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재수 - 단편

본문

재수-




나는 몇 달째 그녀에게 공을 들이고 있다. 아니 작업을 걸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사람들은 사내에서 수작을 걸려면 안면에 철판을 겹으로 깔아야 된다고 했지만 나는 그들에게 당당히 맞서서 일언지하에 끽소리 못하게 해버렸다.




‘구식 철판 몇 장씩 무겁게 깔면 뭐하나? 가비 얍고 얇게스리 티타늄 한 장으로 유부남답게 해결할 것을…사내에서 내가 유부남 인거 모르는 봉지 있냐?’




그녀는 유부녀 였고, 나도 유부남. 동료들은 잘못하다가 경을 칠 것이라면서 말리기도 했지만 내 눈은 못 속인다고 몇 번을 다짐했었다. 긴 생머리에 언제나 15도 각도로 고개를 숙인 자세가 언제나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 였다. 그러다 보니 양쪽으로 스르륵 흘러 내려오는 머릿결 하며, 그녀의 두 뺨을 살그머니 가리면서 아래를 지그시 응시하는 그녀의 미간이 옆으로 보일 때면, 나는 침을 꿀꺽 삼키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대략 여자들을 볼 때, 입술과 가슴, 허리와 발목, 이렇게 네 군데를 주의 깊게 살펴본다. 입술은 여자의 성기를 나타낸다고 누가 그랬던가? 만나고 걸구친 여자들을 봐도 여자의 생긴 입술의 모양은, 벗겨놓고 까보면 그 씹살의 모양새가 여지없이 입술과 들어 맞았다. 입술을 쳐다 볼 때, 옵션으로 하나 더 봐주는 것은 웃을 때 드러나는 잇몸을 들 수 있다. 웃을 때 드러나는 잇몸은 그 여자의 정조관념을 나타내 준다고 했던가? 치아만이 살짝 드러나는 것들은 처음에는 튕기지만 알고 나면 좇 끊어 먹듯이 달겨 드는 것이 대부분이고, 잇몸이 훤히 드러나면 살짝 옆구리 찔러도 물 죽죽 싸대는 것들이 천지 비까리 였다. 또한 요럴 때 맛보기로 봐 주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가가대소를 할 때의 고개의 위치다. 웃음을 크게 웃을 때, 고개가 뒤로 젖혀지는 여자들은 내 경험상, 섹스에 진보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고, 불륜의 쾌감에 몸을 띄울 줄 아는 여유들이 있었다. 게다가 그런 여자들은 대개 공주병을 일 클릭 정도들은 모두 지참하고 있는 관계로, 수월찮게 작업이라고 이름 붙일 것도 없이 수중에 넘어 들어 왔다. 고로 내가 제일 피하는 여성들은 한 여름에도 반팔이나 나시 디자인 이지만 서도 얇은 도꾸리 니트를 입는다든가 목을 언제나 감싸는 의상을 고르는 것들이었다. 이런 여자들은 되도 않게 뻐치면서 진만 빠지게 하고, 결국에 따 먹어 봐야 좇나 후회 되는 인물들 이었다. 그 다음으로 주의 깊게 보는 것은 가슴 이었다. 나도 맨 처음에는 집사람의 스타일에서,




‘여자, 젖 큰 거 빼고 나면 뭐 있어?’




