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험담

도미시마 다케오의 여인추억 3 ... - 3부 8장

본문

얼마나 잤을까. 마사오는 한숨 자고 눈을 떠보았을 때 눈앞에는 바로 위에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시루꼬의 얼굴이 있었다. 머리맡에 있는 스탠드에서 불빛이 은은히 비치고 있었다. 


“지금 몇 시나 됐습니까?” 


“정각 새벽 한 시. 한 시간 정도 주무셨나 봐요 미안해요 제가 얼굴을 간지럽혀서 깨셨나 봐요” 


마사오의 팔에 가슴을 묻고 엎드려 있는 시루꼬의 상반신은 알몸이었다. 어깨가 이불 밖으로 나와 있었고 젖은 가슴도 보였다. 


“잘 때는 항상 이렇게 알몸으로 잡니까?” 


“그래요” 


“그럼, 아래도?” 


“그래요 난 지금 갓난아기의 모습이에요 그래야 피곤이 풀리거든요 당신도 벗지 않겠어요?” 


“아니요 전 괜찮아요 자, 또 제가 잠이 들면 코를 골 테니까 먼저 주무십시오” 


그때까지도 마사오는 시루꼬가 자신을 유혹하려 한고 있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런 가능성이 머리를 스치기는 했지만 떠올려서는 안 될 기대라고 스스로 부정하고 있었다. 


마사오는 시루꼬에게 등을 돌리고 다시 눈을 감았다. 취기 때문인지 눈이 자꾸 감겼다. 그때 시루꼬가 마사오의 등에 자신의 가슴을 밀착시키더니 팔을 앞으로 감고 안겨들었다. 


마사오는 시루꼬의 접근을 의식했으나 그대로 잠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이쪽을 좀 보세요” 


“아니, 졸릴 때는 자야 돼요” 


그리고 마사오는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다시 잠을 깼을 때, 마사오는 알몸인 시루꼬와 서로 부둥켜안고 있었고, 시루꼬의 손은 마사오의 팬티 속의 그것을 잡고 있었다. 시루꼬의 손에 잡힌 그것은 어느 새 흥분 상태가 되어 있었다. 시루꼬는 마사오의 턱 밑에 머리를 묻은 채였다. 


순간 마사오는 잠이 확 달아나 버렸다. 


‘이 사람은 지금 잠결에 나를 애인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여자가 애인의 신체 일부를 만지면서 편한 마음으로 잠드는 일은 흔히 있는 일이다. 


시루꼬의 손을 눈치채지 못하게 살짝 치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결에 만진 것이라면 잠이 깨기 전에 치워 버리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이 되는 셈이라고 마사오는 생각했다. 


‘하지만 기다려 보자. 이 일을 알리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야. 어떤 식으로 당황할까?’ 


마사오는 장난기가 발동했다. 마사오의 손은 알몸인 시루꼬의 등에 가있었다. 등을 더듬었다. 묘우미보다 다소 마른 몸매였다. 


고개를 돌려 시계를 보자 두 시였다. 한 밤중이다. 그때 시루꼬가 눈을 떴다. 마사오를 보았다. 손은 그것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잠이 갠 것은 아마 그 때문일 것이었다. 


마사오가 말했다. 


“접니다. 저는 마사오라구요 착각하고 계셨죠?” 


당황해서 얼른 손을 뗄 것이라고 마사오는 생각했다. 모르는 척하고 눈을 감고 애무를 계속하도록 내버려두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역시 확실히 해두는 것이 좋겠다 싶었다. 


“알고 있어요” 


시루꼬는 그것을 꽉 조이며 마사오의 얼굴에 자기의 얼굴을 갖다댔다. 마사오의 등을 감고 있는 팔에 힘이 들어가면서 입술이 닿았다. 몇 초 동안 그대로 입맞춤을 한 뒤 마사오는 고개를 돌려 시루꼬의 입술을 벗어났다. 


“이제 장난은 이 정도로 끝내죠 손을 치워 주십시오” 


“싫어요 전 이게 좋아요 이렇게 건강한 게 아주 좋아요” 


볼과 볼이 맞닿았다. 


