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감기 - 2부 21장

본문

감기 - 28 개미의 날개 15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매일 꾸기 시작한 악몽은, 내 몸에서 떼어낼 수 없는 그림자처럼 밤마


다 당연히 찾아오는 일상이 된지 오래였다. 지워버리고 싶지만 지울 수 없는 낙인처럼 몸속 


깊은 곳에 세겨진 그 시간의 흔적들은, 되감고 있는 영화처럼 가장 잊고 싶은 순간만을 골라 


잔인하게 반복해서 보여준다. 마치 절대 잊지 말라고 주입식 교육을 시키 듯이 십 년이 넘는 


시간을 그렇게 세뇌가 아닌 세뇌를 받으며 매일 밤을 지새웠다. 




그러나 그녀가 내 일기장을 받은 그 날 이후, 그 악몽의 끝자락이 조금씩 바뀌어 갔다. 따뜻


한 엄마의 품속으로, 언제 들었는지 모를 부드러운 자장가로, 그리고 오늘은 한결같은 아버


지의 든든한 가슴으로, 욕지기가 치밀어 오르는 그 잔인한 꿈의 결말을 그녀는 그런 여러 가


지 모습으로 내 꿈속에 들어와 조금씩 바꾸어 주고 있었다. 그렇게 꿈의 그 끝자락이 바뀌어 


감에 따라 언젠가는 이 지독한 악몽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날이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


을 조금씩 가지게 된다. 비록 그 희망이 말기 암환자에게 주어지는 진통제처럼 병의 완치와 


무관한 그저 두 눈을 가리는 안대가 될지라도, 난 그것에 메달리고 싶었다. 




새벽에 찾아와 내 오랜 꿈을 깨워준 그녀의 차를 타고 회사로 향하며 우리는 서로 말이 없었


다. 하지만 이렇게 말이 없다고 해서 지금 이 시간이 서먹하거나 어색한 느낌을 지우지는 못 


했다. 도심의 새벽을 달리는 차창 밖으로 출근을 서두르는 이들이 매서운 추위 탓에 두터운 


옷을 입고 종종 걸음을 내딛는 모습이 보였지만, 차안에 타고 있는 우리들의 맞잡은 손은 겨


울날이 무색할 정도로 땀에 젖어 있었다. 온기가 가득한 그 두 손이 지금 우리의 가슴속과 


같은 모습이었다. 




회사 근처 유턴하기 쉬운 횡단보도 앞에서 차를 세운 그녀가 조수석을 바라보며 빙긋이 웃


음을 지어 보인다. 나 또한 그녀의 따뜻한 웃음을 내 얼굴의 근육을 이용해서 화답해 주자, 


지금껏 내 손을 감싸고 있던 그녀의 오른손이 내 뺨을 쓰다듬는다. 그녀의 체온이 내 얼굴을 


통해 가슴으로 스며들어 왔다.




"자기야. 힘내고 기운내. "


"그리고 돈도 많이 벌고? "




장난기 가득한 내 말에 그녀도 가벼운 웃음을 흘리며 말을 했다. 




"큭큭.. 당연한 걸 말하네. "


"고마워. 늘.. 이 말밖에 못 해서 미안해. "


"자기 마음 다 아니까 그런 말 하지 말구. 들어가 봐. 가는 거 보고 갈께. " 


"응. 그럼 가 볼께. 차조심하구. 도착하면 문자줘. 기다릴께. "


"오늘 우리 집에 오는 거 잊지마. "




그 말을 끝으로 그녀가 내 품에 안기듯 다가왔다. 그리고 시작된 잠시간의 입맞춤이 새벽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격정적이었던 새벽의 그 시간이 다시 차안에서 재연되려 할 때, 


그녀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잡고 입술을 떼어 냈다. 아직도 눈을 감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자 


내 얼굴 근육이 또 다시 웃음을 지을려는 것을 거울을 통해 보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천천


히 감았던 눈을 뜬 그녀가 내 가슴속에서 혼잣말을 하듯 말해왔다. 




"매일.. 깨워줄까? "


"결혼하면.. 지금은 너 피곤해서 안돼. 걱정마 난 괜찮아.. 이러다 너 늦겠다. 먼저 가볼께. "




짧게 그녀의 이마에 마지막 키스를 남겨준 후, 차 안에서 열심히 손을 흔드는 그녀를 뒤로 


하고 회사를 향해 걸어갔다. 코트 주머니에서 패스를 꺼내 목에 걸고 회사 정문을 들어갔다. 


홀수층 운행 엘리베이터 앞에는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는 다른 부서 직원들로 북세통을 


이루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린 후 도착한 엘리베이터를 그들과 함께 오르자 마치 출근길 지


하철처럼 탁한 공기가 좁은 공간을 가득 채우기 시작한다. 엘리베이터안에 가득찬 사람들이 


내뱉은 공기가 폐속 가득 스며들어 오자 숨이 막히는 듯한 두통과 어지러움이 느껴진다. 아


무래도 감기가 올 것 같은 느낌이다. 




