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험담

그녀의 사랑 - 20부

본문

그날 이후로, 그렇게 남편 눈치를 보지 않고 내 마음이 가는 대로.. 내 생각대로


살아간다.


다시 또 나에게 남편이 무어라고 한다든지 폭행을 가하면 이혼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렇다고 살림살이를 내팽개치고 밖으로만 나돌아다니는 것은 아니다.


가급적이면 남편이 집에 있을 때는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고 한다.


남편과 아이들에게 때맞춰서 밥을 차려주고, 집안 살림은 제대로 한다.




이젠 완전히 수철씨의 여자가 되어 버렸다.


남편은 그냥 같이 사는 사람이고, 실지 나의 남편은 수철씨다.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도 수철씨이고, 나의 육체를 즐겁게 해주는 사람도 수철씨이며


나 역시 수철씨의 마누라처럼 수철씨에게 마음을 쓴다.


나의 남편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수철씨를 내 남편이라고 이야길 한다.


나중의 이야기이지만, 내가 세 번째 남자인 정수씨를 만났을 때에도 처음에는 정수씨가


수철씨를 내 남편인 줄 알았으니까..




일주일에 두, 세 번 정도는 밖에서 수철씨를 만나 카바레에 가서 같이 춤을 추고,


같이 교외로 놀러도 다니고, 같이 밥을 먹고, 같이 술을 마시고, 같이 여관에 가서


사랑을 나눈다.


수철씨와 몸을 섞다 보면, 체격이 좋아서 그런지 아주 힘이 좋고 삽입 또한 아주 깊이


들어와 자지 끝이 자궁 끝까지 닿는 것 같다.


그런 반면에 사전 애무는 별로 하지 않고 삽입으로 들어오는 것 같아 좀 아쉬운 감은


있지만, 점차 그런 수철씨의 타입으로 내 몸이 길들여져 간다.




그런데, 처음에는 여자에 대해 매너가 있고, 나를 만나면서도 자신의 집을 생각하고


나름대로 성실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보이던 사람이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변해가기


시작했다.


내 예감이 나를 만나지 않을 때에는 카바레에서 다른 여자와 같이 춤을 추는 모양이었고,


갈수록 여자를 깔보는 듯한 성격으로 변해갔다.


자신이 생각하기로 카바레에 춤을 추러 오는 여자들은 다 그렇고 그런 여자들이라 단정을


하는데다가 나 역시 그런 여자들의 범주에 넣어서 생각하는 느낌이었다.


아마 나 말고도 다른 여자가 생긴 모양이었다.


인물이 훤칠하고 직업도 확실한데다 춤까지 잘 추니, 어느 여자가 수철씨를 유혹하지


않을까?


그리고, 직장생활에도 점차 소홀해져 가는 것 같았고 돈 씀씀이도 헤퍼져 갔다.


어디서 그런 돈이 생기는지..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지만, 그런 여자들이 수철씨에게 용돈을 주는 것인지..




내 마음속에 불안감이 있고, 수철씨에게 실망을 하면서도 수철씨를 떠난다는 것은


아예 생각도 하지 못했다. 수철씨를 떠난다는 것은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간다는 것


이었으니까..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다.


그렇게 오 년 정도의 세월이 흐르고 나자, 내가 가진 돈도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물론 수철씨를 만나면 나보다는 수철씨가 돈을 더 쓰지만, 나도 한번씩 돈을 쓰니까


세월이 흐르면서 그게 무시하지 못할 정도의 돈이 되었다.


진수씨를 떠날 때 받았던 돈 오백만원 중에서 이리저리 쓰다 보니, 돈이 이백만원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남편이 주는 돈은 먹고 살기에도 빠듯했으니까..


한편으로는 불안했다.


그래도, 수철씨를 만나면서 나도 돈을 쓰니까 나름대로 떳떳했고 수철씨의 눈치를


보지 않았지만, 지금 가진 돈이 다 떨어져 버리면 무시당하는 게 아닌가..


