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모로스 - 1부 3장

본문

우여곡절 끝에 응수가 여자들과 합류하자 여자들의 몸놀림은 더욱 활발해졌다. 응수는 커다란 튜브에 몸을 맡긴 채 풀 위에 떠다녔고 그런 응수를 여자들이 둘러 싸고 있었다. 응수의 튜브는 채영과 민아의 수영 시합 반환점이나 결승선으로 이용되거나 양수 일행과의 혼성 배구 경기의 네트 역할을 했다. 그러면서도 민아는 틈 만 나면 응수의 튜브를 뒤집기 바빴고, 민아의 짓궂은 장난으로 응수는 물을 먹기 일쑤였다. 그리고 그 때 마다 소희가 어쩔 줄 몰라 하며 응수를 물에서 건져 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양수 일행과 응수, 그리고 지민 일행은 모두 기진맥진한 채 풀장 한 켠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제민과 민아만이 지치지도 않는 듯 티격태격하며 물장난을 치고 있었고 지민과 소희는 물 위에 뜬 응수(?)를 주고 받으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주로 지민이 튜브를 힘껏 소희에게 밀면 소희가 조심스럽게 튜브를 받는 식이었다. 그러면서도 소희는 응수의 안색을 살피며 지루해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말을 걸고 있었다. 




반대편에서는 풀 가에 몸을 기댄 채 채영과 양수가 응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응수씨가 소희씨 남자친구라고 하더니 소희씨가 저 분을 정말 사랑하나 보네요.” 


“왜요?”


“소희씨 행동 하나하나에 드러나잖아요. 응수씨는 멍하게 있는 데도 소희씨는 저렇게 어쩔 줄 몰라 하고…… 완전히 응수씨에게 푹 빠진 모습인데요.”


“그럴 만 하죠. 저 남자, 어떤 여자건 알고 나면 빠져들 수 밖에 없는 마력을 지닌 사람이거든요.”


“마력?” 


“(끄덕이며) 네. 저 남자 얼굴을 보면 독거미에 물린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온 몸에 힘이 빠지면서 저항할 수도, 움직일 수도 없죠.” 


양수는 순간 채영의 표정이 몽롱해졌다고 느꼈다. 




“그 말은, 채영씨도 응수씨한테 빠져 있다는 뜻으로, 사랑한다고 해석해야 하나요?” 


채영이 미소 지었다. “사랑? 글쎄요. 그 이상이죠. 설명할 단어가 그것뿐이라는 게 아쉬운데요.”




채영이 나른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전 저 남자가 친 거미줄에 걸린 먹이에요. 도망칠 방법도 없지만, 그럴 생각도 없죠. 먹잇감에는 그런 권한이 없으니까. 오빠가 절 어떻게 하든 그건 오빠 마음대로에요. 먹잇감은 단지 거미의 처분만을 기다릴 뿐이죠.”




양수가 다시 바라 본 응수의 곁에는 지민과 소희가 매달려 있었다. 응수의 왼손은 지민의 가슴 사이를 미끄러지듯 지나고 있었고 오른손은 소희의 허리와 엉덩이를 오가고 있었다. 지민은 웃으며 응수의 손길을 받아들였지만 소희는 분주하게 오가는 응수의 손길에 얼굴과 목까지 새빨개진 채 였다. 




응수가 손을 내밀어 소희의 얼굴을 끌어당겨 깊은 키스를 하는 장면을 보고 양수는 채영을 살짝 곁눈질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채영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둘 사이의 모습을 보고 옅은 미소를 띄우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화나지 않나요? 응수씨가 저러고 있는 모습을 보면?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내 눈 앞에서 다른 여자와 키스하고 있는데도?” 양수의 도발에도 채영의 표정은 흔들리지 않았다. 


“흔들리냐구요? 그럴 리가요.” 


채영이 미소 지으며 답했다. “오빠는 절 사랑하고 있어요. 제 눈 앞에, 제가 볼 수 있는 곳에 있다는 게 절 사랑한다는 증거죠. 지민언니와 소희는 지금 제 대신 오빠를 만지고 있는 거에요. 오빠가 언니와 소희를 만지는 건 절 만지는 거랑 똑같은 거구요.”


“응수씨를 공유……하고 있다는 듯인가요?” 


“그 반대죠. 우린 오빠의 소유물이에요. 오빠만이 우리 모두를 지배할 권리가 있는 거죠, 민아, 소희, 지민언니, 그리고 저까지. 소유물은 주인의 다른 소유에 대해서 불평할 권리가 없어요. 단지 자신이 선택되기를 바랄 뿐이죠.”




양수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채영이 그런 양수를 보고 웃었다. 


“이해하려고 하실 필요 없어요. 세상엔 머리로도, 가슴으로도 이해되지 않는 사랑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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