“이렇게 하고 있으면 저도 당신을 만지고 싶어지게 돼요” 


“만지세요” 


“괜찮겠습니까?” 


“괜찮냐구요? 바라고 있어요 어서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이성을 잃게 될 텐데.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괜찮다잖아요” 


마사오의 손은 시루꼬의 등에서 허리로 옮겨갔다. 둥글고 차가운 엉덩이가 만져졌다. 손을 앞으로 돌렸다. 천천히 다리를 벌리는 시루꼬는 남자의 가장 예민한 부분을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시루꼬의 한쪽 손을 마사오의 어깨와 베개 사이를 통해 등을 안고 있었다. 시루꼬가 속삭였다. 


“이런 기분 오랜만이에요 아주 좋아요” 


여기서 ‘좋다’는 대상은 마사오가 아니다. 남자의 상징물일 거라고 마사오는 받아들였다. 시루꼬가 한말은 그만큼 그녀가 보통 이상의 여자라는 것을 뜻했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든 자신을 순수하게 보이고 싶어하는 보통 여자들과는 달리 정직한 성격이라는 점도 나타내고 있었다. 


마사오는 시루꼬의 사타구니 사이에서 손을 멈추고 자제했다. 


‘이대로 가다간 일을 저질러 버리고 말 것 같다. 이 사람은 묘우미의 친구다. 그래서는 안 된다.’ 


남자에 익숙한 시루꼬는 마사오의 가장 민감한 귀두를 자극하고 있었다. 능숙한 솜씨였다. 


마사오는 속삭였다. 


“역시 그만 두는 게 좋겠습니다. 당신의 그 사람에게 나쁜 일이고 묘우미 씨에게도 나쁜 일입니다.” 


“왜요?” 


시루꼬는 마사오의 턱을 살짝 깨물었다. 


“그 사람은 상관없어요 이미 남자가 아니니까. 그리고 지조를 지켜야 될 사이도 아니고, 그냥 어울렸을 뿐이에요 저는 자유예요 누구에게도 구속되지 않아요 당신과 묘우미의 사이도 그렇지 않은가요? 연인 사이와는 다르죠? 남자가 쩨쩨하게 굴지 말아요” 


“하지만 그녀가 알게 되면 역시 기분이 좋지 않을 텐데요” 


“그럼 당신은 나와의 일을 일부러 밝힐 셈이세요?” 


“…….” 


“나는 말하지 않겠어요 같이 술을 마신 뒤 그냥 헤어졌다고 하면 되잖아요” 


“그런가요?” 


“그럼요.” 


시루꼬는 허리를 뒤척였다. 


“좀 적극성을 보여 보세요 저는 굶주려 있어요 울고 싶을 정도라구요 이래도 모르시겠어요?” 


시루꼬는 마사오의 손목을 끌어다 자신의 은밀한 부분에 갖다댔다. 허벅지를 느슨히 해서 허리를 밀착시켰다. 마사오의 손바닥은 음모와 더불어 그 아래의 따뜻함과 부드러움을 느꼈다. 


‘이건 나의 의지적 행동이 아니다. 이 상황에서 손을 빼어 버린다며, 이 사람에게 수치심을 주게 된다.’ 


그때 마사오의 머리에 스치는 게 있었다. 일종의 타협안이었다. 마사오가 시루꼬의 손으로 애무해서 절정에 도달하게 한다. 마사오도 시루꼬의 애무를 받는다. 그렇게 되면 결정적인 사이라고는 말못하게 된다. 변명의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좋아. 그렇게 제안해 보자’ 


마사오는 손가락으로 시루꼬의 음모를 만지기 시작했다. 그곳은 시루꼬가 호소했던 대로 애욕의 바다였다. 마사오의 손은 그곳을 확인할 틈도 없이 미끄러져 빠져들어 갔다. 바다 속을 헤매는 느낌이었다. 


“정말이군요” 


원래가 그런 체질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현상은 시루꼬가 얼마나 욕정에 불타고 있는지 증명해 주고 있었다. 단순한 장난기가 아닌 것이 확실했다. 