지금 내가 가진 돈을 곶감 빼먹듯 낭비할 게 아니라, 돈이 다 떨어지기 전에


이 돈을 밑천으로 뭔가 해봐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리 저리 생각을 해봐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젠 나이가 들어서 어디에 취직하기도 힘든 일이었다.


그 당시 미진이 말고도 카바레에서 알게 된 여자친구들에게 의중을 떠보니,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게 술장사였다.


조그마한 규모로 시작한다면 지금 내가 가진 돈에서 조금만 더 융통하면 될 것 같았다.


그렇게 마음을 정하고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다 보니, 수철씨와 놀러 다니던 카바레에서


가까운 동네에 지하 창고로 쓰던 곳인데, 조금 손만 보면 그런 데로 술장사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루는 수철씨를 만나서 카바레에서 춤을 추고 나와 같이 맥주를 마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중에 수철씨가 나에게 하는 말이


“아무래도 마누라가 바람이 난 것 같아요.”


“정말이에요?”


“한번씩 입에 술 냄새를 풍기면서 늦게 집에 오는 것도 그렇고, 하고 다니는 꼴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들어요.”


“함부로 생각을 하지말고 잘 한번 알아봐요.”


수철씨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술만 들이켰다.


생각 외로 크게 화를 내지 않고 삭이는 모양이었다.


항상 강하게 보이고 잠자리 또한 그런 사람이 풀이 죽어서 술만 들이키고 있는 모습을 보니


불현듯 안되어 보인다는 생각이 든다.


하기야, 자기도 밖으로 나돌아다니면서 다른 여자들을 만나고 다니며 춤을 추고


술을 마시는데 마누라라고 그걸 왜 모를까?


내가 보기에도 요즈음 수철씨의 사는 모습은 전과 달리 막 사는 것 같았고 절제가 없었다.




“저.. 무얼 한번 해보려고 해요.”


말없이 술만 마시던 수철씨가 날 쳐다보며 묻는다.


“뭘 하다니?”


“마냥 놀 수만은 없고 장사를 한번 해보려고요..”


“갑자기 장사는? 왜 형편이 어려워요?”


“특별히 형편이 어렵다기 보다 남편 버는 것은 먹고 살기에 바쁘고, 앞으로 애들 크면


교육문제도 그렇고..”


맞아.. 애들 크면 돈이 한, 두 푼 드는 것도 아닌데, 남편이 버는 것으로는 애들 대학


보내기도 어려울 것이고 내가 벌기는 벌어야지..


지금까지 내가 장사를 한다면서 아이들 생각은 구체적으로 하지 않았는데,


내가 은연중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나 보다.


“무슨 장사를 하려고요?”


“내가 특별히 할 수 있는 것도 별로 없고, 손쉽게 할 수 있는 게 술장사밖에 없을 것


같아요.”


“안돼요. 술장사는..”


나를 사랑하기는 하는 모양이다. 술장사가 안 된다고 하는 것을 보니..


“그럼, 뭘 해요?”


“………………..”


수철씨가 대답을 하지 못한다.




“내가 술장사를 하면서 외간 남자들에게 헤퍼질까봐 겁나세요?


절대 그런 일은 없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꼭 술장사를 해야 하겠어요?”


“그거 말고는 다른 걸 할 게 없어요..”


“그럼 당신 생각대로 해요. 대신 나에게 하나 약속을 해요.”


“무슨 약속을요?”


“술집 안에서야 술을 팔려면 손님들 좌석에 앉을 수도 있겠지만, 절대로 손님과 밖에서


만나면 안돼요.”


“그렇게 할게요.”


“언제부터 시작할 거에요?”


“준비만 되면 바로 할려고 해요. 지금 창고로 쓰는 곳인데 시설을 좀 해야 하고


집기도 장만해야 하고..”


“그럼, 내일 나와 같이 그곳에 한번 가봐요.”


“수철씨 회사 일은 어쩌고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얼마 전에 회사를 그만 두었어요.”


“왜요?”


“회사 일이 나와 맞지 않는 것 같고, 이번에 상사랑 대판 싸우고 사표 쓰고 나왔어요.”


“그럼, 어떻게 해요?”


