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험담

난 여전히 기억합니다 -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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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그동안 게시판에서 열심히 보기만 하다가 글을 씁니다.




글을 쓴다는 것이, 소설을 쓴다는 것이 쉬운일이 아닌데다가 개인적으로는 말 그대로 창작에 의한 하드코어 야설 보다는 개인적인 경험을 담담하게 풀어 놓는 글을 좋아하기 때문에 왠지 옛기억을 너무 많이 떠올리게 될까봐 그동안은 읽기만 하다가 처음으로 자판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먼저 이 이야기는 그간의 제 경험을 있는 그대로 옮긴 것이기 때문에 그리 자극적이지도, 많은 독자분들께서 기대하시는 재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일부러 흥분을 유발하기 위한 단어나 장면을 설정하지도 않을 것이고, 반대로 지나치게 딱딱하지도 않게, 그저 그 당시의 느낌과 이야기를 그대로 적어 나갈까 합니다.




끝으로 이 소설에 등장하는 지명이나 이름들은 대부분 실제와 실명을 사용하지만 주인공은 제 필명인 "질주폭풍"에서 한자씩 따서 "질풍"으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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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여전히 기억합니다 - 두번째 기억]




우연히 만나게 된 한 소녀... 김 경륜이라는 그녀를 만나고 난 뒤 그날밤은 온전히 잠을 이루기가 어려웠다.


잠자리 내내 그녀의 모습이 어른어른 떠올라 잠을 설쳤고, 이내 토요일 아침이 밝아 왔다.


오전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내 머릿속은 그녀와의 재회에 집중되어 있었고, 오후 두시경 집을 나섰다.


화창했던 어제와는 달리 하늘은 먹구름이 꾸물대며 비가 올 것 같더니만, 결국 그녀가 있는 학원 앞에 다다랐을 무렵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학원의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담배를 대여섯대 피우고 나니 요란한 발자국 소리들이 나며 계단에서 학원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길 앞 공중전화로 가서 50원짜리 동전 하나를 넣고 번호를 누른다.




"뚜루룩~ 뚜루룩~ 찰칵~!"




"네, 만화학원입니다~" 그녀의 목소리다.




"음... 나 어제 봤던 질풍인데... 지금 학원 앞에 와있거든?"




"네~ 알겠습니다. 수업은 지금 끝났습니다. 곧 갈겁니다" (이게 뭔소리지?)




아하 옆에 누가 있는 모양이다. 이제 수업이 끝났으니 금방 나갈꺼란 이야기를 둘러서 한 것이다.




"기다릴께..."






전화를 끊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사내들과는 다른 느낌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많이 기다렸어?"




돌아보니 분홍빛 우산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우산 챙 바로 밑에는 그녀의 큰 눈이 살짝 나를 올려보고 있었고, 유난히 흰 그녀의 피부는 목덜미를 타고 내려가다가 소매가 없는 연보랏빛 블래이저와 무릎까지 오는 주름치마에 쌓여 있었다.




그녀는 내쪽을 향해 팔을 뻗어 우산을 내 머리 위로 씌워주기 위해 한발자국 앞으로 다가왔고, 서로 몸이 닿을락 말락하게 가까와지자 상큼한 향이 은은히 풍겨온다.


"어디로 갈꺼야?"




"음.. 글쎄, 일단 시내쪽으로 가볼까?"




우리는 우산 하나를 함께 쓰고 걷기 시작했다.


나도 반팔 T셔츠를 입은데다가 그녀 역시 소매가 없는 재킷차림이어서 걷다보니 자꾸 서로의 맨살이 스치듯 닿아 신경이 쓰였다.


그럴때마다 우리는 서로 흠칫 놀랐고, 난 그녀의 바깥쪽으로 살짝 빗겨나 걷다보니 내 왼쪽 어깨는 그 비를 다 맞고 있었다.


보다못한 그녀가 "에이~ 비 다맞는다. 우산이 작아 불편하지? 그냥 이쪽으로 와~" 하면서 내 팔을 잡아 살짝 끌어 당긴다.


보드라운 그녀의 손이 내 팔뚝을 살짝 잡고 당기자 마치 우리는 어설프게 팔짱을 낀 것같은 상태가 되었다.




걷는 내내 서로 별 말이 없다.


나는 내 팔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손을 통해 그녀의 온기와 희미한 떨림을 느낄 수 있었고, 간혹 내 팔꿈치가 그녀의 부드러운 몸에 부딛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잠시 그렇게 걷자 서로 쑥쓰러움이 금방 사라졌다는 것이다.


달리는 차가 인도로 튀겨대는 물벼락을 맞지 않게 이따금씩 그녀를 멈추게 하거나 내 품쪽으로 살짝 당겨 보호하는 행동으로 이내 서로 편하게 걸을 수 있게 되었고, 그녀는 처음에는 그저 살짝 갖다대는 정도로 잡았던 내 팔에 그녀의 팔을 쌀짝 껴오며 내쪽으로 바짝 붙어 걷고 있었다.