라며, 거유의 스타일 만을 찾아 다녔지만 정작 섹스를 겁나게 즐기는 부류들은 언제나 작고 소담 스런 유방을 소유한 여자들이었다. 좇질을 할 때, 알맞은 움직임으로 흔들리는 유방의 모습은, 조깅하다 젖에 면상 뚜드려 맞아 기절하는 년들 보다 훨씬 괜찮았다. 이때도 옵션으로 봐주는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겉 옷으로 드러나는 젖꼭지의 도드라짐 이었다. 일단 가슴 선이 무작 시리 빚어 놓은 것 같으면서 이쁜 스타일은 대개 뻥의 효과가 100프로다. 그 말은 젖의 볼륨을 뻥에 의지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결론이고, 평소 젖이 큰 여자들은 되도록 뻥에 의존하지 않음으로 인해서 평소에도 브래지어 사이로 삐져 나오는 젖살을 막기 위해 얇은 패드가 부착된 브래지어를 착용한다. 여기서 헛다리 짚지 말아야 할 여자들은 거유 에다 발딱 선 젖꼭지를 지닌 여자들 이었다. 이런 부류는 일편단심 민들레 형에다, 에로가 아닌, 플라토닉 추구형들이 많았다. 스타일 보고 주구장창 쑤셔대 봐야, 나만 우스운 놈 되고, 스테미너 또한, 단번에 하종가 때리 면셔, 지갑 사정, 바로 좇 된다. 될성 싶은 보지, 젖퉁 보면 안다는 선조들의 깨우침이 가슴 절절한 대목이 바로 거기였다. 가장 선호할 수 있는 젖꼭지는 톡 불거져 나와 돌기가 도드라 졌을 때, 밑으로 약간 쳐지기까지 하는 스타일의 여자 였다. 그녀들의 인터뷰에 의하면 그네들은 젖의 흔들림으로 파도 치게 되는 젖꼭지의 달랑거림에도 쾌감을 느낀다는 족속들 이었으니까. 가장 바람직한 색녀의 기본형은 결코 띵띵한 스타일이 아니라, 스키 점프대 처럼 완만한 하향곡선을 그리다가 젖꼭지를 점프 위치로 해서 유순한 반원 곡선으로 마무리되는 작고 소담 스런 스타일이었다. 이때 주의 할 것은 그나마 작더라도 젖꼭지가 있어야지, 젖꼭지가 없이 도마도 거죽처럼 붉그시리 하기만 한 젖꼭지는 주의 해야 할 지뢰밭이었다. 이런 것들은 애인 모르게 3중, 4중으로 바람을 펴 대면서도 끝끝내 갈증을 해결하지 못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라 주의를 요했다. 어느 선배의 경험담에 의하면 바람을 피우는데 능수능란한 여성들을 구분하려면 어깨선도 중요하다고 했던가? 아무튼 그랬다. 한복을 입을 때, 어여쁜 촉 쳐진 어깨는 불륜을 두려워하고, 용기가 부족해 마음만 앞섰지, 행동은 새침떼기에 더하여 미련의 수도꼭지,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아니었으니까. 대개 양 어깨의 끝이 자른 것처럼 각이 진 여자들이 불륜에 강했다. 불륜에 강하다는 의미는, 불륜이라고 하는 것이 몸을 섞기만 하는 섹스 행위만 있다면 모를까 그 뒤에 순차적으로 엄습하는 책임감, 죄책감, 피해의식 등등의 심리전을 얼마나 잘 헤쳐 나가느냐 하는 점을 말하는 것이었는데, 불륜에 강한 년들은 섹스를 통한 외도의 기회를 기꺼워 함은 물론, 그 불륜의 바다에 자신의 자존심, 수치심, 죄책감 같은, 찝찌부리한 감정의 앙금을 몽창 빠뜨려 버리는 재주들이 있었다. 이름하야 즐기는 외도를 스스로 선택하는 여유로움이 있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주의 깊게 살피는 부위는 바로 허리였다. 허리가 다른 신체 부위 보다 길어서 허리를 뒤로 쭉 빼고 걷는 여자들은 십중팔구 보지 맛이 없는 년들 이었다. 세상에 태어나, 어찌 그 수많이 널려있는 보지 맛을 다 볼 수 있겠냐 만은 이런 간접 지식의 획득과 끊임없는 연마와 수련을 통해 지뢰밭을 피해가며, 요것 조것 맛난 보지들을 가려먹는 천혜의 편식기질을 키워 놓는 것이, 짧은 세월 동안, 한탄 허덜 않고, 보다 많은 기라성 같은 보지들을 줏어 먹을 수 있는 첩경인 것을 나는 오래 전에 깨우친 것이었고…허리는 구지 가늘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허리가 겁나게 가는 아그들은 특이 자세에서의 지탱하는 힘이 약했다. 이를테면 내가 무릎을 꿇고 앉아서 넓적다리의 비스듬한 경사를 타고 내 입에 이르기까지 여자들을 물구나무 세우는 것처럼 끌어 올리며, 보지를 디리 빨아 재끼는 자세에서는 더더욱 이나 그랬다. 제일 중요한 것은 허리의 잘록한 부분이 끝나면서 골반뼈로 이어지는 곡선의 폭발력이 관건이었다. 