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험담

박 차장 - 4부 1장

본문

영업 3팀은 인천공항에서 입국 수속을 모두 마치고 공항 밖으로 나왔다. 오늘 새벽 까지만 해도 서태평양의 섬에 익숙해진 몸이라서 그런지 공항 밖의 겨울 공기가 더욱 차게 느껴졌다. 안 대리의 차로 회사까지는 1시간 반이면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출근 시간 까지는 30분 정도가 남으니까. 옷을 갈아 입는 시간도 충분할 터였다.




짐은 대충 안 대리의 차에 넣고 옷만을 챙긴 채 영업 3팀 사람들은 회사 로비로 들어섰다. 사람들의 출근이 많은 시간이어서 **언더웨어의 다른 부서 직원들에게는 까맣게 그을린 채 무리지어 들어오는 영업 3팀 사람들이 매우 낯설게만 느껴졌다.




“차장님, 어디 다녀오시는가 봅니다.”




“어. 양 과장, 주말 잘 보냈어?”




“주말은 영업 3팀이 잘 보낸 것 같은데요. 모두 건강해 보입니다.”




“응. 우린 재미있게 보냈어.”




“오늘 오전에 팀장 회의 있는 거 아시죠?”




“그래. 알고 있어.”




“오늘 사장이 저기압이니까. 준비 잘 하셔야 할 거에요.”




“왜? 맨스 기간인가?”




“풋! 그건 아니고, 저번 주에 ** 제약의 정 이사한테 일이 났거든요. 아시다시피, 정 이사가 조 사장의 개 였쟎아요.”




“아. 그거. 음. 나도 신문에서 본 것 같아. 하옇튼 알려줘서 고마워. 나중에 보자고.”




“그리고, 무역부장이 차장님한테 알려드렸는지 모르겠는데, 자드라보드라 사장이 바뀌었다는 것 같던데요.”




“그래? 그건 나도 모르는 일이야. 한번 물어봐야겠군.”




“차장님 모르셨으면 저 한테 들었다고 하진 마세요.”




“알겠어.”




영업 3팀은 사무실로 들어가서는 한 자리에서 모두 옷을 갈아 입었다. 서로의 나체에는 이미 익숙해진 상태라서 팀원들끼리 벗은 몸을 보이는 데는 거부감이 없었다.




“이번 주 부터는 엄청 바빠야 해.”


“고 대리, 육 대리, 안 대리는 일단 구매 예약 고객 리스트하고 물량 확인하고, 정 대리는 결혼 이벤트 회사랑, 호텔 행사장 다시 확인 들어가도록 해요.”




장우는 팀원들에게 업무 지시를 내리고는 팀장 보고용으로 만들어 놓은 파일을 들고 회의실로 향했다. 장우가 회의실로 들어가니 다른 부서장이나 팀장들은 이미 모두 와 있었다. 웬 일인지 회의장 분위기가 이전과는 달리 가라앉아 있는 것 같았다. 부서장이나 팀장들은 애써 서로의 눈길을 피하고 있었다. 장우가 자리에 앉은 후 조금있자 조인숙 사장이 회의실로 들어섰다. 다른 부서장이나 팀장들은 조은숙이 들어오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가벼운 목례를 취했지만 장우는 자신의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조 사장의 눈매가 조금 찌그러지는 듯 보였다.




“자 그럼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영업 1팀, 2팀 시작하세요.”




영업1팀과 영업2팀의 영업 업무 보고가 이어졌다. 영업1팀의 매출목표 달성율은 20%, 영업 2팀의 매출목표 달성율은 30%를 가리키고 있었다. 조 사장의 질타가 이어졌다.




“아니, 회사가 시작된지 6개월 째인데 20%, 30% 달성이 뭡니까?” 


“영업이 저조한 이유가 뭔지, 5개월 동안 매출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 영업1팀장부터 말해 보세요.”




