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도미시마 다케오의 여인추억 2 ... - 2부 11장

본문

16. 두 여자의 실험대 




마사오와 스즈꼬는 약속대로 다시 만났다. 


곧장 여관으로 간다는 건 좀 쑥스러워서 일단 보트를 탔다. 


반 시간 정도 보트를 타고 나서 공원안의 숲속 길로 들어갔다. 


이윽고 아무도 없는 한적한 곳에 이르렀다. 


마사오는 끌어안고 입을 맞추었다. 


"이제부터 뭘 할까?" 


여관에 가기로 한 걸 문론 기억하고 있었지만 마사오는 새삼스럽게 물었다. 


"영화 볼까? 아니면 여관에 갈까?" 


"마사오 마음대로 해." 


두 사람은 곧장 공원을 나와 여관을 찾았다. 


마사오도 여관은 처음이라 막상 들어가려니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다. 


그렇다고 시간을 축내며 망설일 수는 없었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여관으로 곧장 들어갔다. 


방으로 안내된 후 무표정한 여관 주인이 사라지자 두 사람은 깊이 끌어안았다. 


"나 숨이 멎는 줄 알았어." 


역시 여자에겐 남자 이상의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나도. 자, 우리 같이 목욕하자." 


마사오가 제안했다. 


스즈꼬는 별로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사오는 스즈꼬의 옷을 모두 벗겨 주었다. 


나신이 되자 스즈꼬는 부끄러워했다. 


"거기는 남자에게 가장 민감한 곳이야." 


목욕을 하면서 마사오는 스즈꼬에게 남자의 몸에 대해 가르쳐 주었다. 


스즈꼬로 하여금 손으로 직접 애무하게 하면서 자세히 설명했다. 


"여자는 각자 다 다르지만 남자는 대게 똑같아. 알아두면 도움이 될 거야." 


그 마지막 말은 , 자신은 어디까지나 스즈꼬를 애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동시에 스즈꼬가 자유의 몸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스즈꼬는 진지한 표정으로 마사오가 일러준 대로 적극적으로 애무하기 시작했다. 


욕실에서 그대로 방으로 돌아온 두 사람은 아늑하게 깔린 이불위에서 포옹했다. 


숲속의 밀실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보다 안정되고 밀착된 결합이 이루어졌다. 


돌아오는 기차에서 두 사람은 따로 떨어져 앉았다. 


아는 사람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앞자리에 앉은 스즈꼬는 계속 창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오늘 스즈꼬는 마사오와 마찬가지로 성의 쾌락만을 위하여 이렇게 모험의 원정을 나섰던 것이다. 


대부분의 여자들이 연인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하나가 되고 싶어하는 경우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마사오는 저토록 청순하고 귀여운 스즈꼬의 마음속에 어떻게 그런 관능과 욕정이 꿈틀거릴 수 


있는지 궁굼했다. 




이틀 뒤에 고마쯔하라가 모교에 가는 길에 잠시 들렸다. 


그는 어젯밤에 내려왔으며 그 전에 히요꼬와 헤어졌다고 했다. 


"역시 서로 어울리는 사람을 만나야 해. 아니면 결국 서로가 힘들어져. 우리는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이는 아니었어." 


쓴웃음을 지으며 고마쯔하라가 덧붙였다. 


"사실은 그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야." 


역시 심정적으로는 아직 정리되지 않은 것이다. 


마사오는 이런저런 예기를 하다가 슬쩍 스즈꼬의 이름을 들추어냈다. 


"며칠전에 저에게 선배님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다고 하더군요."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어릴 때 양가 부모님끼리 약혼을 해두었잖아요." 


"그런 약속은 없었어. 터무니 없는 말이야." 


"스즈꼬 부모님은 선배님을 스즈꼬의 약혼자로 생각하시는 거 모르세요?" 


"우스운 이야기로군. 우리 아버지께서 술만 드시면 기분이 좋아서 아무 말씀이나 하시는 버릇이 


있으셔. 아무리 스즈꼬의 가문이 우리 집안과 사돈을 맺고 싶다하더라도 그런 걸 진심으로 받아 


들이면 곤란하지. 두 집안이 친척처럼 가깝게 지내곤 있지만 사돈이 되기엔 무리야. 우리 


아버지가 들으시면 어이없어하실 거야." 