살이 마른 것도 아닌데, 허리의 잘록함이 끝나기 무섭게 무슨 광대뼈 튀어 나오듯이 골반이 양쪽으로 튀어 나와 그 기개가 장대한 여성은 불륜을 밥 먹듯이 저지르고 다녔다. 가는 허리에 비해서 비대칭 적으로 둔부가 심허게 발달한 여자는 끊임없는 방아질로 쌍코피가 줄을 이었고, 오리 궁딩이 처럼 톡 튀어 오른 힢은 허리의 선에 따라 다르지만, 적어도 보지 안에 좇대가리를 깊이, 그리고 빠르게 쑤셔야만 만족감이 극치에 다다르는 여성들이 많았던 걸로 기억된다. 허리가 짧고, 가는 대신에 둔부가 버들형으로 길고 퍼진 여성들은 음란한 상상을 특히 좋아 해서 차 안에서의 섹스라든가 야외에서의 노출 섹스등에 열광하는 경우가 많았다. 마지막으로 내가 제일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은 발목 이었다. 사람들은 그게 무슨 과학적 근거가 있냐고 반문 했지만, 내가 경험해 본 여자들의 대부분은 그 범주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다리의 굵기나 길이와 상관 없이 가는 발목은 한 섹스 하는데 모자람이 없었다. 이른바 떡치고 나서도, 힘이 남아, 떡까지 주므르는 스테미너의 소유자들이 대부분 이었고, 발목이 가는 여성 치고, 교성이 이쁘지 않은 여자들은 없었다. 발목이 가는 여자들은 다리를 통한 자극에 약해서 차를 타고 가다가 넓적다리께 근처만 손이 가도 벌벌 떨면서 보짓물을 지려댔다. 발목이 가는 여자들은 특히나 하체의 은밀한 부위, 예를 들자면 넓적다리 안쪽 같은 곳의 핏줄이 파랗게 비쳐 보이는 예가 많았는데, 그런 부류의 경우에는 십중팔구, 섹스 도중에 거품을 문다든지, 눈깔이 획 돌아가도록 멀티 오르가즘에 오줌까지 지리는 년들이 많았다. 또 나만의 편견 인지는 몰라도 발목이 가는 여자들은 쉽사리 똥꾸녕 들을 허락 했고, 맨 처음에는 디리 꽁무니를 빼다가도, 그 맛을 들이면 지 스스로 윤활액을 쳐 발르며, 덤비기 일 쑤 였다. 이리도 지리장황 하게 경험담을 토로한 이유는 바로 그녀가 그런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교집합 중의 교집합 이었던 때문이었다. 어디 하나 빠지는 데 없이, 내 군침을 당기는 그녀를 가만히 놔 둔다는 것은, 그녀 같은 미녀를 모욕하는 것과 동시에, 그 금쪽 같은 보지를 남편에게만 바쳐야 하는 아둔함을 방관하는, 나 같은 사람을 두번 죽이는 일이었다. 나는 끊임없이 수작을 걸고, 시셋말로 시내루 멕이고, ‘오시’에, ‘빨기’에, ‘마세이’를 더해 “아줌마 났어요” 를 외칠 수 있을 때까지 주구장창 설레발을 떨고 다녔다. 언제나 회식 때 에는 모르는 척하고 반드시 그녀를 코너에 몰고서 그 옆은 내가 차지 하도록 꾸몄고, 언제나 집에 바래다 줄 때는 자진해서 같이 합승을 지원 했었다. 택시비가 더 들건 말건, 그녀에게 내가 믿음직한 사람으로 우선 보이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렇게 함으로 해서 경계심을 무너뜨려 가면서 서서히 아주 표시 않 나도록 접근을 시도하는 것이 내 작전모토 였다. 그래서 정작 섹스가 벌어지더라도 그것은 나의 마수에 걸린 것이 아니라, 자신 스스로 자초한 길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여, 끝낼 때에도 흔쾌히 빠이빠이 하게 하는 사전 포석의 백미였다. 나는 점차 D-DAY가 다가옴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우선 달라진 것은 아침에 일찍 나오는 그녀가 사무실에서 나를 발견하면, 커피 한잔 하지 않겠느냐며, 나에게 먼저 말을 건다는 사실 이었다. 모름지기 선수라 한다면 이럴 때 반갑게 따라 나서면 일을 망치게 된다. 어떤 때는 기꺼이, 어떤 때는 바쁜 일이 있다며, 꾹 참고 밀고 댕기는 수순을 밟아 나가면서 상대방을 내 페이스로 끌어 들이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이른바 유부남 아닌가 말이다! 유부남의 위치에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가장 작업의 가능성이 적어 보이게 위장 질을 하면서도, 유사시에 가장 믿음직한 존재로 평소에 낙점을 받아둔 다는 것은 결정적 순간에의 손쉬운 성공을 의미했으니까.