조금 걷자 내린 비로 인해 물이 불어나 제법 시원하게 흐르는 대전천과 다리가 나왔다.


우리는 잠시 다리위 난간에 서서 흐르는 냇물을 바라봤다.




"와~ 물이 장난 아니게 흐르네?" "그래? 어디~"


난 왼손으로 우산을 든채 팔을 난간에 기대고 있었는데, 그녀가 갑자기 오른쪽 옆에서 내 안으로 파고 들었다. 


마치 내가 그녀를 뒤에서 안고 있는 것 같은 상태가 되어 버린 것이다.


늦봄이라고는 하지만 내린 비로 살짝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는 날씨였는데, 그녀가 내 품으로 들어오자 따듯한 온기가 느껴지고 아까와는 다른 향기가 확 풍겨왔다.


향수나 화장품같은 인위적인 향기가 아닌, 왠지모르게 온몸의 감각을 자극하는 듯한 그 냄새는 그녀의 온몸이 풍겨내고 있는 살내음이었다. 




우리는 그 자리에서 서서 흐르는 물을 보며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로의 관심사나 형제, 가족이야기 같은 것을 이야기 했고 결국 영화 한편을 같이 보기로 했다.


그때 본 영화가 무엇이었는지는 기억이 확실치 않지만, 아마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SF물이었던 "어비스"였던 것같다.


영화를 보는 내내 무척 긴장을 하며 봤는데, 그것은 영화가 스릴이 있어서가 아니라 영화 중반 무렵부터 그녀가 몸을 내게 기대어 왔기 때문이다.


걷는 내내 어설프게나마 팔짱을 꼈던 것을 푸는 것 또한 왠지 어색한 것 같아 극장에 들어가서도 계속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불편한 좌석에 지친 그녀가 갑자기 내 얼굴쪽으로 다가오더니 귓속에 "어깨 빌려줄꺼지?" 하며 속삭이곤 몸을 기대어 온 것이다.




바로 코앞에는 그녀의 머리칼이 은은한 샴푸향을 발산하고 있었고, 마치 젤리처럼 부드럽고 탄력있는 그녀의 팔은 내 팔과 하나인 듯 서로 꼬옥 붙어있는데다가 기대 온 그녀의 자세때문에 내 팔은 그녀의 풍만한 가슴굴곡을 온전히 느끼고 있었다.


그녀가 숨을 쉴때마다 살짝 부풀어 오르는 그녀의 가슴은 계속 그 존재를 내게 알리고 있었고, 그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인해 그녀의 볼륨있는 가슴이 옷맵씨나 속옷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란 것 역시 느낄 수 있었다.




영화를 보는 도중 그녀와 나는 귓속말로 영화의 전개에 대해 조금씩 이야기를 나누었고, 마침내 영화가 끝나고 나올때 그녀는 내게 결정적인 한마디를 던져주었다.


"아~ 이제 소원 하나 풀었다~!"




"응? 뭐가?"




그녀가 극장에서 그랬던 것 처럼 내 귀에 입술을 가까이 가져다 대더니 "나 사실 이렇게 어깨에 기대고 영화보는 것 처음였거든."




우린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말없이 기분좋은 미소를 지었다.


이번엔 내가 그녀를 데리고 커피숍으로 갔다.


창밖으로 대전천이 그대로 내려다 보이는 곳이어서 예전에 미술학원 다닐때 종종 들르던 곳이다.


우린 어느 연인이나 그러듯 창가 자리지만 가장 구석에 있는 자리에 앉았다.


시간이 약간 이른 탓인지 커피숍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고 우리 자리는 오른쪽으로는 창밖이 보이지만 제일 구석인데다가 카운터랑 입구를 등지고 있었기에 마치 독립된 공간 처럼 느껴지는 곳이었다.




그녀가 원하는대로 아이스크림인 파르페를 한개만 시켰다.


요즘은 워낙 데이트 코스나 먹거리가 많아 그렇지는 않겠지만 그때는 데이트 하는 연인들은 거의 메뉴가 정해져 있었다.


새하얀 아이스크림에 다양한 과일과 비스킷 가루, 초콜릿과 딸기 시럽이 얹혀진 파르페가 나왔고, 그녀는 자신이 한번 맛을 보더니 한스푼을 가득 떠서는 생긋 웃으며 내 앞에 내밀었다.


"맛있다 먹어봐~" 




맛있었다.


아니, 솔직히 아이스크림의 맛은 몰랐다.


달콤했던 것은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그녀가 내게 아이스크림을 떠먹여 주고 있는 이 상황이었다.




"역시 아무래도 불편하다. 그치~ 서로 마주보고 먹기는..."


내게 아이스 크림을 먹여주던 그녀가 갑자기 일어나더니 내 옆자리로 와서 앉았다.




"너무 이상하게 생각하면 안돼~ 나 그냥 이렇게 옆에 있는게 더 좋아."


그녀가 내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응, 나도 이게 더 좋다"




"이상하지? 어제 처음보고 오늘 겨우 두번째 보는건데 무지 편해. 꼭 오래전부터 알던 사람같기도 하고 우리 서로 동갑인데 너 꼭 오빠같애."




