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험담

My Fair Ladies - 18부

본문

10년 만의 정사”














나는 한 7, 8년 전으로 생각했었는데 10년이라고 했다.




그랬다.




내가 그녀를 처음 본 것은 10년도 훨씬 넘은 오래 전 세월의 일 이었고




그녀와 사적으로 처음 만났던 때가 벌써 10년이나 된 것이었다.




그녀는 내가 10여 년 전에 자주 드나들던 어느 회사의 여직원이었다.




워낙 여직원이 많았던 회사라 내가 그녀와 얼굴을 익히고




서로 아는 체를 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었다.




그녀는 170cm 정도의 비교적 큰 키였는데




그 회사의 유니폼 상의가 헐렁한 편이라 그녀의 몸매를 자세히 살필 기회는 없었지만




그냥 막연하게 좀 마른 편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한 번 얼굴을 익히고 인사를 하기 시작한 후에는 




늘 그녀가 나에게 먼저 반갑게 인사를 해왔다.




내가 그 회사를 갈 때마다 매번 그녀와 업무를 볼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또 그 회사를 갈 때마다 그녀를 만나는 것도 아니었지만




어쩌다 얼굴을 마주치게 되면 꼭 그녀가 먼저 나에게 인사를 했다.




그렇다고 매번 무슨 소리를 내어 인사를 한 것은 아니었고




대부분의 경우 그저 소리 없는 미소와 목례로 나에게 인사를 헸다.




처음에 내가 그녀를 기억하게 된 것도 실상은 그녀의 미소 때문이었다.




그녀가 나에게 보여준 미소에는 왠지 쑥스러움과 부끄러움 같은 것이 담겨져 있는 것처럼 여겨졌다.




나는 그녀가 결혼을 했는지, 또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도 몰랐지만




그 회사 여직원 대부분이 미혼인지라 나는 그녀도 당연히 미혼이리라고 생각했다.




그런 그녀가 유부남이 분명한 나에게 무슨 사적인 감정이 있어 그런 웃음을 지으랴 하는




생각에 원래 그녀의 웃는 모습이 그런 줄로 생각하기도 했었다.




기실 그 후에도 그녀가 인사를 하면서 나에게 보내는 미소는 늘 그랬기에 나는 나의 생각이 옳다고 믿었었다.




큰 눈에 긴 속눈썹, 유난히 하얀 피부를 갖고있던 그녀의 미소는 언제나 해맑다는 느낌을 주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그녀는 나와 정식으로 인사를 하기 훨씬 전에 이미




나를 잘 알고 있었다고 했다.




그녀와 인사를 하면서 아는 체를 하고 지낸 1년 가까운 세월동안 




내가 그녀와 말을 나눈 것은 손으로 헤아릴 수 있을 정도로 적은 횟수였다.




지금 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그것도 모두가 업무적인 얘기들뿐이었을 것이다.




근무복 위에 분홍색 스웨터를 걸친 그녀와 역시 서로 말없는 웃음으로 인사를 한 것이




내가 그 회사에서 그녀를 마지막으로 본 모습이었다.




나는 한동안 그녀가 회사를 그만둔 것도 몰랐었다.




가끔 그녀가 보이지 않아 궁금하기는 했었겠지만 내가 누구에게 그녀의 소식을 물어 본 기억은 없다.




그런데 어느 날 그 회사의 어떤 여직원이 나에게 어떤 이름을 대며 아느냐고 물었다.




나는 별 생각 없이 모른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 여직원은 약간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그 이름의 주인공 설명을 하는데




듣다보니 그녀의 얘기였다.




난 그 때까지도 그녀의 이름을 몰랐었다.




나는 그 때에야 비로소 그녀의 이름이 이진희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녀가 벌써 몇 달 전에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얘기도 처음 들었다.




나는 그녀가 왜 회사를 그만두었는지, 결혼은 했는지,




또 지금은 무엇을 하고 지내는지 하는 질문들을 연속적으로 퍼부었다.




결혼은 안했고 지금 그냥 집에서 쉬고 있다고 했다.




그 간단한 대답에 나는 더 이상 물어볼 말이 없었다.




그런데 그 때 그 여직원이 싱글거리며 나에게 뜻밖의 말을 했다.




“진희가요......이사님 소식 궁금하대요.....”