“이제 아시겠어요? 남자라면 이런 저를 위로해 주는 게 예의 아닐까요? 이렇게 타오르고 있는데도 모르는 척하는 건 죄악이에요. 우정으로라도 그렇게 해줄 수 있잖아요” 


마사오는 세 개의 손가락으로 그곳의 두텁고 큰 것을 확인했다. 연못 위에 탑은 뾰족했다. 잘 발달되어 있었다. 묘우미의 두 배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손가락이 첨탑 위를 스치자, 시루꼬는 원시적인 신음을 토해냈다. 이론에 밝은 그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소리였다. 


마사오가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자 시루꼬는 마사오의 손목을 놓고 그의 아랫도리를 벗기기 시작했다. 마사오도 허리를 들어 협력했다. 바지를 벗긴 시루꼬는 다시 마사오의 그것을 만지면서 마사오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갖다댔다. 


마사오는 이제 이미 피할 이유가 없었다. 키스하는 동안에도 두 사람의 손은 계속 움직였다. 시루꼬가 말했다. 


“저, 묘우미와는 다르죠?” 


“예.” 


“비밀, 당신이 그녀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을 그녀가 눈치채게 되면 그녀의 입장이 나처해져요” 


“전 말하지 않아요 그러니 그녀가 눈치챌 염려는 없어요 아아~, 거기 좋아요” 


시루꼬는 손을 마사오의 주머니 쪽으로 옮겨 가볍게 애무하기 시작했다. 


“여기도 괜찮죠?” 


“음.” 


“그 애, 여기도 이렇게 해주나요?” 


“제가 가르쳤습니다.” 


“당신과 만나기 전에는 아무것도 몰랐는데” 


“다 하나의 과정이죠” 


“그럼 우리도?” 


시루꼬의 허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사오는 손가락의 율동을 계속했다. 숨이 거칠어졌다. 몸 전체가 율동하기 시작하면서 손은 시루꼬의 은밀한 곳으로 들어가 다시 연못 위의 탑을 꼭 눌렀다. 


“아아, 좋아요. 거거. 아니, 거기.” 


마사오는 손가락을 계속 움직이면서 말했다. 


“서로 이 정도로만 하죠 이대로도 괜찮겠어요” 


시루꼬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그건 싫어요 잔인해요 이렇게 타오르고 있는데 어떻게. 오늘밤에는 콘돔을 사용하지 않아도 돼요 마음껏 빠져들고 싶어요 흠뻑 젖고 싶어요” 


갑자기 시루꼬는 가슴을 마사오에게 내던졌다. 젖가슴이 마사오의 가슴에 부딪히며 순식간에 마사오는 천정을 향해 위로 누운 자세가 되었다. 시루꼬는 그대로 마사오를 누르고 양다리를 크게 벌려 마사오의 몸 위에 올라탔다. 


“어떻게 하려는 겁니까?” 


“당신을 갖고 싶어요” 


반짝이는 눈동자 속에 불꽃이 일렁였다. 마사오는 시루꼬의 양다리를 잡았다. 


“그만 두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이제 아무 생각 말아요” 


시루꼬는 마사오을 붙잡은 허리를 움직여 위치를 조절했다. 마사오의 귀두 끝은 따뜻한 것이 와 닿는 것을 느꼈다. 시루꼬는 허리를 비틀면서 얼굴을 들고 상체를 젖혔다. 


‘피할 수는 있다. 하지만 피하지 않은 편이 원만하다.’ 


지끔까지 느껴 본적 없는 정열이 마사오에게 일기 시작했다. 분명히 지금 마사오는 욕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과는 별개로 시루꼬의 과감한 행동에 놀라면서도 감동을 느끼고 있었다. 친한 사이가 아닌 만큼 거리감을 느껴야 하는 게 당연한 건지도 모르지만 마사오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상쾌함을 느끼고 있었다. 


시루꼬는 상체를 세우면서 허리를 깊숙이 밀착시켰다. 그렇게 열중하고 있는데도 결합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시루꼬는 마사오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저었다. 