11층 한 구석에 마련된 탕비실에서 모닝 커피를 준비하고 있는 다른 직원들 틈에서 녹차를 


꺼내 마련 한 후 사무실로 향했다. 어제와 다름없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미운 오리새끼들은 


부서장이 왔는데도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저 무심한 바람이 스치고 지나간다는 


듯이 날 투명인간 취급하는 그들의 곁을 지나 코트를 벗고 컴퓨터에 전원을 넣었다. 컴퓨터


의 바탕화면이 뜨기를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동안 지끈거리는 머리를 더욱 아프게 하는 무


언가가 가슴 깊은 곳을 간질거리고 있었다. 딱히 꼬집을 수는 없지만 조만간 찾아 올 감기를 


자극하는 그것이 미운 오리새끼들을 보자 다시 칼날처럼 예민해 지기 시작한 내 신경을 거


슬리게 만든다. 




뜨거운 김을 내뿜고 있는 녹차를 마시며, 단순히 감기 탓이려니 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미운 


오리새끼들 중에 한 명이 지금까지 보이지 않던 눈웃음을 지으며 내게 다가오는 것이 보였


다. 그녀가 내게 다가올 수록 두통의 세기와 함께 두 눈이 켜져만 간다. 




"너! "


"이거 결재 해주세요. "




장미 향수를 몸에 잔뜩 뿌린 채 다가오고 있는 여직원을 보자 벌떡 일어나는 바람에 쏟아진 


녹차로 책상이 온통 엉망이 되었지만 그런 것에 눈이 가지 않았다. 지끈 거리는 두통과 토할 


것 같은 기분에 옥죄어 오는 심장을 한 손으로 부여잡고 눈 앞의 여인에게 소리를 쳤다. 




"당장 나가! 그 냄새 없애기 전까지 들어 오지마! 어서! "


"지금 결재 받아야 하는데요. 왜 그러세요? 후훗.. "




고통스런 내 목소리에도 아랑곳 않고 웃음을 흘리며 다가오는 그녀와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만큼 난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공수병에 걸린 환자가 물을 만난 것 처럼 거칠고 흥분된 숨


소리가 입에서 절로 세어 나온다. 그런 모습을 파티션에 앉아 구경하는 미운 오리새끼들은 


무척 재미있는 것을 본다는 듯이 킥킥 거리며 웃고 있다. 새벽 출근길에 그녀가 만들어 주었


던 따뜻했던 심장이 무섭도록 차갑게 식어가고, 눈에는 피눈물이 흐를 것 같은 뜨거움이 몰


리기 시작했다. 




"후욱.. 후욱.. "




거친 숨을 내쉬기 시작한 내 귀로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고, 지금 이 모든 것을 만든 원흉


인 눈 앞의 여직원과 그녀의 나지막한 비웃음 소리만이 반복되어 들려 올 뿐이다. 책상 한 


켠에 꽂아 둔 쇠자를 움켜 쥐고, 악 다문 어금니 사이로 세어나오는 말을 그녀를 향해 한 자, 


한 자 내뱉었다. 




"나. 지금. 보이는. 것. 없어. 당장. 나가. 좋은. 말. 할 때. "




붉게 변한 두 눈과 섬찟한 목소리에 놀란 그녀가 조금씩 뒷걸음을 치더니 이내 복도 밖으로 


도망가듯 사라졌다. 그녀가 사라진 후 사무실을 가득 채우고 있는 그 더러운 냄새가 조금씩 


희석되는 느낌이다. 그러나 아직도 거세게 뛰고 있는 내 심장은 조금전의 그 충격에서 벗어


나지 못 하고 있었다. 오래전 사고가 있던 날, 잊고 싶었던 그 말을 아직도 기억이라도 하는 


듯이. 




이제 다섯 마리만 남은 미운 오리새끼들은 변한 내 모습을 두려운 눈빛으로 파티션에 숨어 


보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속에 대장 오리와 내 눈이 잠시 마주쳤다가 헤어진다. 장미 향수를 


뿌린 것이 아니라, 몸에 처바르고 온 그녀가 떠나자 공기는 다시 맑아지기 시작했지만, 한번 


뜨거워진 내 머릿속은 시간이 지나도 식을 줄을 몰랐다. 지금은 사무실의 공기보다 더 차갑


고 신선한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었다. 내 영혼의 마지막 구명줄 같은 담배의 매케한 연기와 


함께. 