“에…영업1팀의 매출 목표를 정할 때 가장 주력 제품을 연구소에서 작년 9월에 출시될 예정의 건강 팬티로 잡았습니다. 그런데, 연구소에서의 개발은 완료되었습니다만, 상용화에 문제가 많아서…결과적으로는 전체 영업 매출 계획의 차질로 이어졌습니다.”




“연구소장. 어째서 상용화에 실패한 겁니까?”




“그게…저희가 개발한 건강 물질을 팬티 소재에 코팅을 했는데…그게 세탁을 2회 정도하니까 모두 용출되는 문제가 계속 발생되어서…어떤 생산 공정의 획기적인 기술 개발 없이는 상용화가…”




“그만, 그만”


“건강 물질이 팬티에 넣어진 채로 판매하면 그 뿐이지, 그게 2번 세탁한 다음엔 다 없어지던 남아있던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당장 판매에 들어가도록 해요. 선전 문구는 이전과 똑 같아요.”




“사장님, 그건 소비자를 속이는…”




“정말 답답한 인간들이네. 당신들 최소한의 경영 교육도 안 받았어? MBA 에서 제일 첨에 가리키는게 소비자들에게 거짓 정보만 주지 않으면 된다는거야. 판매 시에는 분명히 건강 물질이 도포되어 있으니까 선전 문구는 아무런 문제도 없어. 그리고, 몇 번을 세탁해도 성분이 남아 있어야 한다는 법도 없쟎아.”




“그래도…딱 한번 입고 마는 속옷이라는게…”




“야! 당신 돌대가리 귀머거리야? 내가 여태까지 하는 말은 어떻게 들은거야? 당장 공장에서 뽑아내. 그리고, 영업1팀장은 건강 팬티 때문에 매출이 저조했다고 했으니까. 건강 팬티 나오면 당장 매출 확보하도록 하고.”




“예…알겠습니다….사장님.”




“다음은 영업 2팀장 말해봐욧.”




“저희는 제품 구성이 모두 고가품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사장님도 아시다시피 지금 경기가 하도 한 좋아서…”




“지금 나 보고 그걸 믿으라는 겁니까?”


“당신 이번 구정 때 얼마나 많은 인간들이 돈 쳐들여가면서 외국으로 놀러간 지 알아?”


“돈 있는 사람들한테 100만원 짜리 팬티면 어떻고 1000만원 짜리 팬티면 어떻다는거야?”


“모든 사람들이 당신이 입고 있는 3천원 짜리 팬티를 입는 건 아니라고. 그런 변명 같지도 않은 얘기는 하지도 마!”




비록 장우와는 악연이 있는 조인숙이지만, 조인숙은 사장으로써의 자질은 가지고 있는 여자였다. 다만, 목표를 이루는 수단에 대해서는 사회공익이라는 문구와는 거리가 먼 방식도 아무 거리낌 없이 취할 수 있는 여자지만…하지만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기업들의 사장들이 조인숙과 얼마나 다를까. 어영부영 넘어가려 했던 영업팀장들과 연구소장들의 얼굴이 조인숙의 갈굼에 하얗게 질려갔다.




“다음 영업3팀”




“영업3팀의 저번 달까지의 매출 목표 대비 실적은 50% 달성 입니다.”


“물론 매출액이 매월 떨어지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지만 새로운 프로모션으로 이를 극복할 예정입니다.”


“프로모션은 이미 진행 중이며 이번 주 말이면 그 결과를 보고할 수 있을 것 입니다.”




“끙…”


조인숙은 장우에게 뭔가 꼬투리를 잡고 싶었지만, 장우의 발표 내용에는 꼬투리를 잡을 만한 것이 없었다. 자드라보드라사의 사장이 바뀌고 나서 자신과의 컨택선이 갑자기 없어진 것에 대해서도 기분이 나빳지만 무역부에서 자드라보드라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책임진 후의 일이라 장우를 몰아 세울 수도 없었다.




