽다. 짧은 순간 황홀한 기분이 머리 끝까지 파고든다. 가만히 놔두면 또 다른 일로 전개될까 두려운 마음에 잡았던 손을 무릎위에서 기어 위로 되돌려 놓았다. 




“오빠가 저에겐 전부에요.”


“그래야겠지.”


“아저씨가 저에게 전부였던 것처럼...”


“지난 일을 잊어버려.”


“아저씨한테는 감사의 마음과 원망의 마음이 있어요.”


“화가났나보구나?”


“그래요. 저를 낳은 것은 엄마였지만 키운 것은 아저씨였죠.”


“그건 심성이 착해서 원래 자리로 일찍 돌아온 것 뿐이야.”


“원래의 자리가 뭐죠?”


“인간답게 사는 것.”


“인간답지 않게 살았던 적이 있었나요?”


“꿈을 꾸지 못했잖아.”


“꿈은 어릴 때 이미 조각나 있었죠.”


“그게 무슨 소리야?”


"공부만 잘하면 뭐든지 될 수 있다는 실같은 희망이 전부였던 가난이 있었어요.


붙었던 대학도 포기했죠.“


“공부는 평생하는 것이니까 나중에 다시 하면 되지.”


“졸업장이 채 마르기도 전에 돈 벌어오라고 등 떠밀렸어요.”


“고등학교 나와서 직장 갖기가 어려울텐데...”


“지금 생각하면 비정한 부모였죠.”


“누구나 슬픈 추억은 있기 마련이야.”


“아저씨도요?”


“살다보면 그런 추억이 큰 힘이 될 때도 있단다.”


“오늘 밤은 많이 먹을래요. 흠뻑 취해 버릴정도로...”


“그래. 술이 도움이 된다면 그러렴.”




명옥의 입이 굳게 다물어 졌다. 가슴속에 숨겨진 슬픈 기억을 풀어버리고 싶은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누구에게나 책 한권 이상을 써 내려갈 추억은 있기 마련이다. 어린 명옥을 수렁에 빠뜨렸던 가족사를 모두 듣게 된다면 또 하나의 슬픈 영혼을 감싸줄 수 있겠지만 애정의 방향이 바뀌어 버릴 위험도 있다. 탁이 한테는 죽어도 말못할 비밀스런 얘기일 것이다. 짐승같은 세상을 살면서 짐승만도 못한 가족을 만나는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니까. 




숙의 차가 먼저 정원을 향해 들어가며 옆으로 환한 불빛을 비췄다. 밝은 불빛을 받으며 명옥의 차도 미끄러지듯 정원에 주차되었다. 으르렁 거리는 세퍼트를 다독이는 사이 탁과 명옥은 숙의 안내를 받으며 현관문을 들어선다.




“야, 별장이네요?”


탁은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듯 탄성을 질렀다. 명옥은 거실의 이곳 저곳을 차분하게 구경하더니 뭔가를 발견한 듯 미소를 짓더니 내게 다가와서 속삭였다.




“아저씨, 교수님이랑 동거 중이세요?”


“왜 그렇게 생각해?”


“부엌이요. 혼자 살면 설거지도 하지 않거든요.”


“성격 탓 아닐까?”


“하루 이틀이면 몰라도 나중엔 지저분해지거든요.”




숙의 기척에 명옥은 더 이상의 질문을 하지 않았을 뿐이지만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듯한 눈치를 지울 수 없었다.




“자리에 앉아요. 우선 커피 좋아하는 사람들이니 한잔씩 하고. 명옥이는 요리할 줄 알면 나를 도와서 안주 좀 만들고 남자들은 냉장고에서 시원한 맥주 좀 꺼내다 드세요.”




“교수님, 뭐 비싼 술은 없어예?”




“뭘 드시게? 양주?”




“그래예, 양주.”




탁이 양주 타령을 하는 동안 나는 냉장고에서 시원한 캔맥주 네개를 꺼내와선 탁자에 내려 놓고 그 중 한 개를 따서 마셨다. 갈증이 적시고 싶었다. 목젖을 타고 넘어가는 시원한 물줄기가 다소 흔들리던 마음을 진정시키는 것 같았다. 또 캔맥주를 따서 마시어 본다.




“박사님, 안주도 없는데 너무 급히 마시지 말아요.”




성급하게 맥주를 마셔대는 나를 제지하며 숙은 명옥을 데리고 주방을 향했다. 평소 같으면 안주 없이 얼굴만 마주보며 몇 개라도 마셨을텐데 손님이랍시고 몇사람 있다보니 서툰 음식솜씨로 안주를 만들어 대기 위해 한참 부산을 떨 것 같다. 쇼파에 나란히 앉은 탁과 나는 또 다시 캔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탁아, 뭔 얘기를 하고 싶었니?”


