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광풍폭우(狂風暴雨) - 6부 3장

본문

제 6 장 아버지의 이름으로




- 3 -




“니가 시작 안 하면 내가 간다.”




중훈은 그 말을 뱉으며 현성에게 재빠르게 달려들었다. 둘의 거리는 5m정도……. 현성도 충분히 준비를 할 만한 공간이다. 현성은 달려오는 중훈을 보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현성도 중훈의 싸움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었다. 상대가 모두 한방에 나가떨어졌다는 이야기에 그도 조금 걱정이 되었다. 거기다가 방금 잡아본 중훈의 손이 그의 덩치에 비해 크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의 완력이 보통이 아님을 느꼈던 탓에 그도 조심을 해야 했다.


현성은 어느새 자신의 앞에 다가온 중훈이 주먹을 뻗어오자 쉭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저런 주먹에 맞으면 자신도 견디기 힘들 것이다. 그는 중훈의 주먹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했다. 중훈의 체중이 실린 주먹을 슬쩍 옆으로 비켜 피한 그는 날라든 주먹을 뒤로 당기며 중훈의 무릎아래를 슬쩍 걷어찼다. 중심을 잃은 중훈은 꼴사납게 땅바닥에 구르고 말았다. 그러나 중훈의 반응은 흡사 짐승의 그것 같았다. 손을 짚고 바닥에서 방향을 튼 그는 현성의 아랫배에 자신의 머리를 들이 박았다. 현성은 배에 느껴지는 묵직한 충격을 고스란히 받지는 않았다. 그는 중훈의 머리가 배에 닿는 순간 허리를 돌리고 양손으로 그의 상의를 잡고 다시 뒤편으로 던져 버렸다. 이번에는 중훈이 바닥에서 한바퀴 굴러 몸을 세우더니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 다시 현성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는 것이었다. 초보라고 하기에는 중훈의 대처가 너무나도 빠르다. 현성도 피한다고 피한 것이 중훈의 주먹에 광대뼈 언저리를 얻어맞고 말았다. 맞은 거라고 하기보단 스쳤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도 하련만, 근방의 다섯 중학교의 대빵들을 물리친 그가 저런 합빠리에게 주먹을 허용했다는 사실이 그의 자존심을 뭉개고야 말았다. 그리고 그것은 그의 화를 돋구는 결과를 낳았다.




“이 자식이 봐줬더니…….”




중훈은 숨을 몰아쉬면서도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것을 바라본 현성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는다. 현성은 어릴 때부터 태권도와 유도를 배운 녀석이다. 거기다 많은 실전 경험으로 그 둘을 적절히 응용하는 법을 배웠고, 그것이 지금의 그의 실력을 뒷받침하고 있었다. 그는 오른발을 들어 중훈의 옆구리로 뻗었다. 중훈도 그의 발이 날아들자 비웃던 표정을 버리고 방어를 하려고 했다. 그러나 현성은 뻗던 발을 무릎에서부터 멈추고는 다시 중훈의 머리를 걷어찼다. 중훈은 현성의 발길질을 고스란히 얻어맞고 말았지만, 다행이 헛동작이 들어간 탓에 충격은 그리 심한 편이 아니었다. 중훈은 언젠가 본 권투선수처럼 허리를 굽히고 두 주먹을 굳게 쥐고 가드를 취했다. 그는 가드사이로 뚫어져라 현성의 발을 바라보았다.


현성이 다시 오른발을 떼자 중훈이 흠칫 뒤로 물러선다. 그러나 정작 중훈에게 날아든 것은 현성의 오른손이었다. 중훈이 다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안 현성이 발로 중훈의 시선을 끌고 가드 위에 주먹을 내지른 것이다. 가드를 하였으나 현성의 체중이 실린 주먹인 탓에 중훈의 몸이 뒤로 날아갔다. 중훈이 다시 몸을 일으켰지만, 그의 배에는 그를 쫒아온 현성의 발이 꽂혀 있었다.