“나도 무얼 해보려고 생각해요. 받은 퇴직금도 꽤 되고..


또 마누라가 잘 버니까 먹고 사는 것은 걱정 없어요.”


나는 이 남자에게 모든 걸 이야기하는데 이 남자는 나에게 숨기는 게 있구나..




집으로 돌아와서 저녁식사를 하고 남편에게 말을 꺼낸다.


오늘은 남편이 집에 들어와 있었다. 몇 시에 왔는지 모르지만, 술을 한잔 했는지


입에서 술 냄새가 나고 얼굴이 붉어져 있다.


요즈음은 내가 밖으로 다녀도 별말을 하지 않는다.


전처럼 난리를 치다가는 내가 또 가출해버릴까 겁이 나는지..


“저.. 뭘 해보려고 해요.”


남편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지집년이 하기는 뭘 한다고 그래? 쓸데없는 짓 하지말고 그냥 집구석에 얌전히 있어.”


늘상 이런 식이다. 오늘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내 생각대로 말을 한다.


“장사를 하려고요. 자꾸 애들도 커가고 돈도 점점 더 들 텐데, 당신이 벌어주는 돈으로는


그냥 먹고 사는 것 밖에 안돼요.”


예전 같으면 어림도 없는 말이다. 요즈음은 될 대로 되라는 기분으로 사니


내가 못할 말이 없다.


남편이 기가 차는지 더 이상 다른 소리는 하지 않고, 장사를 하던지 뭘 하던지 네 뜻대로


하라고 하면서 안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다음 날, 가게 자리를 봐둔 곳으로 수철씨를 만나 같이 간다.


수철씨가 지하 창고를 이리저리 살피더니


“내부 시설만 좀 꾸미면 아담하게 술장사를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렇지요?”


“어제 내가 한 말 잊지 말아요?”


“알았어요..”


수철씨가 다른 여자들을 만나고 절제 없이 사는 것은 아마 기정사실 이겠지만,


아직 나를 제 여자로 생각하나 보다.


하기야, 나도 수철씨가 지금 절제 없이 산다고 해도 수철씨를 내 남자로 생각하고 있다.


언젠가는 이 남자를 제대로 살도록 해야 할 텐데..


지금 어설프게 잔소리를 했다가는 오히려 역효과만 날 것이다.




건물주인을 만나 계약을 한다.


보증금 백 만원에 월 가게세가 삼십 만원이라고 한다.


일단 내가 가진 돈의 절반인 백 만원을 주고 계약서를 받는다.


그리고, 수철씨랑 같이 돌아다니면서 내부 시설을 하는 곳을 알아보니 아무리 예산을


적게 잡아도 이백 만원은 든다고 한다.


탁자와 의자랑 노래기기까지 준비를 하려면..


그 날은 그렇게 수철씨와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고, 바로 밑의 여동생에게 전화를 한다.




“나야.”


“언니? 어쩐 일이야. 내게 전화를 다하고?”


“내일 나 좀 만나자.”


“무슨 일인데?”


“일단 만나서 이야기 하기로 하고 내일 오전에 우리 집으로 와.”


“알았어. 언니.”


그렇게 이야길하고 전화를 끊는다.


제부가 잘사니, 내가 필요한 돈을 융통할 수가 있을 것이다.




다음날 오전 열시경에 여동생이 집으로 찾아온다.


“언니, 무슨 바람이 불어서 생전에 연락을 안 하더니, 날 다 오라고 하고?”


“너한테 부탁 하나 하자.”


“아쉬운 게 있으니 연락을 했구나?”


“그래, 미안하다. 내가 가게를 하려고 하는데 예산이 좀 부족해.


네가 돈 좀 융통해줘야겠다.”


“무슨 가게를? 그리고, 돈은 얼마나 부족한데?”


“아무래도 남편이 버는 것으로는 사는 게 힘들고 내가 좀 벌어 볼려고 해.


내가 손쉽게 할 수 있는 게 술장사밖에 없는데, 일단 가게 계약은 했어.


내부 시설을 하려니 돈이 좀 부족한데, 한 삼백 만원만 융통을 하자.”