“박 차장”


“영업 매출에 대해서는 박 차장에게 뭐라 할 말은 없어요. 하지만, 하지만, 박 차장은 **언더웨어를 대표하는 팀장 중의 하나에요. 사생활에도 신경을 써서 회사의 명성에 누가 되는 일이 없도록 하세요.”




“사장님, 공적인 회사의 팀장 회의에서 저의 사생활 얘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서 이해할 수가 없군요.”




“조심하라는 얘기에요. 이것 저것 얘기들이 많이 나오니까.”




“저의 사생활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제가 사적으로 책임질 것 입니다.”




“그럼 책임지도록 하세요. 다음 진행하도록.”




어차피 다른 회의 내용은 영업3팀과는 관계가 없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장우는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자신의 생각에 잠겼다. 저 여자가 또 무엇을 가지고 저러는 것일까. 




점심 시간이 가까워서야 지겨운 회의 시간이 끝나고 장우는 회의실을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사무실로 가는 동안 직원들이 장우를 발견하고는 수근대면서 그에게 가는 길을 비켜주었다. 조인숙의 사생활 얘기를 듣고 나서인지 장우는 다른 직원들의 자신에 대한 반응에 신경이 쓰였다.




“차장님…”




“응. 어때 신청자는 많이 들어왔나?”




“신청자 집계는 계속 하고 있는데…차장님하고 저 하고 갑자기 스타가 됐어요.”




“스타? 그건 무슨 말이야?”




“이것 좀 보세요.”




장우는 안 대리가 가리키는 컴퓨터 화면에 눈길을 돌렸다. 회사의 그룹 웨어 게시판에는 사진이 한장 올려져 있었다. 멀리서 망원 랜즈를 사용해 찍은 사진이라 그리 명확하지는 않지만 장우는 대번에 그것이 장우와 정 대리, 안 대리와 고 대리가 괌의 빌라 풀장에서 섹스를 하고 있는 동안 찍은 사진임을 알 수 있었다. 다행히 사진에선 장우와 안 대리의 얼굴만이 보일 뿐 여자들은 뒷 모습만 찍혀있었다. 장우는 전화기를 집어들었다.




“여보세요. 저 영업 3팀 박장우 입니다. 그룹웨어 관리자 부탁합니다.”




“…”




“영업3팀 박장우 입니다.”


“지금 회사 그룹웨어 게시판, 사우 소식란 제목으론 <사우의 즐거운 유희 시간> 이라는 게시물 삭제 요청합니다.”




“…”




“이 씨발놈아. 죽고 싶지 않으면 5초 내에 내 눈 앞에서 이 게시물 지우란 말이야.”




장우는 조용히 으르렁 거리듯 말을 밷고 나서는 전화기를 끊고 나서는 화면을 주시했다. 게시물은 정확히 1분만에 지워졌다. 장우는 사무실을 나섰다.




“차장님, 어디 가세요?”




“씨발놈이 5초 내에 지우라고 했는데 1분만에 지웠쟎아. 반쯤 죽여놓고 와야겠어.”




장우는 전산관리팀 사무실로 향했다.




“김광수 대리 나와!”




“차장님, 안녕하세요? 김광수 대리는…”




“길 차장. 나 자네 만나러 온 거 아니야. 김광수 대리 나오라고 그래.”




“저…차장님, 잠시만… 어의 김광수 대리 빨랑 오라고 그래.”




길 차장은 ** 제약 시절부터 장우를 잘 알아왔다. 장우의 업무가 시장조사 업무라서 그 만큼 전산실과는 많은 왕래가 있었기 때문이다. 길 차장은 지금 처럼 장우가 화를 낸 적을 본적이 없었다.




“제가 김광수 입니다만…”




“내가 영업3팀의 박장우야. 내가 몇 초안에 게시물 지우라고 그랬어?”




“저…5초…”




“그런데, 너 얼마만에 지웠어?”




“저…그게…”




“이 씨발놈아. 너 누구한테 전화걸고 허락받고 지운거야?”




