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프로젝트 X - 16부

본문

샤워하면서 뭘 혼자 중얼거려요?”


“헛, 미안. 김학수 그 친구가 뭘 원하는지 생각해봤어.”


“당신의 꿈을 도적질하려는거죠.”


“그렇지? 알면서도 눈감아 줄 필요가 있는 일이지?”


“글쎄요. 생각을 훔치는 일은 물건을 훔치는 것보다 더 야비한 일이에요.”


“차라리 다 잊어버리고 싶기도 하거든.”


“줄 사람을 찾아봐요. 정당한 댓가를 치룰 수 있는 사람들 말이에요.”


“일단 제삼국의 표적이 됐다면 다른 나라에서도 움직이기 시작하겠지?”


“그래요. 접촉을 누가 빨리 하냐가 문제가 아니라 누가 이번일을 효과적으로 수행해 줄 것인가도 함께 생각해 볼 일이에요.”


“역시 휴먼 로봇은 내겐 벅찬 일이야. 골격 정도야 쇠덩이를 써도 되겠지만 피부조직 같은 것은 바이오 기술을 제공 받아야 할테니까.”


“시작일 뿐이군요.”


“글로벌한 산업이 움직여야만 겨우 완성할 수 있는 분야가 되겠지.”


“휴~, 전 로봇 설계도만 있으면 로봇이 나올 줄 알았어요.”


“하하하.”




타월로 머리를 말리고 온 몸의 물기를 닦아내며 샤워실을 빠져 나왔다.


침대보가 아직 벗겨지지 않은 상태로 가지런히 놓여 있다.


침대보를 걷어내며 그 속에 알 몸을 눞혔다. 몇시간이나 계속된 자동차 여행 탓인지 피곤이 다시 밀려왔다. 숙도 언제 씻었는지 젖혀진 침대보 속으로 알몸을 밀어 넣고는 두 팔로 목을 껴 안아들며 젖가슴을 내 가슴에 붙이고 있다. 나는 한 손으로 어깨를 건너 왼쪽 젖가슴을 만지며 또 다른 손으로는 숙의 아랫배를 쓸 듯이 만져 본다. 움푹 패인 뱃살이 매끄럽게 느껴졌다. 작은 젖몽우리가 금방 딱딱해지며 유두를 곧게 세운 채 내 가슴에 치대듯 달겨든다. 착 달라붙는 느낌의 허벅지도 어느새 배 위에 얹어지며 촉촉한 음순이 허벅지에 닿고 있다. 나는 몸을 틀어 그런 숙의 공격적인 자세를 받아 들이고 있다. 입술이 마주치며 달콤한 혀가 엉켜 붙었다. 가슴을 공략하던 손은 숙의 치렁한 머릿결을 따라 천천히 움직이며 그녀의 귓불과 목덜미를 차례로 쓰다 듬는다. 콧소리가 말이 우는 것처럼 들려온다. 작은 움직임은 어느덧 커다란 파도가 되어 내 몸 위에 숙이 올라타져 있다. 차가운 느낌이 드는 질이 끈끈한 액체를 뿜어내며 내 물건 위에 걸쳐졌다. 보드랍게 상하로 움직이며 질은 내 물건을 받아들이기 위해 입질을 시작한다. 살짝 넣는 듯 다시 빼며 부드러운 액체가 내 상징에 고루 칠해지도록 작은 움직임이 있었다. 나도 아래서 위로 물건을 치솟구며 애잔한 질의 움직임에 따라 상하 운동을 서서히 시작했다. 귀두가 빠꼼 뚫린 숙의 질속에 머리를 쳐박았는지 귀두 바로 아래가 뻐근한 조임을 느끼고 있다. 더 깊이 자궁끝까지 넣을 필요도 없이 숙의 질 운동은 조임으로 이어지며 아득한 환상으로 나를 밀어 넣었다.