“도망가면 싫어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허리를 밀착시켰다. 시루꼬가 신음을 뱉어냈다. 그리고는 눈을 감고 움직이지 않았다. 


마사오는 자기 몸 위에 올라타 있는 시루꼬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해보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는 당하고 있다. 이런 성교도 있는가? 일방적으로 여자가 리드를 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사오의 몸에 시루꼬는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허리는 움직이지 않았는데 내부에는 강하게 압박하는 진동이 있었다. 마사오는 손을 펴서 손바닥으로 시루꼬의 젖꼭지를 애무하면서 그녀의 신호에 응해 아래로도 진동을 보냈다. 그것은 현재의 상태를 시인하는 신호이기도 했다. 


시루꼬는 눈을 천천히 뜨고 마사오의 얼굴을 내려다봤다. 두 볼과 눈자위가 빨갰다. 가느다란 목소리로 속삭였다. 


“전 이제 된 것 같아요” 


마사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당신은 아직이지요?” 


“괜찮습니다.” 


“정말 괜찮아요? 전 지금부터가 진짜에요” 


말이 끝나자마자 다음 순간, 시루꼬는 양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감싸고 몸의 중심을 마사오에게 맡기면서 가슴을 젖히고는 이상한 소리를 질러댔다. 그것은 길게 여운을 남기는 외마디 소리였다. 동시에 시루꼬의 내부에 강한 징동이 생기면서 마사오를 조여왔고 바로 그때 뜨거운 액체를 느꼈다. 


‘안에서 분명히 뜨거운 것이 흘러나왔다. 결합만 했을 뿐 아직 난 한번도 적극적인 공격을 하지 않았는데, 이 여자는 정말 축적하고 있었던 거다. 남자는 축적이 가능해도 여자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런데 그 상식이 통용되지 않는 여자도 있구나.’ 


마사오는 생각했다. 


시루꼬는 다시 알 수 없는 소리를 지르면서 그대로 마사오에게 안겼다. 마사오의 몸은 빗장이 걸린 셈이었다. 마사오에게 안긴 뒤에도 시루꼬는 신음을 계속 토해내고 있었는데, 이윽고 그 소리가 멈추면서 몸 전체가 부드러워졌다. 


시루꼬의 입이 마사오의 귓가에 다가왔다. 격렬한 호흡 소리가 들렸다. 그 거친 호흡은 잠시 후 평상시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온몸에 맥이 풀렸다. 그러자 좀 전과는 달리 진동이 약하게 전해졌다. 


‘정말 여자는 여러 종류로구나. 이런 체질은 처음이다. 도대체 어떻게 혼자서 이렇게 할 수가 있는 걸까?’ 


시루꼬가 마사오의 귀를 살짝 깨물었다. 


“좋았어요” 


마사오는 등을 어루만졌다. 


‘이 여자는 상대가 남자가 아니더라 이런 상태가 되는 건 아닐까? 뭔가 기구를 넣기만 해도 이렇게 되는 건 아닐까?’ 


마사오는 자신이 단순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루꼬는 손을 밑으로 밀어넣어 합쳐진 부분을 더듬어 마사오를 확인했다. 


“당신, 지속하고 있는 거겠죠?” 


“예.” 


“기뻐요” 


“아직 느낌이 전해지고 있어요” 


“지금도 좋아요” 


시루꼬가 좌우로 움직였다. 


“아아, 좋아요” 


그러나 일 분 정도가 지나자 시루꼬는 움직임을 중단하고 고개를 들었다. 눈자위는 아직 붉게 상기된 채였으나 두 볼은 창백했다. 


“미안해요” 


‘뭐가 미안하다는 건가?’ 


“제가 위에서 리드하지 않으면 당신이 도망갈 것만 같았어요” 


“도망갔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안 그러기를 잘했어요 당신은 멋져요” 


“정말?” 


“정말입니다.” 


묘우미와는 비교할 생각은 없었다. 다른 여자와는 상관없는 있는 그대로의 느낌이었다. 개성 있고 매력적인 것은 분명했으니까. 시루꼬는 마사오의 입에 키스했다. 