“명옥이랑 살림 차릴랍니더. 어제 밤 애 엄마랑 엄청 싸웠어예.”


“부부싸움 했다고 명옥이를 거론 하는 것은 옳지 않아.”


“확실히 갈라설 준비가 됐으니까 거론하지예.”


“아이들은?”


“제가 키울라꼬예.”


“동의해?”


“기겁하지만 지가 돈 있어예?”


“이혼을 결심할 정도로 애 엄마에게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잖니. 다시한번 재고해 볼 수는 없겠어?”


“행님요. 제가 한 두 살 먹은 언남니꺼. 알밤 수십대 쥐어 박히며 결심한긴데 뭘 망설이란 말입니꺼.”


“그래, 진작부터 너의 결심을 존중해주기로 했다만, 살아온 날들 속에서 너만 의지하던 애 엄마를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구나.”


“웬숩니더. 저 결혼해서 한시도 편치 않았어예. 어찌 애 낳아서 살았지예. 후딱 튀어나오고 싶은 맘이 억수로 많았어예.”


“탁아, 지금 명옥이는 순수하지만 언제까지 너만 바라보며 살 것인지 장담은 못하겠다.”


“냅둬요. 내도 조강지처 싫다고 차버리는 마당에 명옥이년도 내 싫으면 떠나는게지요.”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할 일을 갖고 너의 지난 인생을 모두 버릴 이유는 뭐니?”


“탈출이지예. 마누라 얼굴만 봐도 화가 치민다 아닌교.”


“얘기하기 싫다만 명옥의 몸은 한 때 수많은 남자를 경험했었다. 일밖에 모르는 네가 감당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어.”


“아따, 난 몸은 간섭안할랍니더. 지가 마음으로 나를 따른다 했으니 그것만 믿어야지예.”


“마음도 몸을 따르는 법이야. 평소에는 너를 섬기겠지만 쓸쓸하다 싶으면 너에게 향한 마음이 변할 수도 있잖겠니?”


“행님요. 요즘 스와핑하는 사람도 있다는데 뭔 걱정입니꺼. 난 명옥이 몸뚱이보담 내를 사랑하는 마음에 감동 먹었다 아임니꺼.”


“네 결심이 그렇다면 더 이상은 말리지 않으마.”


“행님 승낙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겠지만서도 고맙슴더.”




탁과 얘기하는 동안 주방에서 안주거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얼음에 채워진 붉은 포도주 한병과 향기로워 보이는 양주 한병이 따라 나왔다. 탁은 술 자리가 대충 갖춰지자 아무렇게나 앉아도 될 것을 내 옆에 숙이 앉도록 하고 내 앞에는 명옥이를 앉히고 자신은 숙의 앞에 앉는 배열로 바꿔놓고 나와는 대각선 방향이 되도록 했다. 숙과 명옥의 잔에 약간의 포도주를 따라주고 탁과 나는 그라스에 넘칠 정도로 양주를 부어 놓았다. 집에서의 첫 모임을 자축하는 뜻에서 네 사람은 가볍게 잔을 부딪히고는 각자의 잔을 입술에 살짝 댔다. 모두 개성이 뚜렷하여 함께 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지만 몇차례 만나는 사이에 허물없이 지낼 수 있는 가족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를 향해 알아들을 수 없는 수많은 언어들이 공간을 가득 채울때까지 얼마나 많은 잔들이 부딪혔는지 모른다. 명옥의 머리가 스르르 탁의 어깨에 닿고 있었다. 남자들은 몇 번의 전작이 있었던 관계로 상당히 취해 있었으므로 말이 무뎌지고 눈꺼풀이 자꾸 내려앉고 있는 것을 억지로 붙들어 매고 있었을 것이다. 숙도 머리를 내 어깨로 기울이는 편안한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눈은 떠 있으되 말귀는 알아들을 수 없는 정도로 취기가 올라왔지만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려고 가끔은 목을 꼿꼿하게 세워볼 뿐 서서히 정신을 놓고 있었다.




“교수님.” 명옥이가 숙을 불렀다.


“언니라고 불러도 돼.”


“언니, 박사님 참 좋은 분이죠?”


“내 삶을 눈뜨게 해준 분이지.”


“저도 박사님이 아니었다면 이 자리에 없었을꺼에요.”


“명옥이에게도 좋은 분이셨어?”


“그런 뜻이 아니라 수렁에 빠진 저를 건져 줬다는 말이에요.”