고마쯔하라는 어께를 으쓱거렸다. 


낡은 사고 방식에서 비롯된 우스운 우월감이 엿보였다. 


이런 수재에게도 저렇게 고리타분한 면이 있다니, 도쿄에서 함께 지낼 때는 몰랐던 사실이었다. 


마사오는 좀 불쾌했다. 


콧대를 좀 눌러 주고 싶었다. 


"스즈꼬도 선배님을 특별히 생각하지는 읺는데요. 하루라도 빨리 약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해두고 싶다고 했어요. 아무튼 그애는 이제 안심해도 되겠군요." 


"오늘 저녁에 가서 그 애 부모님의 환상을 깨도록 해야겠어. 


어쨌든 난 고향 여자에겐 손을 대진 않아. 좀처럼 빠져나올수가 없거든." 


고마쯔하라가 돌아간 뒤 마사오는 그들의 이야기를 어머니에게 했다. 


어머니는 놀랍다는 듯 말했다. 


"그런일이 ! 옛날이야 흔한 일이었지만 요즘이야 참 드문 일이지." 


그러던 눈을 빛내며 확인하 듯 마사오에게 물었다. 


"너와 다에꼬도 나중에 딴소리하는 건 설마 아니겠지." 


못을 박아 두려는 것이었다. 


"그럼요." 


밤 안개가 자욱해질 무렵 마사오는 마사오는 다에꼬와 산책을 했다. 


어둠은 이상하게도 온 사위를 고요하게 어루만지는 힘이 있다. 


마사오는 어머니의 말을 전했다. 


그러자 다에꼬는 마사오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진짜 내가 한 살 더 많은거 상관없어?" 


"그럼, 한 살 연상의 신부가 가장 좋다는 말도 있잖아." 


"고마워. 그런데 이번 일요일에 비쯔 선생님댁에 가지 않을래?" 


"정말 가고 싶어?" 


"응." 


"그럼 좋아, 가자." 


마사오와 비쯔의 관계는 거의 일년전에 정리가 되었다. 


게다가 비쯔는 다에꼬보다 나이도 훨씬 많고 이미 결혼까지 한 사람이다. 그런데도 다에꼬는 


깨끗이 매듭을 짓고 싶은 모양이었다. 


다음 날 다에꼬는 퇴근길에 마사오에게 들렀다. 


"오후에 선생님께 전화 했었어. 남편이 출장 간다고 토요일 저녁에 와서 일요일까지 놀다 가라고 


하시던데? 어때? 내일 다시 전화하기로 했는데." 


마사오는 다에꼬에게 얼굴을 바짝 들이밀었다. 


"정말? 그 선생님. 우리 관계를 알아. 우리 아침을 함께 맞을 수 있겠다." 


"난 가고 싶어. 선생님 댁에서 자는 거니까 어머니도 허락해 주실거야." 


"좋아. 그러자. 난 친구 집에서 잔다고 할게." 


"물론 그렇게 할게. 그 여자는 선생님이고 남의 부인이야."" 


토요일 오후 마사오는 역에서 오전 근무만 끝내고 올 다에꼬를 기다렸다. 아는 얼굴들과 대충 


몇 마디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저 앞에서 다까세와 미찌요가 지나가고 있었다. 


다까세는 직장인이었지만 아직 미찌요는 3학년이고 교복 차림이었다. 


<아니, 저 애들이 아직까지도 교제를 하고 있나?> 


다까세가 작년에 미찌요의 아버지에게 교제를 허락해 달라고 찾아 갔다가 봉변을 당하는 바람에 


학교에 일대 소동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그 일로 두 사람이 끝난 걸로 알았는데 어떻게 그 무서운 아버지의 감시망을 뚫고 미찌요가 태연하게 다까세와 함께 돌아다닐 수 있는지 마사오는 참 


재미있구나 생각했다. 


마사오가 다까세를 불렀다. 


미찌요는 수줍은 듯 가볍게 목례를 하고 그 자리에 서 있고 다까세만 다가왔다. 