나는 그 갑작스런 말에 왜 이진희라는 여자가 내 소식을 궁금해 하고




또 이 여직원이 나에게 그런 말을 전하는지 잠시 어리둥절해졌다.




이진희라는 여자가 나에게 관심이 있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나야 뭐, 보다시피 잘 지내지!”




“진희가 이사님이 물어 보시면 전화번호 가르쳐 드리라고 했는데......




진희 전화번호 가르쳐 드려요?“




나는 순간 갈등이 생겨 얼른 대답을 못했다.




나는 그 때까지 이진희라는 여자에 대해 막연한 호감은 갖고 있었지만 




이성으로 특별한 감정을 갖은 일이 없었는데다




사실 그 때 내가 그 회사에서 눈독을 들이고 있던 여자가 따로 있었기 때문이었다.




워낙 여직원이 많은 회사라 사소한 일에라도 몸가짐을 조심하지 않으면




쉽게 구설수에 오를 염려가 있어 혹시 내가 이진희의 전화번호를 받았다는 말이 




그녀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될까봐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나는 묘한 유혹과 기대감에 이끌리어 결국 이진희의 전화번호를 받았다.




오래 잴 것도 없이 나는 그 회사를 나오기가 무섭게 전화를 했다.




신호음이 가는 동안 공연히 가슴이 떨렸다.




“여보세요?”




전화기에서 익숙지 않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이진희씨? 나 김정찬인데요...”




나는 혹시라도 그녀가 내가 누구인지 모를까봐 나에 대한 설명을 하려고 이름부터 밝혔다.




“알아요. 금방 정혜한테서 전화 왔었어요.”




나에게 전화번호를 전해준 여직원의 이름이 정혜였었던가 보다.




서로 문안인사를 마치고 나니 별 할 말이 없어 나는 대뜸 한 번 만나자고 했다.




그녀도 나의 얼굴을 보고 싶다고 했다.




그 날 당일은 아니었고 다음날이나 그 다음날쯤 그녀를 만났던 것 같다.




그녀가 약속장소인 레스토랑에 먼저와 있었다.




나 또한 어색하기 이를 데 없는 만남인데다가 그녀도 많이 수줍어하는 바람에




우리는 서로 별 말없이 식사를 했다.




그러다 와인 한 병을 다 마셔갈 때쯤에야 서로 말문이 트였다.




“저 김이사님 많이 좋아했었는데.........”




와인 때문인지 쑥스러움 때문인지 그녀가 발개진 얼굴로 나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내가 기억하는 한 여자가 먼저 나에게 이런 말을 한 것은 그녀가 처음이었다.




“아! 그랬어요?....그럼, 진작 얘기 좀 해주지!....”




익숙지 않은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란 게 고작 그 정도였다.




우리는 와인 한 병을 더 마시며 여러 얘기를 했다.




사실 서로의 얘기보다는 내가 일방적으로 그녀를 취조했다는 편이 옳을 것이다.




내가 그녀의 신상에 대해 궁금한 것을 묻고 그녀가 대답을 해주는 시간이었다.




그녀는 나이가 서른이나 됐다.




(사실은 그 때 진희가 몇 살이라고 했는지는 전혀 기억에 없다.




최근에 그녀의 나이를 알게 되어 역으로 추정했을 뿐이다.




앞에 어떤 글에서도 언급한 바가 있듯이 나는 여자의 나이를 잘 모르는 편이다.




여자를 연령대로 구분하는 일에 익숙지 않아서이다.




내가 그런 증상을 갖게 된 것은 여자의 나이는 나의 관심 밖의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여자를 ‘하고 싶은 여자’와 그렇지 않은 여자, 두 가지로만 구분한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외국과 한국을 자주 오가며 살았는데




이번에 한국에 들어온 지는 2 ~ 3년 정도 되었다고 했다.




아직 결혼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그냥 자신의 손으로 돈을 벌어 혼자 편하게 살고 싶다고 했다.




회사를 그만둔 것도 무슨 장사를 해보려는 계획 때문이었는데




외국에 있는 자신의 재산 정리가 잘 안되어서 아직 시작을 못하고 있다고 했다.




왜 결혼까지 한 나를 좋아하게 됐느냐고 물었더니




한참을 미소만 짖더니 “그냥, 매너가 좋아서요....” 라고 했다.