“그게…저…”




“조인숙이야?”




“잘못했습니다. 한번만 봐 주세요. 저도 그런거 하고 싶지 않았는데.”




“사진 준 것도 조인숙이고 니가 올렸냐?”




“…”




“말 안해도 좋아.”




장우는 김광수가 보는 앞에서 전화기를 들었다.




“사이버 경찰대 부탁합니다.”




“차장님… 한번만 봐 주세요.”




장우가 경찰에 전화를 걸자 김광수는 바닥에 꿇어 앉아서는 장우의 바지를 움켜잡았다.




“잘못했습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 이번에 아이까지 낳았습니다. 저 회사 짤리면 정말 안됩니다. 제발 이번 한번만 봐주십시오.”




장우는 김광수를 안타까운 눈으로 쳐다보면서 전화기를 내려놨다.




“김광수 대리.”




“네, 차장님.”




“아무리 우리가 월급쟁이지만 말이야. 해야 할 것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는거야. 자넨 방금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을 한거고.”


“자네, 아이가 있다고 그랬지?”




“네.”




“자네 아이한테 자네를 자랑스럽게 얘기해 줄 수 있나?”




“어후흥…차장님 잘못했습니다.”




“차장님, 김 대리가 뭔가 크게 잘못한 것 같은데. 제가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죄송하고 한번만 김 대리를 용서해 주십시오.”




“길 차장. 길 차장도 잘 들어요. 세상엔 사람 죽여놓고 미안하다는 말로 입 닦는 사람들이 많아요. 김 대리에게 어떤 일을 김 대리가 했는지 들어보도록 해요. 경찰에 지금 고발은 하지 않겠지만 김 대리에겐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징계가 있어야 할 거요. 사람은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선 책임은 져야하는거요.”




장우는 길 차장에게 차겁게 자신의 요구를 말한 뒤에 전산자원팀 사무실을 나갔다.




“어머…누구야? 혹시, 아까 게시물에 나왔던 사람?”




“근데, 저 사람 엄청 무섭다.”




“시끄러워! 다들 자리로 돌아가. 그리고 김 대리, 자네 나 좀 봐야겠어.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얘기해야 할 거야. 박 차장님이란 분, 아무렇게나 말을 밷을 분이 아니야.”




장우가 사무실에 들어오자 모두들 장우의 얼굴을 살폈다.




“차장님, 괜챦으세요?”




“괜챦지뭐, 어디 부러진 것도 아닌데.”




“혹시 그 놈 패놓고 온 건 아니에요?”




“흐흐흐, 패 놓을려다 말았지. 그러다 고소 당하면 어떡하냐? 폭행범으로. 가뜩이나 스타까지 됐는데.”




“휴~ 저흰 정말 차장님이 일 내시나 했어요.”




“그나저나 안 대리하고 나는 얼굴 한참 팔리겠는데. 게시판에선 지웠지만 벌써 다운 받아서 여기저기 날아가고 있을텐데 말이야.”




“저요? 전 괜챦아요. 사랑하는 사람하고 하다가 찍혔는데요 뭐. 거기다가 고 대리님이나 정 대리님 얼굴은 안 나왔쟎아요.”




“나도 괜챦아. 스타 싱글이 되보는거지 뭐.”




“뭐에욧? 안 대리하고 말하는게 어찌 그리 틀려요? 스타 싱글이 되서 어떡할려구욧?”




“우훗! 정 대리, 아고 미안….음, 나도 최고 미녀와의 섹스 행각이 잡혔는데 자랑스럽지 뭐.”




“그럼, 지영씨가 그 사진 봐도 상관없는거죠?”




“지영씨…음…”




“칫, 거봐요. 캥기는게 있는거지 뭐…”




“야, 이러지 말고 우리 밥 먹으러 가자. 나 얼큰한 김치찌개 먹고 싶다.”




장우는 소침해하는 정 대리의 분위기를 바꾸고자 팀원들을 데리고 점심 식사를 하러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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