‘미세스 유, 내일 회식에 참석할 거에요? 난 바쁜 일들이 많이 밀려 있어서…’




뻥이었다. 이런 연막을 피워 놓고, 회식 장소에 불현듯 출현하면 그 효과가 백퍼센트 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 이었음을 내가 모를 리 없기에…




‘어머, 그래도 김 과장님이 참석하셔야 재미 있는데…’




그래서 평소 업무시간에 땡땡이를 칠 거면, 여자 보지 사진들 보느라 헤매지 말고, 여자들을 홈빡 가게 만드는 우스개 소리를 하나라도 더 찾아, 암기랄 것은 없지만, 입에 익어 술술 나오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내가 언제나 입에 침이 마르도록 후배들에게 조언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곳에서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었다. 개중에는 찾아 다니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이거 무슨 교과서 읽는 것도 아니고, 원본의 묘미를 바수다 못해 좌중의 분위기까지 썰렁하게 농담을 날리는 인간들도 있었기는 했다. 본인 스스로는 웃지 않으면서 남들은 배꼽을 쥐고 쓰러지게 하는 위력은 회식 장소에서 반드시 효과를 발휘했었다.




‘남들 재미 있으라고 내일을 등한시 할 수는 없지…’




짐짓 못 가서 서운하다는 표정 플러스,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모범적인 유부남 으로서의 자화자찬격 뻐꾸기까지 동시에 날리는 나의 기술! 요런 작은 부분에서의 신뢰감 조성이 선을 넘었을 때에도 내 수순대로 여자의 보지에 호미걸이를 때릴 수 있는 요점정리이자, 총복습, 핵심첵크 였다.




‘일이 많으세요?’




이때는 두 가지 방법이 가능하다. 일을 도와 달라는 핑계로 사무실 안에서 수작을 거는 것이 하나였고, 다른 하나는 가까스로 일을 끝마쳤다는 것을 과시하면서 따로 회식장소에 도착하는 우회전술이 그것이었다. 나는 후자를 당연히 선택한다. 왜냐하면 사무실에서의 수작은 여자 측에서 완전히 보지에 불이 붙지 않은 다음에는 거의 불가능한 코스였기 때문이었다.




‘여보! 나, 오늘 회식이 있어서 늦을지도 몰라.’




‘알았어요. 몸 생각해서 대강 대강 마셔요. 요즈음 얼굴 살이 더 마르는 것 같아요, 당신…’






어떻게 하면 돈 한 푼 않 쓰고, 카드에 기대지 않고도 열불 내는 보지들 꿰찰 수 있을까 고민고민 하다 보니 얼굴 살이 반쪽이 되기도 하였을 것이다.




‘요즈음 당신은 또 왜 그래? 병든 닭처럼 시름시름 앓질 않나…..’




나는 부쩍 기운을 잃어가는 아내에게 핀잔 섞인 한마디를 쏘아 붙였다. 가뜩이나 밖에 나가면 시퍼렇고, 쫀득한 여린 보지들이 줄창으로 깔렸는데, 아니 집에서 무슨 할 일이 많다고 그렇게 넋을 놓고 있느냐는 의미였다.




““남편 한테서 매력 잃고 싶지 않으면 당신도 보지에 때 빼고 광 쫌 내라니깐.””