그 날 우리 두 사람은 기분 좋게 취해서 그 레스토랑을 나왔다.




레스토랑 밖으로 나오자 그녀가 나의 팔짱을 꼈다.




1년 가까이를 보아 온 그 수줍게 보이는 미소 때문에 




나는 그녀가 갖고 있는 당당함과 용기를 알아보지 못한 것이었다.




그녀의 집은 다행히도 우리 집 방향이었다.




그녀는 단독 주택을 하나 얻어 친구와 같이 지내다가 지금은 혼자 지낸다고 했다.




나는 내 차로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주긴 했지만 그녀의 집 문 밖에서 헤어졌다.










그 때를 시작으로 우리는 한동안 자주 만났다.




음악회도 가고 마당놀이 같은 것을 보러 가기도 했지만 




주로 드라이브를 하거나 야외의 조용하고 한적한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다.




둘이 오붓하게 시간을 보내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사실 그보다는 




그녀와 같이 다니면서 내가 신경이 쓰이는 게 한 가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옷차림이었다.




그녀는 언제나 내가 별로 보지 못한 스타일의 옷을 입고 나왔다.




외국에 살면서 구입한 옷인지 아니면 그녀의 취향을 따라 골라 산 것인지는 몰라도




늘 화려하고, 때로는 치렁치렁 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요란하기도 했다.




어쨌든 내가 보기엔 유별났다.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자주 그녀를 쳐다보는 것을 보면 




다른 사람 눈에도 범상하게 보이는 옷차림이 아닌 것만은 분명했다.




나는 원래 색상이나 디자인이나 심플한 쪽을 좋아하는 데 그녀의 옷 입는 취향이 나의 취향과는 정반대였다.




그렇다고 여자 옷 입은 것을 갖고 말한다는 게 예의에 벗어나는 일이라는 생각에 




말 한마디 뻥끗도 못했지만 속으로는 늘 불편했다.




우리 사이가 뭐 당당해서 사람들 많은데 보란 듯이 나다닐 처지도 못되는데다가




사람들 눈에 뜨이는 그녀의 옷차림 때문에 나는 무조건 사람 없고 조용한 데만 찾아다녔다.




그러는 사이 그녀와는 키스도 하고 가벼운 페팅도 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생각 외로 그녀의 유방이 컸다.




그 말라 보이는 몸에 어떻게 그리 큰 젖가슴이 달릴 수 있는지 놀라웠다.




그녀의 몸매에 비해서도 컸지만 일반적인 기준으로도 정말 보기 드물 정도로 풍만했다.




그렇다고 옆으로 퍼지지는 않았고 원뿔형으로 생긴 젖가슴이 크면서도 예뻤다.




자연히 나는 시간만 나면 그녀의 옷 속으로 손을 넣어 그녀의 젖가슴을 주무르곤 했는데




이상하게도 그녀는 그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만하라는 그녀의 말을 그저 단순히 여자의 부끄러움에서 나오는




의례적인 소리로만 들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가 정말 젖가슴 만지는 것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젖가슴에 대해 이상한 콤플렉스를 갖고 있었다.




그녀는 남이 만지면 자꾸 젖가슴이 커질까봐 싫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녀의 말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되었다.




나는 그녀의 젖가슴이 얼마나 예쁘며, 남자들이 여자의 큰 젖가슴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설명을 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녀가 싫다는데 굳이 괴롭히기도 싫어 그녀의 젖가슴 만지는 짓을 그만 두었다.




그래서 그녀의 허벅다리를 만졌더니 거기는 또 간지럽다며 질색을 했다.




참으로 기가 막혔다.




나는 은근히 열이 받쳤다.




나이도 적지 않은 남여 둘이 만나 새삼스럽게 플라토닉 러브 운운할 것도 아니고




내 나이의 남자가 여자를 만날 때는 여자의 몸이 일차적인 관심이라는 것도 알만한 여자가




그런 식으로 나의 손길을 거부하자 이만저만 김이 새는 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내가 너무 일을 급히 서둘러서 그런 것도 아니었다.




나는 여자와의 관계에서 서두르다가 일을 망치는 경우보다는 




오히려 너무 뜸을 들이다가 망친 경험이 훨씬 많았다.




