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원더풀 월드 - 단편

본문

원더풀 월드-




나는 아내와 자주 가던 클럽에서 연주와 노래를 담당하는 재즈포르테를 아주 좋아한다. 클럽에 들어선 사람들도 싱어의 이름은 아는 사람들이 없다고 해도, 재즈포르테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만큼 그들의 연주는 정평이 나 있었고, 젊은 사람들에게 어필 할 수 있는 이지 리스닝 계통의 라이트한 재즈 명곡들을 멋들어지게 선보이곤 했으니까. 나는 아내와 그 클럽을 처음 갔던 날을 잊을 수가 없다. 왠지 시끄럽지 않을까 했던 홀은 생각만큼 그렇질 않았으며, 아직 연주가 시작되기 전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우리는 아주 말쑥한 차림으로 좌석의 중간쯤에 자리 잡았다. 음식 맛은 그저 그런 정도 였지만 와인이 특별히 입에 잘 맞았다.




‘자기야, 곧 연주 시작할 껀가봐.’




아내는 무척 기대가 되는 모양 이었다. 결혼 1주년을 맞이해서 내가 특별히 신경 썼던 이벤트가 바로 이 재즈 클럽에서의 라이브 공연 감상 이었다. 아내는 너무나 기꺼워 했고….그 당시, 중매로 만나, 서먹서먹 했던 두 사람의 만남에 있어서 약진의 발판을 삼고자, 내가 먼저 손을 내밀고 청혼을 했었다. 그 당시 아내는 대학원 생이었었지만, 깨끗이 중도에서 학업을 포기하고 나와 결혼을 했다. 평소에 말 수가 적고, 별로 잘 웃진 않았지만, 나에게는 더없이 포근하고, 매력적인 사람 이었기에, 나는 너무 차갑다는 사람들의 평을 일갈 하곤 했다. 나는 사회자 같은 사람이라도 나와서 그 사람들을 소개해 줄 알았지만, 그들은 아무런 소개도 없이 무대로 올라와, 저마다 정해진 악기를 튜닝한 이후에, 곧바로 연주와 노래를 시작했다. 그들의 특징을 더 한가지 들자면, 남자와 여자 싱어의 듀엣 포멧이 그러했다. 두 사람이 마이크를 잡고서 서로가 한 소절 씩을 나누어 부르는 원더풀 월드-트럼펫의 황제 루이 암스트롱의 명곡-는 너무나 감미롭고 조화로왔다. 나는 그때까지 아내의 얼굴을 보질 못했었다. 아내는 노래에 취해서 처음에는 눈을 감고 있다가 중반즈음 부터는 턱을 괴고, 뚫어져라 바라보더니만, 나중에는 일어설 자세처럼 긴장해서 눈을 똥그랗게 뜨고. 경청하는 것이었다. 노래가 끝나고, 사람들의 박수가 이어지면서 남녀 싱어가 무대에서 내려오고, 몇 곡의 스윙재즈 곡들이 이어졌다.




‘여보 어때? 괜찮았어? 분위기 좋지?’




‘으, 응…응… 그래, 아니, 당신, 지금 뭐라고 했어?’




아내는 내 질문에 대답을 해 놓고도 내가 무어라 물었는지 다시 되물었다. 노래에 너무 흠뻑 빠졌던 모양이었다. 그 날, 아내가 보여주었던 그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눈빛은 결혼하고 나서 볼 수 없었던 아내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여보, 난데..’




‘응, 왠일로?’




‘우리 고등학교 동창 단짝 있지?’




‘알지, 당신 부케 받으려고 치고 박고 싸웠다던?’




‘응, 걔네들이랑 이번 주 금요일에 만나기로 했는데, 저번에 갔던 그 재즈 클럽이 어떨가 해서 말이야.’




‘좋지, 그런데, 부부동반 안 하구?, 참참참.. 그 중에 두 명이 아직 결혼을 안했구나. 그럼 별 수 없이 여자들끼리만 가야겠네?’




‘그래서 말이야, 그 날, 당신, 저녁 혼자 먹을 수 있지?’




‘얼마나 있다가 올려구?’




‘아니 뭐 애들이랑 오랜 만에 만나서 수다 떨면서 그 클럽 구경도 시켜주고, 저 번에 정윤이 집들이 때 신세 진 것도 있고 해서 내가 사려구, 괜찮지?’




‘나야, 뭐… 하여간 일찍 들어오시와용, 마나님…’




‘여보, 고마워.’