"나란히 어디 가는 거야?" 


"영화 보러." 


"드디어 미찌요 아버지께서 허락하신 거야?" 


"아니, 아직 비밀로 교제하는 거야." 


"작년보다 예뻐졌는데."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다까세는 히죽거리며 좋아했다. 


마사오가 다까세의 귀에 대고 말했다. 


"너희 키스는 해 봤니?" 


그러자 다까세가 귓속말로 반문했다. 


"너, 입 무겁지?" 


"그럼." 


두 사람은 벽 쪽으로 가까이 갔다. 


"손으로 거길 만지는 것까지. 저 애 , 자기 아버지를 닮아서 되게 완고해." 


"그건 네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지. 그런데 넌, 아직도 동정이니?" 


"아니 , 졸업하자마자 아는 형들에게 사창가로 끌려갔어." 


"남자가 경험이 좀 있는 것도 괜찮을 거야. 그래도 저 애는 아직 고교생이니까 조심스럽게 대해 줘." 


"결혼하기로 약속했어. 나도 사나이니까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아." 


"잘됐군. 아무튼 나중에 모두 한 번 모이자." 


"그럴께. 나중에 만나서 술을 마시며 천천히 예기하자. 자 빨리 가 봐. 기다리고 있잖아." 


다까세는 마사오의 어께를 툭 치고 뛰어갔다. 


세 갈래로 머리를 딴 귀여운 미찌요는 뒤돌아보며 마사오에게 인사했다. 


<그땐 무척 어려 보여 왜 저런 어린애에게 빠질까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아주 여자다워졌구나.> 


좀 덩치가 큰 편인 다까세와 작은 미찌요의 대비가 의외로 잘 어울렸다. 


그곳에 손을 허락했다고 하면 이제 금방이군. 이번 여름이 그 경계가 될지도 모르겠군.> 


마사오가 혼자 빌긋 웃고 있는데 저쪽에서 스즈꼬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조금 발그레해진 얼굴로 다가왔다. 


"누굴 기다리고 있어?" 


"다에꼬와 만나기로 했어." 


"그래? 그럼 안 되겠구나. 갈게." 


"참, 고마쯔하라 씨가 무슨 말하지 않던?" 


"응, 아버지는 실망하시는 것 같았지만 난 개운해. 고마워." 


스즈꼬는 웃고 있었지만 역시 눈에는 복잡한 빛이 어른거렸다. 


아무리 좋아하지 않는 남자라고 해도 상대의 매정함에 쓸쓸한 실망도 느꼈을 것이다. 


"나중에 만나서 자세히 예기하자." 


마사오가 말했다. 


스즈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어렵게 말을 꺼냈다. 


"저번에 네가 다 지불했잖아. 미안했어, 다음엔 내가 낼게." 


"하하. 고마워. 하지만 무리는 하지 마." 


"무리는 아니야. 나 그럼 먼저 갈깨." 


스즈꼬는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 


역시 역에서는 아는 얼굴을 많이 만난다. 


<그리운 얼굴이 있으면 여기에 서 있으면 되겠군.> 


열차가 도착하기 오 분전이 되어서야 다에꼬가 나타났다. 


마사오는 표를 사놓고 기다리던 참이었다. 


"미안해, 많이 기다렸지." 


"아니, 아지 열차도 안 왔는데." 


열차에는 사람이 많았다. 


도저히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서 두 사람은 통로에 서야만 했다. 발차할 때 덜컹하자 다에꼬의 


손이 마사오의 바지 벨트를 와락 잡았다. 


"함께 가는 거 두렵지 않아?" 


다에꼬의 눈에 장난기가 담겨 있었다. 


그러나 입가는 굳어 있었다. 


"아냐, 난 단지 우리를 재워 줄 여관에 간다고 생각할 뿐이야. 그 선생님은 여관 주인이고." 


다에꼬는 비쯔가 일러 준 대로 집을 잘 찾아 갔다. 


신혼부부를 위해 새로 지은 집으로 너른 친정에 비하면 장난감 같았지만 그래도 정원에는 화초가 아기자기하게 가꾸어져 있었다. 


