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도미시마 다케오의 여인추억 1 ... - 1부 6장

본문

6. 나의 다에꼬 




계곡을 흘러내리는 시냇물 소리가 반갑게 들리는 봄이 찾아왔다. 마 


사오는 3학년이 되었고 다에꼬는 여학생으로서 최고 학년인 4학년이 


되었다. 


다에꼬에게 혼담이 들어온 사실을 마사오가 알게 된 것은 죽순이 한 


찬인 어느 일요일이었다. 다에꼬가 자기 집 안뜰에서 방금 파낸 죽순 


대를 가지고 와 마사오와는 인사말만 하고 돌아간 날이었다. 


다에꼬네 집 안 뜰 그 대나무받에서 이미 두 사람은 몇 번이나 달콤 


한 시간을 가졌었다. 마사오의 어머니는 그 대나무밭에서 다에꼬가 캐 


온 죽순을 살짝 데쳐 그릇에 담아 오셨다. 갓 파낸 죽순은 푹 찌지 않 


고 살짝 데쳐내는 것이 더 맛있었다. 희고 싱싱한 죽순을 보며 마사오 


는 생각했다. "이건 다에꼬와 키스할 때 내가 밟았던 것인지도 몰라." 


그때였다. 아버지가 말했다. 


"다에꼬도 이젠 숙녀가 다 되었군. 하기야 벌써 선볼 나이가 되었으 


니. 그래, 어제 선본 건 어떻게 되었답디까?" 


마사오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저쪽에서 다에꼬에게 첫 눈에 반한 것 같으니까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될 거예요." 


어머니가 대답했다. 


"선이라구요?" 


마사오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물었다. 


"그래 마사오도 이제 그 애와 친구처럼 사귀지 못하겠구나. 졸업하 


면 곧 결혼할지도 몰라. 그 애는 조숙하니까." 


여학생이면서 이미 약혼자가 있는 여자도 적지 않았다. 졸업 후 일 


년도 채 안 되어 시집가는 것도 놀랄 만한 일이 아니었다. 얼굴이나 


몸매가 예쁜 여학생들은 더욱 그랬다. 


"누구와요?" 


마음속의 동요를 눈치채지 못하도록 조심스럽게 마사오는 다시 물 


었다. 


"나까쯔 사람 같아. 옛날 이에노 집안이라고 하는 것 같더라." 


"상대편은 다에꼬를 봏다고 한대요?" 


"몇 번 다에꼬를 본 모양이야." 


마사오와 다에꼬의 사이를 모르는 어머니는 다에꼬에게 들어온 그 


혼담을 축복하는 말투로 대답했다. 


"그렇지만 좀 이른 것 같군." 


아버지의 부정적이 말투가 마사오에게 의지가 되었다. 


"다에꼬는 상대방을 모르구요?" 


"그러니까 선을 보지." 


마사오에게는 충격이었다. "내 애인인 다에꼬가 결혼해 버린다?" 


그건 두 사람의 연령 차이를 생각케 하는 사실이기도 했다. 실제 차이 


는 한 살이었지만 다에꼬가 여자였기 때문에 그 차이는 서너 살로 넓 


혀진다. 다에꼬에게 첫눈에 반한 남자는 대학생이나 사회인일 것이 


다. 어른인 것이다. 여러모로 마사오가 적수가 될 수 없었다. 진행되 


는 혼담을 막을 길이 그에게는 없었다. 문득 이제까지의 포옹이나 사 


랑의 속삭임 따위가 모두 소꼽장난으로 생각되었다. 다에꼬는 벌써 혼 


담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마사오는 다에꼬에게 그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그것도 충격이었다. 갑자기 다에꼬가 먼 사람으로 느껴졌다. 


다에꼬는 어쩌면 이제까지 마사오의 방자함을 그저 천성적인 상냥함 


으로 허락해 온 것인지도 몰랐다. 


며칠 동안 마사오는 복잡한 생각 속에서 지냈다. "괴로와했다"는 표 


현은 적당하지 않았다. 자신과 다에꼬의 관계에 대해서 좀 달리 생각 


해 보았다. 다에꼬가 마사오에게 말을 하지 않은 것도 여러가지로 해 


석할 수 있었다. 단지 그녀가 마사오를 속이려는 것은 아니라는 것만 


큼은 확신하고 있었다. 그런 여자는 아니었다. 


"나를 신부로 원하는 사람이 있어." 