김학수는 김박사의 의중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제삼국의 스파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을 인간적으로 배려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자신이 조선족이라는 한가닥 연결고리가 그런 배려를 낳았는지도 모르겠지만 김박사는 자신의 설계 컨셉을 은연중에 비치기도 하고 로봇과 인간의 혼돈 상태를 우려하는 말까지 하는 것으로 봐선 이번 거래가 잘 될 수도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 김학수는 로비에 홀로 남아 앞으로의 전술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생각했다. 김박사가 여행기간 중 자신을 계속 감싸고 따뜻하게 대한다면 잔혹한 스파이 전쟁에서 그를 수렁에 빠뜨릴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 핵심 기술은 설계도에 이미 기술된 사항이지만 휴먼테크놀러지 부분을 얻어내려면 아무래도 김박사로부터 호감을 사놔야 할 일이다. 막상 우호적 관계를 갖게 되더라도 그 설계가 하루아침에 완성될리 없을테니 중국으로 데려가서 몇 년 연구실에 틀어 박히게만 할 수 있다 어떤 모종의 협상카드가 필요할 것이다. 진한 블랙커피를 한 잔 마신 그는 키번호가 적힌 방을 찾아 복도를 걸었다. 침침한 복도 끝에 자신의 방이 있었고 카드 키를 대고 손잡이를 돌리니 문이 열렸다. 작고 아늑한 방이었다. 겉옷만 벗고 침대 위에 벌렁 누웠다. 텔레비전이 자동으로 켜지며 알아듯기 귀찮은 영어가 쏟아져 들어왔다. 전화 받침대 같은 곳에 놓인 컨트롤러를 눌러 여기저기 켜진 불을 소거시키고 텔레비전을 껏다. 일찍 일어날 수 있도록 모닝콜 서비스를 신청하고 양발을 신은 채 잠이 들고 있다.




“띵동.”


김학수가 한참 잠을 청하고 있는데 벨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싶어 문을 열어보니 금발의 아가씨가 웃으며 서 있었다. 아차 싶은 마음에 아가씨를 제지하려고 할 땐 이미 그 아가씨는 문을 밀치고 뚜벅뚜벅 걸어 침대 위에 걸터 앉는다. 김박사가 농담으로 한 얘기인줄 알았었는데 현실로 나타난 금발의 아가씨는 흠잡을 곳이 없을 정도로 예쁘게 생겼다.




“나랑 긴 밤 잘꺼에요?”


“어, 피곤해. 그냥 가면 안될까?”


“그런게 어딧어. 즐기고 싶은데.”


“난 백인을 좋아하지 않아.”


“왜? 애인한테 채였었어?”


“아니. 첨이라서.”


“당신 총각이야?”


“어. 백인들은 겁나거든.”


“똑같은 사람이야. 나두 너두 그걸 하기만 하면 되는거잖아.”




김학수는 잠시 생각에 잠겨본다. 많은 여자들을 경험했지만 백인 여자랑 자 볼 기회는 없었다. 상상속으로는 백마를 타보고 싶었다. 노린내가 난다는 얘기도 들었고 고양이 털처럼 빳빳한 털이 곤두설 때는 까칠하다는 얘기도 들었다. 허벌나게 큰 아랫도리는 동양인의 물건을 몇 개씩 한꺼번에 받아들일 정도라는 말도 들었다. 백인 여자를 만족시키지 못할 것이란 두려움도 컸지만 어떤 느낌일까 싶은 호기심이 더 커지고 있었다.




아가씨는 커다란 유방이 출렁일 정도로 손짓하며 김학수에게 침대에 올라오라고 손을 내 밀었다. 그는 못이기는 척하며 그녀의 손에 이끌려 침대 위로 올라갔지만 이방인에 대한 일말의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 




“이봐, 아가씨. 그럼 술이나 한잔 할까?”


“있어요?”


“미니바에 있을꺼야. 마시고 싶은 걸 꺼내.”


아가씨는 익숙하게 바를 뒤져 작은 위스키 한병과 초콜렛과 땅콩을 꺼내며 탁자위로 옮겨 앉았다. 김학수도 침대에서 빠져나와 아가씨 앞에 마주 앉아 그녀가 따라주는 컵을 받았다. 스트레이트로 마시기에는 잔이 너무 컷지만 다른 음료수를 섞고 싶지도 않았으므로 벌컥이며 한 잔을 단숨에 들이켰다. 아무래도 낯선 이방인을 이기려면 술기운이 필요할 것 같았다.