비쯔는 흰 바탕에 물방울 무늬가 있는 원피스 차림으로 반갑게 맞아 주었다. 


<전보다 화장이 짙어졌어. 변함없이 예쁘다. 오히려 전보다 요염해졌는데.> 


비쯔를 처음 본 순간 마사오는 그렇게 생각했다. 


거실에서 차를 마시면서 비쯔는 마사오의 대학 생활에 대해 여러 가지 묻고 충고를 곁들이면서 


어디까지나 선생으로서 마사오를 대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마사오도 격식 차린 태도를 풀지 않았다. 


마치 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대화가 이어졌다. 


다에꼬는 두 사람의 관계는 이미 과거속에 묻혀 버린 것이라는 사실을 서로에게 분명하게 인식 


시키려고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역시 마사오의 가슴속에는 절정에 다했을 때의 비쯔의 몸의 반응을 은밀하게 되살아나고 


있었다. 


잠시 자리를 비웠던 비쯔가 수건 두 장을 들고 거실로 들어왔다. 


"자, 목욕물 채워 놓았어. 들어가서 땀 닦고 와. 같이 들어가도 돼. 그럴 기회가 좀체 없었지?" 


마사오는 다에꼬의 어께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같이하자" 


다에꼬는 고개를 끄덕이고 비쯔를 쳐다보았다. 


"선생님 말씀대로 하겠어요. 같이요." 


머뭇거리지 않고 침착한 태도였다. 


마사오와의 관계를 분명하게 비쯔에게 선언하는 의미였다. 


"자. 여기가 목욕탕." 


비쯔는 유리문을 열었다. 


큰 창이 달린 욕실안은 넒었다. 


사치스러운 곳이었다. 


아마도 비쯔의 남편도 그녀의 친정 만큼이나 상당한 재산가인 모양이다. 


"천천히 하고 나와. 지금부터 난 식사 준비를 할 테니까. 너무 일찍 나와도 곤란하다구." 


그렇게 말하고 탈의실 문을 닫고 비쯔는 나갔다. 


다에꼬가 마사오의 와이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마사오는 다에꼬가 바지를 벗기기 시작할 때부터 부풀어오르기 시작했다. 알몸이 되었을 땐 이미 


터질 듯이 충혈된 상태였다. 


그리고 마사오가 다에꼬를 나신으로 만들었다. 


두 사람은 서로 몸에 물을 끼얹어 주고 욕조로 들어갔다. 


마사오는 다에꼬를 끌어안으며 키스를 했다. 


다에꼬는 입술을 떼고 마사오의 몸을 부드럽게 쥐었다. 


"오늘밤 나를 너무 얕보지 마." 


"무슨 말이야?" 


"난 안 잘거야." 


"왜? 내가 선생님 이불 속으로 기어갈까 봐?" 


"그렇진 않겠지만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냐." 


"걱정하지 마. 잠이 오면 그냥 자도 돼." 


"싫어." 


다에꼬가 먼저 마사오를 닦아 주었다. 


"우리도 이런 집을 지을 수 있을까?" 


"글세, 그건 장담할 수 없어. 아마 이 집도 선생님 남편이 번 돈만으로 지은 건 아닐걸." 


"아냐, 마사오는 할 수 있어""그렇게 하도록 노력할게" 


"용돈, 부족하지 않아?" 


"응. 범위 내에서 알뜰하게 쓰니까." 


"난 월급의 반을 저축하고 있어." 


"훌륭한데." 


"매달 조금씩 부쳐줄까?" 


"싫어. 그러면 일생동안 머리에 남을 거야. 정 부족하면 이르바이트를 하면 돼." 


다에꼬는 마사오의 등을 다 닦고 옆으로 돌아 팔을 닦기 시작했다. 


마사오는 그 손으로 다에꼬의 젖가슴을 주물렀다. 


"나도 이집처럼 목욕탕을 화려하게 만들고 싶어." 


"노력하지" 


다에꼬의 손은 가슴에서 배로 옮겨가며 땀과 때를 닦았다. 


"자, 다음은 머리." 


누가 머리를 감겨주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마사오는 고개를 숙여 머리를 내 밀었다. 