나는 속으로 지분 거리면서 집을 나왔다. 오늘은 이름하야, D-DAY. 이런 날은 혼자 특별히 준비하여 품안에 넣어 가지고 다니는 것이 있다. 그것은 애기들 기저귀 갈면서 닦는 물 휴지 였다. 언제 어디서 섹스가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좇 끝에, 응뎅이에 오줌 지린내며, 똥 구린내가 난데 서야 체면이 않 서는 거였다. 그래서 나만이 사용하는 방법이었는데, 오줌 눌 때마다, 똥누고 나서 휴지로 닦고, 그 물 휴지로 다시 한번 마무리를 해주면, 언제 어디서고 좇 대가리를 까더라도 신선 그 자체의 향기가 흘러 넘쳤다. 나는 가슴 속의 물휴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전철역으로 향했다. 또다시 마주치게 되는 지옥철….언제나 이게 관건 이었다. 이렇게 붐비는 아침 출근 시간의 전철은 온 몸에 땀을 쪽 빼게 하는 원흉이었다. 그나마 학생들이 방학을 한 틈이라 바쁜 20여분을 좀 넘기고 나면 회사에서는 지각을 할 지언정, 땀 빼는 것은 고사하고 앉아서 갈 수 있는 행운까지 겹으로 얻을 수 있어서 나는 정기적으로 지각을, 그것도 밥 먹듯이 했다. 사람들의 틈새에 끼기도 전에 나는 인파의 옆을 타면서 전철의 입구로 들어가려고 계단 앞에 섰다. 그 때 뭉클하며, 느껴지는 발바닥의 감촉! 아뿔싸!




‘이런 씨발, 어디다 개새끼를 끌고 다니며, 이런데 까지 똥을 싸 재끼는 거야?’




아침의 시작이 좀 깨름직 했다. 이름하야 똥 밟았다는 표현이 이런 것일 게다. 나는 갖고 있는 휴지도 없고, 땅과 계단 턱에 아무리 긁어대도 똥 찌끄래기는 쉽사리 없어지질 않아, 할 수 없이 품에서 물휴지를 꺼내서 눈물을 머금고 똥을 닦아 냈다. 하루종일 구린내를 슬슬 피워대면서 사무실에 있을 수도 없었기에… 전철 계단을 내려서서 승강장으로 내려서니 똥 찌끄래기와 씨름 하느라 몰리던 인파가 어느 정도 해소 되어 있었다. 전철을 올라타니 눈 앞에 바로 한자리가 자랑스럽게도 떡 하니 버티고 있질 않은가? 나는 냉큼 몸을 날리면서 자리에 엉덩이를 걸쳤다. 그런데, 역 하나를 지나자, 의자 바닥의 느낌이 아무래도 이상했다. 사람들이 모두 서있었고, 자리에 앉질 않았던 것이 무슨 문제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나는 불현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닌 게 아니라 내가 앉은 자리 그것도 내 항문이 위치하는 자리는 다른 곳보다 색이 너무 짙었다. 나는 손가락을 훑어 냄새를 맡아 보았다. 앗! 이건 애기가 우유 토해 놓은 냄샌데….어휴 띠발, 띠발, 띠띠발! 언뜻 색이 구분이 가질 않아 냉큼 앉은 것이 화근 이었다. 뒤로 힐끔 돌아보니 내 엉덩이는 방금 설사한 것처럼 물얼룩이 베어 있었고, 거기다가 냄새까지 등천을 하고 있었다. 나는 할 수 없이 회사 건물로 가기 전까지 줄창 품속의 물휴지를 다 써가면서 바지 뒤가 오줌 싼 것처럼 커다랗게 자욱을 내면서 그 얼룩을 닦아냈다. 다 닦아내고 나니 팬티 속까지 척척해 지는 느낌에 걸음 걸이가 영 우스워지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사람들이 코만 훌쩍거려도 혹시 내 냄새 때문인가 싶어 오금이 재려 왔고, 다 젖어버려 체온으로 말리고 있는 바지의 뒤를 사람들이 볼 수도 있을 것 같아 노트북 피시를 넣은 가방도 뒤로 둘러매 버렸다. 스타일 구겨대는 아침 나절 이었다.




‘김 과장님, 오늘 늦으셨네요?’




그녀가 나에게 인사를 걸어온다. 나는 전철이 너무 밀렸다고 하면서 썰을 풀었고, 일부러 엉덩이의 젖은 부분을 보여주며, 나의 성급함을 오히려 동정의 화제로 전환 시켜 버렸다. 하루종일 숨길 수도 있었지만 그것도 나의 한 작전 이었다. 




‘애기들이 전차의 출발이랑 정차 시에 그렇게 토를 잘 하지. 내가 부주의 해서 확인하질 않고 앉은 게 잘못이지 뭐.’




‘아니에요. 그 자리에 그런 오물이 있었다면 당연히 주변 사람들이 알려줘야 했는데, 사람들이 너무 한 거 같아요. 그렇죠?’