“그 정도 돈이야 있는데, 형부는 허락을 한 거야?”


“일단 이야기는 했어. 그 사람 이야기는 하지마.”


“아직도 형부랑 그런 거야?”


“어떻게 할 거야? 해줄 거야? 말 거야?”


“내가 안 해주면 의를 끊을 것 같은 데?”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알았어. 언제까지 필요해?”


“된다면 내일 당장이라도..”


“왜 그렇게 급하게 서둘러?”


“이왕에 할 거 빨리 해야지..”




그렇게 여동생에게 돈을 융통해서 가게 내부 시설을 하고, 얼마 후에 가게를


오픈한다.


탁자 배치나 여러가지 손을 볼 부분은 수철씨가 자기 일처럼 매달려서 하고..


이럴 때 보면 괜찮은 남자인데..




그렇게 술장사를 시작하고 나니, 생각보다 돈이 벌리는 것 같았다.


내가 가게를 하는 인근에 적당한 술집이 없다 보니..


가게 부근이 아파트와 인접한 곳이라 저녁에 퇴근해서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았다.


주로 맥주 기본이나 아니면, 조금 더 마시고, 노래를 부르고는 가곤 했다.


하지만, 순조로운 것은 아니었다.


술 손님 중에는 매너가 좋지 못한 손님들이 있었고, 단란주점 허가가 나지 않는 곳이라


파출소에서 종종 와서 단속을 하곤 했다.


어떨 때는 순경들에게 용돈을 줘서 보내기도 하고, 어떨 때는 벌금을 내기도 했다.


그래도, 내가 성실하게 장사를 하니까 그런 데로 소문이 나서 할만 했다.


수철씨도 한번씩 손님들을 데리고 와서 팔아주기도 하고, 혼자 와서 질이 좋지 못한


손님들을 상대해주기도 했다.




한가지 내게 좋지 못했던 것은 수철씨가 갈수록 사람이 안 좋게 변해가는 것이었다.


어떨 때는 초저녁에 찾아와서 가게가 마칠 시간인 새벽녘까지 않아서 술을 마시고 있다가


손님들이 다 가고 가게 문을 닫을 즈음에는 내 행실을 가지고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손님들에게 너무 밀착해서 술을 판다느니.. 쓸데없이 손님들에게 눈웃음을 친다느니 하면서..


그래도 나를 사랑해서 그런 것이라 생각하고 참고 넘겼다.


하지만, 갈수록 그러다 보니 내가 점점 수철씨에게 지쳐갔다.


집에서는 남편에게 시달림을 당하고, 밖에서는 애인에게 시달림을 당하고..


내 팔자에 남자의 사랑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인가 하는 마음에 사는 게 허망했다.


초저녁에 가게에 와서 새벽 두, 세시까지 술을 팔다 보면 온 몸이 파김치처럼 처지는데다가


손님이 주는 술을 안 마실 수가 없으니 많이 힘들었다.


그런데도 수철씨는 중간에 가게에 들렸다가는 가게 마치고 자기 집에 들렸다 가라고 하면


그 날은 조금 일찍 가게 문을 닫고 수철씨 집으로 간다.


그리고, 수철씨와 몸을 섞는다.


몸이 힘드니 예전처럼 그 일이 재미있지만은 않았지만, 수철씨를 위해서 싫은 기색을 하지않고


수철씨를 받아 들였다.


그 때에는 이미 부인과 이혼하고 방을 얻어서 혼자 살고 있었다.


무얼 해보겠다더니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카바레에 다니면서 여자에게 용돈이나 얻어 쓰고


다니는 것 같았다.




이제 이 사람과도 헤어져야 할 때가 되었구나 하고 생각할 즈음에, 그 사람..


나의 세 번째 남자가 된 정수씨가 우리 가게에 술을 마시러 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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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는 제 이야기 같습니다.


이미 내가 쓴 글 ‘5살 연상의 그녀’와 내용이 겹치는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가급적이면 그 글과 다른 이야기를 하도록 해보겠습니다.


물론 큰 줄거리는 같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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