그러나, 고맙다던 아내는 그 날, 동창 친구들의 부축을 받으며, 세벽 세시가 되어서야, 술이 떡이 되어 집으로 들어왔다. 아내를 침대에 눕힐 수도 없었다. 온통 토해놓은 오물로 인해 입고 간 블라우스는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고, 치밀어 오르는 구토감 으로 인해 눈물을 흘렸는지, 아니면 땀을 흘렸는지, 화장은 거의 지워질 대로 지워져서 볼 수가 없었다. 아내를 내려 놓고 가는 동창들도 취해있기는 마찬가지 였지만, 아내만큼은 아니었다. 나는 얼결에 아내를 안고, 친구들을 늦은 시간 이었기에, 배웅을 하고서 문을 닫았지만, 별로 좋은 기분은 솔찍히 아니었다. 우선 옷을 갈아 입혀야 했다. 거실에 눕혀 놓고, 수건에 물을 적셔 가지고 돌아왔을 때, 아내는 몸을 동그랗게 꾸부리면서 추위에 떠는 사람처럼 웅크리고 옆으로 누워 있었다. 가까스로 바로 눕히고, 블라우스를 벗겨내고, 대강 물수건으로 떡이 된 오물을 씻어 내면서 브레지어와 스커트, 스타킹부터 속내의까지 완전히 벗겨 버렸다. 정신이 없이 맥을 놓고 있으니, 내가 안고 들어가 목욕을 시킬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물수건으로 몸을 대충 닦이고, 이내 아내를 들어 침대에 뉘였다. 나는 그제서야 아내의 핸드백이 없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러나, 그래 봐야 너무 늦은 시간이어서,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 할 수도 없는 지경이어서, 나는 세상 모르고 침대에 누워 자고 있는, 아내를 뒤로하고, 거실을 치워야만 했다. 손으로 들기에도 냄새가 역겨운, 오물이 묻은 옷가지들은 거실 바닥까지 더럽히고 있었기에 빨리 물에라도 담가놓아야 할 형편이었다. 옷이야 줄든가 말든가 나는 하나하나 들어다가 세탁실 큰 대야에 물을 받고서 집어 넣었다. 줄이 쭉 가버린 스타킹이야 애저녁에 쓰레기통 행 이었고, 다른 옷들도 차례차례 집어넣어 졌다. 헌데, 마지막으로 틀어쥔 팬티를 물이 담긴 대야에 집어넣고 나오려는데, 내 눈에 들어 온 것은 아내의 팬티 사이로 보이는 얼룩 이었다. 나는 급히 뒤 돌아 서서 물속에 잠겨가는 팬티를 끄집어 올렸다. 나는 엄지 손가락으로 아내의 보지가 닿았을 부위를 문질렀다. 미끈 하는 느낌과 함께 손가락에 진득하니 걸려오는 분비물, 나는 본능적으로 손가락의 냄새를 맡아 보았다. 술내음도, 토한 오물의 냄새도, 구린내도 아닌, 그것은 밤꽃 냄새였다. 친구들이 주위에 있었을 터인데, 설마 섹스를? 나는 아닐 것이라고 코웃음을 치면서 내가 괜한 오해를 하고 있다며, 냉이 심하게 나왔겠거니 하면서, 그냥 대야 속으로 팬티를 던져 넣었다.




‘도대체 내가 무슨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아내는 아침에 내가 출근할 때까지도 정신을 차리 질 못했다. 나는 주의 사항들을 집안 곳곳에 메모로 남겨 놓고, 아내가 깰까 봐 살금살금 현관을 열고 출근을 했다. 한 낮이 되어서 아내는 잠긴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여보, 어제 내가 어떻게 들어왔어? 나 어제 많이 취했지?’




‘어이구, 이제야 정신이 드시남? 어제, 말도 말라니깐, 온통 토해 놓은 것 때문에 옷도 몽땅 벗기고, 물수건으로만 대충 닦고 눕혔어. 아마, 침대 시트도 빨아야 할거야.’




‘…….여보….미안해… 다시는 안 그럴게. 어제는 내가 너무 정신이 없었나 봐.’




‘근데, 어제 당신 핸드백 없드라! 친구들도 안 전해 줬는데, 그럼 그 클럽에 있나?’




‘핸드백?’




‘몰랐어? 어제 안 들고 들어 왔다니깐!’




나는 통화를 하면서 사무실의 책상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에는 예약할 때를 대비해서 갖고 있었던 클럽의 성냥이 들어 있었다.




‘내가 전화번호 알거든! 그러니까, 당신 정신 좀 차릴 때까지 내가 전화 걸어서 확인해 볼게. 그리고, 어제 입었던 옷은 내가 모르고, 세탁실의 대야에 몽창 때려 넣었어. 물빨래 하면 안 되는 옷이라도 있으면 어떡하나 싶다. 아무튼 잘 좀 살펴봐.’




