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서울의 달 - 65부

본문

다음날 경숙은 주방에서 일을 하면서도 내내 남편이 했던 말이 귀에서 떠나지 않았다.




"니가 창녀야?...."




자신이 여관에서 돈 받아가며 남자들과 몸 섞은 일을 남편이 알고 한 소리는 아니겠지만




그동안 미처 심각하게 생각지 못했던 일이라 자꾸 마음에 걸렸다.




남편이 자신의 남성편력을 이해해 준다고 해도 그것까지 이해해 줄 것 같지는 않았다.




세상에 아무리 마음 좋은 남편이라도 자기 부인이 내놓고 돈 받아가며 




남자들에게 아래를 벌려주는 걸 그런가보다 하고 그냥 넘어갈 남자는 없을 것 같았다. 




더욱이 생계 때문에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그런 것도 아닌데!..........




"창수엄마하고 한 번 하게만 해주면 당신이 누구랑 무슨 짓을 하던 잔소리 안 할게!.........."




경숙은 아무리 생각해도 창수엄마를 어떻게든 남편과 엮어주어야




나중에 혹 자신의 일을 남편이 알게되더라도 어떻게 비벼볼 언덕이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두 사람을 연결시킬 방법이 막막했다.




자신이 창수엄마하고 친하다면 돌려서라도 운을 떼어보겠지만 그럴 처지도 아니고,




창수아버지에게 얘기해봐야 말 꺼내는 자신만 미친년 취급받을 게 뻔한 일이었다.




경숙은 하도 답답하다 보니까 남편이 진작 그 얘길 자신에게 해줬으면




전 날에 창수아버지가 하려고 할 때 조건을 달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수를 내려면 창수엄마하고 내야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전 날 얘기하는 중에 창수아버지는 오늘 다시 집으로 내려가고




창수엄마는 며칠 더 서울에 있다 내려갈 거라는 말이 생각났다.




경숙은 점심 장사가 끝나자 몇가지 밑반찬을 준비를 했다.




여름방학 이후로는 한 번도 창수의 자취방에 찾아간 적이 없었는데




밑반찬이나 좀 가져가서 창수엄마하고 얘기도 하면서 남편에 대한 의중도 떠볼 생각이었다.




창수의 자취집으로 가는 언덕길을 올라가면서도




경숙은 어떻게 창수엄마에게 말을 꺼내나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뾰족한 수가 없었다.




괜한 짓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후회를 하는 사이 창수의 자취집에 도착했다.




대문이 닫혀 있어서 아무도 없나 하고 까치발을 해서 낮은 대문 너머로 보니




마루 밑 댓돌에 여자의 구두와 창수 것으로 보이는 신발이 놓여 있었다.




창수를 부를까 하다가 대문을 밀어보니 닫혀있기만 했지 잠기지를 않아서 그냥 열렸다.




경숙이 창수의 방 쪽으로 다가가자 말소리가 들렸다.




"엄마도 내 생각 많이 했어?..."




"그럼! 매일 매일 창수 생각만 했는데......!"




대화 내용도 범상치가 않은데다 창수엄마의 목소리가 불안정하게 들렸다.




경숙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죽이고 두 사람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래도 아버지랑 했을 거 아냐?......"




".....아버지랑... 몇 번 안 했어!.....그리고....아버지랑 할 때도 니 생각만 했어!......"




"정말?.......엄마, 정말 내 생각만 했어?"




"으응!.....하아!.....정말이야!.....하학!"




두 사람이 말하는 중간 중간에 턱! 턱! 하고 살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엄마!,,,오랜만에 엄마랑 하니까 너무 좋아!........"




"하아!....나도 좋아!.....하아! 하아! 창수야!......."




"엄마!......그래서 이렇게 물이 많이 나오는 거야?....좋아서?....."




"하아!....물이..많이 나왔어?........하흑!"




"응! 엄마! 이 소리 안 들려?..."




턱! 턱!...살 부딪히는 소리 사이에 쩔꺽! 쩔꺽! 하는 소리가 가늘게 들렸다.




"응! 들려!....하아! 하아!.......아우! 너무 이상해!.......




소리...나니까 너무 이상해!....하아학!"




이어서 두 사람의 열띤 숨소리가 가쁘게 들려왔다.




"하아!...좋아! 창수야!.........근데, 대문은 걸었어?......하아!"




"대문?....걸었을 걸?!......."