오죽하면 ‘우리가 만난지가 언젠데 아직까지 키스 한 번을 안 하느냐?




그렇게 내가 싫으면 나를 뭐 하러 만나느냐?‘며 나를 떠난 여자도 있었다.




나 나름대로는 여자에게 무례를 범하지 않으려고 노력한 것이었는데




여자가 보기에는 나 하는 짓이 무척이나 답답할 때가 있는 모양이었다.




좋게 말하면 여자에 대한 배려라고 할 수도 있지만 




솔직히 나는 내 자신이 소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진희도 어느새 나를 ‘정찬씨!’ 라고 부르고 있던 때라 




나의 조급증 때문에 그녀가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집에 놀러갔다가 그녀와 키스를 하던 중




그녀의 몸 위로 올라가 일을 벌리려고 했다.




애무가 싫다니까 막바로 삽입을 하면 괜찮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랬더니 진희가 하는 말에 나는 정말 어이가 없어졌다.




“정찬씨! 나 간지러워서 그거 못 해!”




“그럼, 너 여태까지 남자랑 한 번도 안 해 봤어?”




이 여자가 누굴 놀리나 하는 생각에 별 말을 다 물어봤다.




“.......................”




그녀는 묵묵부답이었다.




“그럼, 너 딴 남자하고는 어떻게 했어?”




“...............................”




“왜, 내가 싫어서 그래?”




“그게 아니고........그냥 정찬씨 살만 닿아도 간지러워서 그래요!”




“나만 그런 거야? 아니면 다른 남자도 그래?”




“......그러니까 여태 남자 안 만나고 이 나이되도록 결혼도 못하고 살잖아요!”




그녀가 간접적으로 말을 돌려서 대답을 했다.




나에게도 당장 심각한 일이기는 하지만




정말 그녀에게는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그녀의 몸 위에 있을 수도 없었다.




나는 그녀의 몸 위에서 내려와 술을 마시면서 그녀와 얘기를 했다.




그녀는 고 2때 첫사랑의 남자에게 순결을 잃었다고 했다.




이 번에 한국에 들어오기 전 외국에서도 사귀던 남자가 있었는데 결혼 얘기가 나오면서




그냥 자신이 결혼하기 싫어서 도망치듯 한국으로 들어온 것이라고 했다.




그 말에 나는 더 이상 그녀에게 무엇을 물어볼 수가 없었다.




좋아하는 남자와 결혼을 하기 싫어 도망 올 정도로 남자와 살을 맞대는 것을 못 견뎌 한다면 




그녀 나름대로도 커다란 고통과 괴로움에 어지간히 시달려 왔을 것으로 짐작이 되었다,




그렇지만 내가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당장은 그녀에게 괴로움을 주지 않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그나마 키스에는 별 거부감이 없는 것만해도 다행이었다.




그랬다.




서른을 넘긴 남녀가 둘이 만나 고작 할 수 있는 것이 키스가 전부였다.




그녀는 어떤지 몰라도 나는 절대 키스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그녀가 싫어하는 일을 억지로 할 생각도 전혀 없었다.




나는 그런 나의 심정을 그녀에게 얘기했고 그녀도 말로는 이해한다고 했다.




그녀에게 미안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더니 이어서 점점 통화 횟수가 줄어들다가




어느 날부터 서로의 연락이 끊어졌다.




그러다가 한 2년 후에 난데없이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는 “정찬씨?” 하는 첫 목소리에 바로 그녀가 진희임을 알아 차렸다.




비록 그녀를 생각하면서 지낸 것은 아니었지만 오랫만에 듣는 그녀의 목소리가 너무도 반가웠다.




몇 마디를 나눈 후에 다음날 만나기로 했다.




그 다음 날, 그녀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어디서 만나겠냐는 나의 질문에 그녀는 공항이라고 했다.




그리고 조금 있으면 비행기를 타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 외국에 가 있다가 잠시 들어온 것인데 다시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그러면 왜 어제 거짓말을 했느냐고 내가 따졌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언제 다시 한국에 오느냐는 나의 질문에 그녀는 자신도 모른다고 했다.




나는 흥분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그녀에게 잘 가라고 했다.




꼭 행복하라는 말도 했다.




