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험담

여자의 일생 - 21부

본문

더 이상 눈물은 보이지 않았지만 세미는 오후 내내 풀이 죽은 채 별 말이 없다.




“아제 세미도 잠옷을 바꿔야겠다..... 너두 지겨울테고....”




샤워를 마치고 들어오는 세미에게 할아버지가 한마디 한다.




“아니에요~ 전 이게 좋아요..... 아마 평생 원피스 잠옷만 입을껄요...후훗..”




“아니.....이녀석아~ 그럴려면 속옷이라도 입어야지... 잠잘 때 자꾸....”




세미는 할아버지의 속 뜻을 잘 알고 있다.




아직까지 자신의 잠버릇이 곱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세미는 




자는 동안 치마가 자꾸 밀려 올라간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할아버지는 제 몸이 싫으세요?”




“뭐...뭐엇!! 그게 무슨 말이야?”




홍노인은 뜻하지 않은 세미의 질문이 당황스러웠다.




“이젠 저도 제가 왜 여기로 오게 됐는지 잘 알아요...... 그런데....할아버지는...”




“세미야!!”




세미의 말을 끊어버리는 홍노인, 




그러나 세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계속 말을 이어간다.




“처음 제가 여기에 왔을때만 해도 아무것도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웃방애기라는걸.....”




“그건 김서방이 만들어 낸 일이야......넌 이제 내 손녀야.....”




“알아요~ 전 할아버지의 마음을........그래서 여태껏 집 얘기를 한번도 하지 않았구요...”




홍노인은 세미를 포근히 감싸 안았다.




물론 잠자리에 들때면 언제나 안겨오는 세미였지만 




오늘은 세미의 아픈 마음을 감싸주기 위한 마음이 담뿍 담겨 있다.




“내....무슨 일이 있어도 너의 집을 꼭 찾아 줄꺼야~ 돈이 얼마가 들더라도.....”




“괜찮아요~ 처음 일년 정도 지났을땐 집생각도 많이 났었는데...이제는 괜찮아요... 전 할아버지만 오래 사시면 돼요~”




“녀석..... 그래도 내 걱정을 해 주는 사람은 너 밖에 없구나....”




하나 있던 외동 딸은 넘겨 달라는 재산을 주지 않자




상속 받을 날만 기다린다는 표독스러운 말을 남기고 




발길을 끊은지 벌써 삼년이나 되어 더욱 외로워진 홍노인은 




이젠 오로지 세미와 함께 이야기하고 세미를 보는 것이 낙이 되었다.




그리고 자신을 돌봐주며 자신을 지켜주는 세미가 고마울 따름이다.




“할아버지.....후훗..... 나아~ 가슴 많이 나왔다.... 후 후~”




“뭐어........허헛...그렇겠지...벌써 나이가 열 일곱이니... ”




“한번 보실래요? ”




세미는 오늘따라 유난히 쓸쓸해 하시는 할아버지의 마음을 읽었는지 




장난스럽게 잠옷의 앞가슴을 제치려 하였다.




“야..야..야~ 이녀석아........어휴~ 세미.....너...자꾸....허 허~ 그래...어디....후 후~”




처음엔 말리려던 할아버지도 




세미의 마음을 알아 챘는지 주름진 손을 잠옷위로 가져가자 




아직도 몽오리가 다 가시지 않아 조금은 단단하게 느껴지는 세미의 가슴이 




홍노인의 손바닥 안에 쏙 들어와 버린다.




“어때....크죠? 우 히 히~”




“어휴~ 아직도 애기네 뭐........ 이거 언제 다 키워서 시집을 보내누.......”




“어엉.........시...시집??? 아우~ 히 히 히~ 시집....키킥....”




잠시의 대화, 잠시의 웃음은 




이들의 상처받은 가슴들을 다 날려버리는 것 같다.




비록 늙은이의 손바닥 안에는 덜 익어 풋사과 같은 세미의 젖가슴이 들어가 있지만




그것은 추한 성적인 행동이 아니라 따스한 사랑의 손길인 것이었다.