아직도 손에 쥐고 있는 쇠자를 책상위에 대충 던져 놓고, 걸어 놓은 코트를 거칠게 들고 엘


리베이터를 향했다. 세모가 얼마 남지 않은 본사 옥상에는, 매서운 추위와 바람탓인지 사람


의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다. 텅빈 옥상의 한 켠에서 높은 빌딩 옥상으로 몰아치는 바람을 


코트 깃으로 여미며 어렵게 담배 불을 붙인다. 잠시 후 하얀 입김과 섞인 뿌연 담배연기가 


바람을 따라 휘날아 가고, 그 속에 내 깊은 한숨도 함께 스며든다. 




"후우... "




이 회사에 입사하는 것이 아니었는데, 내가 후회라는 것은 깨달을 때는 언제나 돌이킬 수 없


이 늦어버린 후였다. 그 늦어버린 후회들이 하나 둘씩 딱지가 되어 내 몸 어딘가 달라붙어 


가는 느낌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빌어먹을.. "




필터 끝까지 다다라 꺼져가는 담배를 지나가는 바람결에 내던지고, 한 개피의 담배를 또 꺼


내문다. 세찬 바람속에서도 불꽃을 피워내는 내 손의 지포 라이터를 바라보며 오래전 또 하


나의 후회를 되세긴다. 




대학때 처음 만난 여인, 그리고 내게 수화를 가르쳐 준 여인을 떠올려 본다. 그녀와 나의 헤


어짐도 결국 후회라는 두 글자로 마침표를 찍었었다.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것을 가르쳐 준 


사람, 그리고 내 상처를 처음으로 보듬어 준 여인. 그러나 젊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행동했던 


내 욕심에 지친 그녀가 떠나고 난 자리에는 내 손에 있는 이 작고 낡은 지포 라이터만이 남


아 그녀가 한 때 내 곁에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 줄 뿐이었다. 그렇게 난 매번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 하면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늘 또 다른 후회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이 회사에 입사


한 후 지금 느끼고 있는 이 후회처럼. 




시리도록 푸른 겨울 하늘을 그때의 후회와 함께 바라보다 내게 또 다시 찾아온, 그리고 결


코 다시는 후회로 종지부를 찍을 수 없는 여인을 생각하며 마지막 담배 연기를 길게 들여 마


셨다. 언제나 강한척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도시의 맹수, 남자, 사냥꾼으로 지금껏 살아왔


지만, 이제는 그 거짓된 가식에 숨이 막혀오고 지쳐가고 있다. 내게도 이제는 봄이 왔으면 


좋겠다. 




사무실로 돌아와 실내를 가득 메우고 있는 따뜻한 공기에 코트를 벗고 들어가자, 조금전까


지 안 보였던 향수 뿌린 여직원이 내 모습에 놀라 황급히 고개를 숙인다. 어디서 어떻게 지


웠는지 그녀의 몸에서 구역질 날 정도로 풍겨오던 그 냄새는 정리되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을 보게 되자, 옥상에서 유경을 떠올리며 다잡았던 가슴이 다시 두근거


리며 뛰기 시작하고, 동해기획을 그만두며 포기했었던 포식자의 본능이 내 심장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내 자리로 발걸음을 옮기며 그 여직원의 파티션에 걸려있는 작은 네임보드를 눈에 


세겨 넣듯이 바라보다 지나쳤다. 그리고 나 혼자만의 울림으로 마음속으로 되내인다. 




"한혜진. 넌 첫 번째야. 각오해. " 




옥상에서 내려오며 탕비실에서 타 온 유자차를 내 책상에 올려 놓으며, 조금전 쏟아 부은 녹


차의 흔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단 주어진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모니터를 켜고 


바라본다. 오전 업무지시를 확인하기 위해 사내망에 접속을 위한 직원코드와 패스워드를 넣


고 현재 프로젝트의 상급주관부서인 기획실의 보고서를 열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시간이 채 몇 분도 지나지 않았을 때, 난 사람을 죽이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에 어


떤 말을 이 상황에서 뱉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빌어먹을 이 놈의 회사를 싸그리 


불살라 버릴까. 아니면 이 더러운 새끼의 면상을 시원하게 몇 대 때려주고 다른 회사로 옮겨 


갈까. 그런 폭발할 것 같은 감정들을 잔뜩 힘이 들어간 내 손아귀에 쥐어진 마우스만이 온 


몸으로 묵묵히 감내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 씨발 새끼가! "




결국 손에 쥐고 있던 마우스를 책상위로 힘껏 내동댕이 치며, 참고 또 참았던 욕설이 입밖으


로 튀어 나오고 말았다. 내가 만들어 내고 있는 분위기에 억눌려 키보드 두들기는 소리만이 


나직히 울리던 조용한 사무실에 거친 욕설이 터져 나오자, 파티션 넘어로 여직원들의 고개


가 하나 둘씩 올라오더니 서로 눈치를 보며 다시 수면 아래로 사라져 간다. 지금 난 그들이 


내 모습을 보며 어떤 생각을 가질지 그런 것을 신경 쓸 기분이 아니었다. 이런 내 감정을 신


경도 안 쓴다는 듯한 눈앞의 모니터, 그곳에 표시되고 있는 기획실에서 올린 보고서에서 눈


이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2004/12/07 : 남해그룹 2005 사랑나눔 캠페인- 강릉 건강마라톤 대회 개최 세부계획] 