다에꼬는 정성껏 머리를 감겨 주었다. 


비쯔가 되도록 천천히 하라고 했음으로 시간에 대해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다에꼬도 그럴 생각인 모양이다. 


둘 사이의 깊이를 비쯔에게 보이고 싶어하는 심리가 작용했을 것이다. 


이제는 가장 중요한 부분을 닦을 차례였다. 


손에 비누를 칠해 덩어리를 문질렀다. 


마사오는 단단해진 상태 그대로였다. 


"하고싶다." 


"지금은 안돼." 


다에꼬가 거품을 내며 닦았다. 


"싫다면 덮치겠어." 


"후후." 


마사오에게 물을 끼얹었다. 


이번에는 다에꼬 차례였다. 


마사오는 비누칠 한 수건으로 다에꼬의 등에서 가슴, 가슴에서 배, 그리고 양팔을 닦았다. 


다에꼬는 마지막으로 다리를 벌렸다. 


역시 부끄러워하면서, 그곳엔 물과는 다른 액체로 넘쳐 있었다. 


그것을 확인하자 마사오는 참기 힘들었다. 


"너무 그러지 말고 잠깐만 하자." 


"싫어, 안 돼." 


다에꼬는 머리를 저었다. 


"내가 소리를 내면 다 들리잖아." 


"들리면 어때?" 


"아직 시간도 일러." 


"그러면 밤에는 들리게 한다. 


마사오는 계속 다리 사이로 허리를 들이 밀려고 했으나 다에꼬는 거부했다. 


"부탁이야, 나중에. 선생님 얼굴을 똑바로 볼 수 없을 것 같아." 


이윽고 둘은 탈의실로 나와 물기를 닦았다. 


마사오가 다에꼬에게 속삭였다. 


"나 갈아입을 속옷을 가지고 오지 않았어. 이거 다에꼬가 빨아줄래?" 


"안 입을꺼야?" 


"응. 유까다만 입을래." 


"마사오." 


다에꼬가 정면으로 돌아서며 마사오를 뚫어지게 보았다. 


"선생님에게 보이려고?" 


크게 뜬 눈이 빛나고 있었다. 


"그게 아니야. 땀 투성이 속옷을 입고 싶지 않아서지" 


"계속 옷깃을 여미고 있을 거지?" 


"그럼" 


"그렇다면 좋아." 


다에꼬는 마사오의 속옷을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 


마사오는 부채를 부치면서 다에꼬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에꼬는 옆 얼굴을 보이며 속옷을 빨았다. 


풍만한 젖가슴이 출렁이고 허리가 흔들렸다. 


살아 있는 유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다에꼬는 미리 준비해 온 속옷으로 갈아입고 그 위에 유까다를 입었다. 두 사람은 거실로 나왔다. 


다에꼬가 마사오의 속옷을 널러 정원으로 간 사이에 비쯔가 다가왔다. 


"마사오, 그 속에 아무것도 입지 않은거야?" 


"예" 


"어차피 여기서 잘 거니까 상관없지 뭐." 


다에꼬가 돌아오자 비쯔가 욕실로 향하며 말했다. 


"오분만 기달려 줄래. 나도 땀 좀 닦고 올게" 


세 사람은 유까다 차림으로 식사를 하였다. 


식사를 하는 도중에 나누는 대화에서 다에꼬가 비쯔를 대하는 태도가 부드러웠다. 


다에꼬의 이번 방문의 목적은 원망과 결말을 짓기 위한 대립이었다. 


비록 겉으로는 정중해도 그 저변에는 적의와 경쟁심이 있을 텐데도 그것이 조금도 드러나지 않는다. 


<다에꼬는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어른이 된 걸까? 그많큼 자신을 추스를 줄 아는 처세술을 


익힌 걸까? 다에꼬는 사회인이야. 혹시 내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멀어진 게 아닐까?> 


마사오는 두려움조차 들었다. 


다에꼬를 대하는 비쯔의 태도에도 전혀 경계심이 없는 듯 했다. 


그래서 두 어른 사이에 아직 새파란 자신이 끼어 있는 것 같았다. 