난 아무말 없이 웃기만 했다.


솔직히 뭐라 말할 수 없이 기뻤고 좋았기 때문에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말에 살짝 용기가 났다.


난 팔을 살짝 들어서 그녀의 머리 뒤로 돌리고 어깨를 가볍게 잡았다.


그녀가 곧바로 내 눈을 쳐다본다.


서로 시선이 섞이고 내가 "살짝 안아줄께" 라고 하자 그녀의 눈빛이 부드럽게 풀리며 살짝 고개를 끄덕이곤 몸을 기대왔다.




그녀는 이제 내 품에 살짝 안긴채로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내게도 한입 주곤 하며 기분좋게 재잘거린다.


소복하던 파르페를 다 먹고 나니 다시 잠시 침묵이 찾아든다.


원래 행동이 없으면 대화도 쉽게 이어지지 않는 법이다.


어색한 침묵을 먼저 깬 것은 그녀였다.




"아까 극장에서 내 소원 하나 이루게 해줬으니까 너도 말해. 소원하나 들어줄께"




"소원?"




"응, 뭐든 하고 싶은거 하나만 말해. 들어줄께"


그녀의 얼굴에는 가벼운 장난끼와 즐거움이 가득하다.




"..............."




쉽게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이제 만난 사이인데 하고 싶은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겠지만 딱히 떠오르는 것도 없었다.




"왜 나랑 하고 싶은 일이 그렇게 없어?"




"아니, 그게 아니라..."




"뭔데? 말해봐. 말해봐~아~~"


그녀가 살짝 애교섞인 목소리로 날 조른다.


멋쩍은 웃음을 웃던 난 마침내 용기를 내서 입을 뗐다.




"이상하게 생각하면 안되고... 그러니까...."




"그러니까.....음.... 여기에 뽀뽀 한번만 해주라!" 


낸 내 뺨을 가르키며 말을 내뱉었다.




"......어색.....어색......어색........"




뜬금없다. 갑자기 뽀뽀라니... 내가 생각해도 황당했다.


만난지 얼마나 되었다고.


슬쩍 그녀를 보니 얼굴이 빨개져선 고개를 숙이곤 내쪽을 쳐다도 안본다.


은근히 당황되고 미안해 진다.




"괘..괜찮아, 농담이야. 안해도 돼. 에이~ 장난 한거야~~"


난 그녀의 옆구리를 살짝 찌르며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했다.


움찔하던 그녀가 천천히 나를 보더니...




"그럼 눈 감아"




"................"




"창피하니까 눈감아. 그리고 눈 뜨면 안돼"




진짜로 하겠단 얘긴가?


확인이라도 해주듯 그녀가 한번 더 말한다.




"괜찮아, 소원 들어줄께^^ 눈만 감고 있어~"


그녀가 내 팔을 양손으로 잡으면서 한 말이다.


난 어쩔 수 없이 눈을 살짝 감았다.


아니, 사실은 감은 것 처럼 보였지만 가늘게 실눈을 뜨고 있었다.




한동안 가만히 날 바라보단 그녀가 서서히 내 얼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 그녀의 숨소리가 그대로 느껴질 정도로 그녀의 얼굴이 다가오자 난 내가 실눈을 뜨고 있는 것이 들킬 것같아 마저 눈을 감아 버렸다.


그리곤 곧이어 내 왼쪽 뺨에 약간 차가운, 그러나 한없이 부드러운 무엇인가가 닿는 느낌이 났다.


미세하게 떨림이 전달되는 그녀의 입술을 느끼며 나는 나도 모르게 가느다랗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녀의 입술감촉은 무척 길게만 느껴졌고 내 머릿속에 각인이 되듯 새겨졌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이 뺨에서 떨어지고 나는 참고 있던 숨을 편하게 내쉬었다.


반대로 그녀는 숨을 한번 내쉬더니 다시 숨을 들이 마시는 소리가 들렸다.




난 감았던 눈을 뜨면서 그녀를 바라보기 위해 얼굴을 돌리려는데,


"잠깐!" 나즈막하면서도 떨리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미처 눈을 뜨기전에 들려온 그녀의 말에 반사적으로 "왜?"라는 말을 하려고 입을 떼는 순간.


갑자기 난 말을 할 수 없었다.


숨을 쉴 수 없었다.




그녀가...




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를 숙이곤 날 쳐다보지 못하던 그녀가...




그녀의 입술이 내 입술을 찾고 있었다.


어딘가를 가다가 벽에 막혀버린 것 처럼 갑작스레 내 입술을 막아버린 그녀의 입술에 난 아무생각을 할 수 없었고, 숨도 못쉬다가 간신히 입이 아닌 코로 숨을 쉬기 시작하자 자연스럽게 내 입술이 살짝 열렸고 아이스크림에 차가와진 그녀의 입술과는 달리 뜨거운 열기를 간직한 그녀의 혀가 내 안으로 부드럽게 빨려 들어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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