토요일에 책을 빌린다는 핑계로 온 다에꼬가 마사오의 방 책꽂이에 


서 빼낸 책을 펼쳐보면서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벌써?" 마사오는 태연하게, 금시초문이라는 듯이 말을 받았지만 


주위가 온통 갑자기 캄캄해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응, 좀 이른 것 같기도 해." 


그다지 문제시하지 않는다는 투였다. 여학교 재학중의 혼담이라, 


역시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너무 일렀다. 


"아직 상자 속의 새가 되고 싶진 않아." 다에꼬가 덧붙였다. 


그 말의 저변에는 언젠가 결혼한다느 전제하에 상대는 아직 결정되 


지 않았다는 뜻이 깔려 있었다. 마사오와의 사랑의 맹세도 먼 장래의 


결혼을 약속한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까지도 포함된 말이었다. 그건 마 


사오도 마찬가지였다. 결혼이라는 드라마가 그의 나이에 현실적일 리 


가 없었으니까. 


다에꼬를 배웅하려고 마사오는 집을 나섰다. 두 사람은 숲길로 들어 


가 잡목이 유난히 우거진 어두운 곳으로 이끌려갔다. 누가 먼저 이런 


곳을 택한 건 아니엇다. 두 사람의 발걸음이 둘을 이끌었을 뿐이었다.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으며 두 사람은 입맞춤을 했다. 마사오가 다소 


거친 손놀림으로 다에꼬으 가슴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하자 다에꼬가 


갑자기 얼굴을 떼었다. 서로의 얼굴을 보게 되었을 때 다에꼬가 급하 


게 말했다. 


"내 가슴은 작아. 친구들보다 성숙하지 않았거든..., 발아 줘." 


대담한 눈빛이었다. 


"빨거나 만져 주면 커진대." 


역시 연상이었다. 그러나 되바라졌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쥐위에 


인기척은 없었다. 큰길에서도 멀었다. 다에꼬의 젖가슴을 빤다고 해 


도 남에게 들킬 염려는 없었다. 


바람이 불었다. 나뭇가지와 잎이 흔들렸다. 나뭇가지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빛의 얼룩무늬도 흔들렸다. 그 속에서 다에꼬의 가슴이 열렸 


고 하얀 젖가슴과 어린 버찌 같은 젖꼭지가 나타났다. 


마사오는 몸을 낮춰 다에꼬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다에꼬는 나 


지막히 "아!" 하는 소리를 내고 마사오의 어깨를 껴안았다. 국민학교 


때 다에꼬의 밋밋한 가슴을 본 적이 있다. 그때하고는 다른다. 지금은 


입술로 맛보는 다에꼬의 젖가슴이다. 아직 풍만하지는 않지만 마사오 


는 혀 끝으로 다에꼬라는 여자를 느꼈다. 


"이쪽도." 


다에꼬가 다른 쪽 가슴을 내밀었다. 마사오도 마다지 않았다. 그건 


쾌락이라기보다 비밀스러운 의식이었다. 다에꼬도 어떤 기분이진 헤 


아릴 만큼의 여유가 마사오에게는 없었다. 


"이제 됐어." 


다에꼬가 얼굴을 든 마사오의 입게 가볍게 입맞춤을 했다. 


"선 따위는 보지 않아.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알아." 


다에꼬가 이끄는 대로 또 한 차례의 키스를 나누었다. 어느 때보다 


도 깊숙한 키스였다. 마사오의 귀에서 새소리가 멀어졌다. 햇살이 수 


놓는 무의도 마사오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고 욕정이 꿈틀대기 시작 


했다. 방공호 속의 센쯔루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전쟁이 끝나 


기 전 마사오가 상급 군사 학교에 진학하게 되면 센쯔루가 성의 세계 


로 인도해 주겠다는 약속이 되어 있었다. 그 약속은 패전으로 물거품 


이 되어 버렸다. 


망설임가 고민 끝에 용기를 낸 다에꼬가 스스로 가슴을 허락했다는 


생각이 들자 마사오의 손길은 과감히 움직여 다에꼬의 다리 사이로 뻗 


쳤다. 다에꼬는 마사오의 과감한 손놀림을 눈치채지 못한 채 키스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저항을 받으면 멈출 준비를 하면서 마사오의 손은 


점점 더 나아갔다. 다에꼬의 치마 밑을 파고들어간 마사오의 손이 아 


래에 닿았다. 차갑고 팽팽했다. 위아래로 천천히 움직였다. 


