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험담

지킬박사와 하이드씨 - 2부

본문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는 채로 나는 그 놈을 힘없이 밀어내며 하지 말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었다.


그 놈은 내 손도 놔 버리고 다른 짓에 열중해 있었는데 어두웠기 때문에 전혀 보이지 않았을 뿐더러 솔직히 아래쪽은 보고 싶지도 않았다. 게다가 참 순진하게도 설마 정말 섹스까지 할까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악!”


아래쪽에서 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 놈이 허리를 움직였는지 아닌지조차 기억이 안 난다. 그저 너무 아파서 아프다는 소리만 계속 했다는 거 밖에는.


“아파, 아파.”


“잠깐만. 좀만 있어봐.”


내 기억으로는 그 놈 들어오자마자 끝나 버렸다. 이제 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놈도 경험이 별로 없었던 거 같고 그런 초보한테 처음으로 당했으니 그렇게 아팠지 않나 싶다. 씻으려고 일어났는데 바닥에 거무스름한 액체가 잔뜩 있어서 자세히 봤더니 피였다. 보통은 혈흔 정도만 남는다고 알고 있는데 난 얼마나 무식하게 당했는지 씻어도 계속 피가 나오고 그 다음 날에도 또 나왔다. 그리고 처음엔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실감이 안 나서 눈물도 나지 않았다. 욕실이 따로 없어서 부엌에 쪼그려 앉아 씻다가 주르륵 눈물이 흘러 내렸다.




어렸을 때부터 성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아버지가 집에 숨겨 두신 포르노 비디오며 포르노 잡지를 몰래 보기도 하고 소설의 야한 대목을 읽으며 혼자 자위를 하기도 했었지만 결혼하기 전에 성관계를 가진다는 것은 생각지 않았던 일이었다. 그렇지만 단순한 성격 덕에 별로 상처받지도 않았고 금방 그런 사실에 순응해 버렸다. 그 때 눈물을 흘렸던 것은 아마도 순결을 잃은 것이 슬퍼서가 아니라 강제로 당한 것이 분해서였을 것이다. 아직도 궁금한 것은 후배들이 정말 자고 있었을까 하는 점이다. 깨어 있었으면서 모르는 척 해줬을 거라고 생각되지만.




그 후에도 반년 넘게 그 놈과 나의 관계는 계속 되었다.




그해 여름, 내 모교 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여럿이 같이 놀다가 그 놈이 음료수를 사러 가겠다며 일어났다. 나에게 눈짓으로 따라 오라는 신호를 보내더니 성큼성큼 자판기 쪽으로 걸어가 버린다. 그 놈의 의도는 알아챘으나 갈까 말까를 고민하다가 그리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 그 놈에게 갔다. 반 년 동안 자주는 아니지만 한 달에 두세 번씩 섹스를 해왔었다. 적어도 열 번 이상은 함께 잤다는 얘긴데 그 놈은 섹스 할 때 외에는 나랑 개인적으로 얘기하는 일조차 없었다. 아니, 섹스를 할 때에도 이야기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간단한 명령을 할 뿐. 감흥이 있을 리가 없는 섹스였다. 그 놈이 위에서 자기 멋대로 움직이고 있으면 나는 마치 나무토막처럼 미동도 하지 않고 누워 있었다. 마치 70년대 창녀처럼.




그런데 난 왜 그 놈과 그런 식의 관계를 지속하고 있었을까. 아무튼 그 놈은 자판기 모퉁이를 돌아 구석진 곳으로 나를 끌고 갔다. 그리고 뒤 치기라는 것을 시도했다. 지금은 웃을 일이지만 머리가 벽에 계속 부딪혀서 상당히 아팠었다. 둘 다 상체를 조금 들어도 된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난 항상 그랬듯이 아프단 얘기도 못 하고 그 놈이 자기 일을 마칠 때까지 섹스 인형이 되어 주었다. 옷을 바로 한 뒤 자리로 돌아갔고 집에 돌아갈 때 즈음 혹시나 바래다준다고 하지 않을까 약간 기대를 해 보았지만 그 놈은 역시 그 놈이었다.




한 번은 술에 잔뜩 취해서 술집 건물 계단에서 섹스를 한 적도 있었다. 치마를 올려 마주보는 자세에서 삽입을 시도하였으나 미숙한 관계로 실패. 맨바닥에 그냥 누워 보라는 말에 순순히 하란 대로 하고는 그 다음날 시커먼 줄이 생긴 옷을 보고 얼마나 창피했는지.




3. 스스로 실험체가 되어 약을 마시다.