“자, 그럼 이제부터는 당신이 리드해요” 


“그러죠” 


두 사람은 그대로 껴안은 채 굴러서 위치를 바꿨다. 마사오는 자신의 등과 어깨에 이불을 덮고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혔다. 시루꼬의 사지는 마사오에게 감겨 있었다. 


“정말 콘돔은 사용하지 않아도 괜찮겠습니까?” 


“괜찮아요 전 정확해요” 


마사오는 시루꼬의 말을 믿기로 했다. 임신이 되면 가장 곤란한 사람은 누구보다 여자 자신이다. 


“좀 더 부드럽게.” 


큰 율동으로 부드럽게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 타입인 것 같았다. 마사오로서도 그것이 편했다. 


문득, 오늘 아침에 만났던 찌에의 모습이 떠올랐다. 


‘내일 아침에는 내가 귀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할머니에게는 친구 집에 갔을 거라고 말하겠지.’ 


하지만 정숙한 생활을 하고 있는 찌에는 설마 마사오가 여자 방에서 그녀가 손에 잡았던 그것을 지금 이렇게 하고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할 것이다. 


‘이제부터 찌에가 나를 경멸할지 모른다. 얼굴을 마주치면 어떤 눈으로 나를 볼까.’ 


시루꼬는 마사오에게 몸을 맡긴 채 움직임을 삼가고 있었다. 지금까지 보여줬던 적극적인 행동은 모두 거짓말이라는 듯이 소극적이었다. 마사오의 내부에 점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좋아요. 아주 좋아요.” 


마사오의 움직임이 점점 빨라졌다. 시루꼬는 느슨히 해줄 것을 요청하듯이 마사오를 끌어당겼다. 그러는 중에 마사오는 뜻밖의 질문을 받았다. 


“어떻게 하겠어요? 저도 함께 호응을 할까요 아니면 잠시 기다렸다가 나중에 할까요?” 


“어느 쪽이 좋겠습니까?” 


두 사람은 서로에게 경험이 없기 때문에 상대의 생리를 모른다. 그렇지만 시루꼬의 그런 점을 말로써 분명히 표현하는 여자였다. 


시루꼬는 정열적인 눈으로 마사오의 눈을 응시한다. 


“전 아침에도 다시 하고 싶어요 세 개씩 준비하고 다닌다고 그러셨죠? 지금 충분히 즐긴다 해도 아침에 다시 가능하겠죠?” 


시루꼬는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아마 그럴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지금 충분히 즐기고 싶어요 이번에 만족하고 나면 전 잠시 쉬어야 해요 그게 제 방식이거든요 첫 번째는 미흡하다가 두 번째에는 전부 발산해 버리기 때문에 그 뒤에는 시간이 필요해요” 


자신의 생리를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숨기지 않고 솔직히 말하고 있다. 정말 특이한 여자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 뒤엔 제가 다시 계속해도 소용이 없겠군요 역시 함께 절정을 이루는 편이 좋겠어요” 


“그래요”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고마워요” 


두 사람은 말을 주고받은 뒤 움직임에 전념했다. 시루꼬의 움직임이 급해지면서 다채로워졌다.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마사오는 열차 안에서 땀을 흘리던 찌에가 생각났다. 하지만 지금은 시루꼬를 닦아 줄 만한 여유가 없었다. 그런 딴전을 피우다가는 시루꼬의 기분을 상하게 할 지도 모른다. 


밀고 당길 때마다 시루꼬는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자신의 이론을 고집하는 지극히 관념적인 여자가 이렇게 감각적인 반응을 보이다니 묘한 일이다. 이 사람은 결국 본질적으로는 여자다. 애인이 제대로 구실을 못 해준다면 괴로울 수밖에 없겠어.’ 


이윽고 시루꼬는 마사오가 깊숙이 전진할 때마다 쥐어짜는 듯한 소리를 내뱉기 시작했다. 그것은 내부의 자연스런 반응이었다. 


“저 지금 절정이에요 당신은 어때요” 


“좋아요 저도 한계입니다. 참고 있는 중입니다.” 


한계는 아니었지만 시루꼬가 절정에 달하는 것을 확인해야 자신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 괜찮겠죠?” 


