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백수들의 수다 - 프롤로그

본문

백수들의 수다




fade in.




#1. 한적한 호프집 - 저녁


손님이 거의 없는 한적한 술집. 오직 테이블 한 곳만이 사람들로 분주하다. 서너 개의 안주와 함께 생맥주 잔이 가득 놓인 가운데, 양주병도 보인다. 담배 연기가 피어오르고 정로, 일어선다. 나머지 일행 6명의 시선이 그에게로 쏟아진다. 순간, 정로의 맞은 편 여자가 옆에 앉은 애인에게 귓속말을 건넨다. 정로에게 나갈 길을 터주던 혜식이 서둘러 생맥주 잔을 건네면 망설이다가 급하게 마신다. 정로가 호프집을 떠난 뒤로 몇 순배의 술잔이 돌만큼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손님은 그들이 전부다.




= 마공생 : 야, 혜식아! 정말 없어도 너무 없다는 생각 안 드냐? 저기 날아가는 파리 봐라! (턱짓으로 기철수를 가리키며) 노바네 가게가 문 닫으면 다음부턴 어디서 만나냐?


= 최혜식 : 노바가 언제 손님 신경 쓰는 것 봤어? 꼼생이(마공생) 니가 걱정 안 해도 여기 호프집 망할 일 없으니까 안심 붙들어 매라!


= 기철수 : (양주 한잔을 마신 뒤) 햐, 꼼생이 너 많이 컸구나! 형님 걱정을 다하고……


= 황주명 : 짜슥들! 꼼생이가 공무원 됐다꼬 벌씨러 배가 아프나? 유치하구러, 고마 치아쁘라.


= 송아름 : (귓속말, 그러나 모두에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오빠 친구들, 너무 과격해! 나, 무서울라 그래!


= 마공생 : (귓속말, 그러나 다 들으라는 듯 제법 큰 소리로) 괜찮아. 모두 좋은 친구들이야. 요즘 경기가 바닥이라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그러니까, 우리 자기가 이해해!




일행 모두 ‘우리 자기’라는 말에 공생과 아름을 흘겨본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 황주명 : 꼼생아! 니 취직턱 내는 거이까내 참는다마는 너무 눈꼴시러버도 좀 글타 아이가? 고까이만 해라!


= 기철수 : 주명이가 웬일이야? 남의 연애에 태클을 다 걸고……


= 최혜식 : 야 노바야! 안 그렇게 생겼냐? 아까 정로 가기 전부터 둘이서 쑥덕쑥덕하더니만, 여태 저러잖아. 어지간해야 참고 봐주지!


= 기철수 : 참, 정로는 무슨 일인데 일찍 떴냐?


= 최혜식 : 오늘, 야간이잖아. 몇 달 전에 딸 낳고서는 더 지독하게 일하잖아.


= 기철수 : 하여간…… 그래서 결혼은 무덤이라니까! 혼자 즐기기에도 모자란 인생인데, 뭐 하러 애새끼 낳아가며 아등바등 살아가는지? 좆빠지게 일해 봐야 그거 다 말짱 도루묵이라니까……


= 황주명 : 노바 니가 인생이 월매나 좆같은지 우째 알것노? 돈 많은 부모 덕에 사장님 소리 듣지, 꼬라지가 반반해 가시나들이 줄줄 달려들지…… 우리 같은 떨거지 인생들 하고는 차원이 다른 기라……


= 박현택 : 주명아! 그 떨거지에서 나는 빼주라! 나도 베이커리 사장님 소리 들을 날이 멀지 않았다.


= 마공생 : (귓속말로) 아름아! 쟤, 동네 빵집 아들인데, 지금 학원 다니며 빵 굽는 기술 배워.


= 박현택 : (맥주를 홀짝이며 한 입 가득 안주를 삼킨 뒤) 아름 씨! 아니, 제수씨! 꼼생이가 뭐라고 했는지 몰라도, 제가 조그마한 동네 가게에 만족할 놈이 아닙니다. 이래봬도……


= 최혜식 : 또 복권 얘기냐? 질리지도 않아? 그만하면 포기할 때도 된 것 같은데……


= 박현택 : (단호하게) 무슨 소리…… 인생은 한 방이야! 로또 복권에 당첨만 되면, 빌딩 통째로 베이커리 가게를 열 건데…… 두고 봐! 인간 박현택, 시시하게 살진 않을 거야.


= 기철수 : 맞다 맞아! 시시하게 살다 가느니 안 태어나고 말지……


= 최혜식 : (비아냥거리며 혼잣말로) 놀고들 있네! 어느 미친 복권이 너한테 헛다리짚겠냐? 노바 너도 마찬가지야. 어느 미친 여자가 너한테 돈다발을 덥석 안겨주겠냐?




공생과 아름, 여전히 귓속말을 속삭인다. 철수는 여자 둘이 앉은 테이블에 서비스 안주 등을 건네주며 작업에 들어가고, 나머지 혜식 일행들은 다소 권태로운 표정으로 술을 마신다.




= 박현택 : 그런데, 주명이 너는 오늘 장사 접기로 했냐? 아까부터 웬 술을 그렇게 마셔?