전화를 끊고 나서 나는 오히려 안 만나게 된 것이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만나서 오랜만에 얼굴을 보는 반가움이야 있겠지만 그것은 한 순간으로 끝날 일이었다.




내가 이제 다시 그녀를 만난들 그녀와 새로운 관계를 시작할 것도 아니고.....




섭섭하지만 서로 목소리를 들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몇 년의 세월이 또 흘렀다.




그동안 이진희라는 여자는 내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사라져 없어진 사람이었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쯤,




그러니까 진희가 공항에서 전화를 하고 떠난 지 5년 정도 지난 어느 날,




휴대폰 창에 생소한 전화번호가 떴다.




전화기를 귀에 대는 순간,




“정찬씨?”............




진희의 목소리였다.




까맣게 잊고 있던 여자였는데 첫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신기하게도 진희의 목소리를 금방 알아 채렸다.




그녀는 결혼을 했다고 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자신의 순결을 바친 첫사랑의 남자와 )




나는 문득 그녀의 남자 기피증이 치료가 됐는지 궁금해서 




남편과는 별 문제없이 지내는지 물어봤더니




그녀도 나의 질문의 뜻을 알아차리고




‘조금 나아지기는 했어도 여전하다’며 말을 얼버무렸다.




지방의 어느 조그만 도시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잘 살고 있다고 했다.




남편은 무슨 사업을 한다고 했고 자신도 따로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나를 한 번 보고 싶다고 했다.




나도 그녀를 보고 싶다고 했다.




내가 그녀가 있는 쪽으로 갈 일이 있거나 그녀가 서울에 올라올 일이 있으면




서로 연락을 하자는 말을 주고받은 뒤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또 1년이 지나갔다.




그녀가 다시 전화를 했다.




또 1년 전과 비슷한 얘기를 나눈 후 전화를 끊었다.




그 뒤로는 6개월, 몇 달,....




이런 식으로 전화하는 간격이 줄어들더니 6개월 전부터는 한 달에 한 번 꼴로




전화가 왔다.




나는 혹시 그녀가 남편이나 결혼생활에 무슨 문제가 있어서 그런가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이미 흘러간 옛사랑의 그림자에 매달리나 했다.




그녀는 아니라고 했다.




그저 내가 생각나서 전화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사실 나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를 기억해 주는 그녀에 대해 고마움과 호감을 갖고 




있기는 했지만 그 이상의 다른 감정은 없었다.




나의 진희에 대한 감정은 이성보다는 오히려 여동생을 대하는 마음에 가까웠다.




나는 진심으로 진희가 남편과 서로 사랑하며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기를 바랐고




혹시라도 내가 진희의 결혼생활에 끼어들어 그녀의 삶을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잦아진 그녀의 전화가 조금은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그녀가 서운해 할까봐 전화를 자주하지 말라는 말은 하질 못했다.




그런데 7월이 되면서 나에게 휴가를 언제 가느냐고 묻더니




휴가때 꼭 자신이 사는 곳에 한 번 들리라고 했다.




그녀의 전화를 받을 때는 나도 어디 바람이나 쐬러갈까 생각하고 있던 참이라




바닷가 도시인 그녀가 사는 곳엘 가볼까 하는 마음도 없지 않았었다.




날자를 정하라는 그녀의 독촉에 나는 엉겁결에 그 다음주로 약속을 정했다.




하지만 반은 건성으로 한 약속이라 지키질 못했다.




그랬는데 후배인 곽사장이 갑자기 한 이틀 어디 가서 바람이나 쐬다 오자고 연락이 왔다.




곽사장의 전화에 진희 생각이 나서 얘기를 했더니 곽사장이 좋다며 당장 떠나자고 했지만 




서로의 스케쥴을 조정한 끝에 결국 엊그저께에야 떠날 수 있었다.




진희는 내가 떠나기 전부터 전화를 하기 시작해서 줄곧 전화를 해댔다.




길을 떠난지 4시간 만에 그녀가 사는 도시로 접어드는 인터체인지에 들어섰더니




기다리다 못한 그녀가 인터체인지 입구에 차를 대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10년 만에 보는 그녀는 어느새 중년의 여자가 되어 있었다.




말랐던 몸에는 보기 좋을 만큼 살이 붙었고 웃는 얼굴 눈꼬리에도 주름살이 비쳤다.