깔끔하게 머리를 두갈래로 묶은 세미는 교복이 무척 잘 어울린다.




“할아버지 학교에 다녀 오겠습니다...점심 꼭 챙겨 드셔야 해요...알았지?”




“그래 그래...... 어휴~ 누가 어른인지 모르겠네...늦겠다...빨리 가~”




홍노인은 손을 흔들며 세미의 세미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기다리다가 




전화벨 소리를 들으며 방으로 들어온다.




“아~ 여보세요.......뭐...뭣....겨..경일이??? 아니...니가 어쩐 일로?”




“저어~ 다음달에 군대 가거든요... 그래서 할아버지께 한번 들릴려구요...”




“우..우리집에..........그..그럼.... 니 에미는?”




“아참........ 엄마에게는 비밀로 하셔야 해요......”




홍노인은 손자가 온다고 하자 괜히 마음이 들떴다.




에미 때문에 비록 한번도 오지는 못 했으나




가끔씩 안부 전화를 하는 손자가 오늘 할아버지를 찾아 온다는 것이다.




몇 년만에 보는 손자의 얼굴이던가?




아마 세미가 온 후로는 한번도 찾아 온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홍노인은 아이들처럼 잠시도 자리에 앉아 있질 못하고 서성인다.




그리고 전화를 받은지 두시간여가 지났을까?




택시 한대가 과수원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었다.




“할아버지.........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어유~ 근데 많이 늙으셨어요...”




“늙다니... 이렇게 정정한데....허 허 허~ 이제 경일이도 어른이 다 됐구나...”




“그럼요..... 할아버지.... 들어가셔서 절 받으셔야죠...”




몇 년만에 받아보는 손주의 절인가? 




홍노인은 경일의 절을 받으면서 그만 눈시울이 붉어진다.




“에이~ 할아버지... 우시나 봐요?”




“아니다....너무 좋아서... 허 허~ 그래...오늘은 여기 묵어 갈 수 있겠지?”




“그럼요~ 저 여기서 며칠 묵고 가려구요...그래도 되죠?”




경일은 군대 가기전에 며칠 여행이나 다녀 오겠다며 할아버지께로 온 것이었다.






“학교 다녀왔습니다.....어어~ 손님이 오셨네......”




학교에서 돌아 온 세미가 인사를 하며 방문을 열고 들어가려다 




젊은 남자가 있는 것을 보고 멈칫했다.




“어엇.....너..너..너어~ 호..혹시.....마..마..말순이???”




세미는 몸이 얼어 붙는 듯 했다.




말순이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니... 누굴까?




“마..마..맞는데요....누..누구.....그..그럼 겨..경일이 오빠... 맞죠? 경일이 오빠....”




그렇게 잘 대해주던 경일이 오빠가....




고등학교 교복이 그렇게 멋져 보이던 경일이 오빠가 앞에 서 있자




세미는 너무나 반가워 입이 다물어지질 않았다.




“너......여기에 있었니? 그동안 여기에?”




“네에~ 전 할아버지랑...계속 여기서 살았어요...”




경일은 그 동안 세미가 다른 곳으로 간 줄만 알았던 것이다.




“아참... 니들은 서로 잘 알겠구나..... 그럼 따로 인사를 안 시켜도 되겠네...”




“그럼요~ 할아버지..... 제가 오빠를 얼마나 좋아했는데...후훗...”




“그래? 역시 세미는 남자 보는 눈이 있구나.....허 허~”




오랜만에 만난 이들,




이들은 서로 마음이 통하였기에 시간 가는 줄을 몰랐고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벌써 저녁을 먹었지만 아직도 해는 서산에 걸려 노을이 붉게 물들어 있다.




실로 오랜만에 만난 세미와 경일은 바람을 쐰다며 밖으로 나왔다.




“많이 예뻐졌네...아참...그 때도 예뻤지만....”