마사오는 점점 열등감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거기에 맥주를 마시기 시작하면서 술기운이 더해지자, 


<좋아, 두 여자들이 그렇다면 나도 긴장할 게 없지.> 


하는 기분이 되었다. 


동시에 두 여자를 여자로서 바라볼 수 있는 뻔뻔스러움이 생겼다. 


비쯔와 다에꼬의 빰이 붉어져 있었다. 


"유까다는 보기에는 시원해 보여도 의외로 덥지? 


이제 아무도 오지않을 텐데 우리 속옥 차림으로 마실까?" 


다에꼬가 망설이자 마사오에게, 


"실례해요." 


라고 선언하고 먼저 유까다를 벗었다. 


그러자 다에꼬는 


"나, 그래도 돼?" 


라고 마사오에게 묻고는 그가 고개를 끄덕이기를 기디렸다가 유까다를 벗었다. 


두 여자의 젖가슴 모양이 브래지어에 싸인 채 그대로 드러났다. 


다에꼬가 훨씬 더 풍만했다. 


비쯔가 마사오에게 말했다. 


"마사오도 덥지? 위에는 좀 벗어." 


"그러죠." 


마사오는 가슴을 풀어 헤쳤다. 


술잔을 주거니받거니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비쯔가 불쑥 엉뚱한 질문을 했다. 


"마사오. 도쿄에 있을 때 욕망을 어떻게 해결했어? 다에꼬 앞에서 사실대로 말해 봐." 


슬슬 심술이 부리고 싶어진 모양이었다. 


마사오는 언젠가는 그런 질문을 하리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참았죠." 


"남편은 대학 다닐 때 정기적으로 여자를 사러 갔어" 


다에꼬는 눈을 크게 떴다. 


"그런 말씀까지 하시나요?" 


"응, 당연하지." 


"전 그럴 여유가 없어요. 여자를 살 돈이면 1주일을 생활할 수 있어요." 


"그러면 돈에 여유가 있다면 갈 거야?" 


다에꼬가 몸을 마사오에게 돌렸다. 


"아니, 아무리 돈이 많아도 난 다에꼬가 있으니까. 불결하잖아. 또 난 매춘에 대해서는 아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야." 


"정말?" 


"정말이지. 맹세할 수 있어." 


비쯔가 어느새 요염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여자는 그런 여자만 있는게 아니야. 도쿄에는 여기와 달리 개방적인 여자가 많아. 마사오, 


전혀 그런 기회가 없진 않았을 텐데? 정직하게 고백해 봐" 


"없습니다." 


비쯔가 다에꼬를 쳐다보았다. 


"다에꼬는 저 말을 믿어?" 


다에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글쎄요, 조금 의심해요. 그렇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어요." 


"그럼 연애가 아니라 놀이라면 용서해 줄 거야?" 


"남자는 어쩔 수 없다고도 생각하지만 역시 곤란해요." 


"나라면" 


비쯔가 단언했다. 


"용서할 거야. 여자는 남자의 놀이에는 눈을 감아 줘야 해." 


다에꼬가 반문했다. 


"그러면 선생님, 남편이 바람피우는 개 그저 단순한 놀이라면 용서하실 건가요?" 


"그럼" 


비쯔는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아직 순수하니까 모르겠지만 남자는 원래 그런거야. 남자에게 있어서 연인 이외의 여자를 


안는 건 단순한 기계적인 배설 행위일 뿐이야. 그러니까 그 상대에게 임신을 시키거나 병을 


옮아오지 않는한 용서해 줘야지/" 


다에꼬가 우울해 지는 것과 반대로 비쯔는 더욱 요염하게 명랑해져 갔다. 


눈은 욕정으로 가득했다. 


<오늘밤 나와 관계를 갖기 원하는 건가? 그것을 다에꼬에게 허락 받으려는 작전인가?> 


비쯔는 본격적으로 남자의 바람을 옹호하는 변론을 펼치기 시작했다. 동물의 세계에서부터 결혼 


제도의 변천사에 이르기까지 전말 광범위하고 심도 깊은 설명이었고 충분한 설득력을 지닌 


변론이었다. 


역시 선생이었다. 