"안 걸었으면 어떻게 해?....하아!.....누가 오면 어떡할려고?......하아!."




"우리 집에 오긴 누가 와?.......한 번 하고 나서 내가 확인해볼게!......"




"하아!....빠르게 해줘!.......나 빨리 하고 싶어!.....하흑!......"




두 사람의 살 부딪히는 소리가 더욱 빨라졌다.




경숙은 두 사람이 하는 소리를 더 듣고 싶었지만 더 있다가는




엿듣는 걸 들킬 것 같아 살그머니 빠져나올 생각을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문득 자신이 이 집에 찾아온 이유가 생각나자 갑자기 머리 속이 환해졌다.




경숙은 나가려던 발걸음을 돌이켰다.




방문 앞에 서서 침을 한번 삼키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창수 집에 있니?...창수야!"




말소리와 함께 경숙은 미닫이 방문을 옆으로 확 밀었다.




"어머낫!...." "어엇!.."




두 사람이 놀라는 소리가 일시에 들렸다.




"어머나!"




이어서 경숙의 입에서도 비명이 터졌다.




두 사람이 붙어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이라고 생각은




안 했었기에 방문을 연 경숙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미란과 창수는 모두 발가벗은 채로 창수가 미란의 뒤에서 뒷치기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 크지 않은 미란의 젖가슴이 개처럼 엎드려 있는 미란의 가슴 밑에서 덜렁거렸고




창수는 박던 탄력에 그 와중에도 몇 번을 더 미란의 엉덩이에 대고 허리를 들썩거렸다.




"아이구머니! 이를 어째?........"




경숙이 다시 호들갑을 떨었다.




세 사람 모두 입을 벌린 채 세 사람의 눈이 공중에서 서로 한동안 부딪혔다.




"아유! 미안해요!.....난 이런 줄도 모르고!....."




경숙은 얼른 방문을 다시 닫고 급한 발걸음으로 창수의 집을 나왔다.




들고 왔던 밑반찬도 그대로 손에 든 채였다.




경숙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늘 귀부인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 자신을 초라하고 비참하게 만들던 미란이 




놀라고 당황해 하는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던 모습이 너무나 고소했다.




거기다 어쩌면 남편의 일도 잘 해결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저 창수라는 놈이 지 엄마하고 저러느라 그동안 코빼기도 안 비쳤구먼!........




지금 두 사람이 얼마나 놀라서 넋이 나가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또 두 사람이 안된 생각도 들었다.




그나저나 요즘 자신의 주위에 왜 이렇게 자식놈하고 붙어먹는 엄마들이 많은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언뜻 머리를 스쳤다.








"영철엄마!..영철엄마!......잠깐 좀 나와봐!........




창수어머니 오셨어!........"




경숙이 홀로 뚫린 구멍을 통해 식당을 내다보니 미란이 가게 입구에 고개를 숙이고 서 있었다.




"예! 알았어요!...금방 나갈게요!....."




경숙은 자신의 예상대로 미란이 찾아온 것에 기분이 좋았다.




경숙은 안씨에게 뒷 마무리를 부탁하고 식당으로 나왔다.




"저....저랑 얘기 좀!........"




가게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미란이 정석의 눈치를 보면서 쭈삣거렸다.




"네! 그러세요!.....잠깐만요!"




경숙은 가게로 들어가 정석에게 찻값을 달라고 했다.




"무슨 일이야?....웬 일로 창수엄마가 당신을 찾아 온 거야?....."




정석은 혹시나 자신이 어제 경숙에게 부탁한 일과 관련이 있지 않나 해서




선뜻 돈을 내주면서도 궁금증에 입을 다물지 못 했다.




"몰라요!.....갑자기 와서 보자는데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나 잠깐 요 앞에 다방에 좀 갔다 올게요!......"




"알았어!......그리고.....어제 내가 한 얘기......잊어먹지 말고!...."




경숙은 대답을 안 하고 가게를 나와 미란과 근처 다방으로 갔다.




둘이 차를 시키고 차가 올 동안 어색하게 서로 침묵 속에 앉아 있었다.




레지가 차를 두 사람 앞에 놓고 물러나자 미란이 목을 한 번 가다듬더니 먼저 입을 열었다.




"저기요!.........아까.......보신 거......"




"네? 무슨 말씀이신지?......."




미란이 의아한 눈초리로 경숙을 쳐다보았다.




"...........................우리집 오셨을 때........저하고 창수하고......."