= 황주명 : (약간 혀 꼬부라진 소리로) 씨팔, 인생이 시시하다며……?


= 최혜식 : 주명아, 천천히 마셔! 술하고 원수졌냐?


= 황주명 : 당연히 웬수졌지! 웬수 놈의 술, 악착같이 마셔 없애야지.


= 기철수 : (자리에 앉으며) 그새를 못 참아 또 들이붓기 시작했네! 주명아, 여기는 내 가게니까 취했다고 꼬장부리기 없기다!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핸드폰을 들고) 저번 포장마차처럼 난장판을 벌리면 이 노바가 경찰에 후다닥 신고할 거니까, 그렇게 알아!


= 황주명 : (맥주잔을 잡은 손에 힘을 주며) 하여간 친구라는 새끼들이 더하다니까…… 기분 좆같으면 확 뒤집는 수가 있어!


= 최혜식 : 이거 분위기 왜 이래! 노바가 농담한 걸 가지고 주명이가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네……


= 박현택 : 그래, 주명아! 뭐 그까짓 농담에 발끈하고 그러냐? 너답지 않게……


= 황주명 : (다시 한 잔 가득 들이킨 뒤) 나답지 않다고 그켔나? 그라믄 뭐가 나다운 건데? 배추 사이소, 오이 사이소! 아줌마 이거 떨이로 가져가이소! 시장통에서 요래 주딩이 나불거리는 게 ‘주명이답다’ 카는 거가?


= 기철수 : 너무 오바하지 마! 술 좀 적당히 마시라고 그랬지, 언제 주명이 너 욕했냐?


= 마공생 : (벌떡 일어서며) 진정들 해. 이러다가 진짜 싸움 나겠다. (잠시 사이를 두고, 아름을 쳐다본 뒤) 시간도 많이 지났고, 술도 어지간히 했잖아. 다음에 다시 날 잡아서 거나하게 한 잔 더하기로 하고, 오늘은 그만 마시자!






#2. 모텔 방 안 - 불이 켜져 환한


둥근 원형 침대에 알몸의 공생과 아름이 누워 있다. 둘의 키가 거의 비슷하다. 침대 바닥에는 옷가지들이 널브러져 있고, TV 화면에선 국산 성인 영화가 질펀한 장면을 연출 중이다.




= 마공생 : (아름의 머릿결을 쓰다듬으며) 우리 자기, 오늘 힘들었지?


= 송아름 : (와락 안기며) 으응! 오빠는 안 그런데, 친구들은 왜 그래?


= 마공생 : 어떻던데……?


= 송아름 : (공생의 젖꼭지를 살짝 건드리며) 너무 거칠고, 매너도 없고, 그냥 동네 건달들 같아……


= 마공생 : (크게 웃으며) 뭐 그 정도는 아니고, 좋은 놈들인데 요즘 백수처럼 지내다보니까 그럴 거야.


= 송아름 : 그런데, 오빠……?


= 마공생 : (아름의 젖가슴에 살포시 손을 얹으며) 왜, 우리 자기 뭐가 또 궁금해?


= 송아름 : (망설이며) 왜 오빠를 꼼생이라고 불러?


= 마공생 : (당황한 나머지 젖가슴을 세게 움켜쥐며) 으응, 그거…… 이름 때문에 그렇지.


= 송아름 : 아파 오빠! 갑자기 그렇게 힘을 주면 어떡해?


= 마공생 : (손을 빼며) 미, 미안…… 아팠어?




순간, 아름이 등을 돌린다. 머쓱한 공생. 사이를 두고 아름의 등 언저리를 애무하기 시작한다. 미동조차 없는 아름.




= 마공생 : 사랑하는 우리 자기, 미안해! 그 무식한 친구놈들이 고등학교 때부터 별명을 그렇게 지은 거야. 우리 자기도 봐서 알잖아. 내가 좀 착실하고 반듯하게 생활하다보니 그 무식한 놈들이 샘이 나서 엉뚱한 별명을 갖다 붙인 거지. 아무리 그런 이유가 있다고 해도 거북한 별명인 건 확실해! 그래서 그만 얼떨결에 우리 자기 비단결 가슴을……


= 송아름 : (못 이기는 척 돌아누우며) 다음에 또 그러면 그땐 정말 용서 안 할 거야.


마공생 : 네, 공주마마. 


= 송아름 : 흥, 무슨 잘못을 저질렀을 때만 공주마마래!


마공생 : (대꾸하지 않고 애무를 시작한다)


= 송아름 : 아이…… 조금 더 있다가!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 마공생 : (유두에서 입술을 떼며) 아냐! 우리 자기의 황홀한 몸매 덕분에 벌써 팔팔해졌어. 2라운드에서는 기필코 홍콩 보내줄 게.


= 송아름 : (싫지 않다는 듯) 그러다 1라운드에서처럼 홍콩은 고사하고 서해 앞바다에서 푹 빠지는 것 아냐?


= 마공생 : 이번엔 틀림없어. 홍콩행 특급 비행기, 따따블로 왕복 일주하는 거야.