나는 전화를 끊고서 성냥껍질 겉에 나와있는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점심식사 때라 그랬는지 클럽은 전화를 받질 않았고, 카드라도 있으면 분실 되었을 때, 문제가 되지 싶어 번거롭기는 해도 내가 직접 핸드백을 찾으러 가기로 마음 먹고 있었다.




‘따르릉…..’




그런데, 내가 전화를 끊기 무섭게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보, 나야. 번거롭게 전화 하지 말라구, 내가 방금 전에 클럽에 전화 했는데, 어떤 분이 갖고 계시다고 전해달라고 해서 말이야. 잃어버린 것은 아니니 걱정 마.’




나는 전화를 끊고서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 클럽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전화는 통화 중이 아니라 신호만 가고 받질 않는 것이 아까와 변함 없었다. 어떻게 된 거야? 그럼 집사람은 누구랑 통화를 했다는 거지? 나는 불현듯 아내의 팬티에 묻은, 분비물의 생각이 떠 올랐다. 나는 오후 내내 찜찜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집에 들어서니, 아내는 어제의 흐트러진 모습은 간데 없고, 평소처럼 말끔한 모습으로 나를 맞았다. 오랜만에 웃음 짓는 아내의 얼굴을 대하는 순간, 나는 또다시 일상으로 돌아옴을 느꼈다. 내가 괜한 걱정을 했지…




‘그래, 핸드백은 어떻게 됐대?’




‘클럽에서 보관하고 있데요. 내일 찾으러 가기로 했으니 걱정 말아요.’




‘그래? 잊어 버린 물건 없나, 가서 잘 확인해 봐.’




그러나, 나의 대답은 그 당시, 말 뿐이었다. 나는 여러모로 앞뒤가 않 맞는 아내의 태도 때문에 직접 핸드백을 찾으러 가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 이었다. 다음 날, 나는 일도 하는 둥, 마는 둥, 마무리 한 채로, 점심식사를 기회 삼아 회사를 나왔다. 왠만하면 가지 않으려고 했지만 클럽으로 공중전화를 걸었을 때, 누군가가 받는 것 같아 이내 전화를 내려놓고 고민 끝에 결심한 결과 였다. 전화를 받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클럽에 누군가 있다는 얘기이고, 적어도 클럽이 오후 5시는 되야 열게 되니, 바로 전화를 받으려고 했던 사람이 아내에게 핸드백을 건네 줄 수 있을 거라는 나만의 계산 때문 이었다. 클럽의 정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밖에는 서서히 북상하는 태풍의 영향 때문 이었는지 더운 바람과 함께 간간히 비가 흩뿌리고 있었다. 관계자 외에는 출입금지라고 씌여 있는 뒷문으로 나는 걸어 갔다. 나는 열려 있으리라는 확신으로 손잡이를 비틀었다. 역시나 문은 스르륵 열렸다. 관계자가 안에 있다는 얘기였다. 나는 그 문을 지나 좁은 복도를 걸어 기다란 회랑을 마주했다. 몇 개의 방이 눈 앞에 보였고, 그 중간은 주방과 이어져 있고, 저 멀리 끝에는 클럽의 플로워로 나가는 입구가 보였다. 나는 숨을 죽이고, 플로워를 지나 입구의 카운터로 가리라고 마음 먹으면서 걸음을 내딛으려 하고 있었다.




‘헉’




그것은 여자의 목소리 였다. 곧 이어, 들려오는 소리는 남자의 거친 숨소리 였고….나는 온 몸의 털이 곤두서는 듯한 긴장감으로 입안의 침이 바짝 말라 들어왔다. 클럽 안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았는데, 아무래도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이거나, 이곳의 주인쯤 되는 사람 이겠거니 여겨졌다. 살금살금 다가가는 내 발자국 소리가 전혀 들리질 않았던 이유는, 바닥이 모두 카펫으로 깔려 있기 때문이었고… 소리가 나는 방은 문 대신에 안이 들여다 보이질 않는 커튼이 쳐져 있었다. 사람의 왕래가 잦은 곳이라 휘장식으로 쳐 놓은 것으로 보였다. 입구에 섰는 대도 소리만 들릴 뿐이지, 사람의 모습은 열려진 커튼 틈 사이로도 보이질 않고 있었다. 나는 어디서 솟아나는지도 모를 용기를 내고 있었으며, 그 자리에서 쭈그리고 앉아 살그머니 양쪽으로 갈라진 커튼을 조금씩 재꼈다.