"제가요?....저는 오늘 창수 자취하는 집에 간 적이 없는데요!......."




경숙이 시침을 떼고 나오자 미란은 답답하면서도 혼란스러웠다.




지금 경숙이 들고 나온 무슨 반찬 그릇 같은 것은 아까 경숙이 왔을 때도 본 물건이었다.




자신과 창수가 똑 같이 무슨 환상을 볼 리도 없는 일이고




분명히 방문을 열었던 사람은 경숙이었고 경숙이 놀라던 비명소리까지 생생한 데




경숙이 딱 잡아떼고 나오자 미란은 도대체 무슨 속셈인지 판단이 안 섰다.




".... 자꾸 놀리지 마시고.........




저는 정말 지금 죽고 싶은 심정인데.....




계속 이러시면 정말....너무하시는 거예요!....흐흐흑!"




미란이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경숙이 눈물을 훔치는 미란의 손등을 가만히 잡았다.




"창수어머니!.....놀리는 게 아니고요!.........




저는 정말 오늘 창수 사는 집에 간 적이 없는데 제가 뭘 봤겠어요?.....




창수어머니하고 창수하고 방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본 게 없고 아는 게 없는데.....제가 어디 가서 누구한테 무슨 말을 하겠어요?




그러니까 무슨 걱정이신 지는 모르지만.....염려하지 마세요!...."




미란의 눈이 동그랗게 떠지더니 갑자기 감격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미란이 경숙의 손을 두 손으로 꼭 잡고는 연신 고맙다는 소리를 했다.




미란은 경숙이 자신의 집에 왔다간 뒤 거의 넋이 나가 있다가




아무래도 날이 지나기 전에 경숙을 찾아가 입을 막아야하겠다는 생각으로 나왔다.




경숙이 혹 그 일로 자신을 괴롭히려는 기색이라도 보이면




자신도 경숙과 창수의 일을 들춰내 경숙에게 같이 맞서 볼 계획이었다.




일이 잘 못되면 이 행복한 두 번째 결혼생활마저 파탄이 날 지경이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경숙의 입만은 막아야 한다고 마음을 굳게 다졌었다.




그래도 자신이 약자인 게 뻔한 상태라 마음은 불안하기가 한이 없었다.




그런데다 막상 경숙과 마주 앉고 보니 그 부끄러운 얘기를 어떻게 꺼내나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경숙이 먼저 자신의 집에 온 일도 없고 본 것도, 아는 것도 없다고 선수를 치고 나오며 




그 모든 걱정을 일시에 해소해주자 마음에 커다란 감동이 일어났다.




경숙이 예쁜 것을 시기했던 마음을 가졌던 것조차 부끄럽고 미안했다.




"아이, 제가 무슨 일을 했다고 자꾸 고맙다고 그러세요?.......




저는 오히려 제가 창수어머니에게 부탁드릴 일이 있어서 따라 온 건데.....




이제 그런 말 그만 하세요!...."




"뭔데요?...뭐든지 말씀만 하세요!.....제가 할 수 있는 거면 뭐든지 다 들어 드릴 테니까!...."




"그게........."




경숙이 막상 남편의 얘기를 꺼내려니까 이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잘 못 입을 열다가는 자신이나 남편이나 정신이상자 취급받기 딱 좋은 얘기였다.




"아유! 이걸 어떻게 얘기를 해야 돼나?!..........."




경숙이 얘기를 못하고 자꾸 뜸을 들이자




미란이 무슨 얘기든지 괜찮으니까 해보라고 재촉을 했다.




한참 골똘이 뭔가를 생각하던 경숙이 갑자기 미란의 나이를 물었다.




미란이 경숙보다 2살이 많았다.




"저기요! ....나보다 두 살이 많으니까 제가 언니라고 불러도 돼죠?




제가 제 얘기를 먼저 좀 하려고 하는데.....




아무래도 창수어머니 하고 부르는 것보다는 그게 좀 편할 것 같아서요!"




"아유! 언니는 무슨?......우리 그냥 친구해요!..서로 마음 편하게!....."




경숙이 언니라고 부르겠다고 고집을 핀 뒤




다른 사람이 들으면 곤란한 얘기니까 가까이 앉아서 얘기하겠다며 미란의 옆자리로 자리를 옮겼다.




잔뜩 기대에 찬 눈으로 바라보는 미란의 시선을 느끼면서도




한참을 뜸들이다가 경숙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저기....제 얘기 듣고 나서 저 너무 욕하지 마세요!.......