암 백번이쥐. 그녀는 음료수를 빼 와서는 옥상에서 같이 먹잔다. 이게 왠 떡이야? 그녀가 나의 D-DAY거사를 혹시 눈치챈 거 아냐?




‘미세스 유는 언제 봐도 처녀 같애.’




‘뭘요, 과장님 책상 위에 있는 가족 사진의 사모님도 굉장한 미인 이시던데….’




‘그거야, 옛날 얘기고, 사진 빨이지. 지금이야 집안에서 살림만 하고 들어 앉아 있어서 미세스 유 같은 캐리어 우먼과 비교하면 촌닭이나 다름없지.’




유달리 짧은 치마를 입고 나온 그녀, 저 포개 놓은 다리 아래로 쭉 뻗은 각선미와 함께, 가는 발목이 달랑거리고 있었다.




‘미세스 유, 남편은 참 복도 많지. 일 잘해, 인물 처녀 같애, 성격 좋아, 옷 매무새 나도록 체격도 늘씬해, 어디 하나 빠지는 구섞이 없는데, 나라면 매일 업어 주면서 살겠구만.’




‘그래도 그인 그런 거 잘 몰라요.’




조금은 쓸쓸해 보이는 구섞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음을 보여 준다. 이때는 더욱 낙점을 받을 수 있도록 뺑끼를 쳐 발라야 한다.




‘이제 그만 들어가지, 일 때문에 오늘 회식도 못 갈 판에 내가 너무 여유 부리는 거 아닌가 몰라. 음료수 고마웠어. 빈 통은 날 줘, 내가 버릴께.’




그녀는 그런 나를 다시 한번 신뢰감 넘치는 눈길로 바라보고…하루가 그리 더디 갈 수가 없었다. 짐짓 일이나 많은 것처럼 허풍을 떨어야 했기에 나는 주리를 틀면서도 기지개 한번 맘대로 켤 수가 없었다. 팔을 걷어 부치고 서류에 빠져 있는듯한 나를 힐끔 대며 살피는 그녀의 눈길을 오늘 만 다섯번 넘게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오냐, 슬슬 넘어 오누나! 내 이렇게 공들인 이상, 니 보지 만큼은 끝장을 한번 내주마 하고 결심에 결심을 했다. 퇴근 시간이 되고 사람들이 저마다 한마디 씩 하면서 회식 장소로 떠나고 있었는데, 그녀가 아직 머뭇대면서 자리를 뜨질 않는다.




‘미세스 유는 왜 안가고?’




‘아직 일 정리 하시려면 멀었어요?’




‘글쎄 좀 더 해야 할까 봐. 오늘 지각도 하고, 여러 가지로….왜?’




‘다 되셨으면 기다렸다 같이 갈까 해서요.’




‘괜찮아. 먼저 가. 나야 일 다 되면 가고, 아니면, 집에나 가지 뭐. 회식 한번 빠진다고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고….., 미세스 유나 잘 먹고 집에 가. 오늘은 어쩌지? 내가 못 가니 누가 바래다 주나?’




그녀는 못내 아쉬운 표정으로 사무실을 나선다. 이제 물이 오를 대로 오른 셈이었다. 나는 창문을 통해 그녀가 회사 근처의 회식 장소로 혼자 걸어가는 것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이제 한 30여분만 버티다가 나도 그 쾌락의 도가니탕으로 합류해야지 하면서 의자에 앉아 희희낙락 휘파람까지 불러 재끼고 있었다. 20분 정도를 그렇게 앉아 있는데, 갑자기 볼일이 보고 싶어 졌다. 나는 가기 전에 잘 되었다는 심정으로 화장실로 향했다. 신나게 볼일을 보고 나는 일어서서 발로 변기의 물을 내리기 전에 변기를 한번 내려다 보았다. 언제나 집에서도 아내가 나의 그런 버릇을 보면서,




‘더러운 똥 덩어리, 물 내리기 전에 돌아다 보면 뭐 달라지나?’




하면서 혀를 차곤 했었다. 그런데….