회사 사내망에 연결된 모니터에는 그 제목이 볼드체로 뚜렷하게 표시되어 있고, 내 두 눈은 


폭발적으로 뛰기 시작한 심장에 자극받아 붉어질 대로 충혈되어 가고 있다. 잠시 후 조용한 


사무실에 또 다시 욕설이 터져 나온다.




"개새끼... "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긴다더니, 내가 바로 그 짝이었다. 주제 넘게 제안서를 


가지고 왔다고 별 지랄을 다 하더니, 결국 돌아온 게 이거였나 하는 분노와 허탈함이 동시에 


내 몸을 짖누른다. 물론, 동해기획에 있을 때도 첫 입사하여 날밤을 세며 힘들게 만든 내 아


이디어를 고참에게 도둑맞은 것이 한 두번은 아니었다. 밀어주기라는 묘한 관행이 존재하는 


한국의 직장문화에서 부하직원이 만든 성과가 곧 상사의 성과로 흡수되는 것을 익히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건 분명 아니었다. 




내가 제출한 제안서에서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그저 이름만 기획실로 바꾸어 사내망에 올린 


것을 바라보자, 지금쯤 기획실에서 웃고 있을 그 빌어먹을 기획실장놈의 면상이 모니터 위


로 오버랩되듯 떠올랐다. 진득한 비린내를 풍기는 그 놈의 면상을 마음같아서는 몇 대라도 


때려주고 싶어도 그럴수도 없는 내 현실에 그저 속절없는 분노만 가슴에 쌓일 따름이다. 답


답해서 미칠 것만 같았다. 정말 이 놈의 회사를 불질러 버려야 할까. 이 더러운 공간에 살아 


숨쉬는 모든 생명체를 불태워 버리고 싶은 악마의 속삭임이 차갑게 식어가는 내 심장을 유


혹한다. 




날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경영진과 자신이 위로 올라가는데 이용할 궁리만 하고 있는 직속상


사, 그리고 부하직원들은 나라는 존재를 인정하지도 않고, 이제는 이번 프로젝트의 상급주


관부서에서 까지 물먹게 되자 이 놈의 빌어먹을 회사를 폭파시켜 버리고 싶은 심정 뿐이었


다. 이런 이유로 살인이 정당방위로 성립될 수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칼을 들고 기획실로 


뛰어가고 싶다.




"후우.. 후우... 후우... "




몇 번의 거친 숨을 내쉬며 가슴속에 응어리진 뜨거운 감정을 애써 억누른다. 참자. 지금은 


비록 지렁이 밖에 안 되는 내가 고개를 숙이고 더러운 진흙탕속에 숨어 있을 때였다. 단 한 


순간. 이 놈의 더러운 회사 뒷굼치를 물어 버릴 수 있는 기회를 잡을 때 까지만 이런 치욕을 


참자고 몇 번이나 속으로 되내이며 거친 숨을 몰아 쉬었다. 




"개새끼들.. 그래. 두고보자. "




익어 버릴대로 익어 버린 내 머리만큼 뜨거운 김을 코로 뿜어내며 가방에서 한 장의 CD를 


꺼내 컴퓨터에 넣었다. 그리고 CD속의 여러 폴더안에서 한 개의 파일을 꺼내 내 컴퓨터와 


이어진 부서 공유 폴더로 복사했다. 




"좆같은 새끼. 이번주 까지 만들어 놓으라고? 씨발.. 가지고 있는 거 다 토하라는 소리지? "




마치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듯이 방향없는 욕설을 되내이며 파티션 넘어로 조심스럽게 내 눈


치를 살피고 있는 여직원들 중에 대장 오리와 다시 눈이 마주친다. 




"넌 두 번째야. "




라는 말을 마음속으로 내뱉으며, 더러운 쓰레기를 치우 듯 떨리는 손길로 부서 업무에 집중


하기 시작했다. 아직 홍보부장의 권유에 대한 뚜렷한 답을 하지 못 한 지금은 일단 이렇게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으로 조금이라도 생각할 시간을 벌어야 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


가 내 대답을 기다려 주기로 한 시한은 앞으로 3개월. 그 안에 난 이 회사를 나갈 것인지, 아


니면 그의 충실한 수족이 되거나 그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있었다. 














감기 29편 개미의 날개 16는 이번 주안에 올라올 수 있을 듯 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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