갑자기 다에꼬의 몸이 굳어졌다. 마사오의 웃웃을 꽉 쥐었다. 입술 


놀림이 멈췄다. 


"무얼 하는 거야?" 


떨리면서도 윽박지르는 듯한 목소리였다. "속이지 않는 게 낫다. 보 


통때처럼 솔직한 게 좋다." 마사오는 그렇게 판단하고 분명하고 또렸 


한 어조로 대답했다. 


"다에꼬, 만지고 싶어." 


또렸한 목소리였다. 


"......" 


다에꼬는 대답하지 않았다. 마사오의 손을 떼려고도 하지 않았다. 


마사오도 멈칫했다. 이렇게 되면 다에꼬의 허락을 받아야 할 것 같았다. 


"... 안 돼?" 


마사오는 애원하듯 다에꼬의 귀에 속삭였다. 다에꼬는 역시 대답하 


지 않았다. 몸이 굳어진 채로였다. 내가 지금 껴안고 있는 건 다에꼬 


의 껍데기가 아닐까 ? 다에꼬는 이제 나에게서 떠나 버린 게 아닐까? 


그러나 여기서 어물쩡하게 끝내 버릴 수는 없었다. 


"확인하고 싶어." 


다에꼬가 여자인 걸 확인한다는 뜻이었다. 자신과 다에꼬가 이제는 


하나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다는 의미도 있었다. 


"정말 확인하는 것뿐이지?" 


"응." 


다에꼬는 고개를 살며시 가로저었다. 거부였다. 그러나 그 움직임 


에는 부드어움이 담겨 있었다. 


"왜?" 


"부끄러워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니까." 


마사오의 손은 같은 자리를 더듬고 있었다. 


"나니까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돼." 


논리에 맞지 않는 말이었다. 본래가 윤리에는 맞지 않는 요구였으니 


까. 다에꼬의 손이 부드럽게 마사오의 등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마사오, 넌 참 장난꾸러기구나." 


마사오의 요구를 못 이긴 척 들어 주려는 뜻이 담겨 있는 말이었다. 


마사오의 손이 다시 움직였다. 다에꼬는 피하지 않았다. 마사오의 등 


을 어루만지던 다에꼬의 손놀림이 멈칫하는 듯싶더니 이번에는 마사 


오의 등에 달라붙어 떨어질 줄 몰랐다. 마사오는 안긴 상태가 되었다. 


마사오도 왼팔로 다에꼬의 등을 껴안았다. 다에꼬의 몸 전체가 뒤로 


기울어지는 느낌이었다. 마사오의 심작의 고동이 빠르고 격심해졌다. 


거기에 다에꼬 가슴의 파문이 겹쳐 왔다. 마사오는 그녀의 몸이 뜨겁 


게 달아오름을 느꼈다. 어느 사이엔가 다에꼬의 머리가 마사오의 목에 


뉘여져 있었고, 다리 사이는 더욱 따뜻하고 부드러워졌다. 


마침내 마사오의 손가락은 다에꼬의 비경을 보호하는 얇디 얇 


은 옷감에 닿았다. 마사오는 갑자기 한 손으로 다에꼬의 몸을 강하게 


끌어안으면서 그곳에 손바닥 전체를 대었다. 옷감은 부드러웠다. 따 


뜻했다. 부풀어오름을 느꼈다. 


"부탁이야. 이제 그만해." 


다에꼬의 목소리는 아까와는 달리 연상의 여자에게서 느낄 수 있는 


위엄이 사라져 있었다. 그 대신 애처로움이 배어 있었다. 


"조금만 더." 


혀를 꼬부려 그렇게 대답한 마사오는 손바닥을 세게 밀었다. 따뜻함 


이 퍼졌다. 그리고 스 손바닥에 다에꼬의 빠른 숨결이 전해졌다. 다에 


꼬의 거친 호흡은 떨리고 있었다. 마사오는 손가락을 조심스럽게 움직 


여 골짜기 사이의 입구를 찾아내고 말았다. 


"아!" 


다에꼬는 신음소리를 내며 갑자기 다리를 오므렸다. 마사오의 손가 


락이 다리 사이에 끼어 움직일 수가 없었다. 따뜻함은 뜨거움으로 변 


했다. 뜨거움 속에서 따뜻한 습기가 전해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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