사뭇 어린 다에꼬를 가르치는 말투였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설교를 스스로 즐기는 것 같았다. 


"현대의 일부일처제는 아내로 하여금 새로운 여자에게 자신의 지위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을 느끼게 하지. 그래도 마사오는 절대로 안심할 수 있어. 어떤 여자와 놀아나더라도 


너만을 사랑할 테니까. 난 알아.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드디어 긴 변론이 끝을 맺었다. 


다에꼬가 마사오를 쳐다 보았다. 


"마사오, 내 독점욕이 잘못된 거야?" 


마사오는 비쯔의 주장에 공감하는 바였지만 신중히 대답해야 했다. 


"어쨋든 난 다에꼬만을 사랑해. 다른 건 생각하지 마." 


다에꼬가 속이 타는지 맥주를 마시고 비쯔를 쳐다보았다. 


"정말 서냉님은 그런가요? 입으로는 그렇게 말씀하셔도 역시 남편의 바람은 싫지 않아요?" 


"그쎄, 얼마 전에 결혼한 친구네 집에 놀러갔었지. 마침 한창 부부싸움을 하는 중이었어. 


나를 보더니 잘 왔다면서 얘기를 들어 보라고 하더군. 남편이 근처의 과부와 바람을 피운 모양이야" 


"그래서요?" 


"남편은 사과하지 않고 차려놓은 음식을 먹지 않응 건 남자의 수치라면서 자랑스럽게 말하더군." 


"대단하군요." 


"그건 친구도 인정했어. 그리고 


- 그러나 그건 부인을 충족시키는 남자가 할 말이야. 이 사람은 벌써 1주일이나 나와 관계가 


없었어. 나에게 줄 분량을 그 호색스런 과부에게 준 거라고. 난 손해를 봤어. 그러니까 화내는 게 


당연한 거 아냐? - 


재미있는 말이지? 관념적이지 않고 현실적이야. 


나도 그 친구와 같은 생각이야." 


"예?" 


"남편이 바람을 피워도 나와의 회수가 감소되지 않는 한 아무 상관없어." 


"정말입니까?" 


"정말, 난 실질적인 걸 중시해." 


"그래도 바람을 피우면 그 회수가 줄어들잖아요?" 


다에꼬는 제법 대담한 말을 했다. 


"바람을 피우는 건 가끔이니까 그렇게 줄지는 않아. 


다에꼬. 계속해서 자기를 기쁘게 해줄 수만 있다면 조금은 바람을 피워도 너그럽게 봐 줄 수 있지 않을까?" 


"역시 싫어요." 


"그 싫다는 정도는 어느 만큼일까?" 


갑자기 다에꼬는 자세를 단정히 했다. 


"비쯔선생님." 


분명하고 힘이 들어간 목소리였다. 


"응?" 


비쯔는 장난기 어린 목소리였다. 


"사실은 지금 이런 그 말씀을 하고 싶으신 거 아닙니까?" 


"무슨?" 


"저에게 오늘밤 마사오와 관계를 갖는 걸 눈감아 달라는." 


"글세, 그럼 그럴래?" 


비쯔는 구슬이 구르는 소리를 내며 요염하게 웃었다. 


"그렇게 생각했어?" 


"바보가 아난 한 그렇게 생각하죠. 아직도 마사오에게 흥미가 있나요?" 


"다에꼬, 내가 마사오에게 전혀 흥미가 없다면 그건 널 모욕하는 거야?" 


다에꼬는 솔직하고 순진했다. 


"예, 그렇게는 생각해요. 하지만." 


"그러면 아직 관심을 갖고 있는 걸 기쁘게 생각해야지. 지금은 너만의 남자니까." 


"관심을 가지는 것과 관계를 갖는 건 달라요." 


"나도 알아. 그러니까 오늘밤은 장소와 기회를 제공하는 것 뿐이야. 걱정하지 마. 


잠시 빌려 달라고는 하지 않을 테니까." 


"이제 안심이에요. 그렇지만 선생님이 저보다 훨씬 아름다워서 여전히 걱정이 되긴 해요." 


"내가 보기엔 다에꼬가 훨씬 예쁘고 젊어. 또 마사오와도 잘 어울리고, 그렇잖아, 마사오?" 