다만 옷차림이 튀는 것만은 여전해서 빨간 투피스 정장이 뜨거운 태양아래 너무도 정열적이었다.




서로 손을 잡고 웃음 속에서 상대방의 변한 모습을 살폈다.




그녀의 어깨너머로 또 한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으악!!!!!!!!!’




폭탄이었다.




같이 간 곽사장과 짝을 맞추느라고 진희가 데리고 나온 헬스클럽에서 만난 후배라는데




어떻게 봐도 곽사장이 좋아할 스타일이 아니었다.




뒤에 있는 곽사장을 돌아보니 이미 맛이 간 상태였다.




한편으로는 황당하고 곽사장에게 미안했지만 서로 인사를 시켰다.




곽사장이 돌아서면서 “형! 나 그냥 올라갈래!” 하는 말로 자신의 마음을 내게 전했다.




어쨌든 곽사장과 폭탄이 한 차에, 그리고 나와 진희가 같은 차에 각각 나누어 타고 바닷가로 향했다.




진희에게 말하기가 미안했지만 그렇다고 곽사장과 폭탄을 계속 묶어놓을 수도 없어




왜 저런 애를 데리고 나왔냐니까




“쟤가 어때서요? 이쁘기만 한데.......” 하고 동문서답을 했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혹시라도 소문이 날까봐 가장 안전한 애로 데리고 나왔단다.




진희는 운전을 하면서도 계속 한 손으로 내 손을 꼭 쥐고 있었다.




“내려와줘서 고마워요!”




진희가 세월이 지나도 변함이 없는 예전의 그 미소로 나에게 말했다.




나는 오랜만에 보니까 너무 반갑다는 말로 인사를 했다.




나는 차 안에서야 비로소 진희의 나이가 벌써 40이나 된 것을 알고 속으로 놀랐다.




그런데도 나를 향한 진희의 미소는 여전히 쑥스러움이 배어있었고




언제나처럼 무슨 말을 할 듯 할 듯 하면서도 감추고 있는 듯한 부끄러움이 가득했다.




바닷가 횟집 평상에 자리를 잡고 앉아 늦은 점심을 겸해 술을 마셨다.




그런데 이 폭탄이 술 마시는 게 장난이 아니었다.




우리는 네 명이 소주 7병, 맥주 4병을 마신 뒤에야 자리에서 일어나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노래방에 들어가서는 내가 폭탄의 파트너를 자청했다.




내가 폭탄을 끼어 안고 블루스를 추는데 폭탄이 나에게 몸을 기대어 왔다.




술기운을 빌어 내가 그녀의 귓가에 입을 가까이 가져가자 그녀가 아예 귀를 내 입에 갖다댔다.




그녀의 귀를 몇 번 빨아주자 그녀가 나에게 몸을 더 바싹 붙이고 비벼대면서




슬그머니 얼굴이 내 쪽으로 돌아왔다.




내가 가만히 있어도 자칫하면 저절로 입이 맞춰질 상황이었다.




나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은 생각도 별로 없었지만 




오랜만에 만난 진희를 옆에 두고 그녀와 그럴 수는 더욱 없었다.




나는 기를 쓰고 그녀의 귀에 입을 붙이고 그녀의 얼굴이 돌아오지 못하게 막았다.




어느새 주책없는 내 자지는 잔뜩 발기가 되었고




폭탄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사타구니를 내 자지에 비벼댔다.




그것도 그냥 비벼대는 것이 아니라 위 아래, 좌우로 엉덩이를 돌려대면서 비볐다.




곽사장과 노래를 부르고 있는 진희를 보니 둘은 노래에 한참 빠져있는 듯 했다.




나는 한 손을 내려 그녀의 청바지 사타구니에 집어넣었다.




뭉클하고 손바닥 가득히 그녀의 보지살이 잡혔다.




평소에 이런 것까지는 미처 신경을 못 써서 잘은 모르겠지만 내가 만난 여자 중에 




가장 보지살이 두툼한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두툼한 보지살을 손바닥으로 주물러대자 그녀는 아예 젖가슴까지도 내 가슴에 비벼댔다.




니트 셔츠를 입은 그녀의 젖가슴은 겉으로 보기에 옆으로 퍼지긴 했어도




꽤 풍만해 보였는데 실제로도 그랬다.