“어떻게 건져줬는데?”


“제가 뭘하던 사람인지 모르시죠?”


“응, 탁과장의 애인 정도로만 알고 있지.”


“박사님이 아무말씀 안하셨어요?”


“남 얘길 도통 안하는 분이니까.”


“저, 사실 룸싸롱에서 일했었어요. 직업 여성이었죠.”


“그래? 힘들었겠네?”


“모두 그렇게 사니까 다르게 사는 방법이 있는 줄도 몰랐어요. 매일 바뀌는 남자들을 상대했었죠. 언니가 상상할 수도 없는 수모스러운 일들의 연속이었으니까요.”


“박사님이 어떻게 도와줬는데?”


“마음속의 상처를 치유해 주셨어요.”


“저 양반은 로봇밖에 모르는데 언제 의사가 됐었지?”


“전 진심으로 박사님을 사랑했었어요.”


“그런 얘길 지금 왜 하는데?”


“그런 저를 한 번도 알아주지 않으셨으니까요.”


“무뚝뚝한 양반이었네.”


“몇번이나 박사님 앞에 섰었지만 항상 외면하셨어요.”


“그런데 탁과장하곤 어떻게 된거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주라며 오빠한테 저를 맡겼었어요. 제가 오빠를 유혹했지요. 부인이랑 이혼하고 저랑 살겠다고 난리에요. 전 가슴이 아파 죽겠어요.”


“원하는 바 아니었어?”


“원해요. 절실하게 원하고 있어요. 하지만 저 때문에 한 가족이 파탄날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아요.”


“훌쩍 떠나면 되지 않아?”


“못견딜 것 같아요. 이미 사랑을 알아 버렸으니까요.”


“명옥이는 진심으로 탁과장을 사랑하는거야?”


“그래요. 제 영혼으로 맹세할 수 있어요.”


“그런데 박사님 얘기는 왜 하는데?”


“박사님의 사랑을 한번만이라도 받고 싶어요. 저를 새롭게 태어나게 해 주신분에게 드릴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이제라도 잘 살면 그게 보답일꺼야. 뭘 바라고 사는 분이 아니니까.”


“처음부터 그랬어요. 항상 지켜만 볼 뿐 안아들이지 않던 분이었으니까요.”




명옥의 볼에선 눈물이 두 줄기 흐르고 있었다. 숙은 내 어깨에 기대던 머리를 들고 명옥의 볼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잠시 일어섰다. 무엇인가 압박하던 무게가 사라지면서 잠시 눈을 뜨는 듯 했지만 이내 코를 드르렁 골면서 다시 잠에 빠져 들었던 것 같다.




“일어나서 침대 위에서 자요.” 숙의 목소리가 귓전에 들리는 듯해서 실눈을 겨우 떠 봤지만 사물을 분간할 수가 없다. 대각선상에 있었던 탁이 자리에 없는 것 같은 느낌만 겨우 들었을 뿐이다.




“명옥아, 박사님 좀 같이 부축해서 침대 위에 눞히자.”




명옥과 숙은 내 어깨를 서로 부축하며 일으켜 세우더니 끌다시피 안방 침대로 옮기기 시작했다. 가날픈 두 어깨를 느낄 수 있었지만 눈을 뜨고 싶지 않았다. 피곤하고 졸립다는 생각 뿐이었다. 가까운 거리를 옮기는데도 한참 걸리는 것 같더니 내 몸은 앞으로 꼬꾸라지 듯 침대 위로 쓸어졌다. 보드라운 손이 몸을 다시 뒤척이며 바로 눞히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 힘에 못이겨 몸이 돌아선 것 같았다. 순간 보드라운 어깨가 사라졌다는 사실에 허전한 마음이 파고 들었다. 허우적 거리며 두 팔로 공중을 헤맨 것 같다. 어느 한 팔에선가 보드라운 어깨가 잡혀들었다. 또 다른 한 팔의 허전함이 여전했으므로 계속 공중을 헤매고 있었다. 아쉬운 또 다른 어깨를 찾아 헤매던 끝에 나머지 어깨를 느끼는데는 한참의 시간이 지난 것 같았다. 나는 두 팔을 가슴에 안아 들었다. 향긋한 머리향이 코 끝에 진하게 전달되었다. 두 팔에 안겨진 각각의 어깨를 바짝 조이며 깊은 나락에 빠져 들었다.