“좋아요 어서.” 


예고를 한 뒤 시루꼬는 그때까지와는 다른 격한 소리를 질렀다. 옆방에까지 들릴 만한 소리였다. 


마사오는 시루꼬를 꼭 껴안았다. 시루꼬의 몸을 뒤로 젖힌 채 움직이지 않았다. 마사오가 움직이면 반응을 보일 뿐 능동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이어 아찔한 순간이 마사오를 엄습했다. 


호흡을 가다듬은 마사오는 머리맡에 있는 수건으로 시루꼬의 이마에 맺힌 땀을 닦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정말 임신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까요?” 


혹시 시루꼬는 어떤 이유로 마사오를 속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고 해도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고 말았지만, 그래도 확인해 보는 것이었다. 시루꼬는 마사오가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고개를 끄덕이며 분명하게 말했다. 


“걱정 없어요. 오래간만에 좋았어요” 


시루꼬는 감정을 억제하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 입을 맞췄다. 처음부터 끝가지 시루꼬의 태도에서는 마사오와 묘우미를 갈라놓으려는 의도 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서로의 몸을 닦은 후 시루꼬는 마사오에게 안겨 등을 애무하면서 다정하게 속삭였다. 


“오늘밤만으로 끝내지 말아요 저, 그와는 헤어지겠어요” 


거기에는 어려운 이론을 고집하는 관념적인 요소는 전혀 없었다. 여자의 모습만이 있었다. 


“자, 이제 잠을 좀 자 둬야겠죠?” 


“예, 그래요 전 오늘 학교엘 가지 않아도 되지만.” 


“저는 오후에 수업이 있어요” 


“그럼 자기로 해요” 


시루꼬는 마사오의 얌전해진 그곳을 더듬어 잡았다. 


“이렇게 잡고 자고 싶어요” 


“그렇게 되면 딱딱해져 버리는데.” 


“그럼 아침에 하면 되죠.” 


두 사람은 엉킨 채 잠을 청했다. 마사오는 쉽게 잠이 들었다 






23. 이혼녀의 초대 


눈을 떴을 때 이미 방안은 환하게 밝아 있었다. 커튼 사이로 햇빛이 책상을 비추었다. 일곱 시 조금 전 이었다. 마사오는 시루꼬에게 등을 돌리고 누워 있었다. 배를 깔고 누워서 머리맡에 있는 컵의 물을 마시면서 시루꼬를 봤다. 발그스레한 볼에 아침 햇살이 비쳐 아름다웠다. 의외로 속눈썹이 진했다. 오뚝한 코에서 새삼스레 차가운 인상을 느꼈다. 뺨의 색깔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마사오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알몸 위에 가운을 걸쳐 입었다. 술기운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갔다. 당시 대부분의 아파트가 그랬지만 화장실은 공동 화장실이었다. 소리 나지 않게 걸었다. 


용무를 끝마치고 나오는 데 옆집 문이 열려 있는 것이 보였다. 여자가 한 사람 나와 있었다. 문 앞에 있는 사과 상자를 뒤지고 있는 중이었다. 둥그런 얼굴에 귀여운 인상이었다. 


‘어젯밤, 이 여자는 우리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그것을 사과하는 의미도 포함해서 마사오는 가볍게 목례를 하고 그 앞을 지나 문의 손잡이를 잡았다. 그때 여자가 말을 걸어왔다. 


“저, 잠깐만요” 


“예?” 


마사오는 손잡이에서 손을 내리고 여자 쪽을 향했다. 옆방 여자가 남자를 데리고 들어와 잤을 경우 못 본 척하는 것이 아파트의 관습이다. 용건이 있을 리가 없다. 의문이 생겼다. 


여자는 고개를 옆으로 약간 흔들면서 다가왔다. 눈에 적의 같은 것은 없는 것 같고 오히려 장난기가 서려 있었다. 표정이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시루꼬 씨 멋진 여자죠?”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엿다. 


대담하고 거리낌없는 질문이었다. 안심하고 있던 마사오는 쓴웃음을 지었다. 솔직한 질문에는 솔직히 대답하는 게 좋다 어젯밤 일을 알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어린애가 아닌 이상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모르고 있을 리가 없다. 