“이름이 뭐야?”


“알면 뭐하게?”


“혹시 알아. 나중에라도 또 볼지?”


“웃기는 소리마. 나중에 찾는 놈 없더라.”


“그럼 뭐라 부를까?”


“다링이라고 불러.”


“뭐, 다른 이름은 없고?”


“그렇게 알고 싶어?”


“글세, 궃이 알려주고 싶지 않으면 말든지.”


“흔한 이름이야. 신디라고 해.”


“미국 태생이야?”


“아니, 이탈리아계야.”


“여기까지 와서 왜 이딴 일을 하니?”


“이딴 일이라니? 이것도 엄연한 직업인데.”


“컥, 공식적인 직업이라구?”


“이거 아무나 하는 일 아냐. 난 이일 하려구 얼마나 밑천이 많이 들었는데.”


“무슨 밑천 드는 일이 아니잖아.”


“이거봐. 유방 크지? 이것도 돈 많이 든거야.”


신디는 자신의 커다란 유방을 들어보이며 김학수의 얼굴에 들이 밀었다. 커다랗고 탄력있어 보이는 신디의 유방이 덜렁이며 그의 얼굴에 아른거리자 아랫도리가 갑자기 발동이 걸리고 있었다.


“입술 예뻐보이지? 이것두 이빨 교정하면서 고친거야.”


“...”


“뱃살 하나도 없어 보이지? 허리 짤룩한게 그냥 된게 아냐. 지방흡입술로 만든거라구.”


“본전이 엄청 투자된 몸이군?”


“돈 벌라면 그정돈 투자해야해.”


“한 밤중에 밑만 사고 팔면 되는거 아니었어?”


“흥, 날 뭘로 보고 그런 말하니?


낮엔 관광객들 가이드 한단 말야.“


“그럼 밤 장사 때문에 투자한게 아니잖아.”


“낮에 보고 뽕 간사람들이 밤에 또 투자하잖아. 그건 당연한 일일테고.”


“그럼 넌 오늘 공쳤구나?”


“맨날 일 있으면 뭐하러 밤일 따로하니?


요즘 겨울철이라 관광객이 줄어서 공 칠 때가 많아.“


“낮엔 얼마짜린데?”


“왜, 낮에두 필요해?”


“글세, 우리 주인양반이 괜찮다면 너랑 몇일 같이 여행이나 할까 하구.”


“뭐야. 너 그럼 하인?”


“꼭 그런건 아니지만 지금은 그런셈이야.”


“좋아. 그럼 연락처를 줄테니까 밤낮으로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줘.”