“커억~~!”




중훈이 배를 잡고 몸을 숙인 사이 현성이 다시 오른 주먹으로 중훈의 턱을 날리려고 했다. 그러나 그의 주먹은 빈 공기만 가르고 말았다. 복부에 큰 충격을 받은 중훈이 잠시 무릎을 꿇어버렸기 때문이다. 현성이 같잖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데 갑자기 그의 몸이 붕 떠올랐다. 그의 아래에서 중훈이 그의 양 발목을 안고 밀치듯이 일어선 것이다. 바닥에 떨어진 그가 다시 일어서려는데 언제 왔는지 중훈이 자신의 얼굴에 주먹을 들이밀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그것을 피하고는 발로 중훈의 다리를 쓸었다. 엉덩방아를 찧은 중훈이 다시 일어섰을 때에는 현성도 자세를 가다듬고 싸울 태세를 갖춘 다음이었다.


다시 둘은 격돌을 했고, 경험이나 실력 면에서 밀리는 중훈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중훈이 몇 번 더 바닥을 구르고 현성의 주먹과 발에 수차례 얻어맞았지만. 그는 의지를 꺾지 않았다. 중훈의 저돌적인 공세에 현성도 숨이 목까지 차올랐다. 현성이 보아하건데 중훈은 싸우면서 조금씩 실력이 나아지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한두 번의 속임수를 쓰면 중훈에게 가격을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여러 번 주먹을 휘둘러야만 녀석을 맞출 수 있었다. 그나마도 중훈이 받는 타격이 줄어든 것 같다. 자신도 체력이 떨어진 탓이겠지만, 그에 비해 주먹에 느껴지는 무게가 가벼워지는 감도(感度)가 심했다. 중훈이 무의식적으로 충격을 완화하는 방법을 익히고 있는 것 같았다. 현성은 마음 한 구석에서 자신도 모를 두려움이 자리하는 것을 느꼈다.


중훈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사육신들과는 비교가 안 되는 파괴력이 현성의 주먹에 실려 있었다. 그에게 한 번 내동댕이쳐질 때마다 온몸이 부서지는 것 같았고, 주먹에 얼굴을 맞을 때에는 골마저 흔들리는 것 같았다. 싸움의 ‘싸’자도 모르던 자신이 여기까지 왔다는 것 자체도 대단한 것이었지만. 그도 이제는 지쳤다. 자신의 왜 현성에게 덤볐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는 얼른 현성이 자신을 눕혀주길 바랬지만. 이상하게도 싸우면 싸울수록 호승심(好勝心)이 생겨나는 것이었다. 그것은 자신이 아버지 - 비록 친부는 아니지만 - 의 자식임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이것뿐이라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가 숨을 몰아쉬며 현성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옷이 지저분해지고 입가에서는 피가 흐르지만 잘하면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현성이 잠시 뒤로 떨어지며 입을 열었다.




“야! 이 정도면 너랑 나랑 차이를 알았겠지? 그만 하자.”




“무슨 소리야? 아직 멀었어. 날 쓰러뜨리기 전까진 끝나지 않아!”




“계속 해봤자 넌 날 못 이겨. 그러니 이쯤에서 관두자.”




현성은 중훈과 더 이상 싸우기 싫었다. 아직까지도 눈이 번득이는 중훈이, 이제는 무섭기까지 했다.




“왜? 해보니까 안 될 것 같아? 네가 지금 관두면 나한테 꼬리를 말았다는 소문이 날지도 모르는데…….”




중훈의 말이 성질 급한 현성을 다시 불태워 버렸다.




“이 자식이 터진 주둥이라고 함부로 놀리는구나. 아예 병풍 뒤에서 향냄새를 맡게 해주마.”