“오빠도 너무 멋있어졌어요....후훗...물론 그 때도 멋있었지만....”




“난 아빠가 널 다른데로 보냈다고 하길래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어휴~”




“피잇..... 오빠가 나쁜거죠...할아버지댁에 그렇게 안 오시다니.....”




“뭐엇....하 하 하~ 인정, 인정......와~ 오늘 내가 말순이에게 실컷 야단 맞는구나....하 하~”




경일은 그렇게 밝은 세미가 싫지 않았다.




잠시 동안이었지만 동생처럼 느껴졌던 세미가 집안에서 사라진 후 




이제까지 한번도 잊어 본 적이 없었던 애였기 때문이다. 




“오빠........근데...내 이름... 이제 완전히 세미로 바뀐거 아세요?”




“뭐...뭐어..... 완전히 바뀌다니? ”




“어렸을 때 제가 할아버지를 졸랐더니..... 그렇게 되더라구요... ”




“아휴...... 역시 할아버지셔..... 근데...난 말순이가 더 정겹고 좋던데...”




“휴우~ 저도 요즘 들어서는 그렇게 생각해요...조금 촌스럽기는 하지만...”




세미는 가끔씩 집생각을 하면서 말순이의 이름을 떠 올릴때가 있다.




하지만 이제는 영영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집에는 몇 번 가봤니?”




무심코 던진 경일의 말,




먼 산등성이를 바라보고 있는 세미의 얼굴이 굳어져버린다.




“자주.......못 갔구나.....그렇지?”




“휴우.............한 번 도....”




“뭐엇...........한번도 못 가봤다구? 그게 정말이야?”




세미는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며 고개만 끄덕거린다.




“왜? 왜 안갔어? 할아버지가 안 보내주시던?”




세미는 말없이 고개를 가로 저었고




먼 하늘을 바라보며 고향을 그리는 눈동자에는 촉촉한 이슬이 맺힌다.




“그럼 가족들을 한번도 못 만나봤어?”




“흐흑..........그만해....오빠..........이젠 다 틀렸어...”




“아니......틀리다니.....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세미는 글썽거리는 눈으로 고향을 찾을 수 없는 이야기를 띄엄띄엄 늘어 놓는다.




“우리집을 아는 사람은 아저씨 뿐이었는데...훌쩍....”




“그게 무슨 말이야? 니네 집은 경상북도 끝자락이라던데....”




세미는 경일의 말을 듣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아나는 걸 느꼈다.




“아...아니..... 그...그럼 혹시 오빠는 알 수 있어? 우리집을?”




“아니......나도 더 이상은 모르지만........ 그래도 찾으려면 찾을 수 있는거 아냐?”




“어떻게? 어떻게 오빠? 흑...흑... 어떻게 찾냐구....?”




세미는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경일의 팔을 마구 흔들었다.




“너....그때 싸릿골이라고 했잖아......그럼 관공서 몇군데만 찾아가면....될꺼 아냐...”




경상북도 끝자락, 그리고 싸릿골,




물론 힘들긴 하겠지만 어쩌면 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아 참!! 봉.....봉화? 그래 맞다.....봉화 어디라고 했는데......나도 널 찾으러 갈 뻔 했거든...”




봉화라? 세미는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도무지 가물가물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 정도만 알아도 찾을 수 있는게 아닌가?




“오..오빠..... 나...나 갈꺼야.........나 한번 찾아 가 볼꺼야.......흑..흑...”




울먹이는 세미의 발그스레한 두 뺨은 벌써 눈물로 얼룩져 있다.






“무.....뭐라고........그럼 세미가 집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이냐?”




“예~ 할아버지.........잘 하면 찾을 것 같아요....”




할아버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시더니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래야지....암... 그래야 말고....내가 죽기전에 집을 찾아야지....”




“저어~ 할아버지...... 제가 내일 세미랑 같이 다녀오면 안 될까요?”




“경일이 니가? 그러면야~ 더 없이 좋지.... 그런데..... 시간은....?”