‘땡그랑’




아니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나? 아까 까지도 멀쩡하던 혁대의 버클이 스르륵 풀리더니 물도 내리기 전에 변기 속으로 풍 하니 빠져드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이거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었다. 아마도 잦은 오입질로 인해 허릿 살이 줄다 보니, 줄창 허리띠를 조여 대다가 가죽을 물고 있는 버클의 물림부분이 헐거워 졌는가 보다. 나는 팔을 걷어 부쳤다. 더러워도 할 수 없었다. 내 팔뚝을 건드리는 그 둥둥 뜬 똥 덩어리의 흉측한 느낌. 이거 잘 못 되어가도 한참 잘 못 되어 가는 듯 싶었다. 아침부터 내리 세 판을 오물로 시작해서 결국에는 내 똥 덩어리를 헤치면서 까지 버클을 찾아야 한다니, 내 참…..나는 가까스로 버클을 꺼내 물에 씻으면서 온 팔을 휘감았던 그 느낌이 진저리 치도록 끔찍해서 바지를 올리지도 못하고 세면대에서 버클과 함께 팔뚝을 씻고 있었다.




‘덜컹!’




사람들이 다 간줄 알고, 청소부 아주머니께서 남자 화장실의 문을 벌컥 열고 청소를 하러 들어오시는 거였다. 나는 얼결에 놀라 획 돌아다 보았다.




‘어휴, 날씨가 오지기리 덥다고 이렇게 화장실에서 등목 하시면 쓰남유? 바지나 좀 치키시던가…..싸게 싸게 집에 가시지, 얼렁?, 내 청소 좀 하게, 아휴, 냄시야. 누가 똥누고 저렇게 물도 않 내렸디야?’




망신, 망신 그런 개망신이 없었다. 나는 팔도 씻는 둥 마는 둥, 하면서 화장실을 나왔다. 옷을 들쳐 입고, 사무실을 나오는데 아직까지 팔에서 구린내가 뻗치는 것 같아 회식 장소에 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걱정이 되기까질 했다. 




‘어머, 김 과장님, 오셨네요?’




그녀가 너무나 화색이 돌면서 나를 반겼다. 그럼 그렇지, 내가 예상한 대로 착착 들어가 맞는 구만. 나는 화장실에서의 불쾌했던 기억을 잊으려고 술도 마구 퍼 재끼고, 있는 농담, 없는 조크 다 써가며, 그녀를 달뜨게 만들었다. 이제는 웃다 못해 나의 어깨를 치면서 의미 있는 스킨쉽 까지 해대는 그녀, 이제 고지가 가까워 지고 있었다. 자리가 파장이 나면서 사람들이 삼삼오오 갈라지기 시작하면서 나는 화장실에 가는 척 하면서 그녀에게 문자를 날렸다.




‘오늘 조용하게 이야기나 할 수 있을까? 길 건너 카페 2층에서 기다리지.’




나는 사람들에게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 2차는 못 갈 것 같다고 뻥을 쳐대면서 입구로 나갔는데, 벌써 그녀는 그 자리에 없었다. 아마도 카페로 먼저 간 듯 싶다. 나는 카페 2층을 들어서면서 내가 길을 건너오는 모습까지도 보였을 그 창가에서 물끄러미 밖을 바라다 보고 있는 그녀의 앞에 조용히 앉았다.




‘사실은 과장님과 오늘 조용히 얘기나 하자는 말은 제가 먼저 하려고 했어요.’




고롬, 익을 대로 익었구만. 손만 대면 톡하고 벌어질 그녀의 쫄깃할 것 같은 보지살. 작업의 묘미는 지금부터 였다.




‘미세스 유, 아니 희진이라고 불러도 되지?’




‘네, 그렇게 하세요.’




‘나 오래 전부터 희진이를 눈 여겨 보아두고 있었어. 그렇지만, 우리 둘 다 가정이 있잖아? 그렇게 꼼짝 달싹 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매일 대하는 희진이의 얼굴에서 내가 살아가는 이유를 느꼈다면 믿겠어?’




믿거나 말거나….., 내가 생각해도 나는 정말 잘하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희진이가 온통 내 세상의 처음과 끝을 채우고 있었다면 말이야…..’




그녀가 고개를 들고 있었다. 두 눈이 촉촉히 젖어 오면서, 여자들이 그리도 좋아하는 자신에 대한 찬사로 인해 감격에 겨워 하는 그 눈매. 벌써 나의 마술에 그녀는 혼을 잃고 있다고 봐야 옳았다.




‘저도 과장님 생각 많이 한 거 아세요?…. 일일이 비교되는 그이와 과장님과의 차이점들….결코 쉽게 넘길 수가 없었죠.’