신디는 메모장에 자신의 모바일폰 번호를 적어서 김학수 앞에 내 밀었다. 김학수는 장난끼가 발동해서 씨부렁 거렸던 말들을 곧이 듯고 전화번호를 건네는 그녀가 우습기도 했지만 메모지를 갈무리 해 놓는게 좋겠다고 생각해서 바지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술병 바닥이 보일 때 쯤이 돼서야 신디는 혀 꼬부라진 소리를 내며 몸이 앞 뒤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김학수가 널부러진 쓰레기들을 테이블에서 걷어내고 침대 곁으로 걸어가자 신디도 따라서 침대 위로 올라왔다. 덩치는 커다란 백인 여자가 술은 약했나 싶게 휘청이는 것이 딱해 보였다. 어쩌면 김박사 말처럼 끌어 안고 잠자면서 오늘 하루를 무사히 넘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신디는 자리에 눞기 전에 바닥에다 옷가지를 훌렁 벗어 던지곤 길게 하품을 하며 쓰러질 듯 침대 위에 누워 버렸다. 김학수는 옳다 싶어 그 옆에 약간의 거리를 둔 채 가지런히 누워 잠을 청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어 코를 드르렁 골며 잠에 빠진 두 사람 위에는 시계 바늘이 끊임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모닝콜을 신청 한 덕분에 김학수는 일찍 잠에서 깰 수 있었다. 전화를 끊고 부지런히 샤워실에 들어가선 머리 감고 눈꼽을 떼며 양치질하고 면도까지 하는데 많은 시간이 들지 않았다.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려 침대 위에 걸터 앉았을 때까지 신디는 세상 모르게 잠을 자고 있었다. 반쯤 차 던져 버린 이불 속에서 신디의 뽀얀 젖살이 불 빛에 반사되어 뇌살적으로 본능을 자극하고 있다. 김학수는 조심스럽게 신디의 가슴살에 입술을 대었다. 뽀드득 물리는 유두가 혀바닥을 자극한다. 수건을 목에 걸어 둔채 입속에 가득 찬 신디의 젖무덤을 손으로 감아 쥐었다. 신디의 입에서 학학 거리는 작은 반응이 들린다. 김학수는 내친김에 아랫배로 손을 움직이며 움푹 패인 배꼽 속으로 손가락을 찔러봤지만 백인 여자의 둔덕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내 손바닥은 그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밤새도록 옆에 누워있었던 신디의 몸이지만 술기운에 그녀를 제대로 안아보지도 못했었다. 두려움과 호기심으로 신디의 둔덕에 도착한 손은 바닥을 활짝 펴며 밑에서 위로 훑듯이 그 곳을 더듬기 시작했다. 촉촉한 속살이 손바닥 가득이 차 올랐다. 끈적한 액체가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듯 손가락 끝에 뭍어났다. 살짝 위로 올리며 가운데 손가락을 스치듯 웅덩이 속으로 밀어 넣어본다. 움푹 꺼진 동굴 속으로 미끄러지듯 빨려들던 손가락은 질벽의 거친 도드라짐을 느껴야 했다. 손가락을 살짝 세우며 어느 곳인가를 건들였는지 모르지만 신디는 비명을 지르며 거칠게 학학 대기 시작했다. 버둥거리며 다리가 하늘로 치솟더니 허벅지를 부비듯 꼭 붙이며 작은 손가락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온 몸으로 조여대기 시작했다. 김학수는 버둥대는 백인 여자의 몸도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미치자 조여대는 허벅지를 풀며 그 녀의 한 가운데로 몸을 실었다. 질펀하게 솟아난 샘물은 김학수의 물건이 블랙홀에 빠져들 듯 깊숙이 뿌리 박을 수 있도록 흥건하게 적셔줬다. 펌프질이 시작되자 신디의 몸은 신들린 사람처럼 이리저리 움직이며 김학수의 물건을 적극적으로 자신의 성감대에 부딪히기 시작했다. 머리가 하얗게 비어버린 김학수는 얼마 지나지 않아 몇날째 참아 온 좆물을 신디의 몸 속에 뿜어내며 탈진하듯 신디의 몸 위에 엎으려졌다. 수축된 물건을 빼고 싶어도 계속 조여대는 신디의 질 운동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동안에는 그대로 그녀의 몸 위에서 죽고 싶었다. 신디는 자신의 몸 위에 엎어진 김학수의 등을 더욱 세게 끌어 안으며 부족한 그 무엇을 위해 더욱 몸부림 치고 있었다.




“허, 이 친군 아침잠이 많은가 보네.”


“그러게요. 우리만이라도 식사를 해야겠어요. 너무 늦으면 식당이 닫히잖아요.”


“그래. 새벽부터 운전을 해서 여간 피곤한게 아닌가봐.”




숙과 나는 침대위에 일달러짜리 지폐를 한 장 올려놓곤 짐을 싸서 모텔 로비로 내려왔다. 작은 식당이었지만 아침을 먹기에는 충분했다. 셀러드를 먼저 먹고 보드라운 빵과 우유 한잔으로 아침을 떼운 채 김학수가 내려오면 함께 커피를 마시려고 로비에 가서 김학수의 방에 인터폰을 넣었다.