“아이~ 할아버지......저 며칠동안 여행 다녀오기로 했잖아요..... ”




모두 한 마음이다.




세미의 착하고 순진했던 마음이 모두를 감동 시킨 것이다.




비록 두 뺨에는 눈물이 주르르 흐르지만 




세미의 얼굴에는 이미 고향을 찾은 듯 환한 웃음으로 가득 차 있다.






“할아버지... 얼굴은 많이 늙으셨지만...... 무척 정정 하시네요?”




“그래.....허 허 헛..... 다 세미 덕분이지.... 요즘은 내가 저녀석 때문에 산다...허 허~”




홍노인은 세미의 어깨를 살짝 보듬어 주며 가볍게 툭툭 쳐 준다.




“아닌데.....난 오히려 할아버지를 귀찮게만 했는데.......우 히 히~”




“아니..... 세미 너...... 아직도 그 이상한 웃음소리를 내니? 하 하 하~”




“으응~ 내..내가...뭘.....아 하~ 그거..... 히 히 히~”




“허 허 허~ 허 허 허~”




얼마만에 느껴보는 가족 분위기인가?




홍노인의 웃음소리는 그 어느 때 보다 크고 힘이 들어간다.




“할아버지~ 오늘 저 할아버지와 같이 자도 되죠?”




“으응.........좋지.... 허 허 허~ 그럼 모두 같이 자야겠구나.....”




“아니......그럼 세미도 할아버지 옆에서 자나요?”




“우 히 히~ 내는 무서버서 혼자 몬 자는기라.... 키 킥....”




“뭐엇....어휴~ 저 사투리...... 하 하 핫....”




홍노인은 이렇게 행복한 적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 오늘은 세미가 속옷을 입고 자야겠구나...허 허~”




“아니... 집에 있을 때도 홀딱 벗고 자더니....그럼... 너.... 아직도 벗고 자니? ”




“아냐....나 잠옷은 입고 잔단 말이야.....아이 할아버지는....어휴~”




한쪽에는 그렇게 그리워하던 손자가,




그리고 다른 한쪽에는 자신을 지켜주는 또 하나의 손녀, 




가운데서 두 아이들의 손을 꼭 잡은 홍노인의 얼굴에는 미소가 끊이질 않는다.




이제 더 이상 말은 없었지만 모두들 쉽사리 잠이 오질 않았다.




할아버지는 그토록 보고 싶었던 손자를 만난것과 세미가 집을 찾을 수 있다는 기쁨에,




그리고 경일은 그렇게 못 잊어 하던 세미를 만난 설레임으로...




세미는 더 할 나위가 없이 벌써 마음은 고향집에 가 있었으며




아부지와 어메의 얼굴과 덕구 오빠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오줌싸개 갱순이는 얼마나 컸을까? 그리고 벌써 여덟살이나 되었을 막내는?




뛰놀던 앞마당과 뒤안에 있는 우물,




그리고 선녀탕에서 발가벗고 어울리던 친구들의 모습이 가슴을 적셔온다.




“휴우~ 흐으으음~”




그렇게 뒤척이던 이들도 밤이 깊어지자 어느덧 꿈나라로 빠져들었고 




잠든 세사람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 담겨있다.






- 다음편에 계속 -






※ 졸작에도 불구하고 찾아주시는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제가 시간 관계상 좀더 길게 쓰지 못하는 점, 머리숙여 사과를 드리며


앞으로 좀더 좋은 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금 연재되고 있는 "여자의 일생"에 대해서 잠시 말씀을 드리자면


스토리 자체는 모두 구상이 되어 있습니다만 


구성된 내용의 중심은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독자분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조언도 자주 해 주시고 많은 질책도 부탁 드리겠습니다.




오늘이 7월의 첫 월요일이네요.


앞으로 다가 올 무더운 날씨에도 모두들 건강하게 지내시길 바라면서...




- 소백산 아래 작은 도시에서 사는 kw가 드렸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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