“워, 그건 이미.” 


“부러웠어요. 덕분에 전…….” 


여자는 더욱 바짝 다가섰다. 


“잠을 못 이루었어요” 


비난 섞인 말은 아니었다. 


“미안합니다.” 


“댁도 학생이시죠?” 


“그렇습니다.” 


“시루꼬 씨 일어났나요?” 


“아니, 아직 자고 있습니다.” 


“그럼…….” 


여자는 마사오의 소매를 가볍게 끌어당겼다. 


“잠깐 제 방에 들어가시겠어요? 제가 차를 한잔 대접해 드리고 싶은데” 


여자의 눈이 빛났다. 뭔가 진지한 표정이었다. 


“괜찮으시겠어요” 


“예, 잠깐 들어오세요” 


“그럼 그녀에게 먼저 양해를 구한 뒤에…….” 


“아니, 지금 자고 있을 텐데요 그냥 잠깐 들어왔다 가시죠” 


다시 소매를 끌어당기며 은근히 말투로 재촉했다. 마사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사오가 처음 보는 여자에게 이끌려 들어간 시루꼬의 옆집은 시루꼬의 방과는 전혀 취향이 달랐다. 책은 별로 없고 그 대신 인형 장식이 많았고, 벽에는 프랑스 배우 사진이 붙여 있었다. 그리고 그 옆의 커다란 거울은 여자의 방임을 금방 느끼게 하는 분위기였다. 


마사오는 가운 밑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기 때문에 옷자락에 신경을 쓰며 여자가 권하는 방석 위에 앉았다. 여자는 차 준비를 시작했다. 


“저는 시루꼬 씨가 이사오기 전부터 여기에 살았어요 시루꾜 씨가 이사온 뒤로 친하게 지내고 있죠” 


“회사에 다니십니까?” 


“예. 하지만 여덟 시에 나가면 되니까 괜찮아요 당신도 소설을 쓰나요?” 


“아니 그렇지 않습니다. 학과도 다르구요” 


왜 차 대접을 하려는 건지 마사오는 여자의 의도를 알 수가 없었다. 


단, 악의는 없는 것 같았다. 시루꼬와 친하게 지내기 때문일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했다. 


“시루꼬는 사교적인 사람이죠” 


여자는 차를 마사오 앞에 냈다. 녹색인 선명하고 향긋한 냄새가 났다. 


“잘 마시겠습니다.” 


“어려 보이는군요” 


여자는 약간 뜻밖이라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예. 두 살 아래입니다.” 


“그렇군요 어쩐지…….” 


여자는 말을 하다 말고 말머리를 바꿨다. 


“시루꼬와는 어젯밤이 처음?” 


“만나기는 작년에 만났죠” 


“아니, 그게 아니고 관계를 한 게?” 


“예. 처음입니다.” 


“하지만 여자 경험은 처음이 아니죠?” 


“그거야 뭐.” 


“처음이라면 그렇게 못 했을 테니까요” 


고개를 숙인 뒤 마사오는 일어섰다. 여자도 고개를 숙였다. 


“별 말씀을.” 


여자도 일어섰다. 마사오는 문으로 향했다. 여자가 따라나섰다. 


“댁은 학생이라 좋으시겠어요 귀고 싶을 때는 쉴 수 있을 테니까요 직장 생활은 그렇지 못하죠.” 


마사오가 다시 예의를 표한 뒤 방을 나왔다. 


“제가 끓인 차를 마셨다고 시루꼬 씨한테 말해 보세요” 


여자는 웃음을 띠며 그렇게 말했다. 마사오는 시루꼬의 방으로 돌아왔다. 


시루꼬는 아직 자고 있었다. 가운을 벗고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 시루꼬의 발그스레한 볼을 간지럽혔다. 시루꼬가 눈을 떴다. 얼마 동안 눈이 허공을 헤매더니 얼굴을 돌려 마사오를 봤다. 


“언제 깼어요?” 