‘음.. 쪽쪽.. 쯔읍..쯔읍… 윤석씨… 나 하루도 당신을 잊은 적이 없어… 이렇게 다시 만날 줄이야….흑흑… 쯔읍…쭉쭉…..’




그 여자는 그 남자와 격한 입맞춤을 하고 있는 듯 싶었다. 오랜 연인 사이였다가 다시 만나게 된 듯한 그 여자의 일성.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미영이,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는 줄 모르고…..’




미영, 미영이라….우리 집사람이랑 이름이 같네. 나는 아무런 선입견 없이, 그 두 사람의 밀애 현장으로 한 발자국 한 발자욱 다가서고 있었다. 그 두 사람은 어둠 침침한 방안에 소파를 사이에 두고 넓게 놓여져 있는 대형 테이블 위에 누워서 옷도 채 벗질 못한 채, 껴 안고 있었다. 두 사람에게는 시간이 모자란 듯, 옷을 찢어 버릴 것처럼 서로의 옷을 열어가고 있었고, 나는 커튼만을 조금 열어놓은 채로 방안을 확연히 알아 볼 수 있었다. 그 여자는 스스로 버릴 것처럼 팬티를 벗어서 던져버리고, 남자도 바지를 다 내릴 사이도 없이, 여자의 두 다리를 위로 세운 뒤에 탁자에 누워 있는 여자를 향해 체중을 실어갔다. 그 두 사람 사이에서는 애무도 소용이 없는 듯이 보였고, 오가는 행위와 너울거리는 팔들의 현란한 움직임에서 끈끈한 정과 사랑이 넘쳐 나고 있음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세월도, 공간도, 상황도 가로막을 수 없는 그 두 사람만이 뿜어낼 수 있는 환타지 였다. 아마도 두 사람은 오랜 동안 서로 사랑하고, 아껴주면서 살을 섞어 왔던 것 같고, 그로 인해 쌓여있던 정의 무게와 깊이는 털어낼래야 털어낼 수 없는 억겁의 연처럼 두 사람을 칭칭 동여매고 있었을 것이다. 그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를 핥아주고, 빨아주는 데에도 그 순서가 정확했고, 상대가 어느 부위를 빨아주면 좋아한 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자신들의 행위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었다. 남자가 좇을 삽입하는 중에도 여자의 목선을 빨라 치면 여자는 자연스럽게 남자에게 목을 비틀면서 그 부위를 남김없이 드러냈고, 여자도 남자의 좇질에 힘이 가해 질 수 있도록 두 다리는 리드미컬하게 남자의 엉덩이를 고리를 걸듯이 조여 댔다. 한참을 기다려 온 듯한 두 사람의 뜨거운 육체는 그 행위의 순간순간 마다 촛농처럼 아련하게 녹아 들고 있었고… 이제는 서로가 말을 끊었다.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는 것처럼, 두 사람은 누가 누구를 유도하여 섹스의 과정으로 접어들지도 불필요해 보였다. 나는 훔쳐보고 있으면서도 저렇게 말없이 모든 말들을 몸으로 나누고 있는 저 두 사람의 사랑의 깊이는 도대체 어느 정도일까 궁금해지기 까질 했다. 누워서 남자가 온 힘을 다해 여자의 보지를 찢어 놓을 것처럼 허리를 들이밀고 있는데도, 남자를 올려다 보면서 건장한 팔과 경련적으로 옹크라드는 상대의 히프를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는 여자의 시선은 가까이서 보지 않아도 사랑이 절절이 넘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여자를 내려다 보면서 땅이 꺼지도록 좇을 내리 꼽아대는 남자의 이마에서 흘러 내리는 땀이 여자의 얼굴로 비오듯 떨어질 때에도, 그 남자는 자신만의 쾌락에 빠져 있질 않았다. 고운 사기 그릇에 묻은 물기를 닦아 내듯이 남자는 여자의 가슴과 얼굴위로 뿌려진 자신의 땀을 천천히 쓸어 내렸다. 그 두 사람은 섹스만이 중요한 화두가 아니었다. 행위를 간간히 멈추고, 서로가 깊이 포옹을 하고, 한동안 거친 숨소리를 서로의 귀에 흘리면서 돌덩어리 처럼 그렇게 굳어 있는 그 두 사람의 실루엣은 행위보다 더 정겹게 보이는 교감의 극치였기에….나는 남녀간의 섹스를 훔쳐보면서도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가에 놀라고 있었다. 나 스스로 발기되기는커녕, 한 순간 한순간 마다 저 두 사람이 겪어 왔을 그 쓰라린 이별과 해후의 기쁨들이 전해지고 있어서 정신을 차릴 수조차 없었다. 그들은 헤어져서는 살 수 없는 사람들 처럼 보였는데, 어째서 이렇게 애타는 밀회로 슬픈 육신을 위로해야 되는지 의문이었다. 다시 굳어있던 두 사람의 육체가 떨어졌다. 이제는 여자가 남자의 목을 붙들고, 가슴에 난짝 기댄다. 남자는 여자의 다리를 양쪽으로 갈라 들고는 자신의 아랫도리로 여자의 갈라진 가랭이를 살며시 붙여간다. 남자의 가슴에 기대고 있던 여자의 고개가 뒤로 젖혀 지면서도 남자의 목을 붙들고 있는 그 여자의 팔은, 떨릴 지언정 놓치는 않는다. 허리가 그네처럼 흔들리고, 가랭이가 벌려진 채로 남자의 좇대에 끼워 진 채, 시계추처럼 왕복을 하는 그 여자의 둔부는 아주 가냘프게 떨리며, 그 살결의 파도가 신음보다도 아름답게 허리주위로 퍼져갔다. 그 두 사람은 말없이 그네가 멈출 때까지 서로가 웃으면서 서로를 놓질 못했고….끝에 가서 두 사람은 다시 또 돌아가야 될 현실 때문인지, 그 탁자 위에서 부등켜 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며, 커튼을 살그머니 닫아놓고 자리를 떴다. 불행했던 두 사람, 앞으로 지금처럼 살아서는, 서로가 서로의 불행을 키워가는 것일 뿐일 텐데…..