목이 마르다. 눈을 떠 보니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이었다. 가슴을 짖누르는 무게 때문에 답답하기도 했다. 왼쪽 가슴에 숙이 고개를 파뭍고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오른쪽 가슴에는 명옥의 새근 거림이 들리는 듯 했다. 양 가슴에서 깊은 잠에 빠져버린 두 여자의 각기 다른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곤혹스러워 하는 숙의 얼굴과 행복이 가득한 명옥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며 살며시 그들의 사이를 빠져 나왔다. 냉장고에서 차가운 물을 한컵 따라 마시고 탁과장이 잠들어 있을 방문을 기웃 거려본다. 문간방 침대 위에 탁이 널부러진 채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더운 여름이지만 새벽 바람에 감기라도 들까봐 얇은 이블을 꺼내 잠자는 그의 몸에 덮어주곤 방문을 살짝 빠져 나왔다. 침대 위엔 두 여자가 처음 모습대로 어설픈 잠에 빠져있었다. 명옥의 몸을 살짝 흔들었다. 잠시 눈을 붙이더라도 편안한 자세가 필요하다. 새우잠에 빠지다 보면 아침에 어깨와 목이 결려 힘든 하루가 될 것 같았다. 명옥은 몸을 흔드는 느낌에 살짝 눈을 뜨더니 나를 발견하곤 입을 벌려 뭐라고 얘기할 듯하였다. 나는 그녀의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 아무런 소리도 내지 말 것을 주문했다. 명옥은 비스듬히 누웠던 침대에서 일어서며 나를 빤히 쳐다봤다. 그런 명옥을 데리고 안방을 빠져 나왔다. 발소리를 죽이며 명옥을 탁이 있는 문간방으로 들어가도록 안내하며 방문을 열어 주었다. 방안을 살짝 들여다본 명옥은 미소를 지으며 활짝 웃고 있었다. 어서 들어가라고 소리죽여 말했지만 그녀는 계속 웃고만 있었다. 그녀를 뒤로 하고 다시 안방으로 조심스런 발걸음을 띄우고 있었는데 갑자기 허리를 안아들어오는 힘을 느끼고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명옥은 두 팔로 나의 허리를 바짝 끌어 당기며 더 이상의 발 걸음을 용납하지 않았다.




“왜 그래?”


“박사님, 한 번만 안아줘요.”




애원하듯 속삭이는 명옥을 위해 옮기던 발걸음을 멈추고 자세를 바로하여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들였다. 촉촉한 입술이 이내 까칠한 턱을 지나 두툼한 입술을 덮어 버렸다. 숨이 막힐 것 같았다. 두 팔이 축 늘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시 힘을 주어 명옥의 허리를 잡았다. 비음 같은 낮은 소리가 나며 그녀의 몸이 더욱 다가왔다. 토실한 젖무덤이 얇은 여름 옷을 통해 느껴졌다. 단단하게 성난 유두가 톡톡 치며 가슴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명옥의 두 두리가 살짝 벌어지며 내 허벅지를 감싸는 것 같더니 어느새 섬세한 손바닥이 내 물건 위를 더듬기 시작했다. 거친 숨을 참을 수가 없다. 벌어진 그녀의 은밀한 곳에 손바닥을 문질렀다. 팬티 위로 까칠한 털의 저항을 느낄 수 있었다. 몇 번인가 비음이 터져 나오고 있었지만 마주 선 자세에서 두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애무는 계속 되고 있었다. 탁이 잠자는 방문을 몇 번이나 쳐다 봤지만 그는 미동도 없이 잠에 빠져 있었다. 안방의 인기척에 귀 기울이며 이 사태를 어찌할까 난감해지고 있었다. 부풀어 오른 물건의 압박도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다. 명옥의 사타구니는 물주머니가 터진 것처럼 흥건히 젖고 있었다. 단지 물건을 삽입하지 않았을 뿐이지 그녀의 영혼은 온통 내게 쏠렸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만하자. 너랑 탁이랑 결혼한다며.”


“그래요. 하지만 한번은 박사님의 완전한 여자가 되고 싶어요.”


“그런 약속 불이행이야. 나랑 관계한 명옥을 탁이 사랑할 수 있겠니?”


“말했어요. 저의 소망을 오빠에게 몇 번이나 말했어요. 오빠도 진정으로 저의 소망을 들어주고 싶다 했어요.”


"알수 없구나. 나는 절대 내 여자를 남에게 주지 않는단다.“


“저를 가져주세요. 딱 한번만.”


“너를 가지면 넌 내 여자가 된단다. 그런 너를 탁에게 줄 수 없을텐데 어쩌려고 그러는지 모르겠구나.”


“예외도 있는 법이에요. 탁 오빠가 허락한 일이니까요.”