현성이 다시 주먹을 뻗는다. 하지만, 중훈에게는 그것이 슬로우모션처럼 보였다. 이상한 일이었다. 현성은 주먹을 피하기 위해 몸을 숙인 중훈의 허리께를 잡아 뒤로 재끼려 했지만, 중훈이 그의 허벅지를 잡고 버텼다. 현성은 팔꿈치로 중훈의 척추를 찍어 내렸다. 몇 번을 더 찍어 누르자 중훈이 안 되겠던지 그를 밀치며 물러섰다. 중훈은 어깨를 좌우로 흔들며 그에게 다가왔다. 이제껏 현성과의 싸움에서 그의 어깨를 보는 것이 주먹이나 발을 보는 것보다 공격을 예상하기 쉬웠기 때문에 현성의 눈을 속이고저 그런 동작을 취한 것이었다. 중훈은 가드 사이로 현성의 왼쪽어깨가 들썩이는 것을 보았다. 이윽고 자신에게 날아든 현성의 오른발을 가볍게 피한 중훈은 왼손을 현성의 오른 턱에 뻗으려했다. 현성은 잠시 움찔하며 그것을 피하려고 했지만, 중훈은 뻗던 왼손을 멈추고 허리를 크게 돌리며 오른손을 날렸다. 현성은 중훈이 자신이 쓰던 속임수를 따라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는 아래쪽에서 올라온 중훈의 어퍼컷에 턱이 홱 돌아감을 느꼈다.




“빠각~~!”




현성은 뇌가 진탕됨을 느끼며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현성의 똘마니들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는 사이 중훈이 마지막 일격을 가하기 위해 현성의 위로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 찰나 무의식적으로 들려진 현성의 발에 자신도 턱을 맞고야 말았다. 턱이 하늘 쪽으로 올라간 중훈도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지켜보던 조무래기들이 함성을 질렀다.




“와아~~ 현성이가 이겼다.”




녀석들이 달려와 현성을 바라보니 그는 기절을 한 상태였다. 그들은 다시 중훈을 바라보았지만, 녀석은 다리에 힘이 풀린 것 뿐 아직 의식이 있었다. 그들이 놀라 머뭇거리는 사이 아침에 중훈에게 맞은 녀석이 발로 그를 걷어차 뒤로 넘어뜨렸다.




“야! 밟아!”




중훈은 현성의 발에 턱을 차이며 잠시 의식을 잃었으나 똘마니들이 다가왔을 때에는 회복을 한 상태였다. 하지만, 몸을 움직여주지 않았다. 그는 한 녀석의 선동에 의한 집단구타를 고스란히 받았다. 중훈은 겨우 양팔로 머리를 감싸고 몸을 구부려 최대한 맞는 부위를 줄이는 자세를 취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도 잠시, 동시에 여러 군데에서 전해지는 고통에 서서히 온몸의 근육이 이완되며 웅크린 자세가 풀어졌다. 그때였다.




“이 새끼들아! 그만두지 못해?”




정신을 차린 현성이 똘마니들을 제지했다. 녀석들은 구타를 멈추고 그를 돌아보았다. 현성은 다시 한 번 녀석들에게 고함을 지른다.




“씨발~! 진 것도 쪽팔린데 날 더 쪽팔리게 할 참이야?”




“현성아…… 우린 그냥 널 위해서…….”




“닥쳐! 개새끼야!”




현성은 전령노릇을 하던 녀석의 말을 끊었다. 그는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녀석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와 중훈에게 손을 뻗었다.




“일어나! 이제 니가 우리 학교 대빵이다.”




중훈은 현성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그런 건 너나 가져. 난 필요 없어.”




중훈은 혼자 일어서려 했지만 다리가 풀리며 다시 넘어졌다. 현성은 다시 그를 부축하며 일으켜 세웠다. 그러나 그도 힘이 빠진 것은 매한가지. 둘은 자리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중훈이 말했다.




“잠시만 앉아 있자.”




“나도 같이 앉아도 되냐?”