그런 관계였을 뿐인데도 내 딴에는 그 놈을 생각하는 맘이 들었었나보다. 어느 날 그 놈이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 새로 생긴 여자 친구라며 여자 하나를 데려왔다. 그럼 난 뭐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지만 표정으로 드러내 보일 수는 없었다. 그래서 웃어줬다. 그리고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그 날 휴가를 나왔던 그 놈의 친구가 따라 나왔다. 그 녀석도 역시 내 후배였다.


“왜 나왔어?”


“바람 쐬려구. 누나는?”


“나 잠깐 학교 갔다 와야 해서......”


“그래? 그럼 같이 갔다 와 줄게.”




둘이 걸어가면서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학교 계단에서 둘이 키스를 했다는 거 밖에. 내가 학교에서 볼일을 다 마칠 때까지 그 녀석이 날 기다렸고 술자리가 끝나고는 집 앞까지 데려다 주었다. 그리고는 또 키스를 했다.


“여기 다 보이잖아. 골목으로 들어가자.”


취한 정신에도 남들이 볼 것을 걱정하여 집 옆 골목으로 들어간 우리는 키스를 계속 했다. 그런데 그 녀석은 혀를 뿌리째 뽑을 듯이 빨아들이거나 내 혀를 자기 혀로 어루만져 주는 신기한 기술을 사용했다. 몽롱해지면서 쓰러질 것 같이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 녀석이 점점 더 힘을 주며 안아주는데 그런 만족스러운 기분은 정말 처음으로 느껴보았다. 나도 그 녀석을 꼭 껴안으며 녀석이 하는 대로 빨아들이기를 시도해 보았다. 키스가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는 생각을 하면서.




세상에 둘 밖에 없다는 착각 속에서 헤어 나와 우리 집 입구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들어오시다가 우리를 발견하셨다. 그 녀석이 내 무릎에 반쯤 누워 있다시피 앉아 있던 터라 나뿐만 아니라 아버지도 상당히 놀라신 눈치였지만 얼른 들어오라고만 하셨다. 우리는 다행이라며 키득거리다가 또 다시 키스를 하기 시작했는데 그 녀석이 이번엔 내 손을 잡고 자기 아래쪽으로 가져갔다.


“만져볼래?”


“창피한데......”


“괜찮아, 만져봐.”


그 놈과 관계를 가지는 동안 만져보기는커녕 쳐다본 적도 없는 남자의 성기란 것이 내 손안에 들어왔다. 큰지 작은지는 물론 알 수가 없거니와 어떻게 생긴 건지 구체적으로 상상이 되지도 않았다. 아무튼 그냥 잡고 당혹스러워하고 있는데 그 녀석은 흥분되었는지


“우리, 하자.”


라며 날 끌고 마당 한 구석으로 갔다. (이층집이고 높은 담으로 둘러싸여 있어 일층 마당은 주변에서 잘 안 보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그 녀석이 바닥에 누워 나보고 올라오라고 했다. 그런 적이 없는 나로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지만 우선은 대충 위치를 짐작해 올라가 보았다.


“나 토낀데, 괜찮아?”


그냥 피식 웃고는 그 자세 그대로 있었더니 그 녀석은 자기 바지를 약간 벗고 내 옷도 벗겨 내고는 나보고 넣어보라고 했다. 고전 끝에 제대로 맞추어 넣고는 몸을 약간 움직여 보았더니 그 놈과 할 때와는 전혀 다른 기분이 들었다. 요즘 알게 된 사실인데 그 놈 건 상당히 길고 그 녀석 건 솔직히 작은 편이다. 하지만 더 좋은 건 그 녀석 쪽이었다. 내가 그 녀석의 배려에 충분히 감싸여 있는 기분이랄까.


“아, 나 나올 거 같애. 안에다 해도 돼?”


그런데 난 세상에, 생리 주기에 대해 한번도 생각해 적이 없었다. 그 놈은 신기하게도 임신 가능기를 피해서 섹스를 했었다. 그래서 난 급한 맘에 대강 계산을 해서


“응.”


이라고 대답을 했다.


“아, 아, 나온다......!”


미리 얘기는 들었지만 정말 빨리 끝났다. 그러나 충분히 좋았기 때문에 아쉬움은 없었다. 성격이 까다로워서 오르가즘을 쉽게 느끼는 편도 아니지만 몸이 즐거운 것보다는 정신이 즐거운 것, 안고 키스하거나 쓰다듬는 행동이 훨씬 좋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여자들이 그러리라 생각되지만.




다음 날 아침, 벽에 기대서 키스하느라 회칠이 잔뜩 묻은 웃옷 때문에 부모님께 한참 야단을 맞았다. 그리고 삼개월 후 난 설마 아니기를 빌었던 임신이 확실하다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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