정말 누구에게도 해 본 적이 없는 얘긴데.......




저로서도 부탁을 드리려니까 할 수 없이 말씀드리는 건데요......




혹시....창수에게 이미 말씀 들으셨는지 모르지만...........




저...창수하고.....어떤 일이 있었는지.........알고 계시죠?"




미란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경숙도 어느 정도 예상하고 물어본 것이기는 하지만 막상 미란이 들었다고 하자 창수에게 배신감이 느껴졌다.




"근데요!.......제가 창수하고만 그런 게 아니고........




좀.........주변에 남자가 많았거든요........




그 중에 상당수는 남편도 아는 일이구요!.........."




미란은 속으로 깜짝 놀랐다.




주변에 남자가 많다는 얘기도 놀라운 데 그걸 남편이 알기까지 한다니......




그러고도 이혼 안 당하고 사는 여자가 있나 싶고 남편이 어떻게 그걸 알고도 참고 사나 싶었다.




아무리 봐도 정숙해 보이기만 하고 어떻게 보면 고결해 보이기까지 하는 경숙이




창수 외에도 여러 남자와 난잡한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이 좀처럼 믿어지지가 않았다.




경숙이 식당 주방에서 처음 미스터리와의 일부터 시작해서 진호아버지, 안씨까지




그동안 자신이 겪어온 남자들의 얘기를 죽 늘어놓았다.




그런데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처음에는 무슨 비장한 고백같이 시작되었던 경숙의 얘기가 




미란의 맞장구와 장단 속에 어느새 점점 무슨 무용담처럼 변해갔다.




"하긴 뭐! 영철엄마가 워낙 예쁘니까 같이 일하는 사람이 오죽했겠어요?.....




거기다 그렇게 하루 종일 서로 몸이 닿고 그랬으니 남자가 못 참을 만도 했겠네요!....."




미스터리 얘기를 시작할 때만 해도 미란이 이런 정도로 점잖게 말을 거들었었는데




경숙이 진호아버지, 안씨, 안씨 후배, 나한철 까지 주욱 늘어놓자 미란은 입을 딱 벌리고




"어머! 어머! 저걸 어째?!...그래서?...그래서 그 사람이랑도 또 했어요?.........처음 만나서?"




연신 감탄사를 터뜨리며 경숙의 얘기에 빠져들었다.




미란이 자신의 얘기를 재미있어 하면서 호기심에 이것저것 묻고 하니까 말하는 경숙도 신이 났다.




그래서 미란이 재미있으라고 자신이 진호아버지와 하다가 아들에게 들킨 일도 얘기를 해줬다.




"아이구! 저를 어째?....한창 두 사람이 정신 없을 때 그랬으니 얼마나 놀랬을까?....호호호호!"




"말도 말아요, 언니!........정말 간 떨어지는 줄 알았다니까!...호호호!"




두 사람이 깔깔거리고 수다를 떠는 사이 어느새 서로 간에 말도 조금씩 놓게 되고




서로 말도 편하게 바뀌었다.




미란이 창수와의 일을 편하게 생각하라고 영철이 진호엄마에게 밤마다 찾아갔다는 것도 말했다.




그리고는 남편이 또 진호엄마와 관계를 맺은 일까지도.......




"어머! 어머! 세상에!......엄마는 남편하고 하고.....아들과 아버지는 부인하고 하고!.......




어머! 어머! 정말 세상에 별 일도 다 있네!........"




미란의 볼이 어느새 발개진 게 미란도 경숙의 얘기를 들으면서 흥분이 되는 모양이었다.




"언니!....이건 자랑이 아니고....사실 내 얘기 다 하려면 며칠 밤을 새도 모자랄 거야!"




"그렇게 많아!....동생이랑 관계한 남자가?..........




아이구! 참 동생은 복도 많지!.....그러고도 남편한테 안 쫓겨나는 게 신기하네!




참! 그런데 남편은 어떻게 동생이 그러는 걸 알게 됐어?"




식당에 거울을 달아 주방 속을 몰래 들여다 본 얘기를 해줬다.




"어머! 어머! 그런 줄도 모르고....동생은 남자하고 주방에서 그랬을 거 아냐?!....세상에!




근데 자기 부인이 다른 남자하고 그러는 데 그걸 어떻게 참았대?......




참, 남편이 무던도 하지!......."