“맘대로 해라.”




현성은 중훈의 옆자리를 차고앉았다. 중훈은 자신의 가방을 찾았다. 현성이 주변에 서 있던 녀석을 시켜 그의 가방을 가져다주었다. 중훈은 가방 앞주머니에서 사육신에게 빼앗은 말보로를 꺼내 불을 붙였다. 매캐한 연기가 다시 목을 타고 넘어가자 기침이 났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현성이 말했다.




“이 새끼! 담배도 피네? 나도 하나 주라.”




중훈은 대답대신 담배갑과 라이터를 그에게 쥐어주었다. 담배에 불을 붙인 현성이 중훈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너 마지막에 내 발을 어떻게 피한 거야?”




중훈은 연기를 뿜으며 현성을 바라보았다. 그는 현성의 왼쪽어깨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그러자 현성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어깨? 여기가 뭐?”




“보니까 니가 왼쪽어깨가 들썩이면 오른발이, 반대일 때는 왼발이 나오더라.”




그 말에 현성은 머리를 탁 치며 웃는다.




“그런 것이 있었나? 나도 몰랐었는데 다음부터는 조심해야겠다. 근데 너, 싸움은 첨이라며?”




“그래.”




“아무튼 니 주먹 대단하더라. 단 한방에 내가 나가떨어졌으니…….”




“그러냐?”




“거 자식, 말 되게 짧네. 근데 네 녀석의 별명을 ‘완빤찌’로 짓는 게 어떨까? 모두 한방에 골로 갔으니까……. 어때?”




현성의 익살에 중훈은 주먹을 쥐어 보이며 말했다.




“헛소리 지껄이면 완빤찌로 보내버린다!”




그 말에 현성이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한 마디 한다.




“그 자식, 농담 한 번 못하겠구나. 하지만 니가 싫다고 해도 조만간 그렇게 불리게 될 거다. 날 쓰러뜨렸단 소문이 날 테니 너도 조심하는 게 좋아,”




“상관없어. 나도 기다리던 바야. 찾아가는 수고를 덜어준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지.”




그의 대답에 현성은 자뭇 놀라는 표정이었다.




“그게 뭔 소리야?”




“니가 알 것 없어. 난 간다.”




중훈은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방을 매고 걸어가던 그가 뭔가를 잊어버린 듯 다시 돌아와 현성에게 말했다.




“야! 저 새끼 한 대만 패자.”




그는 전령 녀석을 가리켰다. 현성이 그것을 보며 이해가 간다는 듯 대답했다.




“맘대로…….”




그 말을 들은 그 녀석은 뒤로 도망치려 했지만, 나머지 녀석들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중훈은 녀석의 멱살을 잡고 주먹을 날렸다. 녀석은 곧 이어 다가올 충격에 대비해 눈을 질끈 감았지만, 자신의 얼굴에는 아무런 감촉이 없다. 녀석이 이상한 듯, 눈을 뜨자 중훈의 주먹이 자신의 코앞에 있는 것이 보였다. 중훈이 멱살을 잡았던 손을 놓자 공포에 질려있던 녀석은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중훈은 몇 초간 녀석을 응시하다가 다시 자신이 가던 길로 가버렸다. 녀석에게 다가온 현성이 차갑게 말했다.




“너, 전학가라!”




현성은 그렇게 말하고는 중훈의 뒤를 따라갔다.




“야! 대빵! 같이 가!”

[19금]레드썬 사이트는 성인컨텐츠가 합법인 미주,일본,호주,유럽 등 한글 사용자들을 위한 성인 전용서비스이며 미성년자의 출입을 금지합니다. 사이트는의 자료들은 인터넷에 떠도는 자료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저작권,초상권에 위반되는 자료가 있다면 신고게시판을 이용해 주세요.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2,130건 119 페이지    AD: 비아그라 최음제 쇼핑몰   | 섹파 만나러 가기   |
게시물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