“아직 자나?”


“몇시죠?”


“한 낮일세.”


“죄송합니다. 새벽에 일어났었는데...”


“혼자 있나?”


“네,네,네.”


“그럼 얼른 내려와. 레스토랑이 금방 문 닫을 모양이니까.”


“빨라도 십분은 걸릴텐데요.”


“우린 밥 다 먹었어. 자네랑 커피하려고 기다리는 중일세.”




김학수는 인터폰을 받는 순간 자신이 무엇 때문에 이곳에 왔는지 정신이 들기 시작했다. 엉겨붙은 신디를 떼어내곤 서둘러 다시 샤워를 하고 옷을 껴입고 짐가방을 들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신디도 한 낮의 해가 떠올랐다는 것을 깨닫았는지 우왕자왕하며 옷가지를 껴 입더니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며 악을 쓰기 시작했다.




“야, 섹스는 밤에 해야지 왜 아침에 달라붙고 지랄이야.”


“미안해. 그렇게 됐다.”


“너 돈 더내.”


“뭐? 한 번 밖에 안했는데 왜 더 내라는거야?”


“난 밤일하러 왔는데 니가 아침에 일 치렀잖아.”




김학수는 어이가 없었지만 이런 상태로 로비에 내려가면 김박사 일행에게 못 보일 것을 보이고 말겠다 싶어 주머니 속에서 십달러 짜리 한 장을 꺼내 신디의 손에 쥐어줬다. 신디는 눈을 흘기며 얼른 지폐를 브라자 속에 넣곤 새침을 땐다.




“이따, 낮에도 필요하면 전화해. 알았지?”


“알았다구. 우린 캐나다로 갈건데 따라올 수 있어?”


“캐나다 간다구? 거긴 안방이야. 문제 없어.”


“너 거기서 어떻게 돌아올라구?”


“이 정도 몸매면 픽업은 어렵지 않아. 전화할꺼지?”




엘리베이터를 나서며 신디는 윙크를 한 번하곤 뒤도 돌아보지 않고 현관 밖으로 나가버렸다. 나는 김학수가 밤새도록 백인여자와 놀아났구나 싶었지만 모른 척하며 엘리베이터를 나서는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김학수도 나를 발견하곤 바쁜 걸음으로 다가왔다.




“식당은 종쳤네. 자네 커피나 한잔하지.”


“네, 죄송합니다. 늦잠 자는 체질이 아닌데...”


“됐네. 자네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겠지.”


“여행에 차질이 생기면 어쩌죠?”


“날이 많네. 오늘 저녁 나절 쯤 나이아가라에 도착하면 캐나다 쪽에 숙소를 얻고 내일 새벽부터 관광을 하면 될텐데 뭘 그러나.”


“미국 쪽이 숙소가 낫지 않을까요?”


“글세,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는 것이 좋을 듯해서.”


“어차피 넓지만 차로 이동하면 좁기도 합니다. 좋으실대로 하시죠.”




김학수는 커피잔을 내려 놓곤 차에 시동을 걸기 위해 현관을 먼저 걸어나갔다. 나는 숙에게 김학수가 아까 그 여자와 모종의 일이 있어서 늦게 일어났을 것이라며 일러주었다. 숙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설마 가이드일하며 그 딴 일을 치뤘겠냐고 물었다. 김학수의 인간됨을 먼저 살필 필요가 있어서 어젯밤 넌즈시 백인 여자를 그 방에 넣어 줬다고 말했다. 




“여잘 넣준거랑 인간성이랑 무슨 관계가 있어요?”


“응, 그 친구가 프로페셔널 이라면 관계를 안했을테고, 아마cb어라면 관계를 했겠지. 아마도 아침에 늦게 일어난 걸 봐선 그 친군 아마츄어였어.”


"아마츄어라고 우리에게 달라질게 있어요?“


“당연하지. 그 친군 연민을 갖고 있는거야. 적어도 우리에게 맘이 끌리는 인간성은 남아 있는 셈이지.”


“이핼 못하겠어요.”


