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험담

박 차장 - 2부 9장

본문

박 차장 2-9








장우는 목요일이 되어서야 미국 회사로부터 메일을 받을 수 있었다.




Business Meeting


XXX. XX, 2004 10:00 am


Korea Hotel Business Meeting Room #5


Your contact person; Ms. Anne Lee




“음…이름이 앤…여자군”




장우는 코리아 호텔의 전화번호를 확인하고는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십니까? 코리아 호텔 입니다.”




“투숙객 중에 미즈 앤 리 와 통화하고 싶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전화에서 은은한 음악소리가 들리더니 전화기에 다시 뚜뚜 하는 소리가 들렸다.




“헬로우”




“헬로우, 메아이 스피크 투 미즈 리”




“디스 이스 쉬 스피킹”




“난 **언더웨어의 박장우라고 한다. 당신 회사의 미즈 콜린스로부터 당신의 정보를 얻었다.”




“아! 미스터 장, 나도 미즈 콜린스로부터 당신 회사가 대리점 계약 의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들었다. 이틀 뒤에 비즈니스 미팅이 잡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나는 미팅을 확인하기 위해서 전화한 것이다.”




“미팅 확인한다. 다만, 미팅 시간은 한 시간으로 제한했으면 한다.”




“알겠다. 그럼, 토요일 아침 열시에 당신을 만나도록 하겠다.”




“좋다. 바이 바이”




“바이 바이”




인터내셔널 마케팅 담당자는 대리점 계약 의향을 낸 모든 회사를 대리점 결정 전 만나야 할 의무가 있지만, 장우는 그녀가 미국을 이미 떠난 후 의향을 내보냈다. 추측컨데, 이 회사는 대리점 선정에 매우 신중을 기하는 회사로 보였다. 물론, 상대방은 토요일에 갖는 미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눈치였지만.




생각보다 고 대리와 정 대리의 자료 조사가 일찍 끝났다. 장우는 조사된 자료를 바탕으로 미팅 때 이용할 자료를 완성하고, 그들의 회사를 다른 회사와 어떻게 차별화시킬 것인가를 곰곰히 생각했다.




“차장님…저희 코리아 호텔 근처에서 미팅 결과 기다릴께요.”




“쉬는 날인데 집에들 있어. 끝나고 전화해줄께”




“어떻게 저희들이 차장님만 보내요? 가까운데서 응원할께요.”




“알았어. 그럼 그러도록 해. 되면 내가 점심 쏘고, 안되면 자네들이 쏘주 쏴.”




“넵!!! 근데, 웬만하면 성공하도록 하세요.”




다음 날 아침 장우는 코리아 호텔로 향했다.




“비즈니스 미팅룸…17층”




장우가 올라탄 엘리베이터가 17층에 도착해 열렸다. 17층은 손님들만의 비즈니스만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듯 엘리베이터를 내리자 마자 정면에 안내 데스크가 보였다.




“룸 5 에서 미스 리 와 미팅 약속이 되어 있습니다.”




“네, 접수되어 있습니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종업원이 안내한 방은 8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탁자가 마련된 방이었다. 장우는 문을 바라본 자리에 앉았다. 창 밖에는 멀리 북한산이 바라보였다. 잠시 후, 문이 열리며 키가 큰 백인 여자가 들어왔다. 




(음…빨강머리 앤이군…성질 좀 있겠는데…)




“굳모닝 미스터 장”




“굳모닝 미즈 리”




장우와 앤은 간단한 인사와 악수 후,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아서 장우는 자신들의 늦은 대리점 계약 의향에도 미팅 시간을 갖게 해주어 고맙다는 말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좋은 시간이 될런지는 당신의 회사, 그리고 당신의 능력을 나에게 잘 어필하는 것이다.”




“당신이 우리 회사와 나의 팀에 대해서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먼저, 가지고 온 자료를 프리젠테이션 할 수 있게 해달라.”




“좋다…하지만 프리젠테이션은 짧게 해주길 바란다.”




장우는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앤에게 한 부 건네고는 자신의 프리젠테이션을 시작했다. 간결하지만 가능한 한 상대방에게 임팩트를 주기 위해 문장 하나하나를 공들여 선택한 자료였다.




“프리젠테이션은 좋았다. 하지만, 나는 대리점을 결정하는데 매우 단순한 질문 두 가지에 대한 당신의 답변을 들음으로써 판단하고자 한다.”




“무엇인가?”




“첫번째 질문은, 당신 회사의 조직을 보니 일반 언더웨어만을 판매하고 있다. 섹시언더웨어를 파는데 성인용품과의 판매병행은 고려하고 있지 않은가?”




“당신은 성인용품과의 판매병행을 원하고 있는 것 같지만…솔직히 말해서 우리는 전혀 그 점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 당신의 제품은 성인용품점과 어울리지 않는다. 우리의 판단은 당신의 제품을 명품의 이미지 그리고 그에 합당한 고객에게 판매하려 한다.”