미란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으로는 정석이 쪼다 아니면 뭔가 모자라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무던하기로 자기 부인이 다른 남자하고 그러는 걸 그냥 참고 넘어가는 놈이 




오죽할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거 생각하면......우리 남편이 정말 고맙죠!.......




처음에는 별 생각 다 했던 모양이드라구요.......




이혼할까?....아니면 두 사람을 경찰에 고발할까?.....




그랬는데......애들 생각하고 가정 생각하니까 그렇게 못 하겠드래요......




그러는 사이에 나는 또 다른 남자가 생기고.....




자꾸 내가 그러니까 어짜피 말려서 될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지




그냥 있었던 일 다 얘기만 해주면 이해해 준다고 했어요......




그것도 내가 못된 사람 만나서 잘 못 될지 모르니까 자기한테 얘기하면




계속 만나도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 자기가 충고해준다구요!......."




경숙의 말을 듣고 보니 미란은 정석이라는 사람이 다시 보였다.




세상에 그런 남편도 있나 싶었다.




정말 가족과 부인을 죽도록 사랑하지 않고는 그렇게 할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아무리 겉으로는 이해한다고 해도 남자는 속으로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그럼에도 부인과 가족을 위해 그런 내색을 안 하고 살아온 정석이 정말 대단한 남자라고 생각됐다.




특이나 자신은 그런 일 때문에 이혼까지 당하지 않았던가?




그것도 먹고살려고 애를 쓰다가 잘 못 된 일이었는데...........!




자신의 전 남편은 일이 터지자 무조건 자신을 부정한 여자로만 몰아세우며




자신의 얘기는 조금도 들으려고 하지 않았었다.




자신이 비록 화장품을 사주던 남자와 몸을 섞고 나중에는 그 남자에게 빠져들기까지 했어도




자신은 여전히 남편을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했었는데..........!




"그래서 우리는 서로 속이지 않고 있었던 일 서로 얘기하고 그래요......




내가 일부러는 말을 안 해도 남편이 물어보면 거의 사실대로 얘기해요.




그래야 내 맘도 편안하고 그러니까......."




그 때 다방 레지가 와서 문 닫을 시간이 다 됐다고 나가줬으면 하는 눈치를 주고 갔다.




"그래서요.....내가 언니한테 부탁이 있다고 한 건......"




"그래! 정말 나한테 부탁이 있다고 했지?.....뭔데?...."




"...........우리 남편이요.........언니 좋아한대요!..."




"뭐? 나를?........나를 왜?......."




"언니 처음 볼 때부터 푹 빠졌대요! 호호호!........




거의 상사병이 날 지경인가 봐요!...........그래서 날 보고 언니에게 다리 좀 놓아 달래요!"




"어머! 어머! 세상에!..........이게 무슨 망측한 소리야?.......




그래서 부탁이라는 게..... 날보고 동생 남편하고?........어머! 어머! 미쳤어!......."




미란은 갑자기 두 사람이 제 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보였다.




어떻게 자기 부인에게 다른 여자가 마음에 든다는 소리를 하고 다리를 놓아달라는 부탁을 하며 




게다가 또 그 말을 전하는 부인은 또 뭐란 말인가?!




"언니!...내가 이런 소리하니까 미친 사람처럼 보이죠?......




나도 전에는 이런 생각 꿈도 못 꿔보고.....




아마 옛날에 누가 나한테 이런 소리했으면 아마 따귀를 올려붙였을 거예요!......




근데.....여러 남자 만나면서 생각이 바뀌더라구요.....




내가 내 가정을 버리지 않는 한...그리고 내 가정에 어떤 문제가 되지만 않는다면.....




그게 뭐 그렇게 나쁜 건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내가 겉으로는 아무 문제없는 것처럼 남들 보기에 행복한 척 하며 살면서




실제로 속으로는 욕구불만에 싸여서 늘 짜증이나 내고 살아가는 것과......




내가 불륜을 저지르고 남편 외의 다른 남자와 몸을 섞고 그러더라도




가정에 분란만 일으키지 않는다면 




그로 인해 내가 사는 게 즐거워지고 행복해지면서 




내가 가족이나 가정에도 더 충실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러면 나도 좋고 우리 가족도 더 좋지 않겠냐 그런 생각이요......."




"그거야......동생은 남편이 이해해 주니까 하는 소리지!.........




나는 그랬다간.......하유! 생각만 해도 끔찍해!...."