마사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 어릴 때부터 다에꼬가 좋았어요. 장난을 치다 야단을 맞으면 날 싫어하는 게 아닐까 걱정을 


많이 했죠. 그때부터 제가 여자의 얼굴을 판정하는 기준이 바로 다에꼬가 되었어요. 아무리 


예뻐도 다에꼬와 닮지 않은 부분이 있으면 미워 보였어요. 이상하죠?" 


비쯔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과연 너희들은 숙명적인 연인 이구나" 


그렇게 말하고 한숨을 지었다. 


"이 사람은 도쿄에 가더니 말만 늘었어요. 그런 입에 발린 말을 하다니 부끄럽지도 않나봐요." 


다에꼬는 책망하는 투였지만 분명 기쁨이 묻어 있었다. 


"그렇지 않아. 사실이야." 


마사오가 부인했다. 


세 사람은 밤이 깊도록 여러 얘기를 했다. 


다에꼬는 비쯔에게 마사오와의 관계의 깊이를 공연하게 증명해 보이려고 애를 쓰는 것이 역력했다. 


그러나 마사오의 마음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난 아직 이 선생님에게 미련이 남아 있어.> 


비쯔의 몸은 솔직하게 반응하는 다에꼬와는 달리 꾸며내는 듯한 기교와 다체로움이 있었다. 


마사오는 그것을 다시 맛보고 싶은 욕망을 느끼고 있었다. 


급기야 분신이 자극을 받아 부풀어오르더니 유까다를 비집고 밖으로 휘어나왔다. 


다행이 식탁으로 가려 있어 보이지를 않았다. 


마사오는 그런 상황이 더욱 자극적이었다. 


다에꼬에게 은밀하게 귀뜸했다. 


그러자 다에꼬의 손이 식탁 밑으로 내려와 마사오의 몸을 직접 쥐었다. 마사오는 마구 맥박치고 


있었다. 


"다에꼬는 물론 마사오의 몸밖에 모르지?" 


"예" 


"다른 사람을 알고 싶다는 생각, 한번도 해본 적이 없어?" 


"없어요." 


"정말?" 


"예.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예요." 


비쯔는 한 숨을 쉬었다. 


"깊이 사랑하는 구나. 행복하겠어. 난 그렇지를 못해. 바람기가 있나? 괜찮은 사람을 보면 마음이 


흔들려. 정말 사랑하는 남자가 없으면 여자는 그런가 봐." 


"선생님은 몇 남자와 관계를 가지셨어요?" 


"그렇게 많지는 않아. 이상한 남자에게 걸리면 큰 일 나잖아. 그래서 신중하게 선택했지." 


"그래도 결혼한 뒤에는 없으셨죠?" 


"그래. 아직은 없어. 그러나 앞으로도 없을 거라고는 장담 못해. 남편을 사랑하지만 열중할 수가 


없어.간혹 색기가 발동하기도 하고. 자, 그만 마시고 잘까?" 


이미 얼큰하게 술기운이 오른 마사오와 다에꼬는 동의를 했다. 


두 여자가 술자리를 치우는 동안 마사오는 욕실에서 샤워를 하고 왔다. 방에는 모기장이 쳐지고 


이부자리가 두 채 마련되어 있었다. 


한 채에는 베게가 두 개 나란히 놓여 있었다. 


"모기장이 하나밖에 없어서 말이야. 난 방해하지 않을 테니 신경쓰지 말고 사랑을 나눠. 삻다면 


내가 다른 방에서 잘 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두 사람이 망설이자 비쯔는 아무 말 없이 욕실로 들어가 버렸다. 


"선생님은 어떻게 할 작정이지?" 


불안한 듯 다에꼬가 마사오를 보았다. 


"몰래 엿보는 취미가 있나봐." 


"위험해, 걱정 돼." 


"그건 염려 마." 


"마사오는 같은 방에서 자고 싶어?" 


"아무래도 상관 없어. 다에꼬는 싫지? 난 사실 보여주고 싶은 기분도 들어." 


"어둡게 해놓고 마사오가 맨 끝에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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