“두 번째 질문은, 당신들의 판매 조직이다. 어떤 판매 루트를 사용할 것인가?”




“최초 1년간은 우리 회사를 제외한 판매 조직은 만들지 않을 것이다. 우리 팀이 직접 타겟 고객에 대한 마케팅을 실시해서 고객 간의 판매 네트웍을 만들 것이다. 이런 작업이 완료된 후에 제품의 이미지와 고정 고객이 확보되면 좋은 조건으로 별도의 판매 조직을 만들 것이다.”




“흐음…”




앤은 장우의 말을 필기한 노트를 한참 뚫어보며 생각에 잠겼다. 5분 정도가 지나서야 앤의 고개가 올라갔다.




“좋다. 미스터 장. 나는 당신 회사를 한국의 우리 파트너로 추천하도록 하겠다.”




“정말인가? 고맙다.”




“고맙긴, 앞으로 파트너로 잘 지내자.”




“그런데, 어떤 것 때문에 당신이 우리를 선택했는지를 말해줄 수 있겠나?”




“제일 첫번째는 당신이 맘에 들어서다. 한국에서 다섯 회사의 사장이나 책임자와 미팅을 갖었다. 당신은 내게 믿을 수 있는 사람 같은 인상을 주었다.”




“두번째와 세번째는 나의 물음에 대한 당신의 답변에 전적으로 동의하기 때문이다. 우리회사 제품은 섹시언더웨어지만 성인용품점에 진열될 상품이 아니다. 유감스럽게도 다른 회사 사람들은 우리 제품 자체의 컨셉을 이해하지 못했고, 이해하려 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우리 회사는 파트너의 직접적인 판매 방식을 선호한다. 그래야만 우리 회사 제품의 이미지와 컨셉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맙다는 말은 내가 해야할 것 같다. 미스터 장. 사실, 당신을 못 만났더라면 우리는 한국에 대리점을 확보하지 못했을 것이다.”




“당신의 출국일을 하루만 늦춰준다면, 우리 회사를 방문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미스터 장…, 난 당신 회사를 보고 결정한 것이 아니라 당신을 보고 결정한 것이다. 난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간의 신뢰하고 생각한다. 당신의 회사가 크든 작든 그것은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당신들과 일할 사람들을 만나보는 것은 어떠한가? 우리 팀원들이 근처에 있다.”




“오우…회사가 근처에 있는가?”




“아니다. 팀원들이 오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휴무일이다.”




“좋은 팀웍이다. 또 다른 고려 사항이다. 당신의 초대에 기쁘게 응하겠다. 잠시 옷을 갈아 입고 가고 싶은데…로비에서 기다려줄 수 있는가? 15분 정도 걸릴 것이다.”




“로비에서 기다리겠다. 시간에 쫏길 필요없이 충분한 시간을 가져라.”




“고맙다. 그럼 로비에서 보겠다. 아! 잠깐! 파트너가 되었는데 악수는 해야하지 않겠는가.”




장우가 웃으며 앤에게 손을 내밀었다. 앤과 장우가 굳게 악수를 했다. 파트너끼리의 악수였다.




로비에 내려온 장우는 고 대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고 대리? 장웁니다. 지금 어디에 있어요?”




“네, 저희는 시청 뒷 편에 있는 아메리카 카페에 있어요. 일은 어떻게…”




“가서 얘기하도록 할께요.”




“네? 네~에”




고 대리는 전화를 끊고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전화로 들은 장우의 목소리가 웬지 어두워보였기 때문에 아마도 미팅 결과가 그리 좋은 것 같지가 않았다.




“대리님, 차장님이 뭐래요?”




“응. 이 곳으로 곧 오시겠다고.”




“다른 말씀은요?”




“와서 말씀하신데….”




“에이…잘 안됐나보다. 잘 됐으면 벌써 말씀하셨을텐데. 그것도 못 하시나…내가 나갔어야 하는건데.”




“육 대리, 말 너무 함부로 하는거 아니야? 급하게 준비된 거쟎아. 그리고 속옷 회사가 거기만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곳 알아보면 돼지.”




“알았어요. 정 대리님. 알았다고요. 마치 차장님 대변인 같이 왜 그래요. 우리끼리”




“내 말은 차장님을 대변하는게 아니라 같이 고민하자는거야.”




“근데, 그거 되야하는데. 저도 알아보니까. 미국에서도 그 제품이 꽤 잘나가더라구요. 생긴지 얼마 안된 회산데…디자이너들이 죽여준데요.”




“안보영씨는 어디서 그런 걸 들었는데?”




“제 친구들이 유학 나간 애들이 많거든요. 공부하러 간 건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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