"물론 언니는 다를 수 있어요!.....




또 언니는 지금 그대로도 행복할 수 있구요!.....




언니가..아무 욕구불만이 없다면 또 굳이 다른 짓을 할 필요도 없구요!




하지만 언니가 어떤 불만이 있다면.... 그걸 꾹 참고 사는 게 언니나 언니가정을 위해서




정말 행복한 일인지는 잘 모르잖아요?......




그렇다고 내가 사람이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살아야된다는 건 아니구요.......




자신한테 그런 기회가 왔을 때 그걸 외면하고 나중에 후회하며 사는 것보다는




기회를 잘 이용하는 게 더 행복할 수도 있지 않나 뭐 그런거요!......."




미란은 경숙의 얘기를 들으면서 속으로 놀랐다.




경숙이 원래 그냥 끼가 있어서 여러 남자와 그러고 다니는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그것이 맞던 그르던 간에 속에 나름대로의 자기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고




언제나 수줍어하며 부끄럼 많은 여자처럼 보이던 경숙이 이렇게 말을 잘 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아이, 그래도!....난 자신이 없어!......."




"왜요? 언니!....혹시.... 우리 남편이 싫어서 그러는 거예요?........"




".......아니, 뭐 그래서라기 보다도......."




사실 미란은 처음 정석을 볼 때부터 무슨 별다른 호감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특별히 남자다운 구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생긴 게 여자 마음을 흔들 만큼 멋있는 것도 아니어서 




이성으로서 생각해 본 일 조차 없었다.




오히려 미란의 머리 속엔 분식 집을 청소하고 있던 조금은 초라해 보이던 정석의 




첫 모습이 강하게 남아있어 왠지 더 마음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전날 남편에게 떠밀려 정석과 춤을 추면서도 정석의 몸에 자신의 몸이 닿는 게 싫을 정도였다.




어쩌다 춤을 추면서 정석의 발기된 물건이 자신의 허벅지를 스칠 때면 불쾌하기까지 했다.




꼴에 남자라고 자기를 보고 속으로 응큼한 생각을 하나 해서 정석이 불결하게 느껴졌다.




그런 생각에 미란은 정석과 춤을 추면서도 엉덩이를 뒤로 쑥 빼고 




서로의 몸이 닿지 않게 신경을 썼었다.




좀 전에 경숙의 얘기를 들으면서 정석에 대한 인상이 조금 바뀌기는 했어도




속마음에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에이! 그런가 보네 뭐!.........근데, 우리 남편.....생각보다 멋있어요!..........호호호호!.....




밤일도 얼마나 잘하는데?!........




내가 여러 남자 겪으면서 보니까 우리 남편이 그래도 제일 낳은 거 같드라구요!....호호호!"




"..남편이 그렇게 잘하면 그럼 동생은 왜 다른 남자를 만나?......




나 같으면 안 그러겠다!......."




"그게....남편이 아무리 잘 해도......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하고 하는 건 또 기분이 다르잖아요?....호호호!......




내가 너무 남자를 밝혀서 그러는지도 모르지만! 호호호!......"




미란도 같이 깔깔거렸다.




"언니! 그러니까...딱 한번만!.....한 번만 우리 남편 좀 만나줘요!......




나 동생 삼은 기념으로!.......응?.....




그러면 또 모르잖아? 내가 이담에 더 멋진 남자 소개시켜 줄지 누가 알아?"




두 사람은 또 같이 웃었다.




"아이, 나 정말 자신 없다니까!.....창피해서 어떻게 그래?.....




그리고 동생은....남편이 다른 여자하고 그러고 싶다는데 샘도 안 나? 아무렇지도 않아?"




"그게 뭐 샘 날 일예요?.......어짜피 결국엔 나한테 돌아올 건데!.........




그리고 나도 다른 남자하고 그러잖아요?!......




언니는 창수아버지가 다른 여자하고 바람피면 화나요?..."




"나?...글쎄!.... 화가 나기야 나지!...그렇지만 참는 거지!.......




그렇다고 내가 일일이 따라다니며 감시할 수도 없고........




거기다 일이 벌어지기 전이면 몰라도 일 다 끝난 뒤에 그거가지고 따지면 뭐 하겠어?




요새도 가끔 캬바레 같은데 다니면서 다른 여자들하고 그러는 것도 같은데......




그냥 뭐 눈감고 사는 거지......모른척하고......"