얇은 브래지어를 찼는지 그녀의 풍만한 젖가슴의 느낌이 그대로 내 가슴에 전해졌다.




나는 속으로 나도 미친놈이지만 이 폭탄이 정말 웃기는 폭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아까 까지도 “형부! 형부!‘ 하던 여자가 




어떻게 진희가 바로 옆에 있는데 나에게 이렇게 달려드는 것인지 정말 헷갈렸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그녀의 보지살을 주무르고 있는 놈은 또 얼마나 미친 놈인지!....




계속 돌아오려는 그녀의 얼굴을 사력을 다해 고개에 힘을 주고 막는 사이 노래가 끝났다.




나와 폭탄은 껴안았던 손을 풀고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그런데 곽사장이 다시 슬로우 템포의 노래를 부르며 나와 진희가 춤추기를 권했다.




실로 10년 만에 다시 진희를 껴안게 된 것이다.




40이 된 진희의 몸은 10년 전에 안았을 때와는 느낌이 너무도 달랐다.




겉으로 봐서는 그렇게 살이 붙은 줄 몰랐었는데 예전의 야들야들하던 느낌은 어디에도 없이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진희가 나의 볼에 몇 차례 가벼운 입맞춤을 했다.




내가 진희의 입술에 입을 맞추자 한두 번 피하는 시늉을 하다가 결국은 우리 둘의 입이 붙어버렸다.




진희의 혀가 내 입 속으로 들어왔고 내가 그 혀를 열심히 빨고 있는데




옆에서 폭탄이 초를 쳤다.




“아, 언니! 그만 좀 해!.....




옆에 있는 사람도 생각 좀 해줘라!“




노래방 안은 에어콘을 틀었는데도 여간 덥지가 않았다.




거기다 노래방에서 시켜 마신 맥주가 벌써 열 캔 가까이 되다보니 몸에서 열이 났다.




나는 얼른 나가서 시원한 물에 몸을 담그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덩치 큰 곽사장의 샤츠도 이미 땀으로 얼룩이 져 있었다.




그런데 이 놈의 노래방이 무슨 서비스를 그렇게 많이 주는지,




결국 50분이나 서비스를 더 받고 근 두 시간이 다 되서야 노래방에서 나올 수 있었다.




근처 호텔에 남.여 사우나가 모두 되는 곳이 있다고 하여




서로 샤워를 하고 다시 만나기로 했다.




노래방에서 나오는데 폭탄이 온 몸이 땀에 젖었다며




니트를 들치더니 자신의 배에다 내 손을 갖다댔다.




바로 옆에 진희도 있는데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두 여자와 헤어지고 나자 곽사장이 계속 폭탄하고 같이 있어야 되냐며




다른 여자 안 불러주면 자기는 따로 놀겠다고 은근히 나에게 공갈을 쳤다.




내가 진희에게 전화를 해서 다른 친구 좀 불러내라고 했더니




폭탄이 있는데 어떻게 또 다른 사람을 불러내느냐며 한참 곤란해 했다.




하지만 결국 착한 진희가 알았다며 전화를 끊었다.




사우나에서 나온 우리는 근처에 방부터 먼저 잡았다.




(모텔인데 방 값은 5만원이었지만 웬만한 호텔보다 훨씬 시설도 좋고 깨끗했다.




내가 이제껏 다녀 본 모텔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여기에 이름을 밝혀 많은 사람이 이 좋은 곳을 이용할 수 있도록 권할 수 없음이 애석할 따름이다.)




곽사장의 차에 모두 타서 진희가 가자는 데로 자리를 옮겼다.




해물탕 집이었다.




내가 자리를 잡기가 무섭게 폭탄이 내 옆자리에 앉았다.




진희가 그런 폭탄을 보고 눈을 흘겼지만 폭탄이 꿈쩍도 안하자




진희가 할 수 없다는 듯 내 앞에 앉았다.




조금 있으니까 식당 문을 열고 우르르 세 여자가 들어왔다.




진희가 자기 친구들이라고 소개를 했다.




세 여자가 모두 괜찮아 보였는데 그 중에서도 두 여자는 정말 매력적이었다.




그제야 곽사장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서로 권하면서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다. 




새로 온 세 여자가 이구동성으로 집에서 나올 형편이 안 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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