‘여보, 고마워요.’




‘뭘, 그대신 이번엔 잘 살아야 돼?’




‘당신은요?’




‘나라고 짝이 없을 까봐?’




나는 웃으며, 아내와 이혼을 마무리 했다. 




‘참, 결혼식 할 때는 꼭 부를 거지? 재혼이라고 얼렁뚱땅하면 혼내준다!’




‘하하, 당신두, 참!’




‘그리고, 이번에 당신 부케는 내가 받을 거야. 나도 빨리 새 장가 가야 않 되겠어? 당신 친구들, 이번에 부케 받을 려면 대가리 박 터지게 나랑 붙어야 될 껄?’




나는 아내와 홀가분한 마음으로 차를 몰고 저녁을 먹으러 다시 또 그 클럽으로 향하고 있다. 차를 모는 나를, 아내는 너무나 감사한 마음으로 바라다 보고, 나 또한, 제 길을 가고 있다는 확신에 찬 그녀를 바라다 보는 것이 좋았다. 클럽은 이미 사람들이 북적대고 입구에서 나는 윤석이를 만난다.




‘자, 내 할 일은 다했네. 오늘 저녁은 윤석이 네가 사라, 배 터지게 한번 먹자구.’




그러나, 그 날, 배가 터질 정도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그 날도 윤석이는 무대에서 그 원더풀 월드를 멋들어진 음성으로 마무리 하면서, 치렁한 긴 머리를 쓸어 올렸다. 나는 박수를 쳐주면서 진심으로 두 사람의 앞날을 축복해 주었고…. 누가 우리의 삶을 들여다 봤다면 미친 년놈들 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어차피 내 것이 될 수 없는 것도,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데, 내 욕심으로 그것을 움켜쥔 들, 그게 내 품을 떠나지 않는다고 그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라고 말이다. 그 날 이후, 결혼식 때의 그 두 사람은 너무도 행복해 보였다. 나는 이혼 전에 두 사람의 구구절절한, 애틋했던 관계를 아내의 입으로 전해 들으면서, 하나도 화가 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싶다. 오히려 그토록 사랑하고 애타하는 두 사람을 다시금 맺어줄 수 있는 열쇠가 내 손에 쥐어져 있음을 감사히 생각했다. 내가 내 욕심만으로 혼자만의 편향적인, 외곬수 사랑을 즐기는 것보다, 사랑해 왔고, 잊지 못해 끝끝내 사랑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더 사랑해 줄 그 사람에게 훌훌, 미련 없이 보내는 것도 나쁘진 않다는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게 노래보다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미덕이라고 난 오늘도 두 사람에게 얘기해 주고 있고…. 가끔 아내를 떠나 보내고 외로울 때마다, 잊지않고, 나를 불러 주는 윤석이의 고마움을 난 또 감사히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그래서 오늘도 두 사람을 보내주길 잘했다는 얘기를 하면서 나는 세 사람이 벌거벗고, 누워 있는 침대에서, 격했던 숨을 고르며, 잠을 청해 본다. 원더풀 월드의 노래를 읊조리면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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