쉽게 넘길 수 없지. 월매나 공을 들였는디…그 다음은 강공이었다. 그것 뿐이었다. 길게 주저리 주저리 떠들어 봐야 헛소리고, 개나발 이었다. 산뜻 하면서도 심플하게…




‘우리 그만 나가지. 여긴 너무 시끄럽구만.’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따라 나선다. 술로 인해 두 사람 벌개진 얼굴과 호흡이 떨어져 있어도 들릴 것 같은 그 기대감. 그녀와 나는 옷을 입고 있지만, 벗기 전까지 머리 속이 획 돌아 버릴 정도의 흥분과 음란한 합의로 인해 눈도 맞추지 못할 것이다. 나는 연인 사이처럼 그녀의 겨드랑이 사이로 팔을 둘렀다, 건너편 팔의 겨드랑이 사이로 집요하게 비집고 들어가는 내 손은 걸음을 옮기는 순간부터 손끝으로 느껴지는 얇은 블라우스 안쪽으로 자리 잡은 그 소담스런 젖무덤의 끝부분과 완곡한 허리, 그리고 불거져 나온 골반뼈 까지 쉴 새 없이 왕복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었다. 이렇게 나의 손을 허용할 때는 절대 택시를 잡아 타고 아는 모텔로 간다든가 하는 실수를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불이 당겨졌을 때는 장소의 허름함조차도 여자들은 절대 기억하지 못하므로 가장 가까운 모텔로 내달려야 한다. 카운터에서 키를 받아 들고 방안에 들어선 다음은 더욱 중요하다. 항상 여자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튕길 수 있는 여지가 있으면 무조건 튕겨보자는 못된 심리가 있었으니까. 그러므로 스스로 옷을 벗을 때까지 기다리면서 분위기를 상승 시켜야지, 문을 닫아 걸자마자 덤벼들면서 열화와 같은 키스를 퍼부었다가는 대번에 퇴짜 맞기 일쑤였다. 




‘방이 꽤 아담하네, 시원하기도 하고…’




여자로 하여금 심리적인 안정감을 쥐여 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녀가 의자에 앉아 시원한 실내의 냉방을 즐기면서 목을 뒤로 재낀다. 하얗게 드러나는 그녀의 목선과 함께 앞으로 조금 내밀어 지는 가슴으로 인해 블라우스의 앞이 터질 것 처럼 보인다.




‘뭣 좀 마실까? 아까 안주를 너무 짜게 먹었는 가봐.’




그녀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방안에 놓여진 신기한 러브 체어와 원형 침대, 벽을 둘러선 거울 들로 인해 그녀는 아직까지 볼꺼리가 남았는지, 휘번덕 하니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고…맥주를 따서 주니 시원한 목젖의 넘김과 함께 입가에 거품이 그대로 남아 있을 정도로 게걸스럽게 들이키는 그녀.




‘씻으실래요?’




그녀가 의외로 선제공격을?




‘같이 씻을까?’




무언의 대답은 긍정의 강한 표현, 누구나 다 아는 얘기들이다.




‘내가 벗겨 줄게.’




내가 그녀에게 다가간다. 내가 그녀의 짧은 치마의 옆 지퍼를 내리는 사이, 그녀는 고맙게도 블라우스의 단추를 끄른다. 이럴 때, 섣불리 여자의 다리를 타고 손을 치마 안으로 집어 넣는 등의 행위는 금물이다. 그로 인해 상승 되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나의 조급함을 보여주는 실수로 각인 되니까. 이럴 때는 다른 화제로 옷이 벗기워 지는 당사자로 하여금 수치심이나 부끄러움을 삮여 주는 언질이 반드시 필요했다.




‘스커트가 굉장히 타이트 하네, 어디 결혼 한 사람의 힢 라인이라고 할 수 있겠어? 이렇게 탄력이 있는데…’




‘아니에요. 다 팬티스타킹 때문이지, 그럴 라구요! 유부녀 몸매가 거기서 거기죠.’




‘아니라니깐! 자 봐, 내가 이렇게 스타킹을 벗기면서도 이렇게 손바닥에 탄력 있는 촉감은 일찍이 느껴본 적이 없어.’




고개를 저으며, 웃음을 흘리는 그녀의 표정에 조끔 우쭐한 기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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