“조금 전에. 옆집에 사는 동그랗고 귀염성 있게 생긴 여자가 차를 대접해 주더군요 그래서 거길 갔다 왔어요.” 


“그래요?” 


팔을 뻗어 마사오의 팔을 잡았다. 


“어디서 마주쳤어요?” 


“복도” 


“방까지 들어갔었어요?” 


“예” 


“유혹하던가요” 


“무슨! 그냥 차를 마셨을 뿐인데.” 


“어젯밤 일, 그 여자 알고 있어요?” 


“예, 알고 있던데요 그 여자랑 친하게 지내는 모양이죠?‘ 


“예. 그렇지만 그렇다고 당신을 방에까지 데리고 가다니. 그 사람도 대담한데요” 


시루꼬는 팔을 마사오의 등에 두르고 꼬옥 껴안았다. 


“그 여자, 남자와 헤어진 지 얼마 안 됐어요 남자를 좋아하긴 했는데 바람피운 사실을 알고는 단호히 헤어졌지요 자존심이 강한 여자니까요 그런 얘기하지 않던가요?” 


“아니 못 들었어요” 


“그래서 지금 싸우고 있는 중이에요” 


“이미 헤어졌다면서요?” 


“자신과의 싸움이죠” 


시루꼬는 마사오를 어루만졌다. 돌아와 시루꼬의 얼굴을 보고 있는 사이 마사오의 몸은 다시 흥분 상태가 되어 있었다. 시루꼬가 그것을 짓궂게 만졌다. 


“자신의 이것에 대한 집착과 싸우고 있는 거죠 그러니까 헤어진 남자의 것 말고 다른 남자의 이것을 구하고 있는 거겠죠 그러면 헤어진 남자에게 미련을 두지 않아도 되니까요” 


“얼굴도 귀엽게 생겼으니 어려운 문제는 아닐 것 같은데요 먼저 손을 뻗으면 도망갈 남자는 없을 테니까.” 


“유혹하는 건 문제가 아니죠” 


시루꼬는 천천히 조이기 시작했다. 


“문제는 선택이에요 나쁜 남자한테 걸릴 수도 있는 거니까 당분간 자유롭게 살고 싶다니까 그녀 자신이 상대를 좋아하게 돼도 곤란한 문제죠 그런데 지금 가운만 입고 밖에 나갔다 온 거예요? 이대로?” 


“그래요” 


“앉아서 차를 마셨겠죠? 보이지 않았어요” 


“그런 실례는 하지 않습니다. 주의해서 앉았어요” 


“그렇다면 안심이에요” 


마사오는 손을 시루꼬의 허벅지로 가져갔다. 시루꼬는 다리를 느슨히 풀었다. 화원은 새로운 샘물로 넘쳐흐르고 있었다. 마사오가 다시 애무를 시작하자 시루꼬는 잠시 화장실에 갔다오겠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이블에서 나오기 전에 몸을 일으켜 마사오의 뺨을 비비며 혀로 핥았다. 


시루꼬가 옷을 입고 나간 뒤 마사오는 천장을 바라보며 간밤의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어젯밤의 취기는 이미 싹 사라지고 정상으로 되돌아 와 있었다. 


‘묘우미가 만약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시루꼬 씨가 말할 바에야 내가 먼저 선수를 쳐서 말하는 편이 낫다.’ 


복도 저쪽 화장실에서 돌아오는 시루꼬의 슬리퍼 소리가 도중에 그치더니 옆집에 노크 소리가 났다. 


“예. 들어오세요” 


옆집 여자의 목소리가 들렀다. 옆집에 들어갔던 시루꼬가 십 분 정도 지나서 돌아왔다. 옷을 도로 벗고 마사오에게로 안겼다. 


“차를 마시고 왔어요?” 


“예.” 


고개를 끄덕이더니 시루꼬는 마사오의 귀에 입을 갖다댔다. 


“저 옆집 여자 어때요?” 


“귀염성 있는 얼굴이더군요” 


“좋은 사람이에요 다음에 정식으로 소개할게요” 


두 사람은 다시 애무에 들어갔다. 어젯밤은 취해 있었다.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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