“그 여잔 내가 넣어준걸 알거든. 내 호의를 받아들였다는 것은 나중에라도 내게 어려움이 생기면 지푸라기 같은 작은 희망으로 나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이지.”


“당신한테 어려움이 생기게되나요?”


“그렇겠지. 어차피 국제 스파이전이 벌어지기 시작했으니까.”


“당신이 제의를 거절하면 스파이전도 아무 의미가 없는 것 아닌가요?”


“모르는 소리. 어차피 시작된 전쟁이라면 그들은 내가 죽던 말던 얻어낼 어떤 것을 위해 물불을 안가릴꺼야. 그땐 내가 어디로 잠적하든 관계없이 날 찾아내선 머릿속에 들어있는 생각들을 뽑아내려고 안달하겠지.”


“정부의 도움을 받으면 되지 않을까요?”


“어려워. 이해하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구걸하듯 나를 보호해 달라면 그 사람들이 어떻게 보겠어? 자화자찬하는 미친 과학자라고 손가락질 하는 사이에 나는 국제 스파이들의 표적이 되어 어디론가 끌려가서 몇 년째 소처럼 일하다 쓰러지고 말꺼야.”


“한 사람의 생각을 얻어내기 위해 그런 무리한 일을 할까요?”


“당신은 너무 편안한 생활만 해 온 것이 탈이야. 어떤 한가지 생각이 인류의 문명을 바꿀 수 있다고 판단된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게 역사적 산물이란 것 모르니.”


“그럴 수도 있겠군요. 왜놈들이 조선백자를 얻기 위해 도공들을 끌고 간걸 생각하면.”


“그래, 인류 문화는 천천히 진화한 듯 하면서도 우연한 기회에 한꺼번에 변해 버린 사건들이 많이 있지.”


“어떤 것들이죠?”


“원숭이가 털없는 원숭이를 낳은 사건부터 시작해서, 불을 사용한다든지, 움막을 짓기 시작한 일들, 천지에 흩어져 자라던 식량을 한 곳으로 모아놓고 경작하기 시작한 일이라든지 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며 비가 올 것인지 맑을 것인지 판단하는 기술에 이르기 까지 많은 발견과 발명들은 천천히 세상을 움직였었지. 화약을 만들고 총포를 만들때만 해도 많은 시간이 지나도록 그 효용성을 갖고 인류를 움직이지 못했었어. 대포를 만들어서 높이 축조된 성을 공략하는 일이나 잠수함을 만들어 적의 심장부를 순식간에 공략하는 일들은 짧은 순간에 인류의 역사를 바꿔 버렸지만.”


“당신은 과학자라기 보다는 괘변론자에 더 가까워 보여요.”


“하하, 과학자란 철학자를 말하는 것이라오.”


“난 대학에서 교수를 하면서도 당신 만큼 세상을 꿰뚫어 보질 못해요.”


“당신 탓이 아니오. 그냥 부질없이 한가한 놈들이나 철학질을 하는거니까.”


“아뇨. 당신이 무심결에 던진 말이나 온통 신경을 곤두세우고 하는 말이나 모두 맞는 말이라는 것을 알겠어요.”




김학수가 기다리는 차까지 걷는 동안 김학수의 인간됨이 내겐 어떤 운명으로 닥아올 것인가를 말하려던 차에 말의 범주가 너무 넓어진 감이 있었다. 김학수는 시동을 걸어 놓은 채 우리가 탈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기 위해 내려와 있었다. 나는 그런 김학수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이봐요. 김학수씨.”


“네, 박사님.”


“당신 혼자 운전하려니까 힘들지?”


“아닙니다. 즐겁습니다.”


“내가 뒤에서 보니까 당신 외로워 보이던걸.”


“앞만 보고 달리고 있습니다.”


“그러지 말고 기회가 된다면 예쁜 아가씨라도 옆에 태우게.”


“아가씨가 어디 있어야 말이죠.”


“아니, 앞으로 몇시간 더 가야되잖나. 혹시라도 방향이 같다면 자네 옆에 누굴 태워도 된단 말일세.”