공생, 아름의 가랑이 사이로 얼굴을 들이민다. 날름거리는 공생의 혀에 따라 아름의 허리가 들썩인다. 손끝을 보지에 갖다대 분비물이 충분한지 확인한 뒤, 본격적인 섹스에 돌입한다.




= 마공생 : (아름의 손에 깍지를 끼며) 좋아?


= 송아름 : (미간을 찡그리며) 좋아, 너무 좋아!


= 마공생 : 홍콩 어디쯤까지 갔어?


= 송아름 : (손을 풀어 공생의 허리를 두른 뒤) 이제 막 활주로를 이륙했어!


= 마공생 : (이마에 맺힌 땀을 훔치며) 어라, 그렇다면 속력을 높여야겠네.


= 송아름 : 과속하다 또 퍼질라, 살살 달려줘. 난 급행보다 완행이 더 좋은데……


= 마공생 : (엉덩이를 뒤로 뺐다 힘껏 내려 찧으며) 천천히 날면 그게 헬리콥터지 비행기가 아니야.


= 송아름 : (공생의 움직임에 맞춰 허리를 들어올리며) 아흑! 아항…… 그럼 나 헬기 탈래.


= 마공생 : 하윽! 하윽!


= 송아름 : 아아아아앙…… 하아아아악! 헬기든 비행기든 마음대로 주물럭댈 수 있다면 뭐든 상관없어!


= 마공생 : (펌프질의 속도를 높이며) 코딱지만한 헬기로는 연료가 금방 떨어져서 홍콩 못 가.


= 송아름 : (허벅지를 활짝 벌리며) 공중 급유라는 게 있잖아.


= 마공생 :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다가) 자꾸 그러면 빼 버린다.


= 송아름 : (두 팔로 등을 감싸 안으며) 흐응, 안 돼! 빼면 안 돼! 빼지마……




공생과 아름, 밀어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성감을 자극한다. 공생이 밀어붙이면 아름이 뒤로 물러나고, 공생이 물러나면 아름의 허리가 딸려 올라간다. 숨결이 거칠어지고, 등 언저리에 땀이 맺혀 물기가 가득하다. 살과 살이 마주치는 소리가 방 안을 진동하고 쾌감에 들뜬 신음이 두 남녀의 귓불을 간질인다.




= 송아름 : 아아아아…… 아흐흥! 하아아앙……


= 마공생 : 쑤펑, 쑤펑…… 퍼어, 퍼어퍽… 쑤걱… 쑤겅, 쑤겅……


= 송아름 : (비음 가득한 소리로) 오빠, 오늘따라 아흥, 아흥…… 너무 멋져.


= 마공생 : 어때? 느낄 것 같아?


= 송아름 : 하아아아…… 조금만, 조금만 더 세게


= 마공생 : (허리를 크게 진동시키며) 아직 홍콩이 안 보여?


= 송아름 : 보일락 말락, 암튼 가물가물해!


= 마공생 : (개구리 자세로 몸을 낮춰 아름의 사지를 단단히 결박한 뒤, 펌프질의 속도를 두 배쯤 높이며) 이래도 = 가물가물해?


= 송아름 : 허엉, 허어어엉…… 아, 오빠! 나 어떡해! 아아아…… 이제 거의…… 거의 다 왔어!


= 마공생 : (엉덩이를 강하게 압박하며) 아, 못 참겠어. 더 이상 못 참……겠……어.




공생, 엉덩이 놀림을 정지하고 아름의 보지 깊숙이 분출한다. 아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사지를 늘어뜨린다. 공생, 옆으로 몸을 뉘면 사이를 두고 아름의 보지에서 정액이 흘러나온다. 아름, 얼른 휴지를 뽑아 가랑이에 갖다 대고, ‘결국 홍콩 앞바다에서 추락했네!’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얕은 한숨을 내쉰다.


fade out




fade in




#3. 모텔 방 안 - 바깥의 새벽 어둠과 달리 여전히 환한


옷을 입은 공생과 아름, 나갈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화장하고 있는 아름의 등 뒤로 공생이 다가온다.




= 마공생 : (흡족한 듯) 오늘 홍콩 여행 어땠어?


= 송아름 : (아쉬운 기색, 그러나 표정을 감추며) 여태까지 중에서 최고였어.


= 마공생 : 아무렴! 우리 자기를 위해서 그 동안 단련을 좀 했더니, 과연 약발이 들긴 들었어.


= 송아름 : (뚱하게 입술을 내밀었다 재빨리 숨기며) 어떤 단련?


= 마공생 : 뭐, 소림 내공의 일종이겠거니, 그렇게만 알아둬.




아름, 방을 나서기 전 마지막으로 화장실에 들른다.




= 송아름 : (변기 물을 내리며) 소림 내공……? 웃기지도 않네. 스님들의 섹스 비법이 어련하겠어! 우리 오빤, 다 좋은데 정력이 약한 게 흠이야! 어떻게 참고 살아가지?


= 마공생 : (목소리만) 늦었어! 어서 가야지.


= 송아름 : 응, 그래. 지금 나가.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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