명옥의 몸이 점차 뜨거워지고 있었다. 혼란스러운 현재의 상황을 탈출하려는 나의 의도와 는 달리 그녀의 몸은 자꾸 밀착되고 있었다. 몇 걸음을 피했는지 모른다. 어쩌면 안방에 누워있는 숙의 모습을 보면 화들짝 놀라 태도가 바뀔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에 의지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허리를 살짝 안아주며 뒷걸음 치듯 안방 문턱을 넘어섰다. 명옥의 행동은 숙이 볼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갖기는커녕 그치지 않는다. 난감한 일이다. 뒷 걸음치며 침대위에 잠시 걸터 앉으며 누워 잠자는 숙의 어깨를 꼭 껴안아 들이는 자세로 침대 위에 누워버렸다. 숙은 거친 호흡을 한번 하더니 나의 격렬한 포옹을 받아들인다. 어깨며 등이며 허리며 엉덩이까지 숙의 몸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어느새 숙의 손도 부풀어 오른 내 물건 위에 올려지는가 싶더니 살짝 흔들어 대기 시작한다. 눈을 감고 있었다. 명옥의 도발적 행위를 자제 시키기 위해 숙의 몸을 탐하는 내 마음도 모른채 숙의 손은 물건을 쥐었다 풀렀다 하며 위아래로 흔들어 대고 있을 뿐이다. 등 뒤에선 뜨거운 입술을 가진 명옥의 공략이 계속 되고 있었다. 상상도 못해봤던 두 여자의 뜨거운 공격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등 뒤에서 명옥의 손이 자꾸 바지를 벗겨 내리고 있었다. 앞 가슴을 파고드는 숙의 뜨거운 입술 때문에 웃옷도 여지없이 허물어지고 있었다. 발가벗겨진 내 육신을 파고드는 뜨거운 손길을 뿌리칠 자신도 없었다. 자세를 바로하고 두 여자의 머리 밑으로 팔을 넣었다. 힘을 주어 두 여자를 가슴 위로 끌어 당기며 서로의 얼굴을 바라 볼 수 있게 했지만 행동이 저지 되기는커녕 흥분에 들뜬 달뜬 호흡 소리만 거칠게 들릴 뿐이었다. 나는 숙의 치마를 걷어 올렸다. 미끈한 애액으로 흥건한 그곳의 계곡 선을 따라 손바닥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명옥의 바지는 어느새 벗겨져 있었다. 또 다른 손으로 그렇게 노출된 계곡을 따라 움직임을 시작했다. 동시에 두 여자의 계곡을 헤메는 손 맛이 짜릿하게 느껴졌다. 가슴 깊은 곳에 탁에 대한 미안함이 스물거렸지만 지금의 느낌을 압도할 수는 없었다. 숙의 팬티를 내렸다. 찌그덕 거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흥분된 것 같았다. 명옥을 살짝 밀쳐내고 그런 숙의 몸에 올라탔다. 거친 말이 달리고 있었다. 갈기를 휘날리던 말은 기수를 떨구고 말겠다는 듯이 마구 요동치고 있었다. 달리는 말 갈기를 꼭 붙들지 않는다면 기수는 바닥에 나뒹굴고 말 것 같았다. 예전과 다른 거친 몸놀림에 환희가 극에 달하고 있었다. 몇 번인가 자궁 끝까지 좆을 박아대며 성난 말을 달래주었다. 거친 숨소리를 내던 말은 길들여진 것처럼 이내 순종하며 깊이 박힌 끝 맛을 음미하기 시작했다. 쌍두마차는 한 마리만 다스리면 기울어지기 마련이다. 이내 명옥의 벗은 몸 위로 옮겨탔다. 탁을 생각하던 마음은 가슴속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았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달리는 말은 자궁까지 파고드는 뿌리에 희열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여린 가슴을 가진 명옥의 몸을 가진 것이다. 숱한 남자의 흔적을 지워가면서도 또 다른 기억을 위해 자신을 던져 버린 것이다. 새벽이 아직 깊었다. 나는 숙의 몸과 명옥의 몸을 번갈아 올라타며 새벽을 끝내는 칼날같은 햇살이 등줄기에 꼿힐 때까지 두 마리의 말을 길들이기에 여념이 없었다. 엄청난 양의 정액을 숙의 몸 속에 뿌려댔다. 나머지 정액도 한방울 남김 없이 명옥의 몸 속에 깊이 뿌려댔다. 두 여자는 울고 있었다. 샤워기에서 뿌려대는 시원한 물줄기를 맞고 싶었다. 침대에서 일어선 나는 두 여자의 울음을 무시한 채 샤워기의 물줄기에 온몸을 맡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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