"거 봐요!...남자들은 다 그러고 다니는데......여자만 뭐 그러면 안 돼나?




사실 내가 내 얘기 언니한테 한 것도 무슨 내 자랑할려고 그런 게 아니라.....




이런 사람도 있으니까 언니도 마음 편하게 먹으라고 한 소린데.......




그러니까 언니! 제발 내 소원...아니 우리 남편 소원 한 번만 들어주어요! 응?......"




"아이구 참!........정말 나 입장 곤란해 죽겠네!........




그만 좀 졸라!.....그러다 나 창수아버지 알아 가지고 집에서 쫓겨나면 어떡해?....




동생이 나 데리고 살래?........"




"그래요! 우리 같이 셋이서 살지 뭐!....호호호!......




그러면 우리 남편 더 좋아할텐데 뭐!....호호호!........




아 참, 언니!............내 부탁 들어주면 내가 언니한테 비밀 하나 알려줄게!........"




"비밀?.....동생이 나한테 무슨 비밀이 있어?......."




"호호호!....그런게 있어요!........언니가 들으면 깜짝 놀랄걸?........"




"무슨 얘긴데 내가 깜짝 놀라?.......갑자기 궁금해지네!"




"어때요? 내 부탁 들어줄 거죠?.....응? 언니!"




"......들어보고......"




"에이! 그런 게 어딨어?..내 부탁 들어주는 거예요! 응? 약속!..."




"아이, 몰라!...빨리 얘기나 해!"




"...근데.....언니, 이 얘기 듣고 나 욕하거나 미워하면 안돼요?!"




"아이구, 무슨 얘긴데 그렇게 서론이 길어?.....




나 욕도 안하고 미워하지도 않을 거니까 걱정말고 얘기나 해!...."




"나...있잖아요?!....아우! 나 어떡해?!...."




"나 자꾸 그럼 화낸다?!.."




"언니! 나........창수아버지 하고 했어요!........어저께!"




"뭐?창수아버지하고?...."




미란이 놀라서 눈이 똥그래져 한동안 말을 못하더니 갑자기 폭소를 터뜨렸다.




"호호호호호!....호호호호!.......아이구, 아이구! 나 죽겠네!....호호호호호!"




미란의 난데없는 폭소에 경숙은 어리둥절해 하다가 같이 웃음을 터뜨렸다.




"호호호호! 아이구! 나 못 살아!......호호호호호!"




미란이 끝없이 웃어대다가 겨우 웃음을 멈추고 경숙을 쳐다보았다.




"정말 동생 재주도 좋다!......호호호호!....아니, 어저께......무슨 그럴 틈이 있었다고?.........




언제 그런 거야?......어디서?......춤 오래 추고 들어왔을 때?......."




"네!.....춤추다가 거기 무대 옆에 아주 껌껌한 데가 있드라구요! 거기서....."




"호호호호!.....야! 정말!......놀랠 노짜네!....호호호호!




아니, 생긴 건 그렇게 곱상해 가지고 남자 앞에서 말 한마디도 제대로 못 할 것 




같은 사람이!.....아니, 도대체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와?.........




정말 입이 안 다물어지네! 나도 있고 남편도 같이 있는데.......호호호호!"




"그걸 또 집에 가서 남편한테 바로 들켰다는 거 아니예요!...호호호호!"




"남편한테 들켰어? 동생이 얘기해서 안 게 아니구?......호호호호! 아이구 배야!"




남편이 자신을 화장실도 못 가게하고 집으로 끌고 가서 팬티 속에다 손 넣어서




검사를 했다는 얘기를 듣고 미란은 거의 포복절도를 했다.




"그래서 했다고 그러니까 남편이 뭐래?...잘했대?....호호호호!"




"호호호호!...그런 건 아니고!.....




뭐, 창수아버지가 나랑 했는데 자기가 언니하고 안 하면 




남편하고 언니만 손해보는 거라 억울하대나?! 호호호호!........."




"호호호! 그래서....아니, 그럼 그래서 오늘 나한테 그런 부탁을 한 거야?......"




"아니요!...남편이 언니한테는 그 전부터 마음이 있었는데 말을 못 꺼내다




어제 그 얘기를 듣고 나한테 속마음 털어놓은 거죠!....."




"호호호! 하여튼 정말 못 말리는 부부네! 호호호호!................."




미란이 다시 배를 잡고 폭소를 터뜨렸다.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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