“참을만 합니다. 늦은 만큼 빨리 달리겠습니다.”


“허허, 그런게 아니구.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여자가 잘 어울린단 말일세. 이런 곳에선 가이드가 필요하지 않나. 여행도 재미있을테고.”


김학수는 한참 골돌히 생각하더니 고개를 살짝 들며 이맛살을 잔뜩 넣은 상태에서 말했다.




“저, 아까 그 아가씨가 가이드 일을 한답니다. 연락처를 주고 갔거든요.”


“그렇지? 이런 동네에선 가이드까지 할꺼라 생각했었네.”


“박사님이 괜찮다면 그 아가씨를 불러도 되겠습니까?”


“그러는게 몇일 동안 독수공방하며 지낼 자네를 위해 좋을걸세.”


“알겠습니다. 그럼 전화를 넣어 보죠.”


김학수는 모바일폰을 꺼내 신디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디가 다시 나타날 때까지 담배를 피우려고 불을 붙이는 정도의 시간 밖에 흐르지 않았는데 벌써 신디가 웃으며 차 옆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는 김학수가 열어준 문을 통해 차 안으로 들어왔다. 우리 일행이 앞 뒤로 두명씩 네명이 되는 순간 여행이 더욱 편안해질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적어도 호의적으로 배려한 신디의 동행 때문이라도 김학수는 우리에게 감시 따위는 집어 치우고 호감을 느낀 그녀만을 위해 많은 시간을 할해할 것이다. 숙과 나는 김학수로부터 더욱 자유롭게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마을이 보이기 시작하네요.” 


김학수가 운전하며 가리킨 쪽을 보니 작은 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재래시장인 듯한 상인 거리가 있고 낡은 건물들 사이로 여기저기 빨래들이 걸려있었다. 벌써 서너시간을 달린 탓인지 점심때가 넘어서인지 시장기가 들었으므로 시장통의 적당한 레스토랑을 찾기 시작했다.




“우리, 한식 먹어요.” 숙이 불쑥 제의했다.


“글쎄요. 이런 작은 마을엔 한식은커녕 중국식도 없을 판인데 그냥 아무거나 먹으면 어때?”


“한식 굶은지 오래됐잖아요. 한번 찾아봐요.”


김학수는 숙의 주문에 못이기는 척하며 작은 마을을 몇바퀴째 돌았지만 한식집을 찾을 수는 없었다. 나는 햄버거집을 피해 적당한 스낵코너 앞에 차를 세우도록 했다.




“여긴 대도시가 아니라서 골라 먹을 형편이 안되는 것 같아. 저 집에 가서 누들을 시킨 다음에 소스를 여러 가지 섞으면 중국짜장면 정도의 맛은 낼 수 있을꺼야.”


“어떻게 스파케티를 짜장면으로 만들죠?”


“일단 짜장면 먹고 싶은 사람들은 누들만 시키고, 다른 걸 먹고 싶은 사람은 먹고 싶은걸 시키라구.”


김학수와 숙은 누들을 시키고 신디와 나는 햄버거를 시켰다. 나는 숙의 누들 접시에 매콤한 소스를 여러 가지 배합하여 검붉은 색깔이 나도록 부벼서 숙에게 다시 내밀었다.


“어머, 정말 짜장면 맛이 나네.”


“하하, 예전에 경험했었거든.”


“그랬어요? 새로운 짜장면 기술이네.”


“이걸 미국 땅에서 특허기술로 개발해볼까?”


김학수도 누들을 먹던 입을 가리며 깔깔깔 웃기 시작했다. 신디는 무슨 일인지 몰라 눈만 동그라니 뜨고 세사람이 박장대소하며 웃는 모습에 살짝 미소 지었다.




나이아가라 폭포에 도착한 것은 날이 많이 어두워졌을 때였다. 나이아가라 폭포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캐나다 쪽으로 넘어가는 비자를 다시 받아야 했다. 신디와 김학수는 무비자로 넘어가고 나와 숙만